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물이 아닌 <현상>을 디자인하는 하라켄야. 디자인의 디자인이란 책을 워낙 감명 깊게 읽었던 터라 기대를 많이 했다. 책 중반까지 백, 색, 그리고 종이에 대한 언급은 잔잔한 통찰력이 돋보였다. 그리고 제법 감동적이다.
그런데... !!! 책의 중반이후 부터 일본의 문화 속에서 <공백>을 의미하는 것들을 찾기 시작하는데.. 송림도 병풍, 일본의 신, 신사, 신궁, 그리고 일본인들의 커뮤니케이션 방식. 일장기. 다도. 난 이 부분에서 이상한 불편함이 느껴졌다.
여기에서 말하는 공백, 그러니까 우리가 한국미술과 건축에서 보았던 바로 <여백>이란 부분이, 마치 일본의 전유물인양 써있는 투가 맘에 안 들었다.
일본인들이 조선백자에 환장해서 우리나라 도공들을 납치(?)한 걸 뻔히 알고, 조선의 산수화를 가보로 모셔놓는걸 뻔히 아는데, 일본만이 서양과 차별되게 간소함 속에서 독자적인 문화를 꽃피운 양 써놓는 게 영 불편하다.
일본 문화에 白이란 것을 억지로 끼워맞추려는 것 같다. 뭐 일본사람이 쓴 것이니 어쩔 수는 없다고, 생각해보지만 현대 디자인사에 이름 남기는 디자이너치곤 좀 실망스러운 건 사실이다.
아무튼 그래도 하라켄야의 통찰력이 빛나는 앞부분은 좋았다. 하지만 딱 절반까지다.
+
48p 커버는 보다 강한 침묵이 감돌고, 면지는 처음으로 펼쳐지는 듯한 순수함을, 속표지는 무언가의 시작을 알리는 경계의 질감을 전달한다. 그리고 본문은 문자와 사진을 도드라지게 하는 배경으로서 혹은 손가락 끝에 책의 촉감을 속삭이는 살결로서 각자의 역할 속에서 차츰 자리를 잡아간다. 백은 이웃하는 색과의 상관관계 속에서 부각되기도 하고 침몰되기도 한다. …..백의 오케스트레이션!!
--> 이 책도 - 책에 쓰여진 이 글만큼이나 <백>에 충실하게 디자인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