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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집 아저씨가 아프리카를 다녀왔다고 합니다. 아프리카씩이나 가면서 어느 날 갑자기 떠날 수 있는 그가 부럽습니다. 그래서인지 <헉! 아프리카>라는 제목도 참 이중적입니다. 말 그대로 ‘허걱!’하는 느낌이 드는 상황도 많았고, 그런가 하면 ‘끌어안아주고 싶은(hug)’ 느낌이 드는 순간도 많았을 것입니다. 쌀집 아저씨는 일찍부터 그가 새롭게 만들어냈던 프로그램들을 열심히 보면서 저 역시 열성팬이 되었던 예능PD의 효시가 된 분입니다.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는 ‘이경규의 몰래 카메라’와 ‘양심 냉장고’의 「일요일 일요일 밤에」를 비롯해서 ‘하자하자’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의 「!느낌표」와 같이 예능과 공익을 접목한 프로그램들이 있습니다. 달랑 론리 플래닛 한 권 들고 떠나서 현지 사정에 따라서 일정을 잡는 그야말로 자유여행을 즐긴 듯한데, 그런 가운데 모두 10개국을 누볐다고 하니 참 대단하십니다. 개인의 취향이겠습니다만,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은 여행방식입니다. 도전적이지만, 안전을 운명에 맡기는 여행을 누군가에게 홍보하는 꼴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어서입니다. 무려 70일에 걸친 대장정을 떠나면서도 ‘왜 아프리카인가(Why Africa?)’에 대한 답은 가나의 노천시장에서 찾았다고 합니다. 시커만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가운데서 꿈틀거리는 생명을 보았다고 했습니다. 즉 용솟음치듯 하는 아프리카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살아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 꿈틀거림은 저자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고 하니 70여일의 여행이 충분히 값을 한 셈입니다. 그가 다녀온 10개국 가운데는 모로코의 카사블랑카만이 저와 동선이 겹치는 부분이지만, 조만간 가볼 남아프리카공화국, 잠비아, 보츠와나, 짐바브웨, 탄자니아, 케냐 등 6개국에 대하여 저자가 느낀 바를 미리 챙겨보는 책읽기가 되었습니다. 물론 저자의 자유여행과는 달리 단체여행이기 때문에 많이 다를 수도 있겠습니다만, 적어도 아프리카의 자연에 대한 감흥은 상당부분 공감하게 될 것입니다. 여행에 대하여 생각해보는 대목도 있습니다. “혼자 하는 여행은 힘들다. 둘이 하는 여행보다 산술적으로 두배쯤 힘들 것 같지만, 수 십 배, 수 백 배 힘들다. 심심해서 힘들고, 외로워서 힘들고, 위험해서 힘들고, 힘들면 위로해줄 상대가 없어서 더 힘들다.(79쪽)” 그렇게 힘이 들어도 ‘진짜를 찾아서 떠나는 것이 여행이라면..... 여행은 혼자 하는 것이다(79쪽)’라는 답을 내놓은 것을 보면 참 독특한 분입니다. 가끔은 이해되지 않는 대목도 있습니다. 짐바브웨의 환율에 대한 것인데 1달러에 1,000짐바브웨 달러라고 합니다. 그리고 보면 오늘 원화 환율을 보니 1달러에 1138원이니 우리나라 돈보다도 조금 높은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짐바브웨의 인플레이션이 놀랍다고 느낀 것은 우리나라와 같은 고액권이 없어서 10짐바브웨 달러가 제일 큰 돈인 모양입니다. 물가가 비싸면 돈을 한 뭉치씩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될 것 같습니다. 스테이크가 3만 짐바브웨 달러라면 우리나라보다 오히려 쌀 수도 있겠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만원권 3장이면 해결될 상황이 이곳에서는 10짐바브웨 달러 백장묶음으로 세 뭉치를 내야 하는 상황인 것입니다. 아프리카의 명승지를 저자와 함께 동행하면서 무지개가 살고 있다는 빅토리아폭포와 장엄한 아프리카의 석양, 그리고 아프리카의 밤하늘에 쏟아질 듯 걸려있는 별은 제대로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아프리카의 붉은 모래언덕에도 꼭 올라가보고 싶습니다. 이런 대목 때문입니다. “모래만으로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시시각각 변하는 형태와 색은 신만이 만들어낼 수 있응 예술이다. 황금빛 붉은 모래가 바람에 파도친다.(289쪽)” 그리고 보니 사진보다는 저자가 그린 그림들이 더 많이 들어있는 것도 독특합니다. 알랭 드 보통은 여행을 제대로 하는 방법으로 여행지에서 만난 것들을 글로 적거나 그림으로 그릴 것을 주문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려면 본 것들을 꼼꼼하게 뜯어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글로 쓰고 그림을 그린 쌀집 아저씨는 진정한 여행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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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 쌀집 아저씨, 아프리카에서 ‘행복하게 사는 법’을 배우다!
