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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날아라, 잡상인>에 대한 의문
"2009년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날아라, 잡상인>에 대한 의문" 내용보기
아쉽게도 후한 평점을 주기 어려운 소설이다. 요즘 유행이 '세태소설'인 모양이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어려운 경제상황 아래서 부박하게 살아가는 소수자들의 삶을 그리면서 동정과 연민,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양념처럼 휴머니즘을 덧칠하는 식이다. 결말은 대개 나이브하다. "여전히 세상은 아름답다" 라거나, "그늘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꿋꿋함"을 갑작스럽게(대개 우연을 통해
"2009년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날아라, 잡상인>에 대한 의문" 내용보기

 아쉽게도 후한 평점을 주기 어려운 소설이다. 요즘 유행이 '세태소설'인 모양이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어려운 경제상황 아래서 부박하게 살아가는 소수자들의 삶을 그리면서 동정과 연민,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양념처럼 휴머니즘을 덧칠하는 식이다. 결말은 대개 나이브하다. "여전히 세상은 아름답다" 라거나, "그늘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꿋꿋함"을 갑작스럽게(대개 우연을 통해서) 제시한다. 그러나 대부분 실패하고 만다. 개연성과 공감을 끌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장도 최근의 유행어를 대폭 활용하여 세태를 반영하는데 애를 쓴 흔적이 역력하다. 그렇지만 세태반영이라기 보다는 어렵고 무거운 소설을 읽기 싫어하는 나이브하거나 사색하기 귀찮아 하는 독자들을 배려한 흔적으로 보인다. 한 마디로 문장에 대한 고민이 엿보이지 않는다.

 

 지하철 내에서 일품팔이를 하는 자들의 일상을 그리면서 사회적 소수자들 사이의 이해와 연민을 웃음을 통해서 버무리겠다, 는 의도는 참신했다. 실제로 오랜 취재를 한 흔적이 역력한, "발로 뛰어 쓴 소설" 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지하철 내의 상인들(기어-바이gear-buy)들의 세계를 손에 잡힐 듯이 묘사하면서, 단순히 잡스러운 물건을 파는 행위 안에 얼마나 많은 맥락과 사연과 고민들이 섞여 있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쉽게, 가버렸다. 갑작스럽게 만난 장애인 여성(수지)를 만나서 갑작스럽게 착하게 되는 주인공의 모습도 그렇고, 역시 장애인으로 등장하는 수지의 동생과 그의 약혼녀의 대사들은 지나치게 "착하다". 소수자들끼리의 연대라는 소재를 다룬 몇몇 소설들에서 흔히 드러나는 실수가 엿보인다. 작가의 착한 의도가 지나쳐서 소설의 구조와 개연성을 앞서 나가버리는 것이다. 대사를 통해서 독자를 쉽게 계몽하거나 작품의 주제를 스스로 발설하기 위해서 발버둥을 친다. '내 소설의 주제는 이거라고? 어때, 괜찮은 주제지? 제발 감동 좀 해줘' 라는 행간(行間)에서 숨겨진 비명이 들리는 듯 하다.

 

 영화배우였던 할머니의 에비도 모르는 자식인 엄마, 그리고 역시 아버지가 누군지 모르는 주인공. 3대에 걸쳐서 기구한 사연이 등장하는 설정은 신파극을 연상케하며, 지하철 판매업의 스승으로 등장하는 '사부'의 캐릭터도 현실감이 전혀 없다. 잡상인 마케팅에 관한 서적에 나오는 문장들을, 작중 사부의 대사로 바꿔서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하지 않은가. 게다가 갑작스럽게 만난 수지의 가족들을 천사표 이미지로 도배한 것은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한다. 그런 천사표 성격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에 대한 설득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자원봉사자들이 장애인과 사랑에 빠져서 지극정성으로 보살핀다는 "훈훈한 이야기"를 설득이라고 내놨지만 독자들은 그런 뻔하고 너무 착해서 뻔한 설정에 금방 동화되어서 고개를 주억거릴만큼 "착하지 않다."

 

 백번 양보해서 주제도 참신하고, 실제 발로 뛴 노력과 현실 반영을 고려하여 그럭저럭 상을 받을 만 하다고 치자.

 

 책의 뒷표지에 실린 심사위원 3명(2명은 평론가이고, 1명은 작가이다)의 심사평은 "주례사 비평이란 이런 것이다" 라고 스스로 강변하고 있는 듯 하다. 이러니까 평론가들이 출판사 광고 카피라이터로 전락했다고 욕을 먹는 것이다. 다들 '교수님'이니까 이런 비평을 썼다고 하더라도 권위나 밥그릇에는 전혀 지장이 없을 것이다. 주요 생계수단은 교수님 월급이고, 남는 시간에 별도의 수입이나 문단권위 유지용으로 평론을 쓰는 것이라는 혐의를 거둘 수 없다. 조목조목 따져보자.

 

 

1.

 

 "타인에 대한 사랑과 이해의 산물로서의 자연스러운 웃음을 발견해 가는 이야기들이 성숙하게 발현된다는 점. 다양한 군상들의 상처가 서로에 대한 반사경 역활을 하며 리얼하게 제공되는 점 등 통찰력과 철학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너무 건강하지도 않고, 너무 밝지도 않 이 소설 속 웃음의 온도나 채도는 적당하다"

                                 -김미현, (문학평론가, 이화여대 국문과교수)

 

2.

 

 치명정 결함을 가진 문제적 개인들이 좌충우돌하는 틈 사이로 어떤 끈적임 같은 게 배어나오면서 타자를 바라보는 개안의 순간이 오고, 그 타자의 타자로서의 자신까지 변화하는 지각 변화가 시작된다. -정미경 (소설가)

 

 

3.

