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상황 속에서 사람은 전혀 다른 내가 되기도 한다. 그런 상황 중 가장 치명적인 것이 갓 사랑에 빠졌을 때이다. 사랑의 향기에 스며들어 갈 때 우리는 전에 보지 못한 나의 면면들을 하나둘씩 알아가면서 신기함과 놀라움에 빠지기도 하고 다른 나로 변모한 모습 속에서 행복한 여운을 만끽한다.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로 많은 사랑을 받았고 지금도 그 작품을 쓴 작가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사람들에게 믿음을 주는, 나에게는 낯설기만 한 작가. 『감상 여행』에는 표제작인 <감상 여행> 외에 두 편의 단편이 더 실려있다. 사랑을 갈구하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팍팍한 삶을 바라보는 관찰자 입장에서 쓰인 <감상 여행>, 결혼한 지 10년이 넘어서는 부부 사이에서 아내의 반란을 다룬 <당신이 대장>, 60대 노년에 접어든 여인의 잔잔한 설렘을 이야기하는 <시클라멘이 놓인 창가> 이렇게 총 세 편의 이야기 속에서 '사랑'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를 엿볼 수 있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독신 여성 유이코는 연애를 밥 먹듯이 하는 여자다. 그렇고 그런 동료 방송 작가인 나의 눈에 비친 모습이다. 좋은 환경에서 자란, 나이에 비해 철없고 아직도 꿈꾸듯이 삶을 살아가고 있는듯한 여인. 독특하게도 30대 여성의 사랑을 20대 초반 남성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으로 쓰인 단편이다. 살면서 가장 늘지 않는 게 사랑에 임하는 자세인지도 모르겠다. 해도 해도 모르겠고 이별 역시 단련이 되지 않는 것이니까. 다양한 이성을 만나지만 그들 역시 다양성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오는 각기 다른 사람들이라서 일 것이다. 비슷한 듯하면서도 반복적인 사랑과 이별의 행위 앞에서 인간이란 언제나 목말라 하고, 영원을 꿈꾼다. 이번 사랑은, 이번 사랑은 영원할 거야 같은.
지금 이 순간만이 인간의 인생이라고 소리치는 유이코 역시 실은 '영원할 거야' 같은 꿈을 꾸는 부류다. 매번 사랑에 실패하면서 이번에는 제대로 된 사랑을 만났음을 히로시에게 시시콜콜 토로하며 사랑과 인생을 논하는 여자의 농익지 않은 귀여움과 부주의함에 웃음이 나온다. 남자만 나이가 들어도 애가 아니라, 여자도 사랑 앞에서는 언제고 한없이 작아지는 아이일 뿐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유이코는 더 많이 사랑했기에 약자가 아니라, 항상 사랑 앞에서 영원을 꿈꾸기에 약자의 편에 서 있는 것이 아닐까 하면서... 언제고 마음만 먹으면 훌쩍 떠나버릴 수 있는 여행이라고 하면서도 정작 떠나지 못하는 마음속에만 차곡차곡 개켜놓고 꺼내보지 못하는 기차표처럼, 종착역이 없는 유이코의 사랑의 행보는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다. 그렇기에 언제까지고 감상에 젖어 사는 거겠지 그녀와 우리는.
익숙해진다는 것은 나를 관성에 젖게 만든다. 정지해버린 시곗바늘처럼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한 그 자리에서 한 치도 움직임 없이 고정되어 버리는 모든 게 멈춤 상태. <당신이 대장>에서는 익숙함에 길들어 있는 부부 사이에서 한 사람의 변화가 어떤 상황을 만들어 가는지 유쾌하게 다룬 작품이다. 모든 걸 남편의 뜻대로-'당신이 대장!'이라고 떠받들던 아내가 자신이 원하는 물건(화장대) 하나도 제대로 살 수 없는 돈 없는 신세라는 걸 알게 된 후 변화를 꿈꾸는 모습을 역시 남편의 시각으로 그려내고 있다. 관성에 젖어 살면 그 틀을 한번 깨고 나가기가 참 두렵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한 번 두 번, 시도할수록 더 높게 날아오를 수 있는게 인간의 참모습이다. 물건 하나 사는 것조차 남편의 의견을 구하던 아내가 당당히 홀로서기 하는 모습은 남편의 입장에서는 그전의 모습이 편하면서도 답답했다면 빠르게 변화하는 모습 앞에서는 담담히 받아들이면서도 브레이크를 걸겠다는 모습이 틈틈이 보인다. 세상이 만만치 않다는 걸 역설하며 체념하라는 남편 앞에서 계속해서 비상의 날갯짓을 파닥거리는 아내의 모습은 진정한 대장은 역시 '당신(아내)이야' 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한다.
