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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신에게 장총찬의 부활을 요구한다
1989년 대동제를 앞둔 어느 봄날, 모 대학의 교양 국어 수업시간이었다. 강의 도중에 한 남학생이 일어나 국어교수에게 드릴 말씀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강의실에 제가 사랑하는 여학생이 있습니다. 그녀에게 제 사랑을 전하고 싶습니다.” 좌중은 어수선해졌지만, 교수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했다. 남학생은 준비한 꽃다발 한아름을 들고 여학생에 다가가 이렇게 말했다. “처음 보는 순간부터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마음속에만 담았을 뿐 차마 고백하지 못했습니다. 저의 안타까운 사연을 알게 된 친구들의 도움으로 오늘 이렇게 당신에게 꽃을 바칩니다. 제 마음을 담을 이 꽃다발을 받아 주십시오.” 처음에 놀란 여학생은 창피해서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 못하고 있다가 꽃다발을 받으면서 “고맙습니다.” 말했다. 순간 여학생 옆에 있던 학생들이 일어나 파티용 폭죽을 터뜨리고 꽃가루를 날리며 환호했다. 남학생의 친구들이었다. 수업을 듣던 학생들도 환호를 하며 축하를 해주었다. 남학생도 창피해져서 제 자리에 앉아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내 길지 않은 삶을 살진 않았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을 직접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내 인생에 또 하나의 소중한 추억을 남겨주었고, 또 다른 학생들에게도 사랑을 할 때 필요한 용기가 무엇인지를 알려준 것 같습니다. 난 젊은 여러분이 부러운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렇게 큰 배움을 얻었는데 이렇게 행복한 마음으로 어떻게 수업을 할 수 있으며, 여러분은 어떻게 수업을 들을 수 있습니까? 오늘은 휴강합시다. 그리고 사랑의 아름다움을 보여준 두 학생에게 A학점을 줄까 합니다.”
한동안 그 교실에 학교가 떠나갈 듯 큰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이 이야기는 오래 전 어느 캠퍼스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안타깝게도 난 그 자리에 없었다. 홀아비 쉰 내 푹푹 풍겨나는 3학년 교실에서 ‘대입 모의고사’로 국어 문제나 풀고 있었을 것이다. 다음 해 그 대학의 새내기가 되어 학교 앞 2층에 있는 ‘학사주점’에서 1년 전 그 날 수업을 들었던 선배들에게 들은 이야기다. 그래서 그들이 누구였는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 다만 한 명 교수가 누구였는지는 또렷이 기억한다. 그 교수의 이름은 김홍신이었다. 그의 말이 장미꽃 한다발보다 아름답게 느껴졌다.
열 다섯 살이었던가? 내가 김홍신이라는 이름을 알게 된 건 ‘인간시장’이라는 소설을 통해서였다. 부조리로 얼룩진 80년대의 대한민국을 정의라는 이름으로 악으로 깡으로 밀어부친 젊은이 장총찬의 활약을 다룬 소설이 ‘인간시장’이다. 부정부패를 일삼는 정치인, 사이비 교주, 인신매매단, 심지어는 일본으로 건너가 야쿠자를 혼내주는 장총찬의 활약상을 책으로 읽으면서 난 ‘소설’이라는 장르, 특히 책이 얼마나 재미있는 ‘물건’인가를 그 때 알았던 것 같다. 나중에 진유영이라는 장총찬에 딱 어울리는 배우가 주연을 맡아 영화를 찍었고, 그 후에도 몇 번 드라마로 제작된 적이 있는 멋진 소설이다. 선배들이 기억하는 ‘국어시간의 그 사건’이 어느 교수님 시간이었다면 난 아마도 기억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인간시장>의 소설가 김홍신이 내가 다니는 대학의 교수였다는 사실을 ‘묘한 인연’으로 느끼며 놀랐기에 아직 기억하고 있는 게 아닐까. 책 <인생사용설명서>를 만난을 때 그 날을 또 기억한 것처럼.
당신은 누구십니까 왜 사십니까 인생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이 세상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누구와 함께 하겠습니까 지금 괴로운 이유는 무엇입니까 어떻게 마음을 다스리겠습니까
이 책은 소설가 김홍신이 강연, 강의, 대담, 글 등을 통해 나누었던 삶에 대한 이야기들을 엮은 책이다. 크게 일곱 가지의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제시함으로써 나의 인생을 보다 풍요롭게 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를 스스로 생각하도록 꾸미고 있다.
