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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면서 예전에 보았던 비슷한 느낌의 영화가 생각이 났습니다. 어느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 사랑이라기보다 그냥 저녁식사를 하고 모텔보다는 좀 더 싼 여관 수준의 숙박업소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그런 이야기 입니다. 그렇다고 방탕하지는 않고 방탕보다는 약간의 심각성이 가미된 영화입니다. 요즘 젊은이들의 사랑이야기 같기도 하면서 방탕하지는 않은데 약간 천박한 느낌이 있는지 없는지 분간하기 힘든 그런 이야기 입니다. 비슷한 영화를 떠올린 것이 생활의 발견인가요? 역시 같은 홍상수 감독의 작품이군요. 홍상수 감독 특유의 스토리 전개가 있는 것 같습니다. 돈없는 청춘 남녀의 여관이야기를 다소 철학적으로 그리고 인간적으로 고민하는 모습을 그린 영화라는 공통점입니다. 극장전 전편을 보면서 오랫만에 만난 남녀가 왜 갑자기 자살을 하기 위해 약국을 다니면서 수면제를 사모았는지 그 이유는 말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이유를 말하지 않아도 자살이라는 화두는 우리 청춘시대의 고민의 화두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것이 일시적이든 아니면 죽음이라는 종착역으로 귀결되든지 간에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어서 그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도 되었는지 아니면 그냥 보고 넘어가는 영화이어서 인지 모르겠습니다. 극장전 전편과 후편의 스토리는 다르지만 남자주인공과 여자주인공이 김상경과 엄지원이고, 영화의 흐름 즉 전개되는 형식이 우연히 만나고 식사하고 여관에 들어가서 섹스하고 헤어지는 심각한 청춘남녀의 고민인 점은 같습니다. 전편, 후편의 섹스신이 짧은 시간 모두 정상위로만 하는데도 솔직한 대화와 실감나는 연기로 아쉽지 않습니다. 홍상수감독의 영화는 우리시대의 가난한 청춘남녀의 고민을 함께 느껴 보는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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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극장전>은 홍상수 감독의 여섯 번째 영화라고 한다. 1996년, 내가 아직 학생이었을 때 <돼지가 ...>의 신선한 충격을 잊을 수 없다. 우리나라 상업영화의 판에 박힌 서사 구조를 무참하리만큼 단호하게 깨뜨린 명작이라고, 그땐 그렇게 생각했다! <강원도의 힘>이나 <오! 수정>까지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나오기 무섭게 좇아가 관람했다. 아, 그런데 <생활의 발견>은 그냥 비디오로 봤던 듯싶고,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는 해를 넘겨서야 보게 됐다. 글쎄, 그 사이에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식상해졌던 모양이다. 이 <극장전>은 2005년에 나왔다고 하니, 내가 7년만에야 찾아 본 셈이다. 그런데 뭐, 그렇게 뒤늦게 보게 되었다고 해서 무슨 아쉬움이 들지는 않았다. 오랜 친구의 별다를 것 없는 근황을 듣게 된 심정이랄까, 그저, 홍상수 감독은 여전히 그만의 스타일을 반복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뿐이었다. 마치, 윤대녕이 이른바 '존재의 시원'을 찾아가는 아름다운 서정적 소설로 90년대에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지만 수 년이 흐른 뒤에는 자신의 문학을 중언부언 재탕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였던 것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 특히 영화를 반으로 쪼개어 앞뒤로 댓구를 이루는 구성은, 이제는 너무 편한 선택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밌게 봤다. 오랜 친구의 별다를 없는 근황을 들은 것처럼, 그 홍상수의 영화라는 사실만으로도 반가웠을 것이다. 특별히 내가 좋아하는 남산 주변이 배경이어서 더 반가웠는지 모르겠다. 영화의 인물들의 캐릭터가 신선했고, 그 인물들을 연기한 김상경과 엄지원도 좋았다. 사실 나는 한때 영화배우와의 만남을 소재로 짧은 소설을 써보고 싶었는데, <극장전>의 후반부는 바로 그렇게 무명의 영화감독 지망생 남자가 여자 배우와 '데이트'하는 것을 소재로 삼고 있다. 그 데이트의 목차는 이렇다: - 감독 지망생이 영화 관람 - 바로 그 영화의 주인공 여자 배우와의 우연한 만남 - 희롱 섞인 대범한 대화 (여자 배우의 톡 쏘는 반응) - 과음으로 이어지는 술자리 - 어영부영 벌어진 여관방에서의 섹스 - 새벽의 짧은 작별