대한민국에서 몸과 맘이 가장 바빴던 사내가 짐을 싸서 아프리카로 떠났다. 그가 몸과 맘을 바쁘게 했던 이유는 한가로운 주말 저녁 국민의 웃음과 감동을 책임졌었기 때문이다. 김영희라는 이름보다는 ‘쌀집아저씨’로 더 잘 알려진 이 사내의 사연 깊은 아프리카 여행이야기는 <헉! 아프리카Hug Africa>에 고스란히 담겼다.
내가 이 책을 든 단 한 가지 이유는 ‘예능에 능한 사내가 예능이 없는 아프리카로 떠났다’는 점이었다. 왜냐고 묻고 싶었다. 그 답을 알 방법은 책을 드는 수 밖에 없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양심냉장고’를 비롯 ‘칭찬합시다’, ‘21세기 위원회’,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느낌표!’ 등 국내에 많은 사회적인 반향을 일으키는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생각을 넓혔던 그에게 어느 날 ‘아이디어’가 고갈됨을 느끼게 된다. 그에게 봉착한 문제는 다름 아닌 그가 성공으로 이끌었던 프로그램들에 있었다. 단순히 흥미를 던져주는 오락프로그램이 아니라 ‘사람의 의견을 한데 모으는 사회성’이 권력화勸力化 되면서 여러 가지 문제에 부딪혀 몸과 마음이 바닥을 치는 느낌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그는 자신에게 물었다.
“얘야, 너는 인생이 뭐라고 생각하니?”
이 질문을 화두 삼아 아프리카로 떠났다. 그는 왜 아프리카로 떠났을까? 저자는 ‘알 수 없는 이끌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람이 싫어진 때문은 아닐까 생각되었다. 그는 프로그램을 통해 목젖이 드러난 웃음 뒤에 페이소스같은 여운을 남겨 사람이 변하고, 사회가 변하는 계기를 삼고자 했다. 하지만 그 반향과 더불어 사람들의 뜻이 변하고, 움직임이 변하는 큰 흐름 뒤에 이것을 반대하는 사람들 역시 만나게 되었다. 자유로운 생각으로 사는 사람이 누군가로부터 생각을 저지당하고, 조정당한다면 더 이상 ‘온전히’ 저 답게 살지 못하는 것이 된다. 그는 사람이 싫어졌을 것이다. 아니 사람이 뭉쳐사는 ‘시스템’이라는 문명에 학을 뗐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정반대되는 자연의 대륙 아프리카로 떠났을 것이다. 갑자기 그가 떠난 이유를 짐작함은 참으로 실없다는 생각도 들지만 책을 읽는 내내 그것을 짐작하게 했다. 이 책에서 그는 ‘광활한 자연’과 ‘순수한 사람’에 주목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을 질리도록 만끽하고 돌아왔음을 알게 된다.
책 읽는 재미가 여간 쏠쏠하지 않다. 우선 기존의 여행책에는 찾아볼 수 없는 아프리카 대륙을 말한다는 점이 첫 번째 이유이고, 책의 주인공이 생각 많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맨이라는 점이 두 번째다. 세 번째는 프로페셔널하지 않은 사진이고 마지막 네 번째는 글만큼이나 재미있고 상상력 높은 그림들이다. 책 한 권 전부가 몇 시간짜리 오락 다큐멘터리였다.
이야기의 절반은 그가 본 사람들로부터 나온다. 문명인을 웃기는 조금 더 문명인 셈인 쌀집 아저씨가 자연의 품으로 뛰어들어 그 속에 사는 자연인을 만나니 온통 신기한 것 투성이다. 검은 대륙의 검은 사람들도 신기하다. 특유의 냄새와 낯선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들에게 가졌던 편견들이 와르르 무너지는 에피소드들이 이 종종 눈에 띈다. 기다림에 익숙하고, 교통수단보다는 도보에 익숙한 사람들에게서 ‘시간의 유한함’은 찾아볼 길이 없다. 그런 그들을 본 저자는 처음 ‘몇 푼 안되는 차비가 없는 그들’에게서 연민을 느꼈다. 하지만 나중에 가서는 그들이 생에 주어진 오늘이라는 시간을 몸으로 느끼며(심지어 맨발로) 살아가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사람이 본디 사람이 아니라 동물이라면 동물animal은 움직이는animate 생물creature여야 정상인 것이다. 오히려 시계라는 인조물에 갇혀 24시간 무엇인가 하지 않으면 조급해지는 문명인이 실은 사람이 아닌 ‘쳇바퀴 속 다람쥐’였음을 알게 된다. 그는 말한다.