 

 '불행한 삶의 조건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불행한 삶의 조건과 더불어' 행복하기를 꿈꾸고, 반어를 통해 불행을 행복의 조건으로 바꾸어 놓는데 성공한 작품이다. 웃음은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거나 우스꽝스럽게 만드는 데서 오지 않는다. 웃음은 이해에서 온다. 타인의 삶에 대한 이해, 삶이 감추어 놓은 사소한 비밀들에 대한 이해가 웃음을 가능하게 한다. 타인의 고통에 무관심하고 자기 고통에 지나치게 민감한 최근의 소설과 비교할 때 이 소설의 장점은 더욱 두드러진다.

 

                                  -정영훈, (문학평론가, 서울시립대 객원교수)

 

 

 

 필자가 작품을 보는 심미안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일까. 1,2,3 의 심사평들은 소설과는 상관 없이 그 자체로만 성립되는 문장이다. 김미현의 평처럼, 이 소설 속 인물들의 상처가 "반사경처럼 서로를 비추며 리얼하게 제공" 된다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 우연히 착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한데 모아 놓으면 그것이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되고 반사경이 되는가. 이 소설 속의 인물들은 개연성이 없다. 따라서 전혀 리얼하지 않다. 2번, 정미경의 언급은 심사평 자체로만 옳은 문장이다. 2번과 같은 평에 읽지 않은 상태에서 반문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소설 속에서 주인공과 수지, 수지의 가족들과 주인공 가족들의 개인사가 등장하면서 주인공이 자각에 리는 과정이 등장하기는 하다. 그러나 우연의 남발과 엉뚱하고 착한 대사들은 몰입을 방해하는'소격효과'를 내고 있다.

 

 3번, 정영훈의 언급을 보자. 필자가 강조체로 바꾼 문장들을 보면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 강조체로 된 문장은 웃음의 정의, 자기 고통에 민감하고 타인의 고통에는 둔감한 최근의 소설에 대한 비판이라는 두 가지 언급을 하고 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러한 언급을 하면서 과연 <날아라, 잡상인>을 내놓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소설에 나오는 웃음의 절반 이상은 우스꽝스러운 상황설정과 문장에서 파생되고 있기 때문이다.

 

 "삶이 감춰놓은 사소한 비밀들에 대한 이해가 웃음을 가능하게 한다" 전적으로 동감하는 문장이다. 그러나, 이 소설 속에 나오는 개인의 사소한 비밀들은 전혀 구체적이고 설득력있지 않다. 더구나 슬픈 인생들을 그것도 한 핏줄 안에 억지로 끌어모아놓은 다음에 개인의 아픔에 "쿨"하게 반응하는 인물들을 늘어놓고 있지 않은가? 그것이 사소한 비밀들에 대한 이해를 통해서 웃음을 가능하게 하는 것인가? 그 웃음 아마도 실소에 가깝다. 1,2,3번 심사평을 통해서 고개를 갸우뚱하는 독자들이 없다고 생각하는가?

 

 출판사가 이익을 위해 책을 파는 행위에는 전혀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주요생업이 아닌 행위인 비평을 주례사처럼 쓰면서 거기에 동참하는 비평가의 행위는 경박할 따름이다. 이 경박함을 왜 기꺼이 하는가? 그것은 문단에서의 영향력 확보와 대학에서 가르치면서도 현실적인 문학 감각을 과시하기 위한 욕망이 개입된 것이 아닐까.

 

 지나치게 강한 비판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이런 제안을 하고 싶다. 앞으로 문학상을 심사할 때, 대학에서 현직교수로 몸담고 있는 평론가들에게 심사를 맡기지 않는 것은 어떤가. 텍스트에 대한 분석과 애정, 그리고 동시대 작가와 텍스트들에 대한총체적인 감각은 "현장"에서 몸으로 부대끼면서 생기는 것이다. 대학에 몸담으면서 가르치는 것(계몽적이다)으로 먹고 살면서, 곁다리로 수천만원의 상금이 걸린 문학상까지 심사하는 것은 동시적 욕망이 발현된 결과이지 않을까. 이제, 더이상 교수님이 평가하는 것을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시대는 지났기 때문이다. 현장비평가들과 독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괜찮은 작품이 드문 상황에서, 우후죽순처럼 생긴 문학상의 구색을 맞추기 위해 작품들을 상에 끼워맞추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문학에 애정을 지니고 비평가라는 정체성을 지키고자 하지 않는다면 독자-현실과 괴리된 문학상 수장작들은 계속 양산될 것이며, 독자-비평의 거리는 더욱 멀어질 것이며 궁극적으로 비평은 광고카피로 전락할 따름이다.

 

 책임지는 면에서 작가의 경우는 좀 다르다. 그들은 이미 존재하는 문학상 공모에 지원했을 뿐이니까. 그러나 문제는 무책임하거나 현실과 괴리된 비평이 응모작들을 심판하고, 그 심사평과 수상작들은 그 다음 공모의 응모자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준다는 사실에 있다. 이 악순환 속에서 문학상의 "트렌드"는 완성되는 것이다.

YES마니아 : 로얄 2*****h 2009.07.06. 신고 공감 8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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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 잡상인 -- 오늘부터 지하철 잡상인이 다르게 보일 거야
"날아라 잡상인 -- 오늘부터 지하철 잡상인이 다르게 보일 거야" 내용보기
왕년의 여배우 조지아 킴과 사는  철이는 조지아킴의 소개로 잡상인계의 전설 미스터 리의 제자가 된다.  개그맨이 되고자 방송국과 연극 사이를 전전했던 철이는 지하철에서 칫솔 팔기가 만만치 않다. 그러던 중 우연히 같은 칸에서 미혼모 수지를 만나게 되는데..   좀 새로운 내용이라고 해야 하나? 지하철 잡상인에 대한 얘기는 또 처음이다. 지하철 소매치기
"날아라 잡상인 -- 오늘부터 지하철 잡상인이 다르게 보일 거야" 내용보기

 

 

왕년의 여배우

조지아 킴과 사는

 철이는

조지아킴의 소개로

잡상인계의 전설 미스터 리의 제자가 된다. 

