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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피, 그리고 크로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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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펑크, 어쩐지 근사한 느낌이 드는 말입니다. 이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저는 사이버펑크에 반발해서 일어난 새로운 SF 문학운동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에에, 그러니까 아무 것도 모르던 시절의 착각입니다.^^ 사이버펑크의 나노공학, 유전공학, 인체개조에 대해서 좀 심하다고 느꼈던 터라 스팀펑크에 기대를 많이 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SF에 재미를 붙여가던 초보 SF 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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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펑크, 어쩐지 근사한 느낌이 드는 말입니다. 이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저는 사이버펑크에 반발해서 일어난 새로운 SF 문학운동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에에, 그러니까 아무 것도 모르던 시절의 착각입니다.^^ 사이버펑크의 나노공학, 유전공학, 인체개조에 대해서 좀 심하다고 느꼈던 터라 스팀펑크에 기대를 많이 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SF에 재미를 붙여가던 초보 SF 팬에게 사이버펑크는 좀 과한 게 아니었나 싶습니다.

글을 더 쓰기 전에 제가 대충 이해하고 있는 스팀펑크를 말하자면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 팀 파워즈를 비롯한 작가들이 장난삼아 부른 이름, 산업혁명 이후 증기기관이 사회를 변화시켰던 것처럼 18, 19세기 다른 과학적 별명, 발견으로 변화된 사회를 그리는 SF,  혹은 그 시대 영국을 다룬 대체 역사물 정도 입니다. 

잘못 생각했던 스팀펑크와 진짜 스팀펑크는 이렇게 많이 다릅니다. 처음 스팀펑크가 뭔지 알게 됐을 때 느꼈던 감정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윙미일 겁니다.^^ 그렇다고 스팀펑크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처음 읽은 스팀펑크는 안티 아이스였습니다. 그리고 팀 파워스의 아누비스의 문을 읽고 스팀펑크가 뭔지 알게 되었습니다.

라미아가 보고 있다가 출간되었을 때 반가웠습니다. 김상훈 님의 소개글을 통해서 흥미를 가지고 있었던 작품이고 스팀펑크 대한 호감도 여전했기 때문입니다. 김상훈 님이 붙인 시인의 피라는 제목이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 있었기 때문에 라미아가 보고 있다는 제목이 생경하게 다가왔지만 뭐, 재미만 있으면 되죠.(원제를 보니까 제목 정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네요.).

라미아가 보고 있다에 나오는 흡혈귀는 다른 소설에서 흔히 보는 흡혈귀와는 다릅니다. 팀 파워스는 신화와 연결시켜 자기만의 흡혈귀를 훌륭하게 창조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는 그다지 재밌지 않네요. 재미없는 건 아닌데, 책장이 잘 넘어가는 책은 아닙니다.

크로퍼드는 결혼을 하러 가는 길에 흡혈귀와 마주치게 되고 원치 않은 일에 휘말리게 됩니다. 심각한 오해 때문에 도피를 하던 그는 영국의 유명한 시인들을 만나게 됩니다. 바이런, 키츠, 셸리. 영국을 대표하는 이들 시인은 흡혈귀에게 피를 빨리는 대가로 영감을 획득해서 뛰어난 시를 쓰게 됩니다. 시인들은 영감이란 이득을 얻기도 하는데 크로퍼드는 오직 피해만 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시인들은 타협과 투쟁을 오락가락하지만 크로퍼드는 계속해서 투쟁합니다. 크로퍼드는 갖은 고생 끝에 겨우 흡혈귀를 떨쳐내지만 주변 환경은 그를 더욱 큰 싸움판에 끼어들게 만듭니다.

시인들도 흡혈귀 때문에 당하는 고통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넘어서 버리자 목숨을 걸고 저항하게 됩니다. 처음 시인들이 등장했을 때 흥미를 끄는 배경의 역할 정도에 그칠 거리고 생각했는데 비중이 상당히 높아서 바이런, 셸리는 주인공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비중이 큽니다.

이야기를 어떻게 끝내나 궁금해서 새벽 3시까지 붙들고 있었는데 잠을 미룬 보람은 있었습니다. 재미 면에서 좀 아쉽긴 합니다.

j***i 2009.08.1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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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에 홀린 사람이라면 한번쯤...
"19세기에 홀린 사람이라면 한번쯤..." 내용보기
19세기는 문학과 역사를 아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시대이다. 문명과 세계의 모습이 현재와 같이 빚어지기 시작한 시대, 종교와 미신과 그 시녀들이 누리던 시대가 과학과 새로운 학문들에 역전되어 그런 학문들이 왕처럼 섬겨지던 시대. 그런 배경 속에서 장르문학이 확실히 제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시대이기도 하다.   등장하는 인물도 그렇고 분위기도 그렇고, 팀 파워스의 [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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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는 문학과 역사를 아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시대이다. 문명과 세계의 모습이 현재와 같이 빚어지기 시작한 시대, 종교와 미신과 그 시녀들이 누리던 시대가 과학과 새로운 학문들에 역전되어 그런 학문들이 왕처럼 섬겨지던 시대. 그런 배경 속에서 장르문학이 확실히 제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시대이기도 하다.

 

등장하는 인물도 그렇고 분위기도 그렇고, 팀 파워스의 [라미아가 보고 있다]는 [드라큐라]와 [프랑켄슈타인]을 강하게 연상시킨다. 인간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과학의 시대에 그런 인간의 이해범위를 벗어나는 초자연적인 존재가 나타나거나, 인간이 그런 존재를 만들어내는 이야기의 범주 안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고딕소설이라고도 하고, 호러의 기원이라고도 할 수 있는 소설에서 이 작품도 벗어나지 않는다.

 

내가 알기로 라미아는 물속 깊은 곳이나 동굴에 살면서 남자를 유혹하는, 하반신이 뱀인 여자 요괴인데,  이 작품에서는 시인에게 영감을 주고 대신 인간의 피를 요구하는 뱀파이어로 재탄생시켰다. 남자를 유혹한다는 면이나 사람의 정신을 앗아갈 정도로 매혹적이고 아름답다는 면은 살아 있어, 사실상 주 갈등은 여기에서 비롯하는 면이 크다. 매혹적이지만 위험하다, 이것을 눈 감을 것인가, 없앨 것인가? 좋은 작품을 쓰기 위해 무엇까지 감수할 수 있을까?

 

솔직히 책장이 쉽게 휘리릭 넘어가는 책이 아니다. 팀 파워스는 그 시대에 심취한 나머지 그 시대 소설과 같은 속도로 걸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등장인물도 그 시대 안에 너무 잘 산 나머지 이해할 수 없는 면이 많다. 그나마 제인 오스틴의 소설에서 나타나는 사랑스러운 인물들도 아니다.

 

그러나 이것은 팀 파워스가 철두철미한 이야기꾼이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팀 파워

스는 독자의 눈길을 잡아끌기 위해 눈속임을 하기 보다는 이야기를 더 얹고, 겹친다. 그래야 진실이 드러났을 때 효과가 있고 독자의 쾌감이 더 클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시적인 번역 제목과 꼼꼼한 주석이 돋보이는 책이다.

p***9 2009.08.1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