“문명은 더 이상 인간을 움직이지 않게 만들었다. 그러므로...인간은 걷지 않는 한 더 이상 동물이 아니다.“ 34 쪽
재미있는 것은 그는 ‘문명화 덜된 자연인’에게서 느꼈던 연민을 느끼는 반면, ‘너무나 문명인스러운 자연인’에게는 지나친 반감을 갖더라는 것이다. 대자연의 품속에 있는 사람들이 문명인이 됨을 이율배반적이라고 생각한 것일까? 그가 아프리카를 알 수 있는 유일한 도구는 여행책자 <론리 플레닛>이다. 김영희는 처음 책이 말하는 바를 곧이곧대로 믿었다. 가지 말라는 곳은 가지 않았고, 하지 말라는 일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정말 그럴까?’ 아니었다. 검은 피부에 검붉은 눈자위를 가진 무서운 그들이 사실은 웃을 때 드러나는 ‘흰 이’만큼 순수했다. 그는 동부 아프리카 최대의 슬럼, 키베라에 들어가 돈 한 푼 빼앗기지 않고, 오히려 그들이 준 풀 카트를 함께 씹어 먹고 악수하고, 포옹하며, 작별 인사를 하고 무사히 돌아왔다. 그의 말을 듣고 따라할 건 아닌 듯. 쌀집 아저씨는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경계할 만큼의 외모와 풍채를 지녔기 때문이다. 한 날은 칼을 든 강도를 두 번이나 만나는 데 욕을 해대는 그의 목소리와 표정으로 물리치는 대목을 보면 아무나 따라할 건 아니지 싶다.
이야기의 나머지 절반은 자연이다. 십여 시간을 버스로 달려도 지평선인 대지, 검붉은 노을, 끝없이 쏟아지는 빅토리아 폭포, 위로 흐르는 나일강, 바다 같은 사막까지... 가는 곳곳 마다 자연은 다른 모습으로 그를 대했다. 김영희는 자연 속에 자신이 있음을 감탄한 것이 아니라 동시간대에 태고의 자연이 존재하고 있었음에 감탄했다. 또한 그 속에 순응하는 사람들에게 감탄했다. 사람도 자연에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글 꼭지의 마지막엔 그가 느끼는 감상이 요약되었다. 글을 읽다보면 그 대목에 주목하게 된다. 꿈보다 해몽이라 했던가? 이미 존재하는 사실을 그만의 감성으로 재해석하는 대목은 다분히 시적詩的이었다. 그는 아이디어맨이 확실했다. 그는 아프리카 여행을 통해 인공이 가미되지 않은 살아있는 대륙의 자연을 만끽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검은 피부의 사람들을 통해 ‘꿈틀거리는 생명력’을 느끼고 돌아왔다. 그 소감을 마지막 글 ‘나는 왜 아프리카에 왔을까? 에 대한 대답’편에 잘 드러냈다.