개그맨이 되고자 방송국과 연극 사이를 전전했던

철이는

지하철에서 칫솔 팔기가 만만치 않다.

그러던 중

우연히

같은 칸에서 미혼모 수지를 만나게 되는데..

 

좀 새로운 내용이라고 해야 하나?

지하철 잡상인에 대한 얘기는 또 처음이다.

지하철 소매치기에 대한 소설은 있었던 거 같은데..

 

커다란 사건이나 사고가 있는  속도감있는 내용은 아니다.

그냥

철이의 좀 고달픈 삶속으로 들어가서

살짝이나마 구경하고 나온다는 느낌의 책이다.

 

 무심히 봐 왔던

지하철 잡상인..

그들의 삶과 애환이 묻어난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전에 지하철에서 뭘 샀었지? 하며 떠올리게 된다.

물건만 보고 판매하는 사람은 자세히 본 적이 없었다.

오늘부터

지하철을 타면

잡상인들의 얼굴과 행동 그리고 그네들의 말이 좀 새롭게 들릴 것 같다.

그네들의 파는 물건들이

좀 더 정겨울 것 같다.

 

 

 

  

 

YES마니아 : 로얄 a****1 2011.01.18. 신고 공감 7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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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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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아니, 뭐 이리 쌈박한?!   74년생. 재수를 안 했다면 93학번일 것이다. 이 책을 읽은 단 하나의 이유.   나랑 동갑의, 나랑 동기인 여성작가의 작품이라니... 그럼 당연히 읽어줘야지. 이건 의무고 뭐고가 아니라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책날개를 본다.   오, 사진도 참신하다.   사진과 실물의 차이로 가장 배신감을 느낀 건 에쿠니 가오리. 모든 작품에 실리는 그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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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아니, 뭐 이리 쌈박한?!

 

74년생. 재수를 안 했다면 93학번일 것이다.

이 책을 읽은 단 하나의 이유.

 

나랑 동갑의, 나랑 동기인 여성작가의 작품이라니... 그럼 당연히 읽어줘야지.

이건 의무고 뭐고가 아니라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책날개를 본다.

 

오, 사진도 참신하다.

 

사진과 실물의 차이로 가장 배신감을 느낀 건 에쿠니 가오리.

모든 작품에 실리는 그 가녀리고 여성스러운 옆모습만 보다가

실제 모습을 보고 '이건 우롱이야!' 절규했던.

 

대부분의 여성 작가들이 예쁘게 보이는 상반신 사진,

혹은 얼굴만 클로즈업한 '뽀샵한' 사진을 올리는 데 비해

이 친구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전신 사진이다.

 

청바지를 입고 스니커즈를 신고, 뱅을 한 긴 생머리.

그래, 우리 나이라고 다 전형적인 기혼녀 스타일을 고수하는 건 아니지.

이 친구, 쌈박하다.

맘에 드는데...!

 

더군다나 보라색 하드커버로 된 표지에 은빛으로 된 '날아라 잡상인'이라는 제목.

이 정도 감각을 가진 사람들이 만든 책이라면

믿을 만하다는 직감.

 

오호라, 간만에 물건 하나 건진 거야?

약간의 흥분감.

 

빗속을 달리며 책을 읽기 시작하다!

 

02 여자 박민규?!

 

솔직히 말하자면 한국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다.

여전히 80년대에 갇혀 있거나,

혹은 머리로만 쓰는 것같은 글. 자기 내면을 들여다 보는 건 좋은데 땀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 잘 진공 포장된 물건을 보는 듯한. 혹은 박제를 보는 듯한.

아니면 맨날 바람 피는 이야기. 불륜, 불륜, 불륜.

왜 여성들의 자아 찾기는 항상 불륜이냐고?

 

"우리 세대엔 박경리 선생님같은 여성 작가는 안 나오는 거야?"

 

이런 저런 아쉬움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작가는 '적어도' 여느 여성 작가들과 다르다.

책 날개에 저런 사진을 쓰기로 한 것부터 이미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긴 말총 머리에 선글래스를 낀 박민규의 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와 비슷한 신선함을 준 그녀의 글은

그녀만큼이나 재기발랄하다.

 

오, 우리 또래도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니!

 

진지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쓰는 건 어쩌면 쉬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덜어내고 덜어내고 덜어내고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는 건 그리 쉽지는 않을 거다.

 

능청스럽게 이야기하지만 처연하다.

그렇지만 등장 인물들 중 어느 한 사람도 '나 아파. 그러니깐 나만 봐달란 말이야.' 응석을 부리지 않는다.

 

응석을 부리느냐, 부리지 않느냐.

이게 애와 어른을 구분하는 기준이 아닐까?

 

항상 자기 상처만 아픈 사람이 있다.

남의 죽을 병은 못 보고 자기 감기만 아픈 사람이 있다.

나 아프다니깐. 나 좀 봐 줘.

이런 사람은 물리적 나이가 육십이 되고, 칠십이 되어도

본질적으로는 '애'다.

 

그러나 이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딱히 의식적으로 용감하거나 씩씩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트라우마니 어쩌니하면서 자기만 힘들다고 징징거리지 않는다.

그냥... 자기의 삶을 살 뿐이다.

 

남 탓 하지 않고, 세상 탓 하지 않고,

자기에게 주어진 삶 속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며.

 

나는 이렇게 건강한 사람들이 좋다.

 

스물 아홉에 딱히 뭔가를 이룬 것도 없는 '철이'는

이들을 통해 비로서 어른이 되는 것 같다.

 

성장소설이라고 하기엔 주인공의 나이가 너무 많지만,

늦게 철이 드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을 걸 감안한다면

철 늦게 드는 어른들을 위한 성장 소설로 봐도 문제될 건 없을 것 같다.

