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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형식적으로는 일제로부터 1945년 해방되었다. 그런데 그 뒤 3년 동안의 미국 군정을 거쳤고 나는 그 때부터 다시 새로운 식민지가 시작되었다고 본다. 이는 수탈체계라기 보다는 미국의 세계전략을 실현하는 하나의 교두보를 한반도에서 축조하였다고 보는 관점이다.
그 밖에 현대의 식민지는 직접 통치가 아닌 방법으로 시행된다. 종주국의 이익을 대변할 현지의 대리통치자나 통치집단을 세우는 방식이다.
레이건이 전두환을 '이 젊은 친구'로 불렀다는 것은 레이건이 전두환을 식민지총독 쯤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증거의 하나일 것이다. 이 점은 한국의 지배권력이 미국의 대리통치자로 스스로를 규정하는 상황을 수용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가능케 한다.
미국의 세계전략에 편승하여 국내에서는 숭미주의가 판을 치고 그들은 국내적인 특권을 보장받는다.
그런데 한국 내에서 숭미주의는 지배권력의 문제를 훨씬 뛰어넘고 있다. 수 십년동안의 친미일변도는 국민들로 하여금 미국을 제2의 조국쯤으로 여기게끔 만들었다.
지금도 노인들이 집회를 할 때면 꼭 성조기와 태극기를 나란히 들고 있는 것을 본다. 이쯤되면 자발적 식민화다.
미국은 그저 외국의 하나일 뿐이다. 만약 지금과 같은 속도로 중국이 급성장을 계속할 경우 결국 중국이 패권국가가 될 것이다. 또, 인류역사에서 중국만큼 수 천년을 성한 나라는 없다.
만약 중국이 미국 이상 또는 미국과 대등한 패권을 누릴 경우 저 노인들은 오성홍기를 태극기와 함께 들고 나설 것인가?
스스로의 관점으로 사상과 사물을 보지 못하는 한 식민주의는 운명이다.
우리는 미국, 특히 유대인의 자본으로 이루어진 외국통신사의 관점에서 세계를 보아왔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외국 현지의 특파원들도 미국통신사 기사들을 번역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소리를 들은 적도 있다.
여기에 반하여 이 책은 충격이다. 내가 남미를 전혀 모르기 때문에 이 책의 내용이 전부 진실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미국의 관점을 벗어나 있고, 그 내용의 적지 않은 부분들이 저자의 발로 뛴 노력 덕분임은 분명하다.
우리는 아프리카 사람들을 특별히 증오하지 않는다. 그러나 공산주의 국가라는 이유 하나로 쿠바를 시원찮게 생각한다.
그러나 과연 쿠바는 시원찮게 생각해도 괜찮을 나라인가? 카스트로는 미국의 콧구멍 아래에서 50년 이상을 자기 방식으로 쿠바를 통치해 왔다. 미국은 갖은 권력교체 시도와 경제봉쇄 정책을 다했지만, 카스트로와 쿠바는 건재하다.
세상은 너무나 무거운 곳임에도 사람들의 인식은 너무나 가볍다.
알지도 못하면서 증오하고 사랑하고 판단하고 비판하고 비난한다.
학습하지 않는 사람이 사물을 제대로 인식할 가능성은 없다. 물론 학습하지 않는 사람이 사물을 제대로 인식하는데 특별한 관심이 있을 리도 없다. 그저 동물적인 본능을 충족시키는 것만이 그들의 주된 또는 모든 관심사일 것이다.
그런데 사실 우리는 배우기 위하여, 배워서 제대로 인식하기 위하여 산다고 나는 감히 믿고 싶다.
예전에 노태우 후보가 아르헨티나냐, 일본이냐란 정치슬로건을 내건 적이 있다. 이것은 다분히 후앙 페론의 이른바 파퓰리즘을 염두에 두고 한 것일 것이다.
그러나 그가 집권한 뒤에도 우리는 아르헨티나도, 일본도 아닌 그저 한국일 뿐이다. 그가 특별히 나라를 발전시킨 업적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러나 그 때 대중들은 페론의 파퓰리즘을 염두에 두고 노태우를 선택했을 것인데, 그 대중들이 알고 있는 페론의 파퓰리즘이란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고, 나는 그 주장에 동의한다.
우리나라는 특이하게도 대중영합주의를 극히 능숙하게 사용하는 세력이 상대방을 파퓰리스트라고 우기고, 대중들은 이에 동조한다.
무지한 탓이다.
1인 1표제가 채택된 이상 사실 누가 대통령이 되건 그것은 국민들의 업보일 뿐이다.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이유가 학습의무를 면제시키지 않는다.
어리석은 자들은 그들의 어리석음으로 손해를 입고도 억울하다고 한다. 손해를 보게 한 것은 자신들의 어리석음임에도 불구하고 손해를 입힌 사람들을 원망하고 저주한다. 심지어 손해를 입게 한 사람들을 끝까지 찬양하면서도, 내가 왜 이렇게 없이 사느냐고 한탄하는 자들도 있다.
나는 이렇게 심도 있게 남미를 다룬 국내서적을 별로 본 적이 없다. 그리고 내용도 대단히 알차고 심도 또한 만만치 않다. 저자는 식민주의의 관점을 벗어나 있고, 미국적 관점 또한 과감하게 버리고, 스스로의 관점으로 일관한다.
이 책음 참으로 좋은 책이다.
우리나라를 돌아보게 하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와 남미가 지금도 크게 다른 것 같지도 않다.
우리나라를 돌아보기 위하여, 그리고 남미의 진정한 모습을 보기 위하여 이 책을 읽어 볼 것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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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라고 하면 떠오르는건, 축구. 축구. 축구 뿐이다. 아르헨티나도 축구고 브라질도 축구고. 남미의 수많은 나라 중에 머릿속에 남는게 딱 이거 두개라는게 참.. -_-;; 이 책은 그저 축구 잘하는 나라가 많은 동네로만 인식되고 있는 남미에도 정치와 사회가 존재한다는 엄연한 사실을 새삼스레 각인시켜준다. 많은 부분을 할애하는 것은 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이다. 아무래도 베네수엘라에는 차베스가, 아르헨티나에는 후안 페론이 버티고 있어서가 아니었을까.
꽤 든든한 천연자원을 바탕으로 해 한동안 부를 누리던 남미의 경제가 몰락하게 된 상황과, 그 상황을 헤집고 나오기 위해 행한 많은 것들을 책 한권에 담기는 많이 어려운 일일게다. 이 책에서는 몇몇 나라의 대표적인 혁명가, 정치가를 내세워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서술하면서 그 배경으로 각 나라의 기본적인 현재/과거 상황을 설명해준다. 나라의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분명히 특출난 지도자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지도자가 저물고 난 이후 그의 뒤를 이어서 계속 국가를 잘 이끌어 갈 수 있는 그 후계자가 필요할게다. 하지만 이 책에서 각 국가가 부를 누리거나 꽤 괜찮은 위치를 누리게 만든 지도자가 사라진 이후 그를 이어나갈 자가 없으면서, 독자적인 위치에 있었던 지도자를 무너지게 하는 요인들이 횡행한 결과로 조금씩 무너져가는 나라의 그림이 어째 낯설지만은 않은 건 왜일까.
현재 남미는 차베스를 중심으로 뭉치고 있는 듯 하다. 카스트로도 슬슬 나이를 먹어가고 말이다. 차베스가 어디까지 일을 진행시킬지, 그리고 차베스가 물러난 이후는 어떻게 될지가 꽤 궁금해진다. (이 책을 읽기전까지는 차베스 대통령의 이름은 언뜻 듣기만 했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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