“아프리카 여행이 끝나가는 날, 쿠마시의 노천 시장에서 나는 그 답을 찾았다. 바글거리는 시커먼 그들에게서 나는 꿈틀거리는 생명을 보았다. 실아있다는 것! 마치 갓 건져 올린 생선이 펄떡이듯 아프리카의 사람들은 펄떡였다. 날것처럼 살아 있었다. 생명의 힘! 내가 살아온 곳에서는 절대로 느낄 수 없는 원초적 생명이 거기 있었다. 살아있다는 것, 그것은 꿈틀거림이었다. 그렇다! 바로 이것을 보기 위해 나는 그토록 먼 길을 달려와 지금 여기에 있다. 나는 내 안의 꿈틀거림을 느끼고 있었다. 나로 하여금 아프리카에 오도록 한 그 무엇이 그토록 나에게 보여주고자 했던 것! 그것이 바로 이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 이것이 바로 내가 아프리카에 온 이유였다! 살아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희망인거야! 살아만 있다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어!“ 353 쪽
아마도 그는 잃었던 소신所信을 얻어왔을 것이다. 자연自然이 스스로自 그렇듯然 존재하는 것이 자연인 것처럼 사람은 자신이 믿는 바대로 살아가는 것이 ‘단 하루’를 살아도 사람답게 사는 것임을 배웠을 것이다. 자신을 믿는다면 자신이 믿는 바대로 행동하는 것이 ‘인간으로서 꿈틀거리는 것’이고 이것이 바로 신이 인간에게 준 생명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나 역시 그를 통해 ‘살아감’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껏 상상하지도 않았던 아프리카 대륙을 그를 쫓아 밟아보고 싶어졌다. 올해 다시 PD로서 브라운관으로 복귀한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이제 그가 연출한 프로그램을 보면 화면 뒤에 숨은 그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 뒤에는 아프리카 대륙의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멋들어진 기행문이었다.
P.S : 그가 ‘꿈틀거리며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첫 번째 프로젝트는 이 책에서 시작했다. 쌀집 아저씨라는 인간, 멋진 동물animal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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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기대 없이 떠난 아프리카 여행. 거기서 발견한 것은... TV나 책에서 멋진 풍경과 음식, 재미난 에피소드를 만나게 되면, 자연스레 떠나고 싶어진다. 매일 보던 일상의 풍경에서 벗어나 다른 생활방식과 낯선 사람들이 숨쉬고 있는 그곳에 가면, 가슴 설레고, 많은 감동을 받아 돌아올 것 같은 기대를 갖는 일은 자연스럽다. 유럽이나 미국은 가보고 싶은 동경의 마음이 들지만, 아프리카와 인도, 낯선 나라들은 왠지 두려운 생각들이 든다. 친숙하지 않은 정보와 함께 마음 속에 스며있는 경제적 부에 의한 편견이 남아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무작정 떠나는 여행이 가장 멋지다 생각하지만, 여행은 낯선 공간으로 떠나는 일이기에, 외지인에 의한 피해를 겪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함께 존재한다. 소심한 내게, 아프리카는 동경하지만, 가보기에는 위험한 공간으로 머리와 가슴에 인식되어 있다. 이 책, 『헉! 아프리카』를 만나기 전까지, 그러했다. 빈곤에 처한 아프리카인들을 구해주고 싶은 거룩한 이유도 아니고, 일상에 지쳐 에너지와 삶의 전환점을 찾고 싶어서, 정확히 왜 아프리카에 가고 싶은지 이유도 모른 채, 떠났다는 저자가 여행을 떠난 이유의 솔직함이 마음에 닿았다. 정지선을 지키자는 캠페인을 담은 몰래카메라, 양심냉장고 편을 연출한 따스한 기획을 많이 한 저자가 이야기하는 아프리카이기에, 그가 바라보는 시선이라면, 거창하지 않은 소소한 감동을 느끼고 싶다는 기대를 안고 책을 골랐다. 화려한 문체와 스펙타클한 모험, 인생의 전환점을 안겨주는 거창한 교훈을 기대한 독자에게는 실망감을 안겨줄거라 생각한다. 뛰어난 능력을 지닌 저자가 쓴 매력적인 책이라기 보다, 우리 곁에서 늘 존재할 거 같은 친근한 마음을 가진 아저씨가 여행에 다녀와서 자신이 겪은 느낌을 전해주는 책이다. 사소한 것은 절대 사소한 것이 아니다라는 글귀를 자기계발서에서 최근에 읽었다. 빠른 사회의 변화속에서, 잊고 살아가는, 작지만 소중한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들이, 신비와 두려움의 편견으로 가득한 아프리카를 친근한 친구로 느껴지게 만든다. 닮고 싶은 매력과 함께, 꼴보기 싫은 미운 구석을 함께 지닌 친근한 친구처럼, 아프리카에 사는 그들의 희망과 절망을 모두 보여주는 책이다. 저자가 아프리카에서 부대끼며, 친구가 되어 돌아오는 과정을 읽다보면, 아프리카는 떠나보고 싶은 장소로 변해있다. # 지나버린 시간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그 곳! 