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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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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은 시인님의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 리뷰입니다. 평소 강성은 시인의 글을 좋아하는 친구를 위해 준비한 생일 선물입니다. 평소에 시집을 잘 읽는 편은 아니지만 친구와 함께 천천히 글을 곱씹어가며 강성은 시인을 좋아하는 이유를 알게된 듯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시가 아름다운 까닭을 모두 담고 있는 책이었습니다. 많이들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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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은 시인님의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 리뷰입니다. 평소 강성은 시인의 글을 좋아하는 친구를 위해 준비한 생일 선물입니다. 평소에 시집을 잘 읽는 편은 아니지만 친구와 함께 천천히 글을 곱씹어가며 강성은 시인을 좋아하는 이유를 알게된 듯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시가 아름다운 까닭을 모두 담고 있는 책이었습니다. 많이들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추천합니다~
YES마니아 : 로얄 m**********7 2023.06.02.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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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에 밑줄을 그으며 아등바등 봄에 매달려... 강성은,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
"이마에 밑줄을 그으며 아등바등 봄에 매달려... 강성은,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 내용보기
봄이 포효하면 나는 자지러져야지. 각오를 단단히 하고 하루하루를 보내는 중이다. 영화와 같은 성원에도 불구하고 더딘 봄을 기다리다 지치면 침착하게 탁해진다. 모호한 경계에 서서 좌우로 아래위로 둘러본다. 아직은 새침한 아침 온도는 그러쥐면 금세 빠져나가는 어린 고양이 같다. 갈증이 일어도 흠뻑 마실 수 없는 무엇, 혓바닥을 동그랗게 말아 조금씩 퍼 올려 마셔야 하는 비생
"이마에 밑줄을 그으며 아등바등 봄에 매달려... 강성은,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 내용보기

봄이 포효하면 나는 자지러져야지. 각오를 단단히 하고 하루하루를 보내는 중이다. 영화와 같은 성원에도 불구하고 더딘 봄을 기다리다 지치면 침착하게 탁해진다. 모호한 경계에 서서 좌우로 아래위로 둘러본다. 아직은 새침한 아침 온도는 그러쥐면 금세 빠져나가는 어린 고양이 같다. 갈증이 일어도 흠뻑 마실 수 없는 무엇, 혓바닥을 동그랗게 말아 조금씩 퍼 올려 마셔야 하는 비생산적인 환절의 나날이 계속되고 있다.

 

“금요일엔 하늘 가득 모자들이 둥둥 떠다니다가 / 내 머리 위에 차곡차곡 쌓였다 / 길가의 나무들을 만날 때마다 모자를 하나씩 벗으며 인사했다 / 안녕, 날씨가 좋군요 이런 날엔 모자가 제격이죠” - <누가 너희를 이곳에 넣었니> 중

 

출근을 하는 길, 특장차 리프트가 들어 올린 사내가 나뭇가지를 쳐낸다. 면목 없어 고개 떨구는 남녀가 그 아래를 어설프게 피해간다. 추락하는 나뭇가지의 기척에 놀란 봄, 바람이 잠시 주춤한다. 문 닫은 잡화점 앞에서 매무새를 살핀다. 고양이 발톱에 할퀸 손등으로 앞머리를 들어올린다. 이마에 밑줄을 긋는다. 아등바등 매달려 있던 사내의 모자가 떨어진다. 원인불명의 바람이 다시 기세를 올렸다.

 

 

옆으로 누우면 벽

똑바로 누우면 천장

엎드리면 바닥이었다

눈을 감으면 더 좋았다

가끔 햇빛이 집요하게 창문에 걸쳐 있다 돌아가곤 했다

 

, 방을 나서자 시작되었던 신랄한 발랄이 박자를 놓친다. 도넛의 구멍으로 남은 거리를 잰다. 봄을 추리할 수 있는 일련의 항목들을 허밍으로 읊는다. 아이들 궁둥이 들썩이는 놀이터, 저항하지 않고 벗어놓은 스웨터, 이제야 정체를 드러내는 창과 틀의 먼지들, 톱니 감추기 시작하는 화살나무, 어느 틈에 깍지 낀 손들, 긴 복도를 쏜살같이 달리는 햇빛 또는 쨍하고 날카롭게 잘려나간 조각 햇빛...

 

 

소풍, 나뭇잎 한 장으로 수만 개의 태양을 가리는시간

어쩌면 수만 개의 너

 

고통, 투명한 거미줄을 몸속 가득 치는 노래

이빨이 부러지는 줄도 모르고 씹어먹는 검은 물

 

악기, 자신의 이름도 모르고 죽은 선조들의 뼈

제 이름을 부르며 죽어가는 군대

 

적막의 시간, 검은 재, 빛나는 재, 따스한 재들

어느날 소년들의 머리 위에 새하얀 집을 짓는

 

살금살금 포장을 벗기고 눈으로 몸으로 맛보는 햇빛은 멈추고 움직인다. 본능처럼 손을 뻗어 선물처럼 받아들이는 한 조각의 거대한 정원, 서둘러 깜빡거리던 한낮의 잠은 무용지물이 된다. 밀랍인형 공포증으로 호들갑을 떨던 사내가 패치워크 신발 신은 발을 높이 치켜 들 때, 종이봉투의 내용물도 한껏 떠오른다. 한결같은 호칭으로 짐작되는 그녀가 헝클어진 머리를 자신만의 방정식으로 정리한다.

 

아홉 개의 달이 떠 있는 밤

 

검은 보자기를 풀었다 아홉 개의 달이 풍선처럼 떠올랐다 수많은 음들이 떠올랐다 음과 음 사이의 미세한 침묵이 뒤이어 떠올랐다 검은 새가 푸드득 날아올랐다 내가 일곱 살 때 잃어버린 꼬리 달린 언어들이 떠올랐다 아름다운 이름들이 떠올랐다 심장 없는 인형들이 떠올랐다 눈 내리지 않던 그해 겨울이 떠올랐다 네 귀가 펄럭이던 그 겨울의 방이 떠올랐다 가지를 친 푸른 골목들이 떠올랐다 빛나는 그림자들이 새겨진 기왓장들이 떠올랐다 내가 엎지른 물들이 떠올랐다 물에 빠져죽은 열한번째 어머니가 떠올랐다 내 뺨을 찰싹 때리고는 멀어져갔다 모두 달에게 끌려올라가고 있었다 뒤이어 검은 보자기가 떠올랐다 보자기를 손에 꼭 쥐고 있던 나도 떠올랐다 우리는 투명한 줄에 동여매진 채로 공중으로 한없이 더 깊숙이 떠올랐다

 

지금의 봄은, 그저 봄을 향해 돌출한 곶, 바깥을 향해 미리 출발한 밖, 이제 막 모습을 드러낸 실밥이다. 축소하지 않은 지도를 마음에 드는 만큼 주욱 찢어서 주머니에 챙긴다. 두툼해진 주머니로 오래 방황하고자 한다. 넓게도 좋은데, 깊게도 방황한다. 짐작할 수 없는 곳으로 내려간 두레박은 아직 온전히 올라오지 못했다. 도르래 소리로 짐작하는 봄은 정겨운 징벌이라서 지루할 틈이 없다.

 

강성은 /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 / 창비 / 109쪽 / 2009 (2009)

 

YES마니아 : 플래티넘 k******i 2019.03.20.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