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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엔 유행이 있다. 국가 정책도 그런 듯하다. 어디가 시초인진 모르겠으나 공동체 회복을 위한 다양한 사업들이 곳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지역에서 만나는 모두와 반가이 웃으며 인사할 수 있고, 나의 어려움을 이웃과 부대끼는 가운데 해소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마을만들기가 바로 그것이다. 마을만들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마을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근데 이게 쉽지가 않다. 내가 거주하는 곳이 마을일까. 오로지 잠 잘 때만 머물고,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전혀 알지 못한다면?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사무실이 위치한 곳을 그럼 마을로 부르면 될까. 정의부터가 쉽지 않은 마을이기에 마을을 만드는 일은 마치 맨땅에 헤딩하는 것처럼 모호하다. 마을 전문가로부터 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적잖은 책들을 통해 마을을 접할 수 있는데, 이번에 내가 읽은 책은 <마을 전문가가 만난 24인의 마을주의자>란 제목을 지녔다. 각 마을에 완전히 뿌리내림을 했으며, 마을 안에서 나름의 역할을 수행하며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면모를 살펴보다가 공통된 점을 느꼈다. 열정으로 똘똘 뭉치지 않고서는 마을에서 활동하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그들은 늘 새로운 무언가를 모색했다. 틀에 박힌 길을 따라 걷는 것도 버거워하는 나로서는 남들이 걷지 아니 한 길을 택해 걷고 그들이 신기하고도 부러웠다. 외롭지 않을까. 이렇게 물으려다가 말았다. 그들 곁엔 많고도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자신이 모색한 길을 결코 혼자 걷지 않았다. 수많은 이들을 다독여가면서 의견을 묻고, 때론 자신이 그릇됐음을 인정하고 수긍하면서 모두와 함께 걸었다. 독단적으로 모든 것을 결정해 통보하는 방식을 고수해서는 마을 안에서 살아가기 힘들겠구나 싶었다. 한 편으로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게 가장 힘들다던데, 낯선 길을 본인도 처음 걸으면서 다른 이들에게 믿음을 제공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까 생각이 들기도 했다. 책은 개개인으로부터 이야기를 듣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저마다가 다른 방식으로 마을에 정착해 살고 있었다. 가장 먼저 내 귀에 들려온 이야기는 아무래도 내 일과 적잖이 관계가 있는 내용이었다. 국가와 지자체가 앞 다투어 보조금 형태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는 요즘에 대한 토로가 바로 그것이다. 지원을 받음으로써 자신이 평소 하고자 했던 사업을 펼칠 수 있다. 소액이나마 예산 지원을 받으며 한 경험을 토대로 이후 자생력을 갖고 마을 안에서 활동을 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예산 지원에는 조건이라 하는 게 붙는다. 국가와 지자체가 요구하는 사업을 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준수해야 하는 가이드라인이 존재한다. 모든 것을 세팅해 놓은 채 원하는 방향으로 주민을, 그리고 마을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예산을 사용해 무언가를 했을 경우, 예산 낭비라는 비난을 듣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은 성과다. 아무래도 가장 손쉬운 게 계량화 가능한 항목을 활용해 성과를 측정하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국가와 지자체는 소프트웨어적인 것보다는 하드웨어에 집중한다. 특정 시설을 몇 개소 어딘가에 설치했다며 내세우는데, 주민들의 의견을 토대로 지었는지 알 길이 없다. 규모가 크고, 겉에서 보았을 때 이보다 더 좋을 순 없겠다 싶음에도 주민 이용률이 저조하다면 의심해보아야 한다. 주민의 마음이 담기지 않은 시설은 생명력을 지니지 못한다. 마을은 그런 인위적인 방식으로는 결코 되살릴 수가 없다. 마을은 결코 짧은 기간 동안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고, 무엇보다도 사람과 사람이 만나 행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러하다. 이 책에서 만나본 인물들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접점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했다. 