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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생각'을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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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인권 운동가, 서준식의 '생각'을 오랜만에 집어들었다. 400페이지가 넘는 두께와 그 묵직함만큼 진중한 저자와 내용, 이 정도의 책은 결코 만나기 쉽지 않다는 생각을 서문을 다시 읽으면서 절실하게 느꼈다. 24살부터 41살까지 17년을 서준식은 감옥에서 보냈다. 말도 안되는 조작된 간첩단 사건의 수괴로서, 그리고 7년의 형을 마친 뒤에는 다시 '재범' 우려가 있다
"오랜만에 '생각'을 생각하다" 내용보기
우리 시대의 인권 운동가, 서준식의 '생각'을 오랜만에 집어들었다. 400페이지가 넘는 두께와 그 묵직함만큼 진중한 저자와 내용, 이 정도의 책은 결코 만나기 쉽지 않다는 생각을 서문을 다시 읽으면서 절실하게 느꼈다. 24살부터 41살까지 17년을 서준식은 감옥에서 보냈다. 말도 안되는 조작된 간첩단 사건의 수괴로서, 그리고 7년의 형을 마친 뒤에는 다시 '재범'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형식상의 재판도 없이 다시 10년을...(그 악명높던 보호관찰법, 그리고 그 적자인 사회안전법, 서자격인 사회보호법까지 죄형 법정주의에 위배되는 '법 위의 법'들은 올초까지 이어졌다. 보호관찰법을 대신했던 사회안전법이 89년, 그리고 사회보호법은 이달 들어서야 효력을 상실했다.) 감옥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 밖에 없었던 서준식은 출감 뒤 공부를 하고 소설도 쓰고 싶었지만, 장기수 문제,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등등 그의 발목을 붙잡은 건 많고도 많았다. 서준식은 민가협, 강기훈 공대위 일을 하다, 한국의 대표적인 인권단체 '인권운동사랑방'을 만들었고 지난 97년, 제 2회 인권영화제에서 4.3항쟁을 담담하게 인터뷰 위주로 다룬 영화 '레드헌트'를 영화제에서 상영했다는 이유로 구속되기도 했다. 글로는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 '근육'으로, '활동'으로 세상을 묵묵히, 때로는 바둥바둥거리며 바꾸려하는, 활동가들에게 서준식은 무엇보다 높은 도덕적 우위를 둔다. 타협은 없다, 라고 써놓고 다니는 듯한 얼굴에서, 그 신념을 나타내는 그의 글과 활동과 발언에서, 신념을 가진 사람의 위대함이 드러난다. 서준식이 맞서 싸우던 것들은 많이 희미해진 듯하다. 아예 '인권'을 국가기관에서 소중히 다루겠다는 듯, 국가인권위원회가 시청 옆에 우뚝 서 있고, 심심치 않게 기삿거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과연 "교육 공무원 유학 휴직 신청 때 제출하는 어학시험 성적이 토플만으로 제한되는 것은 평등권 침해"라고 시정 권고하는 인권위가 80년대, 90년대 지난한 세월을 견디며 싸워온 인권단체 역할의 일부라도 대신할 수 있는 지는 의문이다. 인권운동은 빛이 나지도 않고, 가시적인 성과도 당장은 없고, 그러면서도 품은 지독히도 많이 드는 일이다.(이라고 한다.) (이것 저것 참견 안하는 게 없는, '참견연대'(역사가 고작 10년인데, 지금의 위상을 보라)와 93년 만들어진 인권운동사랑방...) (조금 아이러니한 것은, 2002년 1월, 민언련 언론학교 강좌를 들을 때, 언론운동에 대해서 최민희 사무총장이 그렇게 말했던 것 같은데, 그해말 대선 국면을 거치면서 '민언련'의 언론운동은 너무 '커버렸다'.) 서준식은 2001년 인권운동사랑방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인권운동연구소장으로 2003년까지 활동하다, 지금은 칩거 중이라고 한다. 우리 시대의 지성이라면, 리영희 선생, 지금은 작고한 송건호 선생, 최근 뵌 일이 있는데, 백낙청 선생, 또 누가 있을까... 이 분들 외에도 나는, '서준식'이라는 빛나는, 행동하는 지성이 있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기억이 가치있는 시대는 더 이상 아닌 듯. ... 서준식의 '생각'은 다시 읽어도 가슴에 묵직하게 내려앉을 정도로, 시대의 아픔을 온몸으로 받아안은 한 사람의 생이 절절하게 느껴진다. 결코 쉽게 쓸 수 없는 글들이다. 강위력하게 매듭지어진 삶과 글. '쉽게 쓰여진 시'에 부끄러워하는 윤동주처럼, 우리는, 아니 나는 너무 글을 쉽게 쓰고, 그만큼 허투루 산다. 아, 씨바 졸라 부끄럽다. 부끄부끄.
p******9 2005.09.12. 신고 공감 2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