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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이해하기 위해.... 혹은 변방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아버지를 이해하기 위해.... 혹은 변방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내용보기
왜 그런 지 모르겠다. 꽃샘추위가 지나가는 거리를 비춰보이는 텔레비젼 뉴스 속에서 얇은 코트깃을 세운 중년 남자들이 왜 그렇게 초라하게 보이는 지. 추위에 앙다문 입매나 찌푸린 얼굴이 볼품 없고 서글프게만 느껴지는 지. 아직은 삼십 대인 내게, 중년은 멀리 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 그들의 감성은 나와는 좀 질이 다른, 구닥다리일 거라고 말이다. 그저 그들의 세월에 흠집 난
"아버지를 이해하기 위해.... 혹은 변방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내용보기
왜 그런 지 모르겠다. 꽃샘추위가 지나가는 거리를 비춰보이는 텔레비젼 뉴스 속에서 얇은 코트깃을 세운 중년 남자들이 왜 그렇게 초라하게 보이는 지. 추위에 앙다문 입매나 찌푸린 얼굴이 볼품 없고 서글프게만 느껴지는 지. 아직은 삼십 대인 내게, 중년은 멀리 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 그들의 감성은 나와는 좀 질이 다른, 구닥다리일 거라고 말이다. 그저 그들의 세월에 흠집 난 얼굴이 애처롭다고만 느낄 뿐, 어쩌면 나의 큰 형이고 어쩌면 아버지일 지도 모르는 그들을 나는 무디고 고집 센 구세대일 거라고만 생각했다. 얼마 전에 읽은 시집, 무슨 상을 탓다길래 읽은 시집 "위대한 식사"가 무척 마음에 와닿아서 주저없이 이 책을 샀다. 책을 다 읽고는 나의 그 생각이 완전히 깨지고 말았다. 그들은 힘겹게 나이를 먹은, 그래서 나름의 고집이 생긴, 외로운 소년일 뿐이었다. 나는 조금 충격 속에서 이 책을 읽었다. 물론 시인의 현란한 어휘력과 깊은 감성이 나를 깊이 몰입시켰다는 것도 고백하겠다. 그러나 그런 것들보다 나를 더 끌어당겼던 것은 그 문장들 사이에 넘쳐 나는 시인의 진정성, 즉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삶에 대한 외로움이었다. "요즘 들어 부쩍 혼자서 밥을 챙겨 먹는 일이 많아졌다."는 구절이나... " "아내와 아이가 학교에 간 후의 텅 빈 아파트에서 고무처럼 질긴 시간을 씹으며 나는 무료와 권태와 고독을 가까스로 이겨내고 있었다"는 구절을 읽으면서는 살아가는 일의 쓸쓸함에 가슴을 쓸기도 했다. 아버지의 유년, 그날에는 온 우주가 참여하는 풍성한 저녁식사가 있었다던데... 누구나 중심을 꿈꾸지만, 오늘 우리 모두는 변방에 머무르는 타인일 지도 모른다... 나는 이 책을 다 읽고 이런 삶을 의미있게 하는 우리의 몫에 대해 생각을 했다. 시인은 시를 쓰고 글을 남길테고, 나는 무엇을 할까? 어깨가 외로운 중년이 멀지 않았다. 그때 나도 이런 책 한 권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인상깊은구절]
이럴 때 나는 세월의 굴렁쇠를 굴려 유년으로 달려가곤 한다. 이런 나의 복고 취미가 물론 생산적이지 않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어쩌랴 그것이 나에게는 현재의 불우不遇를 견디는 약이요, 삶의 동력이자 활력인 것을.
s*********3 2003.03.2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