 

글은... 예전 박민규의 작품같다.

잘 읽히고 시종일관 '실실 쪼개게' 되지만, 남는 게 있다.

 

03 당신도 그렇지 않아?

 

"우리 사회는 너무 경직됐어. 왜 획일화시키려고 하냐고? 왜 나를 이해해주지 못 하냐고? 답답해, 답답해."

이해받지 못한다고 답답해하는 당신은,

과연 타인을 얼마나 이해하며 살고 있나? 혹은 당신과 다른 사람을 얼마나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나?

 

타인이나 사회에 대해 쉽게 불만을 터뜨리지만, 당신 역시 그런 사람들 중 하나가 아니었는가? 가슴에 손을 얹어 보자.

 

지하철에서 물건을 파는 그다지 잘 나가지 못했던 전직 개그맨. 

말도 못 하고 듣지도 못 하는 미혼모 여자.

그리고 그녀의 남동생. 말도 못 하고 듣지도 못 하는데 보지도 못 하는.

그리고 그녀의 남동생의 여자친구. 너무나 사지멀쩡한 특수교육학과 여대생.

 

그리고 전직 개그맨의 잡상인 사부인 미스터리의 미스터 리와

전직 개그맨을 키워준 할머니. 한 때 영화 배우를 했던 조지아 킴 여사.

 

이들의 삶을 '실실 쪼개며' 들여다 보면

스스로의 경직성과 편견을 깨닫게 될 것이다.

매일 보았지만 보지 못했던 것들에 대하여.

 

네가 이해받기 원하는 만큼 남을 먼저 이해해보는 건 어떨까?

더 이상 징징거리지 말고. 

징징거리기엔 네 나이가 너무 많지 않니?

죽을 때까지 그렇게 살 거 아니라면 이젠 철 좀 들어야지.

 

04 그녀의 21세기가 궁금하다!

 

풀메이크업한 여자들만 보다가 비비크림도 안 바른 생얼의 여자를 볼 때의 신선함이 느껴진다.

베이컨이 듬뿍 들어간 크림 소스 스파게티만 먹다가

청양고추가 팍팍 들어간 얼큰한 김치찌개를 먹은 것 같다.

 

땀이 뻘뻘나면서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

그래, 바로 이거야.

 

70년대생 남성 작가들의 약진만큼이나 기대되고 반가운 발견이다.

당신 너무 멋져. 당신의 다음 작품이 기대 돼.

각자의 영역에서 열심히 살아보자구.

스니커즈 끈 질끈 묶고, 머리도 질끈 묶고 열심히.

YES마니아 : 로얄 c*****g 2009.07.02. 신고 공감 6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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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보자, 잡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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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안에 잡상인들이 떴다. 한 시간 가량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다보면 두 세 번씩은 만나게 되는 걸어 다니는 상점. 그들이 팔고자 하는 온갖 잡다한 상품들 중에  딱히 내게 필요한 물건이 없다. 그래도 내 시선을 그들에게서 떼어내지 못함은 뭐라 단정적으로 이름 지어 말하기 어려운 복잡한 마음 때문이다. 의사를 묻지 않고 무릎 위에 올려놓는 물건에 기분이 상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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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안에 잡상인들이 떴다. 한 시간 가량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다보면 두 세 번씩은 만나게 되는 걸어 다니는 상점. 그들이 팔고자 하는 온갖 잡다한 상품들 중에  딱히 내게 필요한 물건이 없다. 그래도 내 시선을 그들에게서 떼어내지 못함은 뭐라 단정적으로 이름 지어 말하기 어려운 복잡한 마음 때문이다. 의사를 묻지 않고 무릎 위에 올려놓는 물건에 기분이 상하기도 하고, 쩌렁쩌렁 울리는 목청을 가진 사람에겐 시끄러움에 짜증이 나기도 한다. 반면에 지하철 잡상인에 입문한지 며칠 되지 않은 것 같은 수줍은 목소리와 낯빛을 대할 때면 저래서야 오늘 수고비는 건질 수 있을까, 한 개도 팔지 못하고 꺼내놓았던 물건들을 다시 가방 안에 차곡차곡 넣어 다음 칸으로 이동할 때면 나라도 하나 사줄 걸 그랬나 하는 마음과 필요 없는 물건을 왜 사니 하는 마음이 순식간에 들고난다.


세상과의 연을 끊고자 결심했던 차에 바라보았던 도시의 불빛이 마음으로 들어와 건넨 ‘괜찮다.’라는 한 마디로 다시 삶을 선택하고 사람들에게 빛을 팔고자 지하철 상인으로 나선 잡상인계의 전설 미스터 리, 책에 그림을 그리지만 자신이 그린 그림이 약간의 리터치 과정을 거쳐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세상에 나오는 것으로 인해 서글퍼지는 것을 견디는 방법으로 더 낮아지는 것을 선택해 ‘수치심’을 파는 농아인 수지, 한 때 잘나가던 여배우였지만 계획에 없던 임신으로 연예계를 떠난 조지아 할머니에게 머리 검은 짐승으로 거두어들여져 개그계에 입문했다 바로 퇴출당하고 할머니의 강권으로 미스터 리의 지도하에 칫솔 아니, ‘개운함’을 팔게 된 스물아홉의 청년 김 철(개그콘서트의 허경환이 생각나는 건 애일까?). 「날아라, 잡상인」의 지하철 안에서는 유형의 물건만 파는 것이 아니라 무형의 감정까지도 팔 수 있다.


책을 읽는 수고로 우리는 개그 프로를 볼 때처럼 시도 때도 없이 터져 나오는 유쾌함, 얄미운 이들의 행동마저도 고개 주억거리며 이해할 수 있는 너그러움, 세상에 태어난 이라면 누구라도 견뎌내야 하는 삶의 무게를 좀 내려놓고 지극히 주관적인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여유로움을 살 수 있다.