“하물며 가전제품 하나에도 사용설명서가 있는데, 우리 삶에 그 같은 지침을 왜 찾지 않는 걸까요? 단 한 번의 인생을 보다 풍요롭게 살기 위해서는 스스로 인생사용설명서를 갖춰야 합니다. 결코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 당장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들을 손꼽아봅시다.”
건강, 웃음, 사랑, 행복 등 인생에서 중요하지만 쉽게 깨닫지 못하는 것들의 소중함을 알게 한다. 진정 추구해야 할 가치들은 당연하다 여기고 늘 존재할 것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당장은 하나뿐인 내 인생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오늘 이 순간을 사는 것도 복됨을 알게 했다. 인생을 다시 관조하게 되는 질문과 답은 마음의 평화를 주기에, 보다 나은 인생을 위해 기운을 차리기에 큰 위안이 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아름다운 말이라지만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아직은 이렇게 아름다운 말을 할 때가 아니다 싶기 때문이다. 소설가 김홍신을 인생을 논하는 노교수로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모자람이 있기 때문이다. 독자로서 그를 더 괴롭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글은 한참 뒤에나 봤음직한 글이 아닌게 하는게 솔직한 심정이다.
올해로 예순 셋을 맞이한 그가 인생을 논하기가 새삼스럽진 않다. 하지만 항상 젊을 것만 같은 ‘장총찬’같은 그가 인생운운 하는 글을 읽자니 자못 서글퍼졌다. 그의 나이듦이 곧 그렇게 되어버린 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던가. 기세등등한 문체를 자랑하던 그가 겸양어를 쓰는 모습도 그리 어울리지 않았다. 반가운 부분은 3장 ‘인생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였다. 우리 민족의 웅혼한 기상을 알리고, 초강국이 되어버린 중국을 상대로 발해의 후손임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민족적 자존심을 드높여야 한다는 그의 목소리는 대하역사소설 ‘대발해’의 그때를 보는 듯 했다. 무척이나 반가웠다. 소설가 김홍신은 아직 젊다. 그는 이런 수필보다는 소설로 만나고 싶다. 사상 유래없이 8년 연속 의정평가 1등을 한 국회의원으로서 보고 듣고 배운 세상이 얼마나 많겠는가? 모두 고스란히 토해놓길 바랄 뿐이다. 원래 ‘장총찬’의 이름은 ‘권총찬’이었던 것으로 안다. 군부독재시절에 태어난 소설의 운명은 제 이름도 제대로 부르지 못했다. 이제 권총찬이 부활해서 오늘날의 부조리를 파헤쳐주기를 바랄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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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사용설명서... 두번째 이야기를 먼저 읽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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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잘 산다는 것은 참으로 알기 힘든 물음이다. 주어진 그릇이나 무게의 값이 다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어디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천양지차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인생의 값어치를 부의 척도와 혼동하고 사는지 모른다. 급기야는 덜 가진 것 보다 더 가지려하고 좋은 것만 추구하게 되는 물질의 욕망과 정체성을 혼동한다. 혹자는 그럴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금욕적 생활을 영위하는 종교인이나 구도자가 아닐 지라면 그 또한 사회통념상 용인되고 통용될 수 있는 미덕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이다. 물론 인생에 정답이 없으니 그르다 옳다의 견해로 단정 지어 재단할 수는 없겠다. 하지만 우리는 물질이 주는 욕심에 사로잡혀 진정한 행복을 잊고 사는지 모른다. 나만은 깨끗하고 청순하기에 세속적 잣대를 들이대지 마라는 것도 다 이러한 이유에서 파생된다. 일종의 묵시적 거부감이 강하게 생기는 이유도 마지막 남은 알량한 자존심의 표현일까. 이것은 자아 중심적 세계관이 일으킨 편협한 자기착각의 표현이다.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생각과 뭐가 다르겠는가. 나는 평소 김홍신 교수에 대해 호불호를 달리 두지 않고 살았다. 오히려 발해에 대한 솔직하고 담대한 그의 역사론에 한때 감흥 했던 기억만이 오롯이 남는다. 그가 이 책 <인생사용설명서>를 집필한 순수한 의도만을 놓고 볼 때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내용이다. 아직 할 것이 많고 열정이 넘쳐흘러 나에게 인생은 벅차고 숨 가쁘다. 