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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물꼬물 식물들이 기지개켜고 활동을 시작할 이른봄에 읽었더라면 더더욱 좋을뻔했다. 물론 지금이라도 읽어서 좋지만, 작년에 책이 처음 나왔을땐 많이 망설였던 책이라서 그런지 빌려보고도 맘에 들어서 구입해버렸다.
학창시절 문예반이 아니라 원예반 소속이었고, 시인·소설가가 아닌 식물학자를 꿈꾸었던 분이라서 그런지 꽃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글로 표현해 놓았다고 해야할까?
봄을 시작으로 사계절대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봄에는 산수유·영춘화·제비꽃·수선화·미나리아재비, 여름에는 작약·능소화·원추리·도라지꽃·옥잠화, 가을에는 국화·구절초·쑥부쟁이·쪽·감나무, 겨울에는 풍란·유자·제라늄·베고니아·동백….
향기 짙은 화려한 꽃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산야에서 찾아볼 수 있는 꽃들... 이름도 들었듯 모를 듯 그런 꽃들도 있고 꽃에 얽힌 전설이나 꽃을 노래한 시들도 곳곳에서 읽어보는 재미도 쏠쏠하고 경험했던 얘기들도 재미있었다.
그림이나 사진은 단 한 점도 없었지만, 아쉽다거나 그렇지는 않았다. 언젠가 읽었던 야생초편지에서의 볼펜으로 그린 그림만으로도 참 만족스러웠던 나는 이번엔 그림조차 없어도 좋았다. 글맛을 보면서 꽃을 떠올리는 재미와 내 어린시절의 추억과 풋풋한 향을 그려보면서 읽는 동안내내 들판에 산속에 핀 꽃들을 발견해내고 기쁜것처럼 흐뭇했다. [인상깊은구절] 양달개비 물망초의 뜻 6월 들어서 덩굴장미가 시들 무렵이면 새로 피어나는 꽃들도 문득 줄어든다. 아침마다 보랏빛 청초함을 뽐내던 양달개비도 갑자기 꽃 피기를 멈춘다. 양달개비라고는 하지만, 막상 식물책에서는 그 이름을 찾을 수 없다. 옆은 보랏빛 꽃도 있고 짙은 자주보랏빛 꽃도 있는데, 고물거리는 듯한 노란 꽃술이 대비되어 아름답다. 최근에는 흰 꽃도 선을 보여서 반가웠다. 멘델이 유전법칙을 만드는 데 실험용으로 쓰여 큰 기여를 했던 이 꽃을 사람들은 흔히 물망초(勿忘草)라고도 부른다. 해가 들면 그 청초함도 속절없이 그만 시들어버리기 때문에 '나를 잊지 마세요' 하고 말하는 것일까. 그러나 물망초는 우리 꽃으로 정해진 이름이 아니다. 산유화(山有花)가 그저 산에 있는 꽃에 지나지 않듯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풀들이 물망초가 아닐 수 없듯이. 모든 사랑이 물망(物望)이 아닐 수 없듯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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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타는 소녀 몽골의 유목민 마을에 가서 말을 탄다. 처음 타는 사람을 위해 고삐를 끌어주는데, 겨우 대여섯 살이나 됐을까 싶은 소녀다. 머리를 앙증맞게 두 갈래로 땋은 소녀는 말을 끌고 나풀나풀 초원의 구릉을 넘어 간다. 말과 나와 소녀는 혼연일체가 되어 초원속으로 묻혀버린다. - 윤후명의 《꽃》중에서 - * 말을 타는 유목민 소녀의 경쾌한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끝없이 펼쳐진 푸르른 대초원과 함께 마치 한폭의 그림과도 같습니다. 여행을 다녀오면 누구에게나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의 그림이 마음에 남아있게 마련입니다. 제 마음속에 남아있는, 그려보는것 만으로도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추억의 그림, 말타는 소녀의 모습입니다. (2004년 6월17일자 앙코르 메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