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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쿼터스(Ubiquitous). 말 그대로 모든 활동이 컴퓨터에 의해 제어되는 시스템적 상황을 포괄적으로 일컫는 말입니다. 좀 투박하긴 하지만 유비쿼터스를 자동화된 미래상을 긍정적으로 표현한 조어로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 또한 원뜻을 훼손하지 않으려는 차원에서 '통제'라는 단어를 버리고 중립적 의미를 띤 단어로 '제어'를 힘겹게 골라 썼습니다.
그렇다고 그 단어가 썩 잘 어울리는 건 아니어서 맥 빠지기도 합니다만, 아무튼 유비쿼터스가 생활의 편리성을 높이고, 그럼으로써 보다 풍요로운 삶을 보장해 준다면 마다할 일 없겠지요. 그렇게 되면 남는 시간을 고차원적인 정신활동에 모두 쏟아 부을 수 있을 테니까, 그야말로 핵 연쇄반응도 이보다 더 폭발적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쌍수를 들어 환영할 사람 많겠지요.
수년 전 제레미 리프킨(『엔트로피』)은 인류가 대체연료를 취하는 일련의 선택이 오히려 열효율을 떨어뜨리는 부(否)의 효과를 가져왔다고 지적한 바 있는데요. 유비쿼터스가 '불을 전해준 프로메테우스'가 될지 아니면 '프로쿠르스테스의 침대'가 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원제(World Without Secrets : Business, Crime, and Privacy in the Age of Ubiquitous Computing)가 우리 책의 제목보다 이 책의 내용을 생생히 드러내고 있는데요, 이 책 『유비쿼터스』는 유비쿼터스의 속살을 벌겋게 내보이고 있습니다.
"미래는 부자를 제외하고는 프라이버시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던 과거와 비슷해질 것이다."
책 뒤표지에 선명하게 박힌 「이코노미스트」의 지적을 엄살이라고 보기엔 현실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통제사회의 암울한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기 때문입니다. 거리 곳곳에 설치되어 무작위로 통행자의 모습을 모니터링하는 CCTV와 제어속도 이상을 넘어서면 즉시 렌터카 회사에 통지되어 과속요금을 물게 하는 GPS, 운영체제의 오픈소스화를 가로막음으로써 결과적으로 특정 체제에 종속토록 만드는 독과점 기업의 횡포 등등에 이르기까지, 이외에도 이 책에서 열거하고 있는 수많은 사례를 보면서 벤담의 파놉티콘을 떠올리게 되었는데요.
얘기인즉슨 누가 감시하는지 전혀 알 수 없을 정도로 높고 어둡게 조성한 탑이 죄수들을 자발적으로 규율에 복종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인데, 원형감옥에 갇힌 죄수들의 모습이 현재, 또는 머지않은 장래에 우리 모습이 되지 말라는 확실한 보장이 없으니 허리 띠 푼 긴장을 추스르지 않을 수 없는 것이지요.
통제사회, 여태 「1984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건 아닌가, 그게 아니라면 그 해를 이제 맞게 되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괜한 걱정이 되기만 바랄 뿐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희망은 있습니다. 문제가, 곧 해답을 내장하고 있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해결책을 이끌어내기 위한 과정으로서의 문제제기'는 적극 권장할 만 합니다. 이 책의 효용이 크게 번뜩이는 부분이지요.
이 책이 그리는 현재와 미래상이 어둡다고 피하지만 않는다면 해결의 실마리는 언제든 우리 가까이 다가와 있을 것입니다. 더불어 장밋빛 예찬에 온통 한눈팔지 않는다면 말이죠.
대안을 마련해가는 작업, 그것이 이 책의 행간에서 추출해낸 가장 큰 미덕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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