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편 모음집이라 하면.. 항상 좀 꺼려했었어요. 어쩡쩡한 길이기 때문에.. 아무리 글을 잘쓰는 작가라 할지라도..그리 재미있을 것 같지 않다는 선입관 때문이었지요.. 기대했던 퀸의 글에 비해 다른 작가의 글이 재미있었다는 것이 좀 놀랍긴 했지만.. 여튼 이 모음집은 어느정도의 재미는 보장하고 있습니다. 그럼 여기서 잠깐 에녹이 지은, 첫번째 실린 중편을 소개해보도록 하죠. 19년동안이나 약혼한 상태였음에도... 단한번 편지로도 연락조차 시도하지 않는 채, 멀리 요크셔의 영지에 은둔한 상태에서살아가는 정혼자 핼퍼스트 후작, 맥시밀리언 트렌트를 양치는 농부라고 부르면서.. 자유롭게 런던의 사교계를 휘젓고 다니는 당돌한 아가씨 레이디 앤 비숍. 당연한 얘기겠지만 약혼에 대해 별반 의무감을 느끼지 않습니다. 부모의 뜻으로 태어나자마자 정해진 길을 받아들일수도 없거니와, 황량하기 그지 없는 요크셔에서 일생을 보낼 생각이 전혀 없기 때문이지요. 약혼한 상태를 백퍼센트 활용해가며 살아가던 그녀에게 어느날 재난이 닥칩니다. 요크셔에 있어야할 맥시밀리언이 떡하니 자기집 거실에 들이닥쳤거든요. 보아하니 지난주에 있었던 사건(?)때문에 황급히 런던으로 올라온 것 같은데, 이참에 아예 결혼해서 신부를 데려갈 듯 한데..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중편임에도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무난하게 술술 잘 읽히더군요. 분명 여주 제멋대로 행동하는 경향이 다분합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남주의 맘을 이리저리 희롱하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분명 자기만의 색깔이 있는 편이라 그에게 휘둘리는 것이 싫을 뿐이지요. 요크셔에 대한 저평가도 사실은 런던외에 다른 곳에 가본 경험이 없는데서 비롯된 것 같더군요. 한편으론 무척이나 순진하다는 느낌도 받았어요. 정혼자에 대해 불평하는 이유가, 위에서도 적었지만, 단지 연락한번 해주지 않았다는 것때문이거든요. 하긴 남주도 무심하긴 했지요. 그런데 말이죠.. 약혼에 대해 자기가 가지고 있었던 생각을 알려줄때... 그럴수도 있겠다 싶더라구요.. -We were betrothed when I was seven, Anne. My only concerns at that time were horses and tin soldiers. I'm sorry to say, you were neither..... -At fourteen, it seemed ridiculous to write letters to a seven-year-old. At twenty, you were still a babe of thirteen. And then my father died ,.... and other concerns took precedence... 괜찮은 남자인 듯 싶지 않나요? 무작정 여주를 끌고 가려고 할만도 한데..자기입장도 밝혀주고.. 이미 결혼이 기정사실이나 마찬가지인데.. (때늦은감도 없지않아 있지만) 나름대로 구애하는 모습이 귀엽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