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가 날아든다>를 받아든 순간 어떤 책일지 짐작이 잘 가지 않았다. 얼핏 보아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단편집 같기는 한데, 중간에 운문도 꽤 들어 있다는 점이 새롭게 느껴졌을 뿐 여전히 책 내용을 짐작할 수 없었다. 표지 글을 읽어 보아도 짐작이 안 가기는 마찬가지였는데, 앞에 실린 두 편을 읽고는 참 매력 있는 소설집이라는 생각을 했다. 분단의 아픔이라면 아이들에게는 너무나 낯선 주제일 텐데, 그 문제를 차분하면서도 감동적으로 잘 그려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외의 다른 작품들에서도 작지만 소중한 이야기들, 이제 조금은 낯선 이야기가 되었던 부모님 시절의 안타까운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기대 이상의 뜻밖의 수확이랄까!
이 책은 모두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는 ‘구리 반지’, ‘삼거리 국밥집’, ‘뿔테와 금테’, ‘소통’이, 2부에는 ‘다배 이야기’와 ‘새가 날아든다’가 그리고 3부에는 ‘낮달’이 실려 있다. 1부에서 먼저 눈길이 간 것은 ‘구리 반지’와 ‘삼거리 국밥집’이다. 두 작품 모두 이산의 아픔을 지닌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주인공으로 사랑하는 가족을 북에 두고 다시 만날 수 없는 그들은 아이들을 또는 개들을 마치 자식처럼 돌본다. 그런데 ‘구리 반지’의 서술자인 나의 아버지는 다리가 불편하고, ‘삼거리 국밥집’의 수양 딸 춘자씨는 몸이 외로 돌아간 불구자이다. 몸이 아픈 어린 아들과 딸을 각각 고향에 두고 온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그들은 남이 아닌 친아들이고 친딸이 된다. 그런 할아버지와 할머니 마음속에는 새로 얻은 자식들이 잘 자라주었듯이 그 곳 가족들도 다 잘들 있을 것이라는 믿음과 희망이 자리하고 있다. “얘야, 내가 널 거두니 거기서도 마찬가지로 고향에 두고 온 내 딸 그 누군가 거두겠거니, 내 마음 비워선가, 나이가 들어선가 내 맘이 편안쿠나!” (삼거리 국밥집, 26쪽) 2부인 ‘다배 이야기’에서는 늙어 병을 앓는 할아버지 이야기와 앞을 못 보고 사고만 치다 집을 나간 늙은 개 다배 이야기가 겹쳐진다. 다배를 잊지 못하는 가배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주인에게 버려진 강아지를 찾아주기 위해 전단지를 만들어 붙인다. ‘새가 날아든다’에는 빨랫줄에 널어놓은 조끼 주머니에 딱새가 알을 낳자 노심초사 보호해 주는 이야기가 실려 있다. 그리고 3부인 ‘낮달’은 6․25를 전후한 무렵, 아마도 작가의 어린 시절 체험이 반영된 듯 보이는 성장 소설이다. 나보다 두세 살 많은 순덕이의 안타까운 죽음을 통해 작가의 가슴 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슬픔의 원형인 전쟁과 분단의 비극을 느낄 수 있었다. <새가 날아든다>는 동화책으로는 드물게 노인이 주인공이거나 노인이 사건 전개에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 작품이 대부분이다. 또한 많은 작품들이 전쟁과 분단으로 인한 아픔을 다루고 있거나, 제사를 비롯해 사라져 가는 이전 시대의 풍속을 되살려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마도 1941년생인 작가는 6․25와 분단의 비극적 체험을 전할 수 있는 마지막 세대이리라. 작가와 작품 속 노인들이 세상을 떠나면 더 이상 분단의 아픔을 기억하는 세대는 사라지고 없을 것이고, 그들이 추억하고 있는 이웃끼리 그리고 자연을 배려하던 따뜻한 기억들마저 사라지는 것은 아닐지 걱정스럽다. 조끼 주머니에 집을 지은 새들 때문에 제삿날에도 빨랫줄을 걷지 못하는 할아버지의 너그러운 마음이 그리운 저녁이다. |
|