인생을 관조적으로 보기에는 쉼 없이 빠르게 돌아가고 복잡다단한 일생이기에 먼저 경험한 선배로서 터득하고 깨우친 진리를 후학들에게 들려주고자 하는 아름다운 마음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름다운 마음으로 와 닿는다. 어차피 인생을 논하는 책들은 철학적이거나 스스로 구린내를 맡지 않고는 향기로울 수가 없다. 나름의 생각과 가치관으로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하건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후회라는 거추장스런 삶의 조각이 붙들어 매는 것을 볼 때 말이다. 그 속에 담긴 욕심과 자만, 반목, 질시의 껍질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책은 흐려진 눈을 맑게 하고 혼탁한 공기를 정화시켜 가뿐하게 해 주는 고마운 느낌마저 든다. 가르침이 되었든 충언이 되었든 가슴 속 깊이 아로새긴다. 멈춰 서 서 흐트러진 생각의 기운을 차분하게 돌게 하고 마음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기에 적합한 그것이다. 책은 크게 7장으로 나누어 인생을 통찰한다. 오욕칠정의 인간 시계를 중심으로 이야기보따리를 펼쳤다. 살다보면 치이고 넘어지고 다치는 과정을 어떻게 극복하고 받아들일 것인가에 집중하여 현실 그 너머에 담긴 진정한 행복의 세계를 넌지시 일러준다. 아울러 민족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자 하는 저자의 뜻 깊은 속내도 발해에 담긴 웅혼한 역사관에 한가득 심어 놓았다. 구구절절 옳고 그른 말이기에 가볍게 생각의 문을 열수 없겠다. 조용히 사색하고 인식하는 과정에 인생의 참된 의미를 어렴풋하나마 알게 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절로 생긴다. 용이하고 평이한 문체로 기술된 책이기에 부담 없이 다가선다. 저자의 경험을 반추해서 읊조려 거름망에 걸러 만든 이야기이기에 글귀 하나하나에 따사롭고 소중함이 물씬 배어 오른다. 삶이 조금 더 밟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염원을 행복의 문으로 함께 더불어 드려다 볼 기회를 가졌기에 읽는 것만으로 삶의 가치를 공유하게 되는 힘이 느껴진다.
인생을 산다는 것은 관계의 연속이다. 타인과의 교감과 상호관계 속에서 타협하고 이해하며 배려하는 신실한 마음에서 비롯된다. 그렇지만 그게 말처럼 뜻처럼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욕심이라는 뜨거운 돌멩이가 손위에 쥐어진 것처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우매한 행동을 일삼아 불행을 자초하는 현실을 살기 때문이다. 용서가 미덕이라는 고귀한 뜻은 누구나 이해한다. 하지만 이해가 실행으로 옮겨지고 사랑으로 감싸는 조건에는 덕이라는 원대한 의지가 필요하다. 그저 잊는다고 덮어 둔다고 용서가 되는 것이 아닌 사랑으로 포용하는 너그러움이 있어야 한다. 옛말에 복을 받으려면 덕을 베풀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사랑의 온도는 섭씨 100˚C가 넘어 자칫 델 수도 있지만 덕의 온도는 36.5˚C로 사람의 온기가 같다고 생각합니다. 차갑거나 뜨겁지 않아 누구라도 끌어안을 수 있고 누구에게 주어도 불편하지 않은 것입니다.(P.106)
베풀면 돌아온다는 경구는 빈말이 아니다. 소탈하게 자신을 대하고 검소한 생활을 유지한다면 이로써 정신이 윤택해지고 맑아진다는 변하지 않는 진리다. 하지만 인간은 순간의 집착과 번민, 탐욕을 참지 못해서 행과 불행이 나뉘는 것을 알면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 현실인 모양이다. 어차피 인생을 여러 번 나누어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매순간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 해답이다. 이제라도 저자가 일러주는 사용설명서에 따라 밝고 활기차게 인생을 헤쳐 나간다면 역경도 고난도 행복을 위한 디딤돌이 되지 않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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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자기 나름의 인생론을 가지고 있다. 왕년에 이런 책들을 개똥철학이라고 했다. 이제는 인생론도 상품 사용설명서처럼 자본주의적으로 표현되는 형태만 바뀌었을 뿐. 청소년들은 개똥철학을 처음 접하므로 이런 류의 책에서 위안을 받을 수 있다. 20대 후반 정도되는 친구들은 이런 책에 많이 속아봤기 때문에 더 이상 위안받지 않는 듯하다. 별 근거도 없는, 상식 수준의, 하나마나한 좋은 이야기는 정말로 좋은 이야기가 아니다. 김홍신이 썼다는 이유+자극적인 제목과 마케팅으로 팔린 책으로 보인다. 굳이 책으로 낼만한 수준의 글은 아니다. 청소년들이라면 한번 읽고 버려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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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뿐인 인생, 누구나 후회없이 잘 살고 싶어한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을 보면서 느끼고 반성하고 새로운 다짐을 하게 된다.
