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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책과 친해지고 싶었다. 그간 읽은 백 권 중 과학책은 다섯 권쯤? 편독 방지를 위해 과학책을 추천받기로 했다. 이왕이면 믿을만한 분께. <판타스틱 과학책장>은 과학 고수들의 과학책 서평 모음이다. 이정모, 이명현 님은 매체에서 자주 뵙던 분이고 이한음님은 과학 전문 번역가, 조진호님은 만화 <어메이징 그래비티> 작가이시다.
시작은 다윈의 <종의 기원>이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이정모 관장님은 “이 세상에서 가장 재미없는 과학책” 이지만 150여년 전부터 지금까지 사람들이 이 책을 읽는 데는 이유가 있다면서 내용을 초간단하게 요약한다. 그리고 안 읽어도 된다고 덧붙인다. 화학 원소 종결자라는 <사라진 스푼>은 “원소를 빙자하여 생물학에서 천문학에 이르기까지 자연과학 전반을 소개”하는 책이라니 궁금하다.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생각을 명료하게 알고 싶다면 <제3의 침팬지>를 읽으라 권한다. 도서관에서 책을 찾아보니 매우 두꺼웠다. 실은 이 책에 소개되는 책들이 대개 그렇다. 과학책을 읽으려면 우선 두께에 대한 두려움을 버려야겠다.
천문학자 이명현님 서평은 (당연히) 천문학 책이 많다. 그 중 <모든 사람을 위한 빅뱅 우주론 강의>가 있었다. 아이가 우주에 대해 물으니 무조건 모른다고 할 수 없어 읽었던 이석영 교수님 책인데 쉽고 분량도 적당하면서 내용도 충실했다. 머릿속이 아득해질 정도로 큰 숫자들이 줄줄이 나열되었던 게 기억난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자연 앞에 겸손해지는 것을 실감케 한 책이었다. 추천 중 골라 본다면 <코스모스>나 <멀티 유니버스>를 더 읽어보고 싶다.
번역가 이한음님은 "일상에서 과학을 회복하기" 라는 타이틀 아래 책을 소개한다. 일반인들이 읽는 쉬운 책들과 어려운 전문 서적 사이 절충점을 찾고자 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누가 그랬더라, 미래 기술은 곧 마술이 될 것이란 얘기가 생각났다. 일반인들이 이해하기에 과학은 이미 너무 전문영역이 되었다. 일반인은 원리를 전혀 모른 채 기술이 집약된 제품을 소비하게 될 것이고 기술은 전문 집단만의 전유물이 될 것이라 했다. 이한음님은 이를 지적하며 가교가 될 책이 나와야 한다고 썼다.
과학저술가 조진호 님은 <이기적 유전자>의 인기 비결은 명쾌함과 단순함에 있다면서 “이 책이 말하는 유전자는 작가가 임의적으로 규정한 대상이며, 과학적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p.283)”고 덧붙였다. 진화를 보는 여러 관점을 알기 위해 칼 세이건의 전처로 유명한 린 마굴리스의 <공생자 행성>를 읽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녀와 가족의 사생활을 덤으로 엿 볼수 있을 것이다. 어른들을 위한 과학만화로 <로지코믹스>를 추천하는데 조진호님의 <어메이징 그래비티>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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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막연한 꿈과 구체적 꿈을 갖고 있다면 고등학교 졸업 직전 내 막연한 꿈은 다큐 PD였다. 여행 다큐와 역사 다큐와 자연 다큐를 좋아해서 어떤 분야가 되더라도 전방위적 다큐멘터리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은 다르더라. 물론 보고 싶은 책만큼 하고 싶은 일도 많아서 아직도 인생(직업)의 다양성에 관해 여러번 생각하는 중이라, 삶이 대체 언제쯤 안정성을 찾을지 나조차도 알 수 없다. 『판타스틱 과학 책장』을 만난 건 어떤 의미에서는 큰 행운이다. 과학에 대해 차츰 관심이 생기고 관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책을 찾고 다큐멘터리를 보려는 와중에 출간되었다. 읽어보기 전에 이 책의 정체성을 모두 알 수 없었지만 읽은 지금은 과학 초보자가 거쳐야 할 과학도서 소개책 중에 한 권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과학에도 분야가 넓다. 중고등 학과과정에서만 해도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이렇게 네 개지만 성인이 되어 만난 과학은 더 세분화되고 훨씬 넓다. 과학 책을 읽고 쓰는 과학에 일가견 있는 저자들이 분야별로 추천하는 책 소개를 읽고만 있으면 지루할 수도 있다. 다리를 건너는 이유는 다리 너머 무언가를 보기 위해서이거나 저편으로 가기 위해서이지 다리 자체가 좋아서일 확률이 낮듯, 체감으로만 따지면 수백 권은 될 듯한 이 책들을 얼른 내것으로 만들고 싶어 안달이 날 지경이다.