아프리카. 한국에서 쉽게 보지 못하는 사파리, 빅토리아 폭포, 킬리만자로 산 등정, 사하라 사막에서의 노숙 등 여행상품에서 쉽게 안내받을 수 있는 코스로 여행을 떠난다. 책의 강점은 ’여행지’에 주목한 점이 아니라, 여행지에 가는 과정의 ’마음의 변화’를 기록한 점이라 생각한다. 태국에서 아프리카로 떠날 때, 버스안에 까맣게 가득찬 검은 피부를 보며 느꼈던 위화감, 차비가 없어 6시간 이상 걷는 일이 자연스러운 사람들의 모습, ’잠보’하며 인사하고 손 흔들면, 반갑게 인사해 주는 사람들, 여행지에서 만난 사기꾼과 강도, 고마운 사람들까지, 한 사람을 대면하면서 느끼는 감동과 분노, 슬픔과 연민 등이 그가 펜을 굴려 그려낸 글과 스케치를 통해, 카메라에 힘에 기대 찍은 사진에 의해 생생하게 전해진다. 그는 아프리카의 최대의 재래시장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살아 숨쉬는 활력과 희망을 느꼈다고 이야기한다. 노숙자와 빈민들을 취재했던 예능PD의 경험들이, 일반 관광객이라면 멀리하고 두려워했을 부분까지 경험하게 해 주었고, 두려움 너머에 숨어있는 그들이 지닌 분노와 희망을 대면하게 한다. 분노에 주목하기 보다, 가난하지만, 서로 인사나누고, 없는 것도 나누어 가지는 살뜰한 정, 저자는 우리가 정보화와 현대사회를 살며 잊어버리거나, 잃어버릴 수 밖에 없었던 인정을 보며, 한국에서 잃어버린 모습을 찾고 있었던 건 아니였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잡한 상어이빨에 노끈으로 묶은 목걸이를 만원에 부르는 맹랑한 소년도, 그의 가정형편을 생각하며, 천원에 사주었던, 묵묵히 고생해서 일하는 이에게 더욱 많은 돈을 얹어주는, 나쁜 사람들에게 손해보고 싶지 않지만, 착한 이에게 더욱 마음 써 주고 싶은 따스한 심성을 가진 저자이기에, 글에도 따듯한 마음과 그들의 힘겨운 삶을 바라보는 안타까운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생각한다. 책을 구매하면, 인세와 출판사 수익금이 아프리카에 사는 아이들이 마실 물을 위한 우물파기에 사용된다고 한다. 책을 통해, 아프리카의 여러가지 모습도 느껴보고, 30-40년 전에 우리가 생활했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간접경험해 보고, 무엇보다 얼마를 지니고 있던간에, 사람사이에 살아숨쉬는 인정이 있다면, 그곳은 살만한 곳이라는 생각도 얻을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사실, 난 선의로만 채워진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책은 좋은 뜻으로 독자를 매혹하기 보다, 책 속에 담긴 내용을 통해, 독자를 유혹할 수 있는 매력을 지녀야 한다는 책에관한 편견이 있다. 수익금이 좋은 일에 쓰이지 않아도,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이다. 우린 같은 공간에 있지만, 각자 다르게 살아간다. 유럽, 미국, 아시아, 아프리카 등 모두 같은 시간, 지구라는 공간에서 살아가지만, 각자 그들이 지닌 문화에 따라 각양각색의 삶을 살아간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모두가 자신의 꿈을 도전해가며 사는 아름다운 공간을 꿈꾸지만, 현실은 부유한 이가 더 많은 선택을 한다는 원칙에 따라, 아프리카에 사는 이들은 실업과 빈곤, 생존의 공포 속에서, 때론 다른 공간의 이방인의 가이드와 그들의 관광을 도우며, 힘겨움과 불합리한 많은 부분을 안으며 살아간다는 사실도 느낄 수 있었다. 세상에 믿을 건 나밖에 없다 생각하고, 경제적 안정이 중요하다고, 어두운 면을 보기보다는 가능성을 생각하며, 너도 많이 채워서 누리라는 삶에 대한 가치관을 지닌 독자보다는, 지금 가지고 있는 작은 부분을 나눌 줄 아는 인정많은 독자에게, 많은 영감을 주는 책이라 생각한다. 따듯한 마음을 지닌 나와 같은 삶의 가치관을 지닌 이가 떠난 아프리카 여행이라 생각한다면, 몸은 떠나지 않았지만, 깊이 공감하며 여행을 다녀온 만큼의 깊은 마음과 삶에 대한 생각의 전환의 기회를 갖게 될거라 믿는다. 잔잔하지만 감동 있는 이야기를 통해, 낯선 곳에서 지금 우리의 모습과 아프리카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지닌 이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학교에 가는 아프리카의 아이들이, 아프리카의 희망이라는 저자의 말에 동의한다. 기적을 믿지 않지만, 희망을 잃지 않는, 절망의 의미를 아는 이의 서가에 어울리는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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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3 <터스커> 케냐에서의 마지막 밤, 터스커와 함께 나이로비를 즐기고 있다. 터스커는 케냐의 국민 맥주로, 10여 년 전 세계 맥주 품평회에서 1등을 한 아주 맛있는 맥주다. 케냐 사람들도 터스커에 대한 프라이드가 대단해서 케냐에 오면 반드시 맛봐야 하는 맥주가 터스커라고 선전한다. 나이로비에 도착한 첫날 내가 처음으로 마신 맥주도 바로 터스커였다.