'인생사용설명서'라는 제목부터가 호기심을 유발한다.
책의 내용이 옳다 그르다 판단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 공감할 만한 내용이 담겨있다. 이렇게 살아라..가 아니라, 우리가 놓치기 쉬운 부분들을 짚어가며 이렇게보다는 저렇게 하면 어떨까요..라고 조언해주는 느낌이다.
읽는 내내 밑줄을 긋고 싶은 부분이 많았다.
* 노력하지 않으면서 바라는 마음.. 뭔가 핑계를 대며 자기 합리화를 시켜버리곤 한다. 요즘 많이 고민했던 부분이다. 읽을 책은 쌓여있는데 시간이 없어서 다 못읽고 리뷰도 못쓰고 있다고 핑계를 대거나.. 아무렇지 않게 나 이거 하고 싶다..고 말해놓고 노력하지 않는 자신을 보면서 부끄럽고 한심하단 생각이 들었다. * 받기를 좋아하고 베풂에는 인색한 경우가 많다. 베풀었으니 당연히 받아야하는 것은 아닌데도..사람 심리가 뭔가 바라게 된다. 조건없이 먼저 베풀 수 있는 삶이 되도록 마음을 써야겠다. * 사소한 관심과 배려가 누군가에겐 희망이 될 수도 있다. * 사람을 한문으로는 인간(人間)이라고 한다. 부자지간, 형제지간, 친구지간,... 사람은 여러 사이(間)에서 살아간다. 사람으로 태어나면 어떤 사이에든 자연히 속하게 되어 있다. 행복은 이러한 사람 사이를 원만하게 순탄하게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 나쁜 사람에게서도 배울 점이 있다고는 생각을 못했는데.. 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달리 보인다. * 용서라는 단어의 의미를 제대로 모르고 써왔다는 생각이 든다. 댓가없는 무조건적인 용서가 진정한 용서이다. * 대나무처럼 살라. 이 한 마디에 책의 모든 내용이 함축된 것으로 느껴졌다. 마디가 있는 삶은 인간을 더욱 단단하고 강하게 해주는 밑거름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이겨낼 수 있을 것만 같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3장 인생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편에서..저자의 의도는 알겠으나, 역사적인 내용에 너무 치우쳐 역사서를 읽는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와 관련한 책을 쓰셨고 관심이 많으셔서 더욱 강조하고 싶으셨던 것 같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으면 행복해진다는 말이 당연한 것임을 알면서도 실천하기는 어렵다. 인생사용설명서의 조언을 조금이나마 되새기며 살아간다면 좀더 나은 참 인생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 내가 나이들어감을 느낄 때가 있다. 한 자라도 놓칠세라 그렇게 열심히 꼼꼼하게 읽던 사용설명서가 귀찮아서 읽기 싫어질 때가 그런 때이다. 사용설명서란 해당제품을 어떻게 사용하라고 소비자에게 알려주는 기본책자이다.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안내해 주기도 하고 잘못 사용할 경우 일어나게 될 문제점에 대해 경고나 주의를 주기도 한다. 만약 단 한 번뿐인 나의 인생을 제대로 살 수 있도록 일러주는 사용 설명서가 있다면 아무리 귀찮고 머리 아프다 해도 열심히 읽게되지 않을까. 이게 왠 떡인가 하면서 말이다. 바로 그런 책을 만났다.