언뜻 보면 가벼워 보이지만 모나지 않은 그래서 한심해 보이기보다 철없는 막내 동생을 보듯 조마조마하면서도 막연히 잘 될 거라는 기대를 품게 만드는 철이와 철이 주변의 노숙자 고려인, 벼룩의 간을 빼먹고도 남을 환상의 복식조 해롱이 아저씨와 달롱이 아줌마, 수지의 조용하고 재능 있는 삼중고(헬렌 켈러 같다.)에 처한 동생과 그 동생을 동정도 하고 연민도 하고 사랑도 하는 똑 부러지는 성격의 왕싸가지 애인 지효가 합세해 책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수치심이라는 게 말이야, 그렇게 나쁜 것만도 아니더라고. 내가 얼마나 보잘것없는 존재인지,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는 나약한 존재인지 깨닫게 되더란 거지. 자기를 낮추어 다른 사람에게 기댈 수 있고, 자기에게 기대는 사람을 받아 줄 수 있게 되는 거, 이게 바로 수치심의 긍정적인 면이야. 자신이 부끄러운 존재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는 자만이 타인에 대해서 배려든 관심이든 사랑이든 쏟을 수 있는 것 아니겠어? 안 그래, 동생?』 - ‘고려인이 철이에게’ 215쪽


 

g******2 2009.07.09.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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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심을 1,000원짜리 한 장에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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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타고 가다보면 재미있는 풍경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일단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책을 읽는 사람, 음악을 듣는 사람, 자석마냥 철썩 붙어 떨어질 줄 모르는 연인, 술 한 잔 걸치고 대자로 누워계신 아저씨, 휴대전화 소리가 쩌렁쩌렁 울리도록 수다를 떠는 아줌마… 때로는 눈살이 찌푸려지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사람 사는 풍경이다. 그리고 빼놓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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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타고 가다보면 재미있는 풍경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일단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책을 읽는 사람, 음악을 듣는 사람, 자석마냥 철썩 붙어 떨어질 줄 모르는 연인, 술 한 잔 걸치고 대자로 누워계신 아저씨, 휴대전화 소리가 쩌렁쩌렁 울리도록 수다를 떠는 아줌마… 때로는 눈살이 찌푸려지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사람 사는 풍경이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풍경이 잠시 실례하겠다며 이목을 집중시키는 이들이다. 시각 장애인 부부의 구슬픈 음악소리는 쩔렁거리는 동전 소리와 함께 지나간다. 어떤 이들은 자주 만나 얼굴이 익숙해졌다. 꼭 옆집 아저씨, 아줌마 같다. 한 손에 성경책을 들고 하느님 나라로 인도하는 이들은 내일 당장이라도 종말이 찾아올 듯 목청을 돋운다. 그러나 주위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그러다 화들짝! 고객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여 아이디어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소개하는 분들이 계시다. 멘트도, 제품도 각양각색이다. 나도 책을 읽다가 소리가 들리면 안 듣는 척 하면서도 살짝 눈을 돌려 오늘은 어떤 아이디어 상품인지를 살펴본다. 그러다 좋은 물건이 있으면 가끔씩 1,000원짜리 한 장을 건넨다. 그 아이디어 상품을 건네는 이들 중에 철이가 있었을까. 이 책의 주인공 철이말이다.

 

<날아라 잡상인>(민음사, 2009년)은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우승미 작가의 소설이다. 개그 프로그램에 잠깐 출연했다가 퇴출당하고 난 뒤, 부모에게 버림받은 자신을 지금까지 키워준 조지아 여사의 권유에 따라 지하철 잡상인계의 화려한 전설 미스터리의 밑에서 수행(?)중인 철이는 지하철에서 우연히 임산부 수지를 만난다. 말을 못하는 수지는 조금만 도와달라는 내용의 종이를 돌리며 모금을 하는 중이었다. 철이 입장에서는 비적대적 경쟁자를 만난 셈이다. 무질서해 보이는 지하 잡상인의 세계에도 엄연한 규칙이 존재하는 법. 한 칸에 한 명씩만 들어서야 한다. 그런데 철이는 왠지 수지가 밉지 않다. 급기야 수지의 집까지 찾아들게 되고, 시각 장애까지 지녔지만 인기 만점에 글도 쓰는 동생 효철, 효철의 애인이자 대학생이면서 아예 집을 나와 사는 천방지축 지효와 함께 동거동락(同居同樂)한다.

 

우울하고 슬픔이 가득해 보이는 캐릭터들이지만, 작가의 손을 거쳐 명랑하게 다시 태어났다. 화는 날지언정 후회는 없다. 남들보다 모자라거나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주어진 현실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 주인공 철이만 좀 자성하면 될 듯싶다. 개그도 못하고, 지하철 잡상인으로서도 썩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착해서 봐줄 뿐이다. 다양한 캐릭터들이 펼치는 포복절도한 이야기들이 소설의 재미를 한껏 끌어 올리고 있다. 작가는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밝고 재미있게 그려냈다. 그러나 이 코미디 같은 웃음 속에서도 우리는 한 단어를 꼭 되짚고 넘어가야 한다. 바로 ‘수치심’이다. 수지가 팔았던, 그리고 이제 철이가 팔려고 하는 수치심. 만 원, 십만 원을 주고라도 꼭 사야 한다. 수치심을 알아야 비로소 수치심을 느끼는 타인을 이해할 수 있으니까. 그래야 나보다 못한 타인을 무시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 밝은 웃음 속에 담긴 작가의 의도가 전해져왔다. 뻔뻔한 세상에 외치는 잡상인의 말이, 작가의 말이.

