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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의 국경을 넘나들며 벌어지는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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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내가 읽을 책을 선정하는 기준은 딱 두가지다. 첫째, 내가 알고 있는 작가 혹은 추리 소설로 유명한 작가의 작품인가. 둘째, ***살인사건 같이 구미당기는 제목을 가진 작품인가.
후나도 요이치의 <전설 없는 땅>. 처음 들어보는 작가고 제목 또한 내용을 가늠하기 어렵다. 책 뒤에 나온 소개를 살짝 봤다. 제3세계니 한 나라의 암흑사를 조명한다느니, 딱봐도 추리소설과는 거리가 멀어보일뿐더러 왠지 머리가 아프다. 두권짜리라 읽기도 귀찮게 생겨서 걍 접으려다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최초의 1위 수상작이라니 맛이나 보자라는 심정으로 별 기대없이 읽기 시작했다.
이야기는 단바 하루아키와 가지 시로라는 일본인이 주축이 되어 3년 전에 숨겨둔 2,000만 달러를 찾기 위해 고갈된 유전지대를 찾는 다는 내용과, 희토류의 채굴권을 위해 알프레도와 베로니카가 고갈된 유전지대에서 살고 있는 콜롬비아인 400여 명을 몰아낼 계획을 세우는 내용이 교차진행된다. 결국 두 이야기의 공통된 키워드는 '고갈된 유전지대'가 되는 셈이다. 한쪽은 거기에 숨겨둔 돈을 찾으러가고, 다른 한쪽은 거기에 묻혀진 희귀자원을 노리고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을 말살하려고하는 과정에서 양쪽의 충돌이 일어나니 말이다.
쉽지 않은 주제, 가볍지 않는 내용에도 불구하고 제법 흡입력있게 읽히는게 이 책의 장점이다. 개인적으로는 무엇보다 기선제압에 성공했다는데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무슨 소린가하니 앞서 언급한것처럼 별 기대 없이 책을 붙잡았지만, 작품 초반에 단바 하루아키가 교도소 소장을 죽이고 탈출하는 부분과 알프레도가 엘리손도가의 새로운 당주가 되는 과정이 상당히 흥미진진했던 덕분에 선입관을 버리고 나머지 부분도 몰두해서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추리소설은 아니지만 모험소설로서는 흠잡을데 없는 장르적 재미를 선사하며 이야기 진행도 빠른편이고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펼치는 대결도 볼만했다. 선인(善人)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왠지 모를 믿음을 주는 단바 하루아키, 교활하고 난폭한 전형적인 악인의 캐릭터 알프레도, 요부 베로니카, 400여 명의 사람들을 이끌며 미래를 예언하는 성녀 막달레나 마리아 등 이외에도 뚜렷한 성격을 지닌 인물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만 한가지 납득이 안가는것은 단바 하루아키가 마리아에게 반했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처음보는 이들을 위해 목숨을 걸고 피 비린내나는 전쟁을 벌인다는게 이해가 안간다. 돈을 찾으러 왔으면 돈을 찾아 동료들과 나눠가지면 그만이지 굳이 남의 싸움에 끼어들필요는 없지않은가. 그렇게 의협심이 강한 인물같아 보이지는 않는데 하여간 나로써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결말은..글쎄...어떻게 보면 허무하면서도 가장 이상적인 결말이었던것 같다. 결국은 단바 하루아키, 알프레도 양쪽 모두 원하는걸 얻지 못했으니 무승부 보다는 둘다 패자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것같다. 하늘은 어느쪽에도 승리를 안겨주지 않은것이다. 하긴 '**이 ***을 물리치고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이랬으면 전설 없는 땅이 아니었겠지.