사랑 앞에서 적정 나이란 없다. 죽는 날까지 사랑을 하면서 살아갈 수도 있다. 아니,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 <시클라멘이 놓인 창가>의 루리와 츠카다가 그렇다. 하지만 이들의 만남을 사랑이라고 정의 내리기보다는 우정과 사랑 사이의 경계에 있다고 하는 게 알맞을 듯하다. 현대인들의 여유 없는 일상 속에서 창문 가에 놓인 시클라멘 화분은 잠시 잠깐의 여유를 선물한다. 츠카다도 그 선물을 받은 사람 중 하나이고, 그 덕분에 60대 초·중반 두 노인의 우정은 싹트게 된다. 60평생 홀로 살아온 루리와 가정이 있지만 그 속에서 평온을 만끽하지 못하는 츠카다 사이의 연대는 시클라멘 화분이라는 매개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선을 넘지 않아도 서로 이해하며 안아줄 수 있는 우정 이상 사랑 이하, 그리고 그 속에서 루리가 느끼는 따스한 안락함. 꽤 잘 살아왔다고 서로 다독이며 건네는 눈빛과 손길과 마음은 그래서 불손해 보이지 않는다. 그 나이에도 얼마든지 설렐 수 있고 얼마든지 아름다운 사랑에 기초하는 우정을 간직 할 수 있다는 걸 작가는 우리에게 말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30대 후반에 접어들면 사랑은 끝났고, 결혼하면 여자의 변화는 끝났고, 60대가 넘어서면 사랑 할 수 없을 거라는 부정적 시선들과 세상에 던지는 직구로 날아오는 공이라고나 할까. 앞으로의 내가 어떤 상대를 만나고, 어떤 사랑을 해나갈지, 60대가 되어서는 어떤 사랑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아마 그때도 난 분명 사랑하고 있으리라. 언제고 낭만을 꿈꾸니까…….
|
|
가끔 젊은 친구들이 묻는다. “언니. 언니는 아직도 형부를 사랑해?” 사실 누군가가 이렇게 묻는다면 ‘훗’하고 웃음이 나온다. 분명 사랑해서 결혼한 것은 맞는데, 지금도 여전히 그 달달한 사랑을 하고 있느냐 하면.... (^^ 일단 웃음으로 무마해보자) 지금도 사랑하면 단골로 등장하는 말이 있다. “사랑이 변해? 사랑 하기는 한 거니?” 예전에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사랑하는 사람이 변할 뿐. 시대가 변하고,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사랑은 이 세상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고, 삶의 한 모습이다. 많은 이들이 사랑을 하면서도 사랑에는 정답이 없는지 여전히 아파하고 슬퍼하고 또 행복해 한다. 사랑에 고수인 것 같은 사람도 정말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서툰 행동으로 엉뚱한 모습을 보이는 것. 이 역시도 사랑의 또 다른 모습이 아닐까?
오늘 참 재미있는 책을 만났다. 각기 다른 여자의 3가지 색을 지닌 사랑이야기라고 하면 될까? 첫 번째 단편 ‘감상 여행’은 30대 후반의 통통하고 나름 귀여운(?) 여자의 사랑을, 3자의 입장인 동료 남자 시선에서 바라본다. 나이를 먹어도 사랑이 서툰 유이코. 자신의 단정치 못한 행실이 동료들 사이에선 가십거리가 되지만 사람 좋고 세상 물정 모르는 그녀는 사랑도 늘 요란하다. 이번에는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났다고 진지하게 말하지만 상대 남자가 그녀에게 한통의 편지를 남긴 채 떠나버리는데... 첫 번째 이야기가 30대 후반의 골드 미스의 사랑을 이야기 했다면, 두 번째 이야기는 30대 후반, 기혼 여성의 사랑을 이야기 한다. ‘당신이 대장’이라는 두 번째 단편은 시골출신의 큰 키가 콤플렉스인 촌스러운 에이코의 사랑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에이코의 남편이 화자가 되어 이야기 한다. 에이코는 무슨 결정이든 남편이 오케이 해야만 할 수 있는 수동적인 사람이다. 사람들은 그런 에이코를 보며 화자인 나(남편)에게 결혼을 잘했다고 말한다. 남편인 나도 그런 아내에게 불만이 없었다. 어느 날 에이코가 정말 갖고 싶은 가구가 있다면 남편과 함께 가구점을 찾아가고 그곳에서 화끈하게(?) 돈을 지불하는 커리어우먼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내가 사고 싶은 것은 내가 산다 라는 생각으로 일을 하기 시작한 에이코는 점점 변해간다. 남편인 나는 변해가는 에이코를 보며 나는 어떤 에이코를 사랑했는지 생각하게 된다. 세 번째 이야기 ‘시클라멘이 놓인 창가’는 60대의 결혼한 적이 없는 여성의 짧은 사랑이야기이다. 상대는 결혼한 유부남이지만 흔히 말하는 불륜하고는 좀 다른 그들만의 잔잔한 교제가 있다. 또한 이별마저도 죽음을 맞이하듯 담담하고 미련이 없다.
