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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인 독서를 지양하고 한 권을 읽더라도 제대로 읽으려고 한다. 어느 날 내가 읽었던 책들을 보았더니 내용도 기억나지 않을뿐더러 읽었는지조차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 기록하려는 습관을 들이려고 노력한다. 기록하려고 마음먹는 순간 내용도 정리되며 생각이 정리되고 마음속에 무언가 새겨진다.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이기도 하다.
읽기 위주의 나쁜 습관에서 탈피하고자 시간 날 때마다 시를 읽고 있다. 시를 읽으면 글귀 하나하나 더듬으며 읽게 되고 반복해서 읽게 되기 때문에 시 한 편만 읽어도 잔상이 오래 남는다. 반복해서 읽다 보면 말의 의미에 호기심을 품게 되고 그 호기심을 쫓아가다 보면 몰랐던 말의 재미도 느낄 수도 있다.
요즘 내 곁에 두고 읽고 있는 시집은 <괴테 시 전집>이다. 괴테를 워낙 좋아해서이기도 하고 요즘 그의 시집에 들어있는 잠언 내용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사실 이 전집은 굉장히 방대하다. 두껍기도 하여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우리 문학사적으로 본다면 굉장히 유의미한 시집이 아닐까 싶다. 역자는 이 시집이 탄생하기까지 1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고. 물리적 횟수로 경중을 따질 수야 없겠지만 감히 상상이 가지 않는 시간이다. 그만큼 이 <괴테 시 전집>이 번역본으로 세상에 나와 우리의 말로 읽고 느껴볼 수 있음에 시는 둘째치고 감사한 마음이 먼저였다.
번역의 노고와 흔적은 시집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소년기에서 노년기에 이르기까지 연대기에 따라 다섯 시기로 나뉘고 시의 성격에 따라 구분하여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각주를 달아 자세한 설명도 놓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부록까지 꼼꼼하다.
사견이지만 시 한 편은 누군가 정성 들여 쓴 책 한 권과 맞먹는다고 생각한다. 시 한 편에 시인의 모든 것을 쏟아 놓는 거라 의심치 않는다. 시를 읽으며 언어의 의미를 음미하고 언어와 언어 사이의 간격을 이해하고 시인의 세상을 이해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오스카 와일드는 자신의 시에 콤마를 붙일지 말지를 고민하며 하루를 보냈다고 했다. 아침에 콤마 하나를 삭제했다가 오후에 그 콤마를 다시 넣었다고. 그리하여 콤마나 마침표에도 시인의 삶이 고스란히 새겨지는 거라 생각한다.
시는 체험이라는 말이 있다. 시인이 살아오며 경험한 희로애락의 축적이 시 안에 있다. 누군가의 인생의 한 조각을 새겨 넣었다고 생각하자 천천히 음미하며 읽게 된다. 누군가의 인생을 천천히 느껴보는 것이다. 우리 인생도 천천히 음미하며 그 안으로 들어가 삶의 어느 한 부분을 언어화 시킬 때 우리도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우리 마음속에 누구나 시인이 있다고 나는 믿고 싶다.
내맡김의 힘 괴테
마음을 다해 내맡기기까지 항상 주저함이 있고, 그 기회 뒤로 물러서는 것은 항상 효력이 없다. 시작과 창조의 모든 작용에 한 가지 기본적인 진실이 있고, 그 무지가 수많은 이상과 눈부신 계획을 죽인다.
분명히 마음을 먹는 순간, 그때부터 하늘도 움직인다. 결심하지 않았다면 결코 생기지 않았을 온갖 일들이 일어나 돕는다. 결심으로부터 모든 일들의 흐름이 터져 나온다.
예측하지 않은 모든 종류의 사건과 만남과 물질적 원조가 유리하게 생겨나며 아무도 꿈꿀 수 없었던 일이 잘 되어가리라.
할 수 있는 일이나 꿈꿀 수 있는 일이 무엇이든, 그것을 시작하라. 대담함 그 안에 천재성, 힘과 마법이 있다. 지금 그것을 시작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