협동조합을 만들어 지역 아이들의 교육을 고민했고, 마을의 자원을 보다 많은 이웃과 공유하기 위한 방법을 연구했다. 그들의 생각엔 언제나 사람이 있었고 이웃이 존재했다. 살기 바쁘고 일에 치이다 보면 잊게 되는 한 가지인 인간을 그들은 결코 잊지 않고 있었다. 일이라서 그런가. 아무리 좋아하고 잘 하던 것도 일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괴롭다. 멀찌감치 떨어져서 마을을 관망할 때는 마냥 즐거울 줄로만 알았다. 요즘 나의 최대 걱정은 마을이 일이 되고 고통이 되어 내게 다가올 것 같다는 점이다. 어찌 보면 이런 나의 생각은 욕심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관광명소가 된 통영 동피랑 마을은 숱한 갈등 끝에 탄생했다. 과정에서 큰 역할을 수행했던 윤미숙 씨는 통영시로부터 해고를 통보받았음에도 여전히 마을디자이너로 남았다. 열정은 그리 쉽게 흔들리거나 무너지지 않는 모양이다. 크고 작은 제약을 머리를 맞대고, 때론 마을기업이나 협동조합 등의 조직을 만들어가면서, 사람들은 지혜롭게 넘겨왔다. 나에게도 마을이 그런 공간이 되어주었으면 싶다. 사랑 때문에 입은 상처는 사랑으로 치유해야 하는 법이라는 세상의 말처럼, 마을 때문에 힘든 것 또한 마을 안에서 극복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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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14 《마을전문가가 만난 24인의 마을주의자》 정기석 펄북스 2016.12.20. “마을만들기는 마음만들기입니다. 도대체 마을만들기가 무슨 말일까요? 아니, 이미 마을이 있는데 또 무슨 마을을 자꾸 만들려고 하는 걸까요.” (26쪽) “간장, 된장, 고추장을 원래 누가 만들었지요? 농림축산식품부인가요, 식품공학 박사들인가요? 바로 우리 농민이잖아요. 우리 농민이야말로 농산물 가공을 잘할 수 있는 자격과 능력이 있잖아요.” (27쪽) 독일 농정의 정상화와 선진화는, 독일농민의 의식수준과 생활방식은, 결국 독일 교육의 성과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아닌 사회복지부가 책임지는 독일의 유치원에서는 3년 내내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는다. (76쪽) “지금 국가적으로, 사회적으로 ‘일자리 창출’ 구호가 지상과제처럼 난무하고 있지만, 마을공동체사업까지 그것도 단기간에 일자리 창출로 연결시키는 건 억지스럽고 무리라는 생각입니다. 일자리 창출이 최고의 선으로 인정되는 순간, 평생학습이나 공동체는 경제의 하위개념으로 물러나게 되니까요.“ (102쪽) 전국 지자체마다 여러 가지 일을 ‘사업’이란 이름을 붙여서 벌입니다. 이런 사업을 보면 ‘개발사업’이 대단히 많고, 문화예술을 놓고도 ‘문화사업’이라 합니다. 이들 사업은 하나같이 돈이 많이 들어갑니다. 개발을 하건 문화를 북돋운다고 하건, 돈을 들이지 않고도 즐거우면서 아름다운 마을이 되도록 북돋우는 길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제 모든 사업은 멈추고 생각해야지 싶습니다. 왜 사업을 해야 할까요? 그냥 ‘일’만 하면 되지 않을까요? 돈을 쓰는 사업이 아닌, 마음을 기울이면서 함께 보금자리를 짓는 일을 할 때가 아닐까요? 《마을전문가가 만난 24인의 마을주의자》(정기석, 펄북스, 2016)를 읽는 내내 ‘마을전문가·마을주의자’라는 이름이 거북했습니다. 마을에 사는 사람이 왜 전문가여야 하는지, 또 왜 주의자여야 하는지 아리송합니다. 그런데 오늘날 전국 지자체가 돌아가는 흐름을 보니, 마을지기나 마을살림이 스스로 벼슬아치나 군수·시장 앞에서 ‘전문가’ 같은 이름으로 마주서야 하는구나 싶기도 합니다. 고흥이란 시골 지자체 이야기를 적어 보겠습니다. 3선을 하고 물러난 예전 군수뿐 아니라, 민주당 깃발꽂기를 밀쳐낸 새 군수도 ‘고흥만 경비행기 시험장 사업’을 여러 전문가 뜻을 듣고서 밀어붙이는데, 벼슬아치나 군수 모두 ‘개발 전문가’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입니다. 길어 봤자 20∼30해밖에 안 되는 개발 전문가 목소리에는 돈을 들이붓는 일을 함부로 벌이고, 마을에서 60∼70해를 살아온 ‘시골마을 전문가’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자연하고 생태를 40∼50해 남짓 살피며 배우고 지킨 ‘자연전문가·생태전문가’ 목소리는 아예 들으려고 하지 않더군요. 어느 모로 본다면 이 나라 한국은 언제나 개발전문가 목소리를 내세워 삽차를 밀어붙였지 싶어요. 자연전문가·생태전문가·농사전문가·시골전문가·숲전문가·바다전문가 목소리에는 내내 귀를 닫았기에 공해가 커지는 줄 잊지 말 노릇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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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저자만 말을 많이 안 했으면 참 깔끔했을 책이었다. 정치적 러다이트라니. 7년 전쯤 자꾸 되도 않는 아나키즘을 주장해서 촛불집회에서
도망치듯 빠져나오고 그 다음 다시는 집회 안 갔던 악몽이 새삼 떠오른다. 근데 이 책은 더 지독하다. 개인주의랑 아나키즘을 헷갈리지 말아줘?!