사람들은 늘 내가 갖지 못한 타인의 삶에 욕심을 부린다. 결혼한 사람은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의 자유가 부럽고, 결혼하지 않은 사람은 결혼한 사람들의 든든한 울타리가 부럽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이 부럽다가도 이별로 아픈 사람들을 보면 사랑을 옆으로 치워(?)두기도 한다. 모든 면에서 똑 부러지게 잘할 것 같은 사람도 사랑 앞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며 서툰 웃음을 짓지만 그런 과정 없이 어느 날 문득 내 앞에 완벽하게 떨어지지 않는 게 또한 사랑이다. 그럼에도 이 세상에 살면서 진한 사랑 한 번 못하고 죽는다면 그것만큼 억울한 게 또 있을까 싶도록 사랑은 사람을 유치하게, 대범하게, 용감하게, 달달하게 만든다. 아무리 무뚝뚝한 사람일지라도 사랑 앞에선 무장해제 당하곤 한다.
이제 가슴 떨리고 달달한 사랑은 내 인생에서 없을 것 같다. 하지만 20대의 사랑과는 좀 다른 사랑을 하고 있다. 눈빛만으로도 알 수 있는 그래서 편안한 사랑. 아직까지는(?) 내 편에 서서 나를 바라봐주는 그런 사랑. 불같고, 열정이 넘치는 사랑은 아니더라도 보기만 해도 웃음 나는 그런 사랑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사랑이란 생각을 한다. 결혼 생활과 함께 담담해지려 했던 내 생활 앞에 나의 사랑을 다시 점검할 수 있어 요 책, 은근 매력적이란 생각을 했다. 사랑할 수 있을 때... 후회 없이 사랑하면 좋겠다. ^^ |
|
우리 집의 대장은 우리 어머니다. 경제적 주도권은 물론이고 모든 일의 결정권은 전부 우리 어머니에게 있다. 그런데 처음부터 우리 어머니가 대장은 아니었다. 우리가 경기도 화성에 살 때만 해도 우리 집의 대장은 아버지였다. 내가 6살 때까지 살았던 화성은 우리 아버지의 고향이자 나의 고향이다. 아버진 화성에서 태어나 자라셨고 병점근처에 있던 두산기계에 다니셨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사내커플이셨는데 지인의 소개로 만나 몇 개월 간 교제하시다가 아버지의 청혼으로 결혼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어머니는 7년이란 긴 세월을 괴팍한 시부모님 밑에서 시집살이를 하게 되셨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어머니는 아무런 권력이 없으셨다. 헌데 가혹한 시집살이 때문에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 불화가 일자 아버진 타향살이를 선택하셨고 그때부터 우리가족은 청주에 살게 되었다. 아버진 농사를 짓는 것과 기계를 만지시는 데는 일가견이 있으셨지만 장사엔 소질이 없으셨다. 그래서 주된 일을 어머니가 도맡아 하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어머니가 가장이 되셨다. 그 후로 권력은 서서히 어머니에게 옮겨져 지금은 어머니께 모든 권력이 집중되어 있다. 잠깐 할아버지로부터 증여를 받았을 땐 아버지에게 권력이 넘어간 적도 있었다. 하지만 작은 반란은 어머니에게도 소유권이 있다는 나의 귀띔으로 인해 다시 어머니에게로 넘어갔고 지금까지도 어머니가 모든 핵심 권력을 쥐시며 사신다. 아버진 그냥 어머니의 권력을 인정해주시며 편안하게 지내고 계신다. 이 책은 세 편의 단편을 묶어 만든 책이다. 저자는 일본색이 짙은 일본인 이야기를 우리들에게 들려주고 있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세 가지 삶의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독자의 공감을 얻으려고 한 것 같다. 그런데 ‘당신이 대장’이라는 제목의 단편 하나만 빼고는 실패한 것 같다. 책 제목이기도 한 첫 번째 단편인 ‘감상여행’과 ‘시클라멘이 놓인 창가’는 일본에서는 공감을 사고 통했을지 몰라도 한국인에겐 별로 와 닿지 않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아쿠타가와상이라는 유명한 상을 받은 작품이라 해도 자국민에게만 통하는 작품은 좋은 작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본인만 이해할 수 있는 소재는 가급적 피하고 만인이 이해할 수 있는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를 들려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책은 총 3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금부터 난 내가 주목한 것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내가 주목한 것은‘당신이 대장’에서 주인공인 다츠노가 자신의 아내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야기한 부분이다. 