그동안 관심 갖지 않다보니 새삼 우리나라에 과학책이 이토록 많이 나와있었다는 사실이 경이롭게 느껴진다. 리처드 도킨스, 칼 세이건, 에드월드 윌슨을 이름으로만 아는, 과학 고전에 겨우 발 담그거나 겉만 구경한 적 있는 과학에는 거의 문외한이나 다름없는 나같은 독자에게 이 책이 전하는 과학도서들로 향하는 길은 호기심 가득한 가시밭길이지만 그만큼 즐겁고 고독한 길이다. 과학을 시작하려면 역사를 시작하는 것처럼 같은 수준과 속도로 함께 읽어줄 친구가 있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누가. 나도 나를 알지 못하는데 누가 나와 발맞춰 독서해줄 수 있을까. 독서 회전율이 높고 비교적 쉽게 생각을 나눌 수 있는 문학만 해도 내 취향과 감성을 오로지 나눌 수 있는 벗을 겨우 만났는데, 역사, 철학, 과학, 예술 분야를 어떻게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가까이 나눌 수 있는 벗을 찾는단 말인가. (배보다 배꼽이 큰) 독서 모임이나 책만 통하고 아무것도 통하지 않는 모임을 만들기는 쉽지만 유익할 것인지에 대한 자신이 없다. 무엇보다 인공적인 모임이 내게 필요하다고 여겨지지도 않는다. 토론과 발제라면 학교 때 충분히...
그래서 늦더라도 중도에 포기한다해도 혼자 해볼 생각이다.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하루에 50페이지 읽기를 목표로 『마의 산』을 읽기 시작한 것처럼 과학 책도 비슷한 진도로 하면 되지 않을까. 무엇보다 책은 읽을 때 가장 빛이 나는 법이니. 어렵거나 지루해서 못 읽을 책은 없다고 생각해왔다. 읽기만 하는 건데 뭐. 이해와 소화가 불가능할지언정 읽기 하나는 자신있는 일이니. 이 책을 읽었다고 해도 여전히 어디서부터 시작하고(분야) 무슨 책부터 읽을 것인지에 대한 계획은 세우지 못했다. 읽었거나 읽었어도 대충 읽은 『코스모스』, 『총,균,쇠』, 『이기적 유전자』에서 시작하게 될 확률이 높다. 그책들을 좋아하고 또 늘 제대로 읽고 싶었으니까. 올해의 마무리, 내년의 계획 같은 건 애초에 해본 적이 별로 없다. 설마하다가 올해 끝내지 못한 채 내년을 맞을 듯한 문학책들이 여전히 책상 위에 널려 있고, 올해가 가기 전에 다시 읽고 싶다며 책장에서 끌어내린 몇 권의 소설도 끝내지 못한 채 내년을 맞을 듯하다. 그래서 뭐. 왜.
늘 그랬듯 멈췄던 부분에서 다시 읽기 시작하면 그만이다. 지치면 멈추고 힘을 보충해 다시 펼치면 그뿐이다. 책은 늘 그런거였으니까. 그리고 지금은 조금 다른 길로 약간의 눈길을 주기로 마음먹고 있을 뿐이다. 지금까지는 한번도 가지 않았던 길로 여행을 떠나기 직전, 자그마한 각오와 뼈있는 다짐과 여전히 책.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해도 책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참 좋다. 다른 사람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그리고 어릴 때부터 인생의 한 부분을 책에 내주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든다. 인생의 반환점을 돌기 전에 얼른 각 분야 고전들을 한번씩 읽어야겠다는 언젠가의 결심대로 잘 가고 있는 거라면 좋겠다. 재독의 기쁨과 도전의 설렘, 쉬운 길로 또 어려운 길로 어디든 주저하지 않고 떠나는 독서 여행 지도가 있다면 내가 지금 어디로 향하는 길을 표시할 수 있을텐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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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책읽는 것을 좋아했었다. 초등학생 때 명작동화도 많이 보았었지만, 과학이나 역사 분야의 책도 좋아했다.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많이 읽었던 책은 계몽사의 '한국사 이야기' 와 금성출판사에서 나온 백과사전의 1권 우주편이다.