 

“우리의 한계를 인식하게 해 주고, 우리가 실수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해 주며,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존재라는 깨닫게 해 주는 건전한 수치심을 1,000원짜리 한 자에 드립니다.” (241쪽)

 

by 꽃다지, 2009년 7월 6일

l*******g 2009.07.06.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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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힘들긴 한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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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한 상황이 다른 이들로 하여금 아.. 나보다 좀 안됐구나.. 라고 할 만한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좀..이 아니라 많이 안됐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만한 상황의 주인공들..) 그리고 그들은 서로를 보듬어 안으며 그 속에서 행복을 찾아간다. 줄거리는 이게 전부다. 물론 세세한 이야기가 주는 재미가 있긴 하지만 독자에게 궁금증만 유발시켜놓고 그냥 마무리하는 느낌이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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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한 상황이 다른 이들로 하여금

아.. 나보다 좀 안됐구나.. 라고 할 만한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좀..이 아니라 많이 안됐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만한 상황의 주인공들..)

그리고 그들은 서로를 보듬어 안으며 그 속에서 행복을 찾아간다.


줄거리는 이게 전부다.

물론 세세한 이야기가 주는 재미가 있긴 하지만

독자에게 궁금증만 유발시켜놓고 그냥 마무리하는 느낌이랄까??

좀 과하게 삭제된 듯한 느낌??

아무튼..

요즘 세상이 힘들어서인지

어려운 사람들(but 주인공들은 자기가 어려운 상황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서로 의지하며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이야기가 많은 것 같다.

이런 이야기를 읽으며..

그래.. 그래도 나 정도면 괜찮은 거야.. 하고 생각하며 행복을 찾길 바래서일까?

사실 나도 요즘 이렇게 생각하며 살고 있긴 하지만

이건 좀 과했다 싶은 건 나만의 생각일까??

 

양장책이라 무조건 별 2개다.

그냥 페이퍼북 만들면 안될까?

m******o 2009.09.09.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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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따뜻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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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따뜻한 소설이다. 마지막 문장을 읽고 덮는 순간 그 따스함이 전달된다. 비록 처음 예상한 전개 방식은 아니지만 그 속에 담긴 이야기들이 가슴으로 파고든다. 한 청년의 성장기이자 삶을 이해하는 과정이 담겨 있다. 큰 웃음을 전해주지는 않지만 잔잔한 웃음을 입가에 떠올려주면서 삶의 긍정적인 측면을 돌아보게 된다. 지하철 잡상인들을 자주 본다. 어떤 분은 능숙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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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따뜻한 소설이다. 마지막 문장을 읽고 덮는 순간 그 따스함이 전달된다. 비록 처음 예상한 전개 방식은 아니지만 그 속에 담긴 이야기들이 가슴으로 파고든다. 한 청년의 성장기이자 삶을 이해하는 과정이 담겨 있다. 큰 웃음을 전해주지는 않지만 잔잔한 웃음을 입가에 떠올려주면서 삶의 긍정적인 측면을 돌아보게 된다.


지하철 잡상인들을 자주 본다. 어떤 분은 능숙한 정도가 대단하여 베테랑임을 알 수 있고, 어떤 날에 물건을 팔러 온 분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와 주저함으로 오히려 나 자신이 불안감을 느낀다. 보통 잡상인들이 소리를 지르거나 노래를 틀 때면 짜증을 내는데 자신감 없이 주저하는 사람을 보게 되면 열심히 하라고 응원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그들의 사연을 모르는 상태에서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이동하는 순간에 만나는 잡상인은 역시 피곤하고 짜증나는 존재일 뿐이다.


잡상인들이 역 안에 모여서 정보를 교환하거나 번갈아 가면서 다른 전철을 타고 다니며 물건을 파는 것을 본 적이 있다. 한 번은 바람잡이를 내세워 물건을 파는 현장을 보기도 했다. 어떤 순간은 그들이 내세우는 물건에 혹해서 나도 하나 사고 싶었던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다. 얼마 되지 않는 천원이란 금액이 주는 매력이다. 멋지게 상품을 광고하는 잡상인들의 말과 그 상품이 나에게 필요한 것처럼 느껴지는 설명과 시연은 순간적으로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그러니 수많은 지하철 승객들이 이 물건들을 사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다. 가끔 이들이 판매하는 물건이 점포에서 조금 더 비싼 가격에 팔리는 것을 본 적도 있으니 말이다.


잡상인에 대해 앞에서 길게 풀었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 ‘박철이’(‘박철’이 아니다)도 원해서 잡상인이 된 것은 아니다. 자신을 키워준 조지아 여사의 협박에 못 견뎌 나간 것이다. 거기서 그는 지하철 잡상인 계의 전설과도 같은 미스터 리의 문하생이 된다. 그의 판매실적은 경이적이라 모든 잡상인들이 그 비법을 배우길 원할 정도다. 그의 제자가 되어 그가 판매하는 것을 보지만 특별히 뛰어난 점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가 실제로 물건을 팔아보니 결코 녹녹한 직업이 아니다. 하루 종일 돌아다녀서 판 것이 단 하나인 천 원뿐이니 말이다. 그 천 원조차 농아인 여자에게 줘버린다.


앞부분이 지하철 잡상인의 삶 속으로 들어가 낯익지만 낯선 풍경을 보여주면서 시선을 끈다. 미스터 리의 비법을 전수받아 대박을 터트리려고 하는 노력을 보여주지만 쉽게 이루어진다면 비법이 아닐 것이다. 여기저기서 다른 잡상인들을 만나고, 진실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는 사연들이 나온다. 전직 코미디언이었던 그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순간이자 새로운 인연을 만나기 위한 전 단계다. 그리고 그가 기록한 최저 판매금액을 받아간 농아 수지를 만나게 되면서 이야기의 분위기는 변한다.