다츠노는 잘나지 않은 여자가 좋아 지금의 아내인 에이코를 선택했다. 그 이유는 ‘대장노릇’을 하던 강한 어머니가 세상을 뜨자 아버지가 곧 생기를 잃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를 따라 돌아가신 것과 잘난 형수 때문에 꽉 잡혀 사는 형의 모습이 못 마땅했기 때문이다. 난 다츠노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우리 집이 딱 그 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강한 여자를 의도적으로 꺼린다. 아버지가 어머니보다 기가 약해 얼마나 숨죽여 사셨는지 잘 알기 때문에 난 어머니처럼 기가 지나치게 강한 여자와는 결혼하고 싶지 않다. 다만 잘난 여자는 상관없다. 다츠노는 잘난 여자들은 다 남자를 잡고 살 것이라 여기는 것 같은데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내 주변을 보더라도 부인이 선생이거나 약사여도 기죽지 않고 오히려 대접받고 사는 친구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다츠노의 형수가 형을 잡고 사는 건 원래부터 남자를 누르려는 경향이 있어서 그런 것이지 결코 직업 때문만은 아님을 다츠노는 몰랐던 것 같다. 자국민을 위한 글만 써 가지고는 좋은 작가가 될 수 없다. 아무리 자국에서 유명한 상을 받았다고 해도 그건 그저 우물 안 개구리가 자신의 좁은 우물에서 누린 영광에 불과하다. 외국으로 자신의 번역본을 펴낼 정도로 만인들의 공감을 얻고 싶다면 저자는 일본 특유의 색을 조금은 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상적인 글귀 “즐거운 모임일수록 길게 가져가면 안 된다. 잔치는 끝나기 때문에 잔치인 것이다.” |
|
그 동안 일본 소설을 무엇을 읽었나 곰곰히 생각해봤다.
(감상여행)
(당신이 대장)
(시클라멘이 놓인 창가) |
|
<감상여행> 사랑에 관한 의미를 다시 한번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 나왔다. 다나베 세이코의 <감상여행>. 신유희 씨가 옮기고, 북스토리에서 출간됐다. 다나베 세이코는 영화로도 제작되어 호평받은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의 작가. 그의 책들이 영화처럼 감수성 풍부한 세심한 글임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 책은 그의 작품 가운데 감상여행, 당신이 대장, 시클라멘이 놓인 창가 등 단편 3편을 모아 출간한 것이다. 이 가운데 감상여행은 1964년 다나베 세이코에게 아쿠타가와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감상여행은 왠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남녀의 사랑이야기. 흔해빠진 사랑이야기라지만 왠지 독특한 설정은 <이건 뭔가?> 하고 읽어보게 만든다. 무려 37살(지금 봐도 노처녀) 방송작가인 유이코는 자유연애주의자처럼 자유롭다. 함께 일하는 22살인 히로시는 그녀를 주변에서 맴돌뿐 사랑에 감정은 없었다. 유이코와 사랑을 시작하는 중앙공산당 당원이자 가난한 선로공인 케이. 사실 사랑이야기는 별로 와 닿지 않았다. 다만 중앙공산당과 일본의 1964년 풍경을 묘사한 내용들이 신선했다 좌파, 부르주와, 민족적 눈을 뜨라는 문장들은 낯설기는 하지만 왠지 신선했다. <당신이 대장>편은 새로운 국면을 맞은(?) 결혼 15년 차 부부의 이야기였다. 장년층의 사랑이라니. 사실 자주 접하기는 어려운 소재를 잘 찾아낸 듯 싶다. 오춘기가 온 듯 부부가 15년을 함께 보내면 어떤 느낌일지를 글로 느낄 수 있었다. 남편 다츠노의 사랑은 이미 식은지 오래, 그저 정 때문에 그 동안 함께 살아왔다는 부부. 우리집 대장은 남편이라는 믿음(?)으로 살아가는 현모양처 부인 에이코. 이들 사이에 변화가 일어난다. 