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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어떤 즐거움을 원하십니까 『6인의 용의자』, 비카스 스와루프, 문학동네, 20116
이번 책의 리뷰는 잠시 전기수(傳奇叟: 전문적으로 소설 읽어주는 사람)를 불러 소개할까 한다. 워낙 종합선물 세트 같은 책이라 범용한 나의 감상으로 이 책의 재미를 반감시킬 수는 없으니까... 안녕하십니까. 필사본이 있던 시대까지만 해도 인기 최고의 직업이었던 전기수입니다. 활자본이 등장하고, 대량 인쇄가 이루어지면서 우리 직업이 사양화되어 이젠 동료들과 옛 화려했던 시대를 회상하며 소주잔이나 기울이며 연금 생활을 한 지 어언 일백여 년이 되었는데, 마침 딱 내가 나서야 할 소설이 있다하여 오랜만에 설(說)을 풀어볼까 합니다.
먼저 이 책 『6인의 용의자』 는, 소설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작가 비카스 스와루프가 발표한 두번째 소설입니다. 『슬럼독 밀리어네어』 는 2009년 영화화되어 아카데미 및 세계 영화제를 석권하는 등 최고의 화제를 불러왔던 작품인 거 다들 기억하시죠? 일단 작가에 대한 소개는 그치고. 여러분은 소설책을 펴는 순간 무엇을 기대하나요.. 극적 반전이 있는 추리? 동공을 크게 하는 공포와 스릴러? 낯선 곳의 풍경이 펼쳐진 모험담?, 가슴 설레게 시린 사랑? 생의 비밀을 엿보고 싶은 심리적 욕망? 비참한 현실을 극복하고자 하는 희망 섞인 메시지? 당신의 밤을 뒤척이게 할 에로? 처진 어깨를 추켜올려줄 위로? 아니면 그냥 마땅히 시간을 때울 것이 없어 심심풀이 소일거리로
...여러분이 무엇을 기대하든 이 소설은 그 기대를 충족시키고 한 걸음 더 당신의 소설에 대한 안목을 끌어 올릴 것입니다. “살인은 예술과 마찬가지로 해석을 유발하여 설명에 저항한다(해밀턴 사건, 미셀 드 크래치)” 『6인의 용의자』는 “죽음이 다 같은 것은 아니다. 살인에도 카스트제도가 적용된다.”라는 문장을 시작으로 인도 내무 장관의 아들이자 재벌 총수인 32세의 비키 라이의 피살 소식을 전하며 시작합니다. “살인이 추악하다면 진실은 더 추악하다”면서 소설의 서술자는 현장에서 체포된 6인의 용의자의 삶을 한명 한명 파헤쳐 동기를 찾아내고 증거를 확보하겠으니 자신을 지켜봐 달라고 합니다. 추리 소설의 전형적인 범인 찾기 방식입니다. 다만 용의자가 여섯이나 되다보니 이제 각각의 사연은 독특한 인생사를 담은 이야기가 됩니다. 『6인의 용의자』은 다양한 인간 군상의 적나라한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최상층부터 최하층까지 그들의 내밀한 생각과 일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피고인은 언제나 가장 매력적인 존재다(심판, 카프카)” 6인의 용의자는 간디가 빙의한 전직 관리, 자신의 미래가 불안한 미녀 배우, 얼뜨기 미국인 관광객, 계층을 뛰어 넘은 여인을 사랑하게 된 휴대폰 좀도둑, 부족의 미래를 짊어진 원주민 청년, 권모술수의 화신인 피해자 비키 라이의 아버지.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6인의 용의자들이 어떻게 피해자가 주최한 파티에 한 자리에 모이게 되었을까? 극악무도하고 불법을 일삼는 사회악이었던 피해자를 살해한 범인은 의로운 영웅인가, 아니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범죄를 저지른 또 다른 악인에 불과한가? 소설은 이 문제를 풀기위해 최신 소설의 모든 실험적 기법을 총동원하여 다이내믹하게 서술해 갑니다. 『6인의 용의자』는 살인-용의자들-동기-증거-해결-고백의 순서로 총6장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그 중 첫 장인 '살인'과 마지막에 있는 '고백'을 빼곤 모두 각각 6명의 용의자를 차례대로 중심인물로 삼아 쓰고 있는데요, 서술 시점도 1인칭과 3인칭을 넘나들고, 형식도 일기체가 있는 반면, 영화의 시놉시스처럼 줄거리 중심도 있고,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과 같은 철학적 성찰을 드러내기도 하고, 신문 사설 같은 사회에 대한 냉철한 시각도 들어 있습니다. 한마디로 여러분들 입맛대로 골라 볼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아래 대화를 잠시 들어보시겠습니까..?
-“세상엔 일곱 가지 사회악이 존재한다오. 라타 아가씨, 원칙 없는 정치, 노동 없는 부, 지혜 없는 지식, 도덕성 없는 상거래, 인문 없는 과학, 희생 없는 숭배, 그리고 양심 없는 쾌락이라오.” “물론 이해하죠. 사랑 없는 섹스라는 뜻 아닌가요?” 이런 식의 대화가 이 소설을 읽는 깨알 같은 재미입니다. 그냥 자기가 이해한 대로 내지르는 대화. 읽는 맛이 쫄깃합니다. -“나를 행복하게 해주려고 그 어렵게 번 돈을 쓴 거야? 고급 식당의 점심 식사...그것만으로도 한 달치 봉급이 모두 날아갔겠다. 그치?”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가난은 용서해도 거짓은 용서 못 해. 내가 자기를 미워할 거냐고 물었지? 이게 내 대답이야.” 그녀는 이렇게 말하고는 내 뺨에 키스하면서 반지를 다시 받았다. -“사랑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하나 절망은 그를 무모하게 만든다. 난 총을 사기로 했다.” “늦지 않겠다는 당신의 약속을 믿어요 하지만 당신이 도착할 때쯤 난 죽어 있을 거예요.“ 멜로드라마의 전형적인 대사들도 가끔 등장하여 뭇 옆구리 시린님들은 살짝 감정이입할 수도 있습니다. 『6인의 용의자』에는 이런 아포리즘도 소설 곳곳에 뜬금없이 등장합니다.
-“사실은 없다 오직 해석뿐(니체)” -“공포를 묘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건 오직 경험으로만 알 수 있다”, -“과거는 예기치 않은 순간에 허를 찌르는 습성이 있다” -“고통이 좋은 점은 아무 생각도 못하게 한다는 점이다. 사랑과 증오와 질투와 시기는 모두 씻겨 나가고, 결국엔 참혹한 통증만이 머릿속의 땀구명을 모두 채우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면 어느덧 고통도 사라지고 오직 먹먹하고 아련한 자극만 남게된다.” - “이 도시에 살고 싶다면 그 전에 미리 세 번의 반전을 생각하라. 그러고 나서 거짓의 이면에서 진실을 봐야하며, 다시 그 진실의 이면에서 거짓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자 더 하고 픈 말이 많지만 결말을 밝힐 수 없는 추리소설의 성격상 이쯤에서 저는 물러갑니다. 궁금하시면 직접 책을 읽어보시기를...하지만 600여쪽에 이른 분량에 질리지 마시고 용의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단편으로 묶어 즐기신다면 한 달여 독서의 즐거움에 빠지실 수 있을 겁니다. 아..아쉽네요. 마지막 결정적 한방을 소개하고 싶은데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입을 틀어 막고 물러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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