대단한 깊이나 통렬한 인상이나 극적인 반전 따위는 없다. 담담한 회상조의 필체로 써내려간 단편소설처럼 간명하면서도, 홍상수만의 위트와 패이소스가 심금을 울린다. 김상경의 연기, 뭔가 성격상 장애를 갖고 있을 법한 남자의 어투와 표정 연기가 일품이다. 엄지원의 연약한 듯 단호한 면모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이를테면 남자와의 술자리에서 남자를 향해 "과장하지 마세요. 과장은 싫어!"라고 내뱉은 모습. 아무려나, 오랜만에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본 셈인데, 일단 그의 영화를 보니까 얼른 다시 그의 또 다른 영화를 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문득, <극장전>의 배경이었던 남산에 다녀오고 싶어졌다. 이번 여름에 이미 남산에 서너 번이나 다녀오고 케이블카를 두 번이나 탔는데도 그렇다. 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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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제목에서부터 너무나도 일상적인 이야기를 보여주는 감독인 홍상수 감독의
영화 '극장전'은 그동안 그가 보여준 다른 이야기들과 그렇게 다르지 않다. 일상
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처럼 배우들에게서도 살짝 멀리서 그 배우들이 보여주는
이야기를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잡아낸다. 그리고 홍상수 감독이 보여주는 영화
는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경계에서 일상의 이야기로 남겨진다. 그래서 우리는
어쩌면 너무나 밋밋한 일상이 만들어내는 특별한 이야기들을 홍상수 감독의 영
화에서 만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홍상수 감독의 이 영화 '극장전'은 그런 점에서는 감독이 그동안 보여준 이야기
들과 영화의 모습에서 그렇게 벗어나지 않는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조금은 찌질
하고, 조금은 이기적이고, 그리고 너무나 평범한, 그래서 쉽게 우리가 거리를 걸
어가다 만날 것 같은 사람들이다. 더불어 아마도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을 우리는 우리가 아는 사람들 중에서 비슷한 사람을 쉽게 찾아낼 수
있다. 그리고 많은 경우에는 그렇게 그 등장인물들에게 좋은 감정을 갖지는 못
할 것이다.
이 영화 '극장전'은 두가지 이야기가 한 명의 배우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엄지원
이 연기하는 캐릭터, 그리고 엄지원이 연기하는 배우를 중심으로 이기우와 김상경
이 얽혀서 참 지난한 우리의 일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리고 그 두가지 이야기는
살짝 어느쪽이 진짜 영화속의 영화이고, 어느쪽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일상인지 관
객들은 헷갈릴지도 모른다. 그만큼 그 두가지로 나누어지는 부분은 모두 너무나 우
리의 일상에서 그렇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모습에서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힘을 갖는다. 우리의 지루한 일상이 만들어내는 특별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 '극장전'도 그동안 홍상수 감독이 보여준 다른 영화들처럼 그렇게 특별한
이야기를 보여주지도 않고, 무엇인가 기발한 사건을 보여주지도 않는다. 어쩌면 우
리는 이 영화에서 지루한 삶에 지쳐서 그냥 일탈을 시도하는 누군가를 발견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얽히는 여주인공의 조금은 이상한 모습들도 우리가 익
숙하게 만나는 이야기보다, 우리의 현실은 더욱 불친절한 진행을 보여준다는 점에
서 이 영화에서 일상을 발견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극장전'은 우연과
약간의 찌질함, 이기심으로 만들어진 현실을 통해서 또 다른 특별함을 전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