커리어우먼. 아내의 변화. 어쩌면 시대적인 분위기도 작용하겠지만 시작은 소박했다. 내 물건하나 내 돈으로 구입하고 말겠다는 그 일념으로 빵집 일을 시작한게 계기가 됐다. 사랑과 인생. 결혼으로 행복할 듯 싶던 것도 10여년의 인생으로 정 때문에 살고, 자신의 가치를 다시금 되돌아보면서 새로움을 느끼는 감정선을 잘 살리고 있다. 마지막 단편인 <시클라멘이 놓인 창가> 노년(64살이니 노년이겠지?)의 여인 루리는 철로 변의 작은 집에 살면서 빨간 시클라멘 꽃을 가꾸며 산다. 독신으로 살다 늙어 죽는 생각이지만 연애의 귀찮음이 마냥 싫지는 않다. 어느날 하얀 시클라멘을 들고 온 노년(68살이니)의 남자 츠카. 이 둘에게는 어울리는 나이차만큼 살아온 시대가 비슷해서인지 동연배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친분을 나눈다. 마치 대화에 굶주린 것처럼. 그들 역시 다시 이별아닌 이별로 여운을 남기며 끝을 맺는다. 다만 빨간 시클라멘의 외로움보다는 곁에 있는 하얀 시클라멘의 동반자가 생긴것만큼 여운은 길게 남는다. 사랑의 연작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이 단편들을 엮는 편집자의 안목이 놀랍다. 어쩌면 나이별로 느끼는 사랑에 관한 감정을 이렇게 세심하게 글로 표현해 낼 수 있는 저자의 감수성이 돋보였다. (끝) |
![]()
지은이 : 다나베 세이코 출판사 : 북스토리
조금 읽을만 하면 이야기가 마무리 되어 버린다고 새각해서 단편 소설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우연히 읽게 된 「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 은 나의 생각을 바꿔 놓앗다. 각각의 생활과 여러 상황에 처해 잇는 여성들의 감정을 여과 없이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드니 단편이라해도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연유로 어쩌면 다나베 세이코의 「 감상여행 」 을 기다리고 있엇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는 세 편의 단편소설이 담겨 있는데 세 편 모두 여성이 주인공일 것이라는 나의 예상을 깨고 남자 주인공이 등장했다. 물론 남자의 입장에서 느끼는 여성의 감성이 표현되어 있었지만 말이다.
첫 번째 감상여행은 방송계에서 일하는 히로시와 유이코의 이야기인데 유이코는 자유분방한 성격으로 애인이 자주 바뀌는 데, 히로시는 나이는 어리지만 유이코의 친구로서 모든 하소연을 들어 주는 입장이다. 방송계의 소문이나 도심의 밤 문화 등을 감정없는 목소리로 들려준다. 나는 사실 소설의 절반 이상을 읽을 때까지 유이코의 모든 이야기를 들어 주고, 유이코에게 당하기만 하는 히로시가 당연히 여자라고 생각했다. 여자끼리만 친구가 되는 것은 아닌데...
두 번째 당신이 대장은 172cm의 키에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졌음에도 자신의 모든 것이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에이코와 시원스레 큰 여자가 상냥하고 연약하고 수즙음이 많다는 이유로 결혼한 키 162cm의 다츠노의 이야기이다. 처음에는 자신의 내성적인 성격과 큰 키 때문에 조용히 집안일만 하며 남편의 결정에 무조건 따르던 에이코가 갖고 싶엇던 화장대를 갖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너무 당당히 자신이 원하는 것을 사 가는 여자를 보고 자극을 받아 사고 싶은 것은 자신이 벌어서 사겠다는 생각으로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생활과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다. 이 변화를 남편의 시각에서 담담히 지켜 본다.
세 번째 시클라멘이 놓인 창가는 64세의 루라가 매일 창가에 내어 노은 화분을 68세의 추카다가 출퇴근하며 보게 되고 며칠 화분이 보이지 않자 츠카다는 화분을 사서 "낯선 집인 줄 알면서 날마다 오며 가며 보다보니 어느새 진즉부터아는 살마의 집인 양 여겨지더군요."라며 루라의 집을 방문하게 되면서 가까워지는 이야기이다. 젊은이들의 낯뜨거운 이야기가 아니라 서로 동시대에 살면서 겪었던 전쟁이나 사회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면서 추억담을 끝없이 펼쳐 낸다.