<새가 날아든다>는 이산가족, 전쟁의 비극으로 맺어진 사람들간의 정을 다양한 소재로 표현하고 있다. 제목에서 느끼는 바는 고향이다. 모든이에게 고향의 정을 느끼게 한다. 특히 분단으로 고향에 가지 못하는 이산가족들은 더욱 애닮은 마음을 느낄 것이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전쟁 이야기와 일제 치하의 고달픈 삶에 대해 수없이 듣고 자랐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6.25전쟁이 어느 나라에서 일어난 일이었는지 모르는 아이들이 상당수 있다. 지난 6월에 전쟁 관련 도서를 읽고 전쟁에 관해 수업한 적이 있었는데 의외로 아이들이 6,25전쟁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
이 책에는 7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내 개인적으로 <삼거리 국밥집>이 마음에 와 닿았다. 아마 내가 엄마가 되고 나서 자식에 대한 사랑과 애틋함이 피부로 느껴졌기 때문이리라 ...북에 두고 온 성치 못한 자식이 그리워 병신 딸 춘자씨를 거두고 갖가지 병든 개들을 거두며 살아가는 주인 할머니 양순씨의 마음이 짧은 글을 통해서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전쟁의 상처로 가족과 헤어져 아픈 마음을 달래며 이제나 저제나 통일 될 날만을 기다리며 사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계신다. 더 늦기 전에 이분들에게 고향과 가족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돌아왔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 가족 이야기는 아니지만 책 속 주인공들의 마음속에 공감하며 그 분들의 아픔에 잠시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전쟁의 아픔과 그 이후에 평생을 고향과 가족의 그리움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아이들도 이 책을 읽어 보았으면 한다. 그래서 작가의 말처럼 고향의 향수를 넘어 인간의 본향의 의미를 깨닫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
|
[새가 날아든다]는 초등6학년인 딸이 먼저 읽었는데, 감상을 물어보니 '책이 참 공손하다'는 표현을 쓴다. 잠시 당황한 나,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물었더니 읽어보면 엄마도 알 것이라고 한다.
음.. 맞다. 공손하다. 조곤조곤 부드러운 글맵시가 읽는 이의 마음을 더없이 편안하게 해준다. 7편의 단편 중 많은 수가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하거나 관련을 갖는 이야기라서 지금의 초등생은 공감대 형성이 덜 할 수도 있는데, 또 전쟁의 상처로 슬프거나 울컥할 수 있는 이야기인데, [새가 날아든다]는 뭐랄까.. 강한 충격 요법이 아닌 조심스러운 다가섬의 미덕을 가졌다는 표현이 어떠할까.
내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세 단편. 줄글이 아닌 시와 같은 모양새를 가진 <삼거리 국밥집>은 한국전쟁으로 뜻하지 않게 헤어진 딸을 잊지 못해 절절한 가슴앓이를 하는 국밥집 할머니가 선명하게 그려지며 양녀와 애틋한 정을 나누는 모습이 마음 짠했고,, 지하철 안 할머니와 모자간의 미묘함을 잘 잡아낸 <소통>에서 행색이 초라한 할머니가 선선히 내준 한과를 받아들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아이와 그의 엄마를 바라보며 언젠가 나도 그 비슷한 경험을 했거나 목격했던 것처럼 낯이 뜨겁기도 하고 지하철 안 승객들처럼 무언의 마음졸임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표제작인 <새가 날아든다>야말로 정말 마음 넉넉하고 기분 좋게 읽은 작품이었는데, 할머니의 조금 주책스러운 손주사랑과, 감자밭의 새 알이 궁금해 연신 전화를 해대다가 알을 가져간 후로는 영 소식이 없던 손자의 불효와, 언제 그랬냐는 듯 제삿날 온가족 모여 딱새 알이 든 둥지를 두고 실랭이 하는 모습까지, 그야말로 푸근한 고향의 모습이고 가족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자극적이고 현란한 이 세상 속에서 아주 맑고 청량한 여백을 맛보기에 참 좋은 책, [새가 날아든다]는 공손하다. |
|