철이가 수지에게 조금씩 끌리고 그녀의 집에서 생활하면서 경제적 결핍에 시달린 사람에서 육체적 결핍을 가진 사람들로 무대는 옮겨간다. 농아인 수지나 그녀의 동생이자 말하지도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효철이와 그의 약혼녀 지효로 말이다. 그런데 이 부족한 듯한 구성원들의 삶이 결코 불행하지 않다. 그들 사이에 사랑과 유대감이 강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틈새를 조용히 비집고 들어가 한 구성원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깨닫게 되는 사랑과 이해의 과정이 후반부인데 앞부분과 분위기가 너무 바뀌어 조금은 아쉽게 느껴진다.


개성 강한 인물들이 가득한 소설이다. 판매왕 미스터 리와 할머니 조지아 여사나 삼농을 사랑하는 지효 등이 바로 그들이다. 그들의 사연이 가볍게 다루어지면서 이야기를 이어가는데 좀더 깊이 있게 다루고, 전면에서 강하게 부각시키면서 에피소드들을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가슴으로 다가온 것은 역시 수지에 대한 철이의 사랑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준 그의 행동을 보면서 나의 사랑이 부끄럽고, 자그마한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 그가 부럽다. 머리 싸매고 고민하면서 읽는 것이 아니라 가벼운 마음으로 삶의 긍정적인 면을 보면서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이달의 사락 f***2 2009.07.13. 신고 공감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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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외인간들의 따뜻한 드라마, 날아라 잡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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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상인의 잡雜자는 단어의 품격을 한단계 저하시킨다. 낮은 품격의 이 단어에서 우리는 별로 좋지 않은 느낌을 받는다. 그들은 지하철에서 우리의 귀를 시끄럽게 만들고 시선처리를 곤란하게 만들며 무관심의 연기를 강요한다. 어쩌다 잡상인들로부터 구입한 물건들은 하나같이 하자가 있어 쓰지도 못하고 버리지도 못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만다.   처음부터 잡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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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상인의 잡雜자는 단어의 품격을 한단계 저하시킨다. 낮은 품격의 이 단어에서 우리는 별로 좋지 않은 느낌을 받는다. 그들은 지하철에서 우리의 귀를 시끄럽게 만들고 시선처리를 곤란하게 만들며 무관심의 연기를 강요한다. 어쩌다 잡상인들로부터 구입한 물건들은 하나같이 하자가 있어 쓰지도 못하고 버리지도 못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만다.

 

처음부터 잡상인에 대한 직업적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거의 대부분의 잡상인들은 사회에서 밀리고 밀려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장외인간들이다. 그들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아야 한다. 별로 좋지 않은 물건에 대해 허풍을 떨어야 한다. 사람들의 무관심을 견뎌내야 한다. 물건과 함께 수치심도 팔아야 한다. 여기서 모자라 단속반까지 피해야 한다.

 

올해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작품 '날아라 잡상인'은 이런 그들의 세계를 그렸다. 잡상인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등장인물은 조금씩 사회에서 연결고리를 잃은 '장외인간'들이다. 연극계와 개그계에서 퇴출당하고 벌이가 없어 지하철 잡상인 계에 입문한 꽃미남 철이,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미혼모 수지, 듣고 말하지 못하는 것에다 사고로 눈까지 안보이는 효철, 그런 효철의 약혼녀 지효, 구린내의 어원을 상기시켜준 노숙자 고려인. 하나같이 평범하지 않은 밑바닥 인생을 사는 그들이 엮어 나가는 이야기다.

 

열심히 노력하여 개그계에 입문했지만 한 코너에서 대사 한마디 하고 한달만에 퇴출당하고, 더불어 자신의 아이이어까지 동료에게 빼앗긴 철이는 집에서 뒹굴거리다가 할머니 조지아 여사의 권고로 잡상인계에 들어간다. 조지아 여사의 애인 미스터 리는 잡상인계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거물이다. 그에게 뒤따르는 전설은 잡상인으로 돈을 벌어 서울의 금싸라기 땅에 고층 빌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를 사부로 삼은 철이는 미스터 리를 따라 다니지만 정작 자신에게는 재주가 없다.

 

홀로 지하철을 돌던 중 철이는 배가 부른 미혼모 수지를 만나 좋아하게 되고, 몇 번 만나 친해진 후로는 수지의 집에 얹혀살게 된다. 수지의 집에는 헬렌 켈러처럼 삼중고를 겪고 있는 효철과 그의 약혼녀 지효가 함께 살고 있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그들에게 선입견을 가졌던 철이는 그들이야말로 마음이 가장 넉넉하며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임을 알게된다.

 

날아라 잡상인이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듯, 작가는 따스한 눈빛으로 장외인간들의 파이팅을 외치고 있기는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에게 뚜렷한 인생역전은 없다. 우리의 인생은 생각보다 한방에 홈런하는 경우는 극히 적으며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고 변화하게 될 뿐이다. 수지는 여전히 자신의 이름으로 출판되지도 못하는 동화 삽입 그림을 그리고, 철이는 수백번씩 떨어지는 오디션을 보러 다닌다. 조금 나아진 것이 있다면 수지에게는 피가 섞이지는 않았지만 마음씨 따듯한 철이라는 아기 아빠가 생겼고 철이에게는 아주 작은 대학로 극단의 아주 작은 역할 스카웃을 제의 받게 된다. 그렇게 조금씩 삶은 나아지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편견으로 보았을 때 그들은 최하층의 삶을 사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마음은 이 세상 어떤 계층보다도 따듯하고 풍요롭다. 개개인을 소유하려는 사랑이 아니라 전인류적인 인간애를 지닌 사람들은 아름다운 눈을 가질수밖에 없다. 잔잔한 드라마를 보는 듯한 이 소설은 마지막 장을 덮고 났을 때 등장인물들의 예쁜 마음이 전염되어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맑고 겸손하고 순수한 눈을 (잠시나마) 갖게된 자신을 느낄 수 있다.


h******0 2009.06.30.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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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가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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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 잡상인. 오늘의 작가상을 받은 작품이라고 하여 보게 되었다. 신세대 작가 다운 재기발랄함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며 "박민규"작가의 글과도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며 일독.   그런데, 작가가 의도하는 바가 무엇인지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는다. 꼭 무엇을 얻고자 하는 나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겠지만, 주제도 모르겠고 , 아주 재미있다고도 말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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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 잡상인.