다나베 세이코의 책은 아직 2권 밖에 읽지 않았지만 인간의 감성을 여과없이 잘 표현해서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 주는 것 같은 느낌이다.
|
|
최근 들어서 일본 작가의 작품들을 많이 접하다가, 「나오키상」과 「아쿠타가와상」을 알게 되었다. 뭐, 좀 유명하거나 인기 있다 싶은 책에는 대부분 둘 중 하나는 수상한 작품이라는 광고가 먼저 붙게 되어있으니 모르는 게 더 이상하기도 하겠지만.. 어쨌든, 「나오키상」과 「아쿠타가와상」을 알게 되면서, 또 이 상들의 수상작을 읽게 되면서 신기하게도 나만의 선입견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오키상」은 조금 대중성에 가깝고, 「아쿠타가와상」은 조금 더 작품성에 가까운 듯 한 느낌 ㅡ. (미리 말하지만, 이건 순전히 나만의 생각이며 느낌이다!!) 『감상 여행』은 그런 나의 이상한 선입견을 한층 더 강화(?!)시켜준다는 느낌이 들었다.
![]() 우연히,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이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다. 생각 없이 우연히 본 영화였는데 아무런 기대가 없었기 때문일까 상당히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난다. 어떤 잔상을 남기면서도 아련하고, 재미도 있고.. 보통의 영화와는 다른 색다른 느낌이었다. 그 후 한참이나 지나서 그 영화의 원작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 작가가 「다나베 세이코」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원작을 읽어보지도 못하고, 그냥 소설과 작가의 이름정도만 알고 있었다 ㅡ.
또 다시 우연한 기회로 인해 만나게 된 「다나베 세이코」ㅡ. 영화를 보고 난 이후부터 꼭 봐야지 했던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이 아닌 『감상 여행』으로 만나게 되었다. 50회「아쿠타가와상」수상작이라고 한다. 따져보니 1964년이다. 그리고 「다나베 세이코」라는 작가가 1928년생이라는 사실 또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을 볼 때도 그랬고, 『감상 여행』을 읽어갈 때도 역시 전혀 느끼지 못하던 세월의 흔적을 숫자 몇 개를 보고서야 실감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세월의 흔적과 상관없는 이야기를 담아낸다는 사실이 ㅡ.
『감상 여행』은 책의 제목과 같은 「감상 여행」, 「당신이 대장」, 「시클라멘이 놓인 창가」세 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감상 여행」은 방송 대본 작가인 '나'와 '유이코'를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진행시켜나간다. '유이코'의 사랑이야기를 애증이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나'의 모습을 그렸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까?! 떠나지 못하는 여행을 감상하는 그들의 모습이 삭막하다는 느낌으로 그려진다. 어쩌면 우리의 삶속에서 진정한 꿈을 찾는 여행을 떠나지 못하고, 현실이라는 핑계로, 그리워만 하고, 감상만 하는 나(혹은 우리)에게 던지는 날카로움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두 번째 등장하는 「당신이 대장」은 「감상 여행」과는 반대로(?) 유쾌하게 그려진다. 자신의 허락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아내 '에이코'가 하얀 화장대 하나로 인해 변해가는 모습을 남편 '다츠노'의 시점으로 그려낸다. 결국 아내에게 '바보' 같다는 소리 까지 듣게 되는 다츠노. '당신이 대장'이라는 소리를 듣기만 하다가, 아내를 향해 '당신이 대장'이라는 말을 해야 할 것만 같은 상황에 까지 놓인 다츠노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마지막 「시클라멘이 놓인 창가」는 '전쟁 때 이야기'를 추억삼아 이야기 한다는 공통점을 가진 60대 남녀, '루리'와 '츠카다'의 이야기이다. 