중학생이 된 후로 명작동화는 시들해졌고 역사와 우주에 관한 책도 더 산 것이 없어서 읽지 않았다. (당시까지도 부모님이 사다주신 책만 읽었던 것 같다.) '학생과학' 이라는 잡지가 있었는데 새 책은 비싸서 헌책방을 들락거리며 지나간 책들을 사다가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 고등학생 때 우연히 서점에서 전파과학사에서 나온 문고판 책을 발견하여 사다가 읽기 시작했다. 일본인이 지은 책이 많았었는데 우리나라 저자 중에서는 당시 한양대 수학과 교수였던 김용운씨가 지은 책이 여럿 있었다.
주로 물리와 수학에 관한 책을 읽었는데 상대성이론이나 양자역학에 대한 지식은 아직도 그 때 읽었던 내용에서 더 나아간 것이 별로 없다. 아직도 가끔은 그 책들을 꺼내보는데, 가장 최근에 읽어본 것은 '물리학을 뒤흔든 30년' 이다. 이 책의 저자 가모브는 빅뱅이론의 주창자이지만 이 책이 다루는 주제는 우주가 아니라 양자역학의 발달사이다. 이론적인 이야기들도 있지만 양자역학을 발전시킨 과학자들의 일화가 중간중간에 곁들여져 있어서 매우 즐겁게 읽었다.
대학생 때는 당시 학원가의 분위기가 그런 책들을 보면 뭔가 죄를 짓는듯한 분위기라고 할까.. 5공화국 초기의 캠퍼스에는 학생회도 없었고 사복경찰이 학교에 상주하던, 정말 암울했던 시기였기때문에 사회문제가 제 1의 관심사였다. 신입생들을 위한 '커리'가 있었고 거기에 맞춰 책을 읽었고 나도 자연과학 책들은 거의 읽지 않았다. 물론 그러다가 학년이 올라가면서 차츰 다른 책들도 읽게 되었었지만. TV로 방영되었던 코스모스도 사보고 싶었지만 비싸서 사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얼마 전, 책을 좋아하는 한 페친의 포스트를 읽고 '판타스틱 과학책장' 이란 책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과학책을 읽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가이드북이라고 할 수 있다. 과학책을 읽고, 쓰고 번역해 온 4명이 각자 과학책에 대해 특징이나 읽는 요령 등을 알려주고 있는 책이다. 얼마 전 예스24에서 이런저런 혜택을 모아 며칠 내로 사용해야하는 5000원 상품권이 생겨서 유효기간이 끝나기 전에 서둘러 책을 주문했다.
이 책의 머리말에서 전파과학사의 현대과학신서를 만나서 정말
반가왔다. 저자 이정모의 학생시절에 거의 강제로 학생들에게 그 책을 사라고 했다는 선생님이 있었단다. 내가 저자와 동질감을 느꼈던
것은 거기에서뿐이 아니다. 저자 역시 대학생 시절에 '지식인을 위한 변명' 을 비롯한 '커리'로 독서를 했다는 부분에서 당연히
나의 대학생 시절을 떠올렸다. 거기에 저자의 뛰어난 글솜씨에 힘입어 거의 단숨에 책을 끝까지 읽었다. 이 책에서 지적하는대로 내가 어렸을 때는 선택의 폭이 정말 없었기때문에 있는걸 살 수밖에 없었지만 요즘엔 과학책이 넘쳐나서 선택하기 어렵다. 제목에 혹해서 사고나서 재미없는 책도 많았고. 이 책의 저자들이 추천하는 목록에서 다시 자연과학에 대한 책을 읽어보고자하는 의욕이 불끈 솟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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