그야말로 아나코 생디칼리즘이 어리둥절할 이야기이다. 이 때부터 전통적인 시골공동체에 대한 동경과 회복을 뭔가 그럴싸한 것으로 포장하고 싶어서 그
이론에 대해서 책 한번 안 읽어보고 주화입마한 티가 확 났다. 뇌피셜이냐? 중2병이냐? 이 책을 읽은 내 혈압은 어쩌란 말인가. 심지어 환경
관련된 책이 재활용 용지로 만들어지지도 않았다. 이 책을 만들기 위해 베어낸 나무가 아깝다고 생각되는 순간이다. 게다가 제목에서 자신을 전문가라
소개하다니. 책 이름이 길어지면 망한다는데, 꼭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그걸 넣었어야 했는가. 엘리트주의와 아나키즘이 합쳐지면 국가의 심판도
받지 않고 설치는 무적의 엘리트가 될 뿐이라는 믿음을 확인시켜주는 순간이었다. 게다가 제멋대로 서울을 빈민 천지의 지역으로 만드는 건 참을 수
없다. (생각해보면 요즘 부자들만 농사할 여유가 있으니 맞는 말이기도 하다.) 자신의 내부에 있는 빈민에 대한 경멸과 두려움과 미움을 도시 그
자체로 착각하면 곤란하지.
2. 진안 진안마을주식회사 마을기업가 강주현 대표를 보면 직접 메주 쑤셔서 간장 만드시던 어느 할머니가 생각난다. 농민이 아니어도 그냥 옛날 분들은 다 만들 줄 아시던데. 그리고 높으신 분들은 왜 자꾸 '하찮고 무식한' 농민들에게 어려운 질문하기를 좋아할까. 혼자 질문하고 혼자 답해도 될걸. 자기가 기업할 생각이면 자신이 갖고 있는 지역성을 세계화하는 방법을 쓰면서 치밀하게 팔아볼 수 있게 노오력을 해야지 남들이 우리 역사 우리 생각을 알아줄거야 라고 자위만 하는 건 파멸의 지름길이다.
3. 노원구 마을이 학교다 사업은 슬로건이 잘 되었다는 것 외에 뭐가 성공했는지 잘 모르겠다. 방과후 학교가 구단위로 잘 되었다지만 그건 솔직히 어느 지역에서나 잘 되고 있지 않나...?
4. 홍성군에 면이 홍동면만 있는 게 아닌데 왜 농가 인구는 홍동면만 계산하고 예산은 홍성군 것으로 잡았을까? 지역 이기주의도 아니고 홍성군 예산을 쓰려면 홍성군 내 2개읍 9개면 농가인구 전체를 계산해서 기본소득을 줘야지. 홍동면 빼고 다른 지역에서 농사하는 사람들은 농민도 아니냐? 홍동면 인구가 홍성군의 3.48%라는데 이건 완전히 1% 부자들만 잘 살게 해주는 식의 자본주의 정치랑 다를 게 뭐냐? 각 읍면의 농가인구비율이 비슷하다고 가정했을 때 홍성군 모두에게 50만원씩 기본소득을 주려면 약 80%의 예산이 소모된다고 한다. 리뷰에다가 대놓고 썼으니 이 문구의 무시무시한 사기성을 눈치채는 건 홍성군의 몫이다. 저자 자신이 뿌린 말, 당신이 책임지고 거두시길 바란다. 잘해봐라.
5. 만장일치제라니. 기우일지도 모르지만 나 갑자기 오와리모노가타리의 만장일치가 될 때까지 나가지 못하는 교실 생각났는데. 모두가 만장일치로 내가 이 마을에서 강제탈퇴되는 걸 찬성할 때까지 아무도 이 사무실에서 나갈 수 없어요! 법대로 하자면서 법정이나 안 가길 바란다. 다수결의 법칙이 왜 안 맞느냐는 내부에서 문제가 있는 걸로 가정하고 고민해야지, '인간은 욕심이 많으니까'로 대충 퉁치는 건 이제 좀 그만해!
6. 보은 선애빌 생태공동체연구소의 임원은 예전에 녹색당에 있을 때 한 번 만나본 적이 있다. 대뜸 모임에서 혼자 포교를 하시더라. 시골 마을에서 살고 싶다면 원주민이 조금이라도 사는 곳으로 들어가는 게 안전하다. 텃세보다 더 무서운 게 고립과 사이비 종교단체다.
7. 이 책을 보는 것보다는 여기서 소개된 책을 읽는 게 훨씬 낫다. 리뷰를 쓰는 참에 스쳐지나가는 책들을 직접 하나하나 소개하겠다.
http://vasura135.blog.me/220913628430<-클릭
기타: 항상 어떤 책을 받고 리뷰를 남겨야 할 때는 이 점이 참 곤란하다. 지적을 하기가 너무 어렵다. 특히 책을 쓴 의도는 좋으나 시작부터 무언가가 근본적으로 잘못된 책을 볼 때는 훨씬 난감하다. 하지만 책에서도 나오듯이 이로 인해 무턱대로 농촌과 시골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가 귀농하고 마을을 도리어 망쳐 놓거나 마음에 상처를 입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사람 사는 동네 다 똑같다. 그냥 공기와 물이 조금 더 좋아질 뿐이지, 먹고 사는 게 전쟁인 건 별로 다르지 않다. 아니, 오히려 본능에 가까워지기 때문에 훨씬 더 치열해질 수도 있다. 일단 최저임금이 거기서 적용된다고 생각하지 마라. 사실 시골에서도 다 적용이 되야 하는데 말이지.
무엇보다 마을주의자들은 여자들에게 연애하니? 결혼해야지! 라는 말부터 안 했음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