창가에 놓인 시클라멘을 전철에서 바라보게 되는 인연으로 맺어지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앞서 「나오키상」과 「아쿠타가와상」에 대해 내 멋대로 말했듯이, 『감상 여행』은 작품성이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쉽게 말하면, 『감상 여행』이라는 작품을 내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큰 고민이 되었다는 말이다. 읽히기는 쉽게 읽히지만, 쉽지만은 않은 이야기이다. (물론 나의 이해력이나 사고력의 딸림에 문제가 있겠지만..) 그렇다고 전혀 재미없는 이야기도 아니다. 유머를 겸비해 쉽게 읽히면서도 단순한 생각은 저~ 멀리 던져버리게 만드는 것이 어쩌면 「다나베 세이코」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 『감상 여행』은 소용돌이 치는 고민 속으로 나를 던져버린 작품이자, 앞으로도 지금까지와는 색다르게 기억되는 작품이 될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계속해서 찾아가야 할 그 뭔가를 「다나베 세이코」의 다른 작품들을 좀 더 살펴보게 된다면 찾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빠져본다 ㅡ. |
| 소극적이고, 의타적인 아내가 분명한 목표를 갖자 갖혀 있던 알을 깨고 나오기 시작한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지를 표시하고, 관철시키고, 급기야는 남편을 굴복(?)시키기에 이르른다. 시종 남편의 시점에서 이야기는 전개되는데, 남편의 이기적이고, 다소는 무신경한 부분이 끝내는 파국을 앞당기기에 이르른다. 어쩜 좀더 아내를 배려하고, 살가운 애정을 갖고 대했다면 그의 앞날이 꾸준히 평안하지 않았을지..... 아주 사소한 사건을 계기로 그는 아내의 급변하는 모습을 목도하기에 이르른다.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변신을 이뤄내는 아내의 모습에 적잖이 놀라고, 충격을 받지만, 무기력 하기만한 그........ 결국 아내는 기고만장하기까지 하다 아차싶은 위기를 맞지만 보기좋게 재기한다. 결국 남편은 자신의 누리던 '대장'자리를 아내의 몫으로 돌리며 다소는 씁쓸하게 맺음을 하는데...... 개인적으로 통쾌하고고 속이 후련했다. 초반에 보여진 아내란 이의 어의없을정도로 소심한 모습은 거북할 따름이었다. 차비를 아끼려 다리가 단련될 정도로 걸어다녔다는 그녀, 자신의 키가 컴플렉스인지라 결혼당시 사실을 속였던 그녀. 남편에게서 받는 자잘한 호의에 감격까지 했던 그녀..... 너무도 무방비하고, 때로는 한심하기까지 했건만, 마치 징그러운 애벌레가 변태를 일으키고, 탈피를 해서는 아름다운 나비가 되듯 그녀는 어느순간을 기점으로 변신을 이뤄낸다. 멋지다. 앞으로도 씩씩하게 자신감있게 지낼 그녀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한듯 하다. |
|
다나베 세이코의 감상여행은 감상여행, 당신이 대장, 시클라멘이 놓인 창가등 3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있는데 이 이야기들의 주제는 모두 사랑이다. 감상여행의 젊고 철없어 갈 곳을 잃은 사람들의 사랑, 당신이 대장에서의 결혼 14~5년차의 중년의 사랑, 그리고 시클라멘이 놓인 창가에서 보여주는 노년의 사랑. 그 속에 우리네들의 일상이 이야기들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어선지 더 쉽게 빠르게 이해하고 공감하게 된다. 첫번째 이야기 감상여행은 당원이니 뭐니 생소하고 어려운 단어들이 많이 나와 집중력이 흐려지긴 했지만 결국 그 속에서 그들이 이야기하고자 한 것은 충분히 이해했으니 ^^ 세 이야기 중에서 두번째 당신이 대장이 참 재밌었는데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이라는 말처럼 알게모르게 우리나라 사람들과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도 했고, 이 이야기는 여자보다는 남자들에게 더 많이 읽혀졌음 좋겠다는 생각도 들더라~ 그만큼 아무것도 못하는 아내에 불과했던 에이코가 당당한 커리어우먼으로 변신해가는 모습이 통쾌했다. 결혼한 지 14~5년차 부부 에이코와 다츠노. 작은키가 컴플렉스였던 다츠노는 키도 시원스레 크고, 상냥하고 연약하고 수줍음까지 타는 에이코와 중매로 결혼하게 되는데 그녀는 무슨일을하던지 '당신은 대장이니까' 라며 사사건건 다츠노의 의견을 구한다. 이유야 어찌됐든 다츠노의 말을 거스르지 않고 풍파 한번 일지 않는 단란한 가정이었던 이 집에 화장대 하나로 큰 변화가 생긴다. 역 앞 상점가 가구점에서 찻장을 사고 돌아오려는데 아내의 눈에 띈 화장대. 