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록이라는 것이 가지고 힘은, 얼마나 클까? 그 일상의 담담함을 묵묵하게 담아
내는 힘은 사람들의 생각에 얼마만큼 파급력을 가져올까? 그 힘의 결과는 그
일상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과거의 강으로 흘러갔을때 나타난다.
기록은 그래서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그저 담아내면 되는 것이다. 때로 연출
이라는 의도에 의해서 다시는 만들 수 없는 소중한 시간과 감동을 놓쳐버리기도
한다. 연출이 필요한때도 있지만 선의의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한 창조가 필요한
때가 분명히 있지만 그 의도된 창조를 넘어선 삶이 빚어내는 순백하고 담백한
삶 그대로의 진실이 나올때가 있다.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건 삶이 주는 축복이고 메세지이다. 그건 감사하게 받아 기록하면 되는 것이다.
역사의 현장에서 놓치고 싶지 않은 진실을 느꼈을때, 그 열망에 목구멍까지 뜨거운
불기운이 올라와서 무언가 어떠한 형태로든 표현하지 않으면 안될것 같은 순간에
기록하는 자들은 멈추지 않고 쉬지 않고 그 작업을 한다. 그 열망을 토해내지 않으면
자신이 타버릴것 같은 그 기운을 감당할 수 없고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도 한때 창작하는 자가 될것인가? 기록하는 자가 될것이냐의 기로에서 많이
갈등하고 고민하던 때가 있었다.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기록으로 남겨지는
또는 사실적으로 쉽게 쓰여지는 작품들을 폄하하는 평을 하는 말을 들었을때
많은 회의와 분노가 느껴진적도 있었다.
하지만 어떤 예술도 사실을 기반으로 하여 만들어지지 완전히 작가의 상상력만
으로 창조되지는 않는다. 진실을 알고 싶고 그것을 제대로 역사에 후대에 남기고
싶은 열망, 그것은 본능이 주는 힘이다. 최근에 캠코더로 주변의 일상을 촬영을
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간과 공간이라고 생각되어 그 모든것을 담아서
그와 연관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남겨주고 싶었다. 그러한 의도로 시작된
영상의 기록물은 많은 반대와 공격과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심지어는 촬영하는
도중에 당장 카메라 끄라는 제재와 인신공격과 예상치 않은 반대의견과 입장
들로 인해서 촬영은 둘째치고 나의 정체성에 대해서 자문하는 힘겨운 시간까지
가져야하는 경험을 했다.
내가 왜 이런 공격을 받아야할까? 이 작업이 내가 이 모든 것을 감내하고 강행
해야할 만큼의 보답으로 나에게 돌아올까? 아니 그보다도 나보다는 나에게
공격을 해오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굴욕을 당하면서 만들어서 그들에게 보여
줘야할 의무가 과연 나에겐 있는 것일까? 그렇게 서로의 입장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간에 만들어진 감정의 부딪침속에서, 기록하고 싶었던 경험과 시간들은
과거속으로 흘러갔다. 처음의 의도대로 작업을 하여 나의 작업에 지지와 후원을
해주었던 사람에게도 반대와 공격을 했던 사람들에게도 공평하게 그 결과물을
선물했다. 그에 대한 평가는 시간과 삶의 역사가 증명을 하리라.
이 책을 보면서 진실을 담기 위해 움직이는 그 기록의 현장에서 어쩔수 없이
부딪치는 그 삶의 애환들을 보고 공감하고 위로받고 싶었다. 그래도 그 당시는
아무도 이해해주지 못해도 나중에는 시간이 말해주리라. 시간은 진실을 말해
주리라. <이제는 말할 수 있다>편에서 보도연맹 관련 장석윤씨의 마지막 증언을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그런 안타까움을 느낄 수 있었다. 분명 마지막 진실을
증언을 남길 수 있는 마지막 생존자일 수 있는데 서로가 그 사실을 알고 있는데
그것을 입밖으로 세상밖으로 내놓지 못하는 그 안타까움과 거리감을 말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장 전 장관은 세상을 떠나고 그때 좀 더 간곡하게 호소를 해볼
걸 그랬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인간시대>라는 프로도 참 예전에 재미
있게 봤었는데 '최진실의 진실'이라는 제목으로 최진실의 일상을 그렸다는
글을 보니까 반갑기도 하고 예리한 그의 지적들이 깊이있게 다가온다.
'마이클 클라이튼과 나'라는 제목에서는 너무나 재미있게 작가소개와 작품을
설명해주어서 나의 다음 읽어야할 도서목록의 상위에 올라와버렸다.
이 책에 대해 손석희교수가 뒷표지에 부러운 처지에 심술이 날 지경이라는
말을 이제는 이해가 된다. 정말 마이클 클라이튼에 관한 이야기에서 질투가
날 정도로 그 작가를 깊이있게 들여다보고 멋진 평을 했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에 기록물을 남기려는 이유는 시간이 지나면 그 당시는 진실이었던
것이 시간속에서 다르게 변질되어 후대에 다르게 전달되는 것을 보고 그
잘못을 반복하려하지 않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