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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헌책방에서 데려온 11권이 책중 한 권이다. 이 책은 순전히 '그냥' 골랐다. 저자인 유모토 가즈미라는 일본 작가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거니와 이 책에 대해 서평을 읽었다거나 하는 일도 없이 그냥, 그냥이다. 이 책은 마치 표지 속 나무 오르간을 직접 만지는 듯한 약간 거친 느낌의 종이로 된 표지다. 떡 하니 놓인 풍금, 거친 느낌, 초록빛으로 새겨진 제목. 왠지 서정적이고 자연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그런 책이려니.... 역시 일본인들은 그들만의 냄새와 색깔이 있는 것 같다. 이 책의 '나' 도모미와 동생 테츠의 이야기다. 더 넓게 보자면 가족의 이야기인데 전체로 뭉뚱그려 보았을 때야 가족의 이야기가 되는 것이지 책 속 이야기들은 도모미와 테츠의 이야기다. 오르간은 이 가족들의 옛날을 회상하게 하는 물건일 뿐 실제 이야기는 화두는 아니다. 나는 책장을 넘기고 얼마가지 않아 당황스러웠다. 선생님을 '놈' 이라며 증오하는 도모미의 모습. 옆 집과의 땅덩어리의 소유권 문제로 손해를 보게 된 일에 앙심을 품고 옆 집 할아버지를 죽이고 싶을 만치 저주하는 두 남매의 모습들. 그리고 옆 집 할아버지가 싫어하는 고양이 시체를 일부러 던져놓는 영악함과 발칙함. 나는 이것들이 건전하지 못하다는 것을 문제삼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선생님을 증오할 수도 있으며 물론 옆 집 할아버지를 미워하는 일은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도모미와 테츠는 어린 아이들이다. 이제 초등학생 즈음? 테츠는 그보다 어 린듯 하다. 그런데 이 아이들이 미움과 증오의 대상에게 품는 구체적이고 숙련된 악의. 이것은 마치 젖먹이 아기가 허공에 달린 흑백의 모빌을 바라보며 '모빌들이 참 기하학적이군' 하는 생각을 품는다는 것처럼 억지스러운 것이었다. 적어도 등장인물의 나이와 상황에 맞는 인물묘사와 대사, 감정표현은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등장인물은 어린 아이들이요, 그들 속의 담긴 감정은 성인의 그것이다. 발에 맞지 않는 엄마구두를 신고 어른흉내를 내는 여자아이의 모습처럼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읽지 않고 덮어버리고픈 생각까지 들었다. 그런데 한 번 펼친 책은 절대 놓지 않는 내 순조롭지 못한 성격 탓에 끝까지 읽었다. 이야기가 무르익어 갈 수록 작가의 스토리는 그런대로 구색을 갖춰가는 것 같았다. 와해된 가정의 두 아이. 옆 집 할아버지에게 복수하기 위해 죽은 고양이를 찾아 다니다 오히려 고양이를 돌보게 되며 자신들의 아픔을 스스로 치유해 가는 과정을 그린 책이다. 그리고 가족, 건전하고 화목한 가정의 소중함을 더불어 일깨우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녹차의 맛' 이라는 일본 영화가 생각났다. 그 영화는 가족의 소중함을 발랄하고 잔잔하게 그렸는가 하면 이 책은 가족의 소중함을 두 아이의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통해 이야기 하고 있다. 소재만 같을 뿐 전혀 다른 두 작품이지만 굳이 비교를 하자면 모두 할아버지의 비중이 크다. 두 작품에서 할아버지는 추억을 상기시기고 부모와 아이들을 잇는 매개 역할을 한다. 이 책은 이야기나 작가의 의도는 괜찮았으나 등장인물의 나이에 걸맞지 않는 어의없는 인물묘사로 그 재미와 사실성을 반감시켰다. 작가의 후기에서 보니 이 이야기는 작가의 어린시절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작가는 어린시절에 일어난 '일' 만 기억하고 있을 뿐 그 당시의 어린 자신이 느꼈던 '감정'은 기억을 못했었나 보다. 책의 표지와 제목처럼 잔잔하고 따사롭기만 하리라 기대했던 나의 예견도 완전 빗나간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