열등감이란 자신이 가장 원하는 것들 때문에 스스로 고통을 짊어지고 괴로워하는 갈등입니다. (17쪽) 책 제목도 나를 행복하고 솔깃하게 만들었지만 김홍신이란 작가 때문에 이 책을 망설임없이 읽게 되었던 것 같다. 아주 오래 전 모 인기프로그램의 몰래카메라에서 그가 보여준 모습이 참 인간적이고 순수하다, 라고 느낀 적이 있었다.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며 그때와 동일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의 밀리언셀러 소설가로, 헌정 사상 유례가 없는 8년 연속 의정평가 1등 국회의원(제15, 16대)으로 소신과 열정의 삶을 살아왔다고 한다. 그런 그의 올곧은 삶과 인간의 향기가 책 곳곳에서 잔잔하게 묻어나고 있었다. 소유하려는 욕구보다 자존심이 강한 사람은 남보다 많이 갖지 않아도 비교하지 않습니다. 온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자신이 더없이 존귀하기에 스스로 행복하다고 여기는 것이지요. 그래서 소박하게 살면서도 만족하고 행복해합니다. (23쪽) 그가 발표한 작품중 2007년작 『김홍신의 대발해』의 내용이 책의 일부분에 소개되고 있는데 인상깊었다. 중국의 중화사상, 화이사관에 입각해 중국이 우리 역사를 왜곡한 몇 가지 사례를 들고 있다. 더불어 과거 발해라는 나라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설명하면서 우리 민족의 웅혼한 기백, 우리 민족의 자존심을 찾으려한 그의 노력과 수고가 느껴졌다. 순간 가슴이 뜨거워졌다. 어느 기업 광고에 인생을 80년 산다면 26년 잠자고 21년 일하고 9년 먹고 마시지만, 웃는 시간은 겨우 20일뿐이라고 했습니다. 다른 조사에 따르면 화내는 데 5년, 기다리는 데 3년을 소비한다고 합니다. (생략) 화내는 시간을 반쯤 뚝 잘라 웃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루 15초만 웃어도 수명을 이틀이나 연장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것도 건강하게 말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수명 연장이 아니라 팔십 평생을 재미있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46쪽) 책 첫 페이지에 '날마다 하늘만큼 환히 웃으소서'라는 그의 바람처럼 인생을 즐겁게 사는 비결은 웃음인 것 같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으면 행복해진다는 불변의 진리를 우리는 너무 쉽게 간과하고 있지 않은가. 인생사용 설명서의 지침처럼 마음을 조금만 더 비운다면, 마음을 조금만 더 활짝 연다면 우리의 인생은 날마다 즐겁지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세상이 복잡한 게 아니라 머릿속이 복잡하다는 걸 깨닫게 되는 그때, 우리는 인생의 참 맛을 깨닫게 될 것이다. 자존심은 스스로 존엄하다는 걸 인정하고, 자신이 존귀하듯 나 아닌 다른 모든 것도 소중하게 여기는 것입니다. 자신만을 소중하다고 여기는 것은 자만심입니다. (61~62쪽) 나는 살면서 내 자신에게 얼마나 많은 질문을 던지며 사나. 뭐가 그리 바쁜지 거의 그러지 못하고 사는 것 같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왜 사십니까, 인생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이 세상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누구와 함께하겠습니까, 지금 괴로운 이유는 무엇입니까, 어떻게 마음을 다스리겠습니까. 그는 우리에게 묻고 또 묻는다. 선문답같은 그 질문 속에 해답은 이미 있다. 가전제품의 경우에도 한 콘센트에 여러 개의 코드를 꽂을 경우 과열로 화재의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물 묻은 손으로 코드를 잡으면 감전의 위험이 있다는 것을, 제품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거나 정상적으로 작동이 되지 않을 경우 A/S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듯이 말이다. "머리와 입으로 하는 사랑에는 향기가 없다. 진정한 사랑은 이해, 포용, 자기 낮춤이 선행된다.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 데 70년이 걸렸다." 추기경의 이 말씀이 아직도 제 가슴에 불덩어리처럼 남아 있습니다. (108~109쪽) 사람이라면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시한부의 삶, 그 삶이 언제 끝날지 며느리도 모르는 상황에서 길고 짧음만 다를 뿐 남은 인생은 한정되어 있다. 인생의 중요성을 깨닫고 행복의 기준을 재정립하고 행복에 이르는 일곱가지 방법을 잘 숙지한다면 인생이 그리 쓴 맛만 있지는 않음을 알게 될 것이다. 행복하게 사는 일곱 가지 방법은 웃으며 즐겁게 살자, 소박하게 살자, 나누며 살자, 감사할 줄 알자, 희망을 갖자, 재미있게 일하고 세상에 보탬이 되자, 보람 있게 살자이다. 이미 우리가 익히 들어본 말들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실천이 힘든 부분이기도 하다. 책을 통해 자주 마음을 비우는 연습을 하고 소박하게 산다면 최소한 내 인생이 과욕으로 고장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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