최후의 분단국가...그리고 전쟁의 아픔을 가슴속에 담고있는 나라...그 나라에 살고있지만 전쟁을 경험해 보지 못한 우리 세대의 사람들은 전쟁후의 사람들의 애환이나 그와 관련된 아픔들이 생소할정도로 잘 모르는 경우가 많죠..저도 역시 마찬가지랍니다.. 어쩌면 어두울수있는 이런 주제들을 과거를 경험하지 못한 우리아이들이나 어른들에게 꼭한번 그 느낌들을 생생히 느껴볼 필요가 있는 주제인것 같네요...새가 날아든다는 강정규작가의 7가지 단편들을 모아 만든 책이랍니다 3부로 이루어진 이야기들은 일상의 소통에 관한 이야기도 있지만 대부분 전쟁후에 그 전쟁의 아픔을 가지고 살고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부분을 차지 하고 있답니다.. 1부 구리반지와 삼거리 국밥집은 북에 고향을 두고 가족들을 두고온 사람들에 대한 아픔을 예기하고 있네요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슬픔..평생을 혼자 가족을 그리면서 사는 삶에대한 애환, 그슬픔을 책을 통해 생생이 전해오면서 그리움으로 다른사랑을 펼치는 모습이 참 좋았던 부분이에요..2부는 일상에서 주는 이야기 다배이야기, 새가 날아든다는 미물로 여겨지는 동물에 대한 소중한 마음을 담은 이야기들로 구성되어있는데 잔잔한 감동을 느낄수있었어요...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았던 3부의 이야기는 일상속에서 지나쳐간 전쟁의 아픔을 주변사람들의 이야기로 풀어나가면서 전쟁으로 인해 주위사람들의 죽음과 주변모습을 통해 보면서 전쟁의 아픔과 남은 사람 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져오는 부분이였어요... 이이야기를 통해 전쟁에대한 여러 생각을 해볼수있었어요..꼭 일어나지 말아야할일이지만 우리역사와 함께햇던 전쟁에 대한 아픔을 작가와 함께 나눈 계기가되었네요.. |
|
난 개인적인 취향으로 단편집을 그리 좋아하지않는다. 깊이있는 사고와 사색을 많이해야하는 단편집의 특성이 나로 하여금 참 어려운 책이란 사고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반 일반 동화려니 생각했다 1편 2편을 읽어가면서는 아 단편집이었구나 약간 실망을 했었다. 그러다 3-4편을 읽어가고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는 아 뜻밖의 보물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전쟁이라는 큰 주제속에 작가의 실제 경험이 아니었을까 싶어지는 이야기가 연속적으로 펼쳐지고있음에 한 주제를 다양한 이야기속에서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볼수 있어 참 좋았다. 같은 주제이기에 전혀 다른 이야기였지만 글의 통일성도 있는 동시에 이야기 하나하나의 의미도 깊어 심도깊은 주제 관찰을 할수 있었던듯하다.
전쟁의 소용돌이속에서 살아남았다 안심하던것도 잠시 50여년이 훌쩍 지나간 지금까지도 우린 그 상처에 아파하고있다. 남북으로 갈라진 두 나라는 핵개발을 둘러싼 대립속에 갈수록 하나가 될 희망은 없어보이고 서로의 골이 깊어만 가는것이다. 그래서인가 구리반지와 삼거리 국밥집의 두 주인공 이야기는 참으로 애틋할수밖에 없었다.하지만 그 와중에 저 두 주인공이 사라진 몇년후 우리는 그 애틋한 마음까지도 잃어버린채 통일을, 남과 북이 하나라는 사실자체도 망각하게되지않을까 걱정하게된다.
그래서 한강에서 왔든 임진강에서 흘러왔든 한탄강에서 왔듯 출처 상관없이 지금 함께 있는것 자체를 인정해주는것 지금과 같지 않앗던 옛날을 기억하며 그렇게 살고싶은 염소우선생님의 소망은 너무 안타깝기도 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50여년전 전쟁의 상처가 지금까지도 여전하듯 전쟁이라고 하는것은 남녀노소 어느 지역이든 불문하고 모두에게 깊은 아픔을 주고있었음을 알게되는 순덕이와 고모의 죽음으로 전쟁의 고통을 실감하고있던 한소년의 살아있는 이야기는 바로 우리 부모님들의 삶인듯 느껴져왔다.
전쟁이 무엇이다 국군이 어찌했고 인민군이 어찌했는지 구체적 언급이 전혀없이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 평범한 시간속에서 겪어야했던 전쟁의 시간을 애기하고 다 끝났다 안도하며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이야기들로 전해주는 담백한 이야기였기에 아이들은 그 이야기에서 자신들의 생각을 정리하며 사고할수 있을듯하다. 내가 그러했던것처럼....