아무튼 처음의 기대치와는 달리 읽어보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읽기전에 이걸 읽어, 말어 이러면서 툴툴되는 내 모습을 본 지인이 내가 다 읽은걸 보고 '역시 별루냐?'라고 물었을때 '아니. 생각보다 꽤 괜찮은 작품이었어'라는 대답이 나왔으니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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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누군가에게는 아주 쉬운 일이 누군가에게는 너무도 어렵게 주어지기도 하고 때론 기회 자체를 얻지 못하는 일을 보면서 세상에 신이 존재한다고 믿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될 때가 있다. 기본적으로 인간이 살기 위해 있어야 하는 것은 주어져야 하는데 그것조차 목숨걸고 찾아 헤매야 한다면 산다는 게 인간에게 무슨 의미가 있고 거기에서 어떤 의미를 찾아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이 작품은 내게 그런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한 가문 엘리손도가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와 남미로 이주해온 일본인의 이야기가 두 축을 이루면서 작품은 카리브해의 끈적끈적한 습한 날씨처럼 끈적거리는 피의 축제를 준비한다. 엘리손도 가의 고갈된 유전 지대에서 일본인이 탐을 내는 희귀 광물이 발견된다. 이를 이용하기 위해 엘리손도 가의 당주는 일본인의 애를 태우다가 장남에게 살해당하고 돌아온 탕아 차남은 형을 죽인 뒤 베로니카와 함께 일본인에게 채굴권을 팔 생각을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곳에 새롭게 터전을 잡은 콜롬비아에서 온 사이비 종교 집단을 몰아내야 한다. 지체없이 알프레도는 청부업자를 고용한다.
한편 3년전 탈취한 2천만달러를 나눠야 하는데 행방을 알고 있는 단바가 감옥에 갇혀 있는 것을 안 가지 시로는 단바를 탈옥시키기 위해 베네주엘라에서 양아치 4명을 고용하고 단바를 탈옥시킨다. 그 와중에 콜롬비아 게릴라에게 쫓기다 다시 국경 경비대에 잡혔다 탈옥한 뒤 2천만달러가 있는 곳까지 가는데 그곳에는 이미 막달레나 마리아라는 젊은 여자가 이끄는 4백여명의 종교집단이 자리를 잡고 있고 설상가상 그녀는 그들이 올 것을 미리 알고 그들을 환영한다. 어찌된 일인지 단바는 이들의 모습에 이끌려 그들을 도와주기로 하고 돈은 그 뒤에 나누겠다고 한다. 이제 희토류라는 광물 체굴권과 2천만달러라는 거액을 놓고 한 판 피의 전쟁이 시작된다.
처음 몇 장을 읽자마자 나는 한숨을 내 쉬었다. 안 읽었더라면 크게 후회할 뻔 했다고. 이렇게 재미있으면서 진지하고 인간에 대한 느낌을 생생히 전달하며 인간의 습성과 정치, 경제를 아우르며 한 눈에 모든 것을 들여다보고 생각하게 하는 작품도 드물 것이다. 사실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신화처럼 또는 전설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작품이다. 미화되지 않은 인간 그 자체의 모습이 살아 숨쉬는 이야기다. 그 이야기가 베네주엘라의 우기에 내리는 비처럼 마음을 강타하고 다시 쨍쨍한 햇볕에 열 받게 하고 끈적끈적하게 달라 붙어 찜찜하고 씁쓸한 느낌을 고스란히 느끼게 한다.
매춘을 할 수밖에 없는 여자들, 열아홉에 가장이 되어 뇌물받는 법에 너무도 익숙해져버린 경비대원, 물라토, 메스티소, 과히로 등 다양한 인간들, 가난한 인간들, 혁명을 쫓는 일본인, 그저 돈을 쫓는 일본인, 게릴라 대장, 배신자 등 결코 상류층이 될 수도, 부자가 될 수도 없는 인간 군상들과 이미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가지려고 애를 쓰는 사람들이 모여 오늘의 모습을, 시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0년 전 작품이지만 지금 읽어도 대단함을 알 수 있다. 작가의 시선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작품이었다. 작가는 여기에 더해 혁명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그 덧없음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안할 수도 없는 현실에 대해서도. 혁명도 생존의 하나일 뿐이란 느낌만 든다.
인간의 탐욕과 생존 본능만이 살아 숨쉬는 제3세계의 이야기는 먼 나라 이야기같이 느껴지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우리 자신들의 이야기다. 결국 인간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탐욕도 어떻게 보면 생존 본능의 발전된 결과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묻게 되는 것이다. 인간이 산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도대체 인간은 어디까지 갈 것인가? 인간이 보일 수 있는 최악의 바닥에는 한계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왜 힘없는 인간들은 나아질 수 없는 것일까? 인간에게 희망이란 무엇일까? 책을 덮으며 이런 물음을 계속 되내일 수 밖에 없는 작품이었다. 전설 없는 땅이 어디 있으랴. 단지 잊혀지고 사라졌을뿐이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