너무나 갖고파하는 아내의 마음을 헤아려주지않고 그냥 집으로 돌아와버린 남편을 원망하며 그녀는 커리어우먼이 되서 내 물건은 내 손으로 살거라 결심하게 된 것. 빵집을 시작으로 부티크에 나가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화장도 하고 모델 요양소 같은곳에 다니며 걸음걸이도 바꾸고, 사투리가 아닌 표준어를 쓰게 된다. 그러면서 점점 자신감이 키워나가게 되는 에이코의 변화가 어찌나 통쾌하던지 ~ 세상은 어쩔 수 없잖아의 연속이라며 '잘못을 바로잡아야 해'로 통한다면 다행이지만, 그게 통하지 않으니까 '어쩔수 없는' 것이라며 만사태평인 그와 달리 아내는 이쁘게 차려입고 학교에 가서 선생님과 면담을 하고 아들이 다시 선수로 뛸 수 있게 만든 장면은 물론 아내가 회사에서 짤렸을때도 세상 일이 그리 만만한 줄 아냐며 풀죽지 말고 슈퍼마켓 계산원이나 빵집 점원 같은 수수한 일을 해보라며 내심 통쾌해 했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부인복 메이커, 시급도 센 새로운 직장에 멋지게 채용된다. "해보면 길은 여기저기 있기 마련이잖아? 당신처럼 '어쩔 수 없잖아'라느니, '세상은 만만하지 않아'라는 소리만 하고 있다간 아무것도 못한다고, 바보 같으니." [p.157] 여자가 변모할 수 있는 것은 부끄러움을 모르기 때문이라는데 설마 진짜로 그렇게 생각하는것은 아니겠지~ 부끄러움을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결혼을 하면서 살림과 육아문제로 재능을 펼칠 기회를 못찾았기 때문이 아닐까 ~ 눈높이가 바뀌면 모든 것이 다르게 보이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눈에 보이는 그 자체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아내 에이코의 변화를 이해해주고 인정해주고 응원해줄 수 있는 그런 남편들이 많은 세상이었음 좋겠다 싶은 그런 이야기였던 것 같다.
|
|
이 소설집의 저자는 일본의 관록있는 소설가로 평범한 대학생 남자와 지체부자유 소녀 사이의 귀엽고 애틋한 사랑을 다룬 우리에게는 영화로도 만들어져 잘 알려진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저자이기도 하다. 저자는 파란만장한 운명보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변해가는, 그런 종류의 드라마를 그린 작품들이 유독히 눈에 띈다. 이 소설집 역시 사랑과 인생 그리고 결혼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표제작인 '감상여행'을 비롯해 결혼 생활의 요령은 상대방에게서 ‘당신이 대장’이라는 말이 나오도록하는 데에 있다고 이야기 하는 노년남녀의 애뜻한 사랑이야기가 담긴 '당신이 대장' '서클라멘이 놓인 창가'등 모두 세편의 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남자와 여자의 관계가 어떻게 변해가는지에 대해 현대를 살아가는 이 시기에도 공감이 가는 이야기로 세편 모두 60년대 소설이라 하기에는 너무 섬세한 구성과 문장 감각이 맛깔스런 대사로 어우러져 펼쳐진다. 시대와 장소 변해도 남자와 여자 사이의 관계는 별반 다르지 않음을 느끼게 해준 소설이었다.
사실 연애소설이나 무척이나 좋아하는 편이다. 표제작인 '감상여행'은 그다지 자랑할 바가 못되는 방송대본 작가인 스물두살의 '나'와 한두 번은 사랑을 떠나보냈을 법한 나이에 쉽진 않지만 그래도 '다시 한 번 사랑해 보기' 위해 마음을 열어가는 서른 일곱살의 '유이코'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유이코'는 주인공과는 비교되는 측면이 많다. 온갖 종류의 남자들과 연얘경험도 더 풍부하고 특이한 것은 새로운 연인이 생길 때마다 누군가에게 여보란듯이 이야기하고 이를 통해 반응을 보며 자신의 즐거움을 확인 하는 스타일의 여자다.
방송가의 주변 이야기를 통해 끝없는 갈증과 욕망을 젊은이들의 사랑을 그려낸다. 흔해 빠진 것이 사랑이고, 어쩔 땐 그 사랑이란 게 참 부질없어서 환멸이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일에 능숙하지도 그렇다고 소홀하지도 않은 또 다른 많은 '그녀'들에게 사랑의 유사성의미를 전해주고 있다. 많은 나이차이에도 불구하고 남녀간의 만남, 그리고 사랑이 또 연민과 위로라는 감정들이 복선으로 깔리지만 서로에게 진정한 위로가 되어주지 못했던 정사 등 참으로 헤깔리지만 그냥 있을 수도 있겠다 싶은 인간의 한 단면을 보는듯한 소설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