누구에게는 고리타분한 이야기가 될수도 있는것이 또 다른 누구에게는 평생의 한이 되어 풀어내야할 응어리가 되고있는것일수도 있다. 그러기에 그 모든 시선을 생각한듯한 작가의 배려가 깃든 7편의 이야기는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아주 잘 대변하고 있었다. |
|
풀 냄새를 맡고 오르막을 지나 산중턱에 이르다 보면 풀 섶에 앉았다 인기척에 놀라 푸득거리며 날아오르는 새를 볼 때가 많다. 창공을 향해 비상하는 새를 보면서 때로는 일상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몸으로 훌훌 다니고 싶은 충동에 휩싸일 때가 있다. 현실의 제약이 감내하기 힘든 걸림돌로 다가올 때 그런 욕구는 더욱 커진다. 그리하여 일상을 벗어나고 싶을 때 가끔은 낯선 공간 속으로 들어가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해 올 때가 있다. 하지만 일상 을 벗어나 동경하는 곳으로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이들을 만나는 일은 흔하다. 참혹한 전쟁의 직접적 피해자들은 불가항력적인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려 가슴 속 지울 수 없는 멍울을 달고 속죄양 의식을 치르면서 살아가고 있는 지도 모를 일이다.
북이 고향인 이들의 아픔이 곳곳에 배어 전후세대이지만 간접적으로나마 그 아픔을 들어 관념적인 내용을 잔잔한 수면처럼 풀어낸 서술 기법이 무엇보다 눈에 띈다. 의 학비를 대며 홀로 지내는 모습을 그린 대목은 측은지심을 그대로 실천하는 전형 으로 감동을 전한다. 가슴 속 시린 아픔을 간직한 채 지내던 국밥집 아주머니는 수양딸로 삼은 춘자 씨를 북에 두고 온 딸로 여기며 그녀를 부양하며 상생하는 모습은 작은 희망을 발견하게 만든다. 고향에 두고 온 딸을 누군가가 거둬 줄 것이라 믿으며 그 바람 이 실현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갈 곳 없는 불구의 몸 춘자씨와 함께 하게 되었는지 도 모르겠다. 지피는 동화로 세상이 더욱 살맛나는 세상으로 화하는 이야기 속으로 독자들을 이끌 듯하다. 이 역시 귀여운 아이에게 한과를 건네는 할머니 눈치를 보다가 그것 을 한 입 베어 물며 소통의 물꼬를 트는 것처럼 ........... 나는 얼마 전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는 늙은 개 다배를 닮은 유기 견을 발견하고는 한 바람이 모아져서일까? 다배가 집 앞에 서성거리고 있던 다배를 안아 올려서는 집으로 들어와 개 주인이 연락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개를 찾는 전단지를 준비 하는 모습은 다배를 잊지 못하는 아이의 사랑이 진하게 배어난다. 여름 할아버지 집에 놀러와 하지 감자를 캐다가 발견한 꿩알에 관심을 기울이는 아 이의 시선과 그 손자의 마음을 잘 읽어주는 할아버지의 소통이 돋보인다. 손자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밭 언저리를 지켜보지만 끝내 꿩알이 어미가 부화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부화기를 이용할 것이라는 말에 묵묵부답인 할아버지였다. 외손자를 받으러 간 할머니를 대신해 집안일을 돌보며 그 빈자리를 따스한 시선으로 채워가 는 할아버지의 일상이 아름답게 다가온다. 홀로 남은 할아버지는 빨랫줄에 걸린 조끼에 딱새 한 쌍이 조끼 주머니에 알을 낳 고 곧 새 생명 출현의 기쁨을 맛본다. 때마침 제삿날에 돌아온 할머니, 손자들에게 딱새 새끼를 보여주면서 할아버지는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 자연의 질서를 깨치게 하였다. 3부에 실린 낮달에서는 순덕이네가 이사를 옴으로써 어둔 내면을 환하게 비춰줘 바깥 세상으로 이끌어 병약한 나를 곧추 세우는데 힘을 보탰다. 가지고 있는 책이 속담집밖에 없지만 순옥이는 경험 속에 삶의 지혜를 터득하며 생활 속에 그 힘을 발현할 때가 많았다. 전쟁 상황은 자신의 의지나 선택과는 달리 한 집안의 평온함 을 파괴하고 회복하기 힘든 나락을 치닫게 할 때가 많다. 어느 날 갑자기 맞닥뜨리 게 된 고모와 순덕의 죽음은 처연한 아픔을 수반하는 통증을 일으켰다. 지금도 지구촌 곳곳에 전쟁과 분규는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핵과 신식무기를 앞세운 물리적인 힘의 횡포 뿐 아니라 약소국을 자국의 이익을 채우는 현장으로 여기며 침탈을 일삼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전쟁은 타의이든 자의이든 이기적인 욕망 실현의 일환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인간의 존엄성을 새롭게 인식하고 모든 인간은 소중하다는 인식 아래 온 인류가 공존하며 상생하는 삶의 현장을 기대해 본다. 못하는 일이 생기지 않기를 희망한다. |
|
전작인 <다섯 시 반에 멈춘 시계>를 읽은 기억이 있던 터라 반가웠던 작품이었다. 항상 고향을 테마로 해서 쓰실 수 밖에 없다는 작가의 말씀처럼 이 책에는 고향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여러 편 묶여져 있다.
