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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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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에 황금도깨비상을 받은『나는 뻐꾸기다』(비룡소, 2009년)는 내가 보기에 아주 뛰어난 작품은 아니었다. 황금도깨비상을 받을 만한 작품이되 작가의 후속 작품을 기대하는 정도로 나아가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동화집을 읽고는 김혜연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고 싶은 강렬한 욕구가 생겼다. 동화의 필수 조건이라 할 어린이가 살아 있거니와, 아빠 세대는 물론 할아버지 세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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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에 황금도깨비상을 받은『나는 뻐꾸기다』(비룡소, 2009년)는 내가 보기에 아주 뛰어난 작품은 아니었다. 황금도깨비상을 받을 만한 작품이되 작가의 후속 작품을 기대하는 정도로 나아가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동화집을 읽고는 김혜연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고 싶은 강렬한 욕구가 생겼다. 동화의 필수 조건이라 할 어린이가 살아 있거니와, 아빠 세대는 물론 할아버지 세대와도 유대를 보이고, 이웃과도 넉넉한 관계를 맺는 어린이들이 있다. 작품마다 삶의 향기도 짙은데다 미학적 완결성도 높다. 어쩌면 작가는 장편보다 단편에 더 능숙함을 보이는 작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꽃밥」: 집에서 혼자 지내야 하는 3학년 여자 아이 연이. 작가는 연이가 왜 혼자 집에서 지내야 하는지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는다. 작가는 “사람과 장소와 사건에 대한 기억을 남들과는 약간 다르게”(「작가의 말」) 한다고 하는데 그것도 까닭이 될 수 있을 테고 굳이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겠다. 구체적 설명의 배제는 이 작품 말고 다른 작품들에도 통용된다. 어쨌거나 연이는 배가 고파서, 허브 농장에서 꽃밥을 먹은 유림이처럼 예뻐지기 위해서라고 생각하며, 스스로 만든 꽃밥을 먹는다. 비록 길거리에서 딴 흔한 꽃잎으로만 만든 꽃밥이지만 꽃밥은 꽃밥이다.


연이는 해바라기 꽃잎을 따서 밥그릇에 담았다. 물을 부어 수저로 떠먹었다. 꽃밥을 먹듯. 꽃밥을 먹는 예쁜 유림이 모습을 떠올리면서.

다음 다음 날에는, 학교 담장 밑에서 하늘하늘 춤추는 코스모스를 따 먹었다.

다음 다음 다음 날에는, 동사무소 앞 화단에 피어 있는 이름 모르는, 잎이 좀 너덜너덜한 꽃을 먹었다. (23쪽)


연이의 꽃밥은 허기가 달래지지 않는 꽃밥이다. 그리하여 연이는 다음 다음 다음 다음 날에는 꽃밥을 먹는 대신 꽃 꿈을 꾸다 끝내 깜깜해지고 만다.


-「도대체 셋째 시간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해솔이는 엄마 지갑에서 돈을 훔쳤다가 엄마가 담임 선생님이랑 이야기를 나누자 학교 뒷문 쪽에 있는 언덕으로 숨는다. 진구는 수업 시간에 해솔이를 놀린 것이 마음에 걸려 해솔이를 찾아 나선다. 선생님은 아이들이 교실 안 어디에 있는 4차원 공간에 빨려 들어간 것이 아닌가 의심한다.

-「일요일 오전 10시 15분에……」: ‘나’는 꿈을 꾼다. 엄마가 가출해서 앞집 할머니네 집 베란다에 밧줄로 묶여 쓰러져 있는 꿈이다. 그런데 실제로 앞집 할머니가, 꿈에 본 엄마처럼, 베란다에 밧줄로 묶여 쓰러져 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엄마는 할머니에게 동양화를 배우는 제자가 된다.

-「할아버지의 윙크」: 아빠는 외국 출장을 가고 엄마는 일요일 근무라서 둘 다 오지 않는 일요일. 훈이는 할아버지랑 5일장 구경을 하고 돌아오는데 그날 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다. 가루로 뿌려져 바람에 실려 세상 이곳저곳을 구경하고 싶다던 할아버지는 작은 돌 상자에 갇히고 만다. 그렇지만 할아버지는 꿈에 나타나 그곳을 빠져나와 훨훨 날아다닌다며 윙크를 한다.

-「너는 참 좋겠다」: 작은아버지네가 이사를 가서 방이 생긴 영주는 자기만의 방을 꾸미지만 고모네가 들어오게 되어 다시 방을 내주게 된다. 영주는 몸집에 비해 큰 집을 갖고 있는 진돗개가 부러워 개집에 들어가 잠잔다. 

-「작별 선물」: 엄마와 단 둘이 반지하에서 살고 있는 열 살 진하. 꽃집 아저씨가 이사를 가면서 작별 선물로 준 나팔꽃 화분을 집에서 돌보다 햇살 많이 받는 학교 화단에 옮겨 심는다. 그러고는 처음으로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준 선생님에게 작별 선물로 나팔꽃 씨를 선물한다.

-「핫도그, 이젠 하나도 안 부럽다」: 지웅이는 로봇 강아지를 자랑하는 민철에게 비위가 상한다. 할머니, 아빠, 엄마는 각자 돈을 마련하여 주며 지웅에게 로봇 강아지를 사라고 한다. 지웅이는 민철이가 갖고 있는 걸 보면 샘이 났지만 큰돈으로 그걸 사려니 아깝다. 이제 핫도그가 하나도 부럽지 않다. 그리하여 지웅이는 3년 전부터 사고 싶었던 진짜 강아지를 산다.

-「합이 스물이오!」: 과일 가게 아들 영진이가 자주 가는 생선 가게 아저씨는 오른손 새끼손가락이 하나 없다. 그런데 손수레를 밀고 다니는 커피 아줌마 오른손 새끼손가락은 두 개다. 커피 아줌마는 시장에서 야채 가게 아줌마에게 수모를 당하는데 그때 생선 가게 아저씨가 돕는다. 손을 주고받는 이들 손가락의 합은 스물이다.

YES마니아 : 골드 g*******g 2012.02.1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