오늘의 작가상을 받은 작품이라고 하여 보게 되었다.

신세대 작가 다운 재기발랄함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며

"박민규"작가의 글과도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며 일독.

 

그런데, 작가가 의도하는 바가 무엇인지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는다.

꼭 무엇을 얻고자 하는 나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겠지만,

주제도 모르겠고 , 아주 재미있다고도 말하기 어렵다.

그닥 길지 않은 분량의 소설인데 3분의 2지점에서는 (실례지만) 힘이 좀 빠진다고 할까.

 

상징이나 비유하는 글들에서 너무 지나친 비약이나 문어체의 말투들이

살짝 거슬리는 것 같다.

 

본문 보다도 차례에 나오는 소제목들이 더 재기발랄한 듯 하다.

 

 

P27 지하철이 좋은게 뭔지 알아?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는 거야.

이번 칸에서 망했더라도 기죽을 필요 없어. 우리에겐 다음 칸이 있으니까.

배에 힘주고, 어깨펴고, 다음 칸으로 이동

 

P175 연인의 과거는 모르는 게 약이야. 알고 나면 만난 적도 없고, 얼굴도 모르는 존재가 그림자처럼 의식에 붙어 있다가 불쑥 불쑥 떠올라 결국 자기 자신만 괴롭게 된다고

 

 

P179 동정은 내가 그 사람보다 우위에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되는 거잖아. 너는 많이 아프구나, 나는 안 아픈데, 참 안됐다 얘. 그러니까 나쁜거지. 아무리 같이 아파하는 척해도 고통은 공유할 수 없어. 고통은 온전히 당사자의 몫이라고. 사실은, 얘는 정말 불쌍해, 그래도 나는 얘보다 덜 불쌍해서 다행이야, 그러면서 자기 위안을 느낀다고. 그게 동정의 본질이야.

 

 

 



YES마니아 : 플래티넘 a******2 2009.12.04.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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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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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일군의 찌질한 인생들이 있다. 사생아에 코미디언을 꿈꾸는 웃기지 않는 개그맨이었다가 지하철 잡상인으로 나선 백수청년, 단 한 편의 영화에 출연하고 사생아를 낳아 기른 이제는 다 늙은 전직 여배우, 남들 은퇴하고 골프치러 갈 나이에 지하철 잡상인을 하는 선글라스의 노인, 귀먹고 말 못하고, 역시 아빠없는 아이를 임신한 유령 그림책 작가, 듣지도 말하지도 보지도 못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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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일군의 찌질한 인생들이 있다.

사생아에 코미디언을 꿈꾸는 웃기지 않는 개그맨이었다가 지하철 잡상인으로 나선 백수청년, 단 한 편의 영화에 출연하고 사생아를 낳아 기른 이제는 다 늙은 전직 여배우, 남들 은퇴하고 골프치러 갈 나이에 지하철 잡상인을 하는 선글라스의 노인, 귀먹고 말 못하고, 역시 아빠없는 아이를 임신한 유령 그림책 작가, 듣지도 말하지도 보지도 못하는 삼중고의 청년, 그리고 주위 인물들 역시 별볼일 없다. 스스로들도 부랑자와 다름없다고 말하는 지하철 잡상인-기아바이들, 그리고 냄새를 풍기는 노숙자에 앞길 깜깜한 극단에, 장애인에...

 

흔히들 우리 사회에서 말하는 실패했고, 실패할 인생들인데, 유쾌한 작가의 입담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그들을 응원하게 되고, 부러워하게 된다. 그 삶의 당당함과 수치심과 동정을 아는 인간적인 면과 모든 것을 던지는 서로에 대한 애정을 말이다.

 

게다가 조심스레 들여다본 그들의 삶은 또 얼마나 반짝반짝하는지. 방송에서 퇴출된 개그맨이기는 하지만 철이는 나름 코미디에 대한 철학-의미없는 유행어의 남발이 아닌 사회를 꼬집고 사람을 위로하는-을 가진 착한 '아이'(서른이 가까운 나이지만 보다보면 철없는 아이같다)이다. 수지와 효철에게 장애는 다소 불편한 현실일 뿐이며 그들의 그림과 문학에 대한 재능은 이른바 '일반인'들에게도 놀라울 정도이고, 평생 삶 자체를 사랑하며 살아온 조지아 여사와 순정을 간직한 미스터 리의 황혼의 사랑은 저절로 웃음을 머금게 만든다. 단역들조차도 자신의 꿈과 삶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인다. 아마 세상에 대한 작가의 애정과 희망이 책 속 주인공들에게 투영된 것이리라.

 

앞으로 그들의 삶이 어떠할지는 모른다. 비정규직은 늘어나고, 인간에 대한 예의 대신 부동산과 주식에 대한 지식이 세상을 뒤덮고 있고, 용산이든, 평택이든, 고통의 울부짖음이 메아리없이 세상에 울리는 현실에서 그들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아마도 지하철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을, 길거리 좌판을 하는 할머니들을, 어딘가에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을 서로가 못본척 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세상이 밤처럼 어두워도 그 속에서 작고 연약하게 흔들리는 불빛을 찾을 수 있을테지...


'밖이 온통 불빛이더래. 눈처럼 꽃처럼 도시를 가득 채운 불빛이, 반짝이면서 일렁이면서 이렇게 말하더란다.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p.133-134)

 

ps) 책을 읽다 문득 든 생각인데, '완득이'와 어딘지 비슷한 것 같다. 상처에도 불구하고 씩씩한 주인공들, 밝은 소설 분위기, 조금은 비현실적인 그들의 현실 등등이 말이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r******7 2009.09.01.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