<구리 반지> <삼거리 국밥집> <새가 날아든다> <낮달> 등에서 볼 수 있는 애잔한 정은 우리네 교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러한 정감이다.
이북이 고향인 정암 선생의 이야기를 다룬 구리 반지에서는 정암 할아버지가 북에 두고 온 가족을 그리워하며 끝내 혼자 사시다 돌아가신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분은 혼자 사시며 많은 후학들을 길러내셨다. 마치 자식처럼 말이다. 그렇게 평생을 사시면서 장학회의 도움으로 미국에서 박사 학위까지 받은 한 사람이 북에 두고 오신 가족들 생사를 알아보겠다고 하자 한참을 뜸들이시다가 "소식 몰라 애태우는 사람이 이 강산 어디 나뿐이겠냐면서 자네들 이렇게 다 잘 됐으니 그 곳 가족들도 다 잘 있을 것이라며 끝내 다른 말씀하지 않으셨던 분이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장기려 박사님의 일생이 떠올랐다. 그분 또한 평생 북에 두고 온 가족을 그리시면서 가족을 위해 이 땅에서 많은 환자들을 가족처럼 돌보며 헌신하셨던 분이셨기에 말이다.
이런 슬픈 사연은 <삼거리 국밥집>에서도 등장한다. 딸의 장애를 고치기 위해 서울로 온 엄마는 약값을 벌기 위해 일하면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날도 차일피일 미루게 된다. 그런 와중에 38선이 그어지면서 양순 할머니는 고향엘 돌아가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한평생 장애를 가진 딸을 못내 그리워하고, 마음에 두면서 살아가다가 조금씩 몸이 돌아간 춘자씨를 양딸로 삼아 그를 지극정성으로 돌보며 살아간다. 역시 가족을 두고 온 이의 슬픔과 인생이 가슴이 먹먹하게 펼쳐진다.
<새가 날아든다>에서는 새의 둥지가 된 조끼를 보면서 생명을 귀히 여기고 품어주시는 할아버지와 가족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사람을 향한 그리움과 사랑, 돌봄과 배려, 그리고 그것이 사람이 아닌 자연에까지 번져가는 것이 바로 이 소설에서 보여지는 따스함이고 넉넉함이다.
|
|
이 책을 작가의 말부터 먼저 읽게 되었다. 예전에 개인적인 일로 한 번 뵌 일이 있기에 그분의 조용한 모습을 떠올리며 어떤 마음으로 이 책을 쓰시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다. 전쟁 때 가족과 헤어진 할아버지가 불편한 다리를 가지고 평생 혼자 살아가며 가족을 그리워하는 [구리반지], 내용 전체가 마치 자신의 힘든 생활을 타령으로 불러 그 사람의 삶을 알게 하는 [삼거리 국밥집], 마치 동물들과 이야기를 나누듯 아니 정말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한 [뿔테와 금테], 동네에 순덕이네가 이사를 오면서 이 아이는 그 아이와 친구가 되고 서로에게 작은 도움을 주게 된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고모와 순덕의 죽음을 알게 되면서 전쟁이라는 현실을 느끼게 되는「낮달」이야기도 특별나게 읽혀진다. 책을 다 읽어도 내내 기억에 남는 장면은 역시 표지 그림이다. 빨랫줄에 널어놓은 조끼의 주머니에 새가 날아와 집을 짓고 알을 낳는 것은 드문 일이다. 하지만 이 드문 일에 의미를 두자면 자연과 사람이 이렇게 마음을 나누듯 모든 사람들도 함께 마음을 나누자는 의미가 아닐 지 생각을 더해본다. |
|
옛날 반지하 집에서 살 적에, 집 마당 안쪽에 짐들을 잔뜩 쌓아놓은 곳이 있었다. 어느 날부터 두 마리의 고양이들이 그 곳을 배회하더니, 끝내 어머니가 짐들 속에서 새끼 고양이 두 마리를 발견하셨다. 한 마리는 눈 한쪽을 감고 있고 비실비실해 보이는 병든 쪽이었으나, 다른 검은 새끼 고양이는 매우 쌩쌩해 보였다. 하지만 어미 고양이가 아기고양이에게 사냥법을 가르친답시고 죽은 쥐를 그대로 그 곳에 버려 놓아, 쥐가 썩어서 냄새가 진동해 아버지는 어쩔 수 없이 이 고양이들을 쫓아내었고, 그 과정에서 새끼와 어미가 길을 잃어 해어졌던지 오랫동안 슬피 울었던 기억이 난다. 짐승들은 영물이다. 사람과 같이 감정을 가지고 있는 동시에, 더 뛰어나다. 그렇다면 새는 어떨까? 가끔씩 시골에 가면 간간이 세워져 있는 전봇대를 올려다 보았을 때 나뭇가지로 지어진 버려진 까치집을 자주 본 적이 있다. 가끔씩 이 까치집에 까치가 날아들기도 한다. 이 새들이 얼마나 신기한지, 이 새알을 잠시라도 인간의 손이 닿거나 그 위치가 바뀌어 있다면 어미새는 금방 알아차리고 더이상 그 알을 품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도 모성애는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이렇게 다양하게 동물들과 교감을 느꼈던 어린 시절을 보낸 나는 현재 동물이라곤 한 마리도 접촉할 수가 없다. 우리집에 개라도 있으면 모르지만, 인간과 친하다는 개나 고양이조차도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니 어쩌겠는가? 어쩌다 가끔 발견되는 벌레들을 보면 그 움직임이 신기해서 한참동안 바라보고 있기도 한다. 가끔씩은 어릴 때로 돌아가 나만의 고향속에서 동물들과 함께 지내고 싶기도 한다. 작가 또한 고향에서 지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나보다. 그래서 그 마음을 그대로 표현한 단편집이 바로 이 책이라고 한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는 삼거리 국밥집이었다. 본디 사람중에서도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이 많다. 이야기의 주인공 양순 씨는 이북에 갓난아이 때 열병을 앓아서 병신(책속에서 나온 글을 그대로 인용;;;)이 된 딸을 둔 국밥집 아주머니다. 그래서 의원을 찾아 월남하였다가 휴전선이 만들어졌고, 그래서 국밥집의 식모살이를 하다가 어느새 국밥집 사장이 되었다. 뭘 하다가도 이북에 남겨놓고 온 딸이 생각나 바람이 그녀를 데려다 주지 않을까, 바람이 그녀의 이야기를 전해주진 않을까 귀기울이며 지냈다. 어느날, 꼭 자기 딸처럼 장애를 앓고있는 춘자라는 한 여자아이를 만나고, 몇 번 국밥을 먹여주었다가 스스로 식탁을 닦고 일을 하는 모습을 보며 네가 내 딸이로구나! 하며 양딸로 삼는다. 하지만 문체가 일반적이지 않고, 내용도 좀 쉽지 않고 이해하기도 어려웠던지라 3번이나 읽어야 했던 난해한 부분이었다. 책 전체 내용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아서 몇번이고 읽고 시간이 좀 오래 걸렸지만, 작가의 말을 읽고서 모든 게 이해가 되었다. 이 이야기는 연관성을 가지는 게 아니라, 작가의 고향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쩐지 이야기마다 사투리가 많이 사용되고, 한 고향에 사는 사람들 이야기처럼 느껴졌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남북이 나뉜지 오랜시간이 지났고, 그래서 마음 아프게 생각한 여러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작가에게도 작가의 고향이 있듯이 이제 14세인 내가 태어나서 유년기를 보낸 남해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하며 그리운 "고향"이란 단어가 크게 다가섰던 책이었다. 그 곳은 내 마음의 고향이며 그 고향 이야기를 유려한 글로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책속 장면 하나하나에서 내 어린 시절을 기억해 내고는 했기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