p.92~94 <에디> 자, 그런데 이제부터 어디로 가서 숙소를 잡나? 망설이고 있을 때 조금 떨어진 곳에서 한 사내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처음 배에서 내릴 때부터 나를 따라온 것. 아랍계인걸 한눈에 알 수 있다. 그를 불렀다. 흙먼지 날리는 비포장 길을 단숨에 건너온다. 일단 마음에 드는 숙소를 구해 달라고 하고 짐을 들게 했다. 20달러에 깨끗한 방을 구하라고 숙제를 주었다. 검은 눈동자를 굴리던 그는 지나가던 택시를 불러 잡고 타라고 한다. 과연 구할 수 있을까? 택시비 1달러를 내고 차에서 내려 그거 안내한 곳은 '마우아니 인'이라는 조그만 숙소! 겉보기에 초라하다. 우선 방을 보자며 2층으로 올라가 문을 따고 들어간 객실은 내 눈을 휘둥글하게 만들었다. 캐노피 침대에 회색의 대리석 바닥, 문양이 정교한 이슬람 창문에 개인 욕실까지! 20달러짜리라고 할 수준의 방이 아니다. 숙소의 위치는 또 어떻고! 스톤타운의 중심가 어디를 가든지 도보로 10분 이내의 거리였다. 최상!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일당 3천 실링(약 3천 원)에 5일간 1만 5천 실링을 주기로 하고 그를 채용했다. 기뻐하는 기색이 얼굴에 역력했다. 에디.36세. 세 아이의 아버지. 그는 최선을 다해 나를 안내했다. 1일 투어를 찾아주고, 대여 보트를 찾아주고, 식당을 알려주고, 그림을 사주고, 우체국에서 엽서도 부쳐주었다. 현지 가격으로 과일도 사주고, 야시장을 같이 가고, 박물관을 안내했다. 그는 5일 내내 집사처럼 내 곁을 지켜주었다. 언젠가 하루는 3천 실링만 가불해 달라고 했다. 10분만 다녀올 데가 있다고.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는 그날 말라리아에 걸렸던 것! 몸에서 열이 나자 주사를 맞고 온 것이었다. 나에게 전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참 성실한 사람이다. 난 성실한 사람을 좋아한다. 일 잘하는 뺀질이보다는 일은 좀 못해도 성실한 사람을 좋아한다. 방송 스태프를 구성할 때도 항상 그랬다. 처음 캐스팅하는 작가나 AD, FD에게는 항상 당부하는 말이 있다. '실수는 있어도 요령은 없다!' 헤어지는 날, 그는 새벽부터 숙소 앞에 와 있었다. 내 손에 있던 짐을 빼앗다시피 들고 메고 부두로 간다. 부두는 언제나처럼 북적거린다. 잔지바르에 도착했던 첫날의 소음과 먼지가 그대로 인상을 찌푸리게 한다. 잠시 기다리는 사이 에디는 다르에스살람행 페리 티켓을 끊어가지고 와 잘 간수하라고 한다. 이제 이별의 시간! 5일간의 정이 발길을 무겁게 만든다. 페리에 오르기 직전 오가는 사람들 틈에서 잔지바르의 부두를 배경으로 그와 둘이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허름한 옷차림이지만 몰락한 지주의 아들답게 기품이 있다. 작별의 포옹을 길게 하는 동안 내 귀에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르에스살람이나 요하네스버그에선 사람들을 조심하십시오. 이곳 잔지바르 같지 않으니까요." 그의 마음이 내 마음으로 전해왔다. 가슴이 따뜻해진다. 안녕, 에디! 헤어지며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뭉쳐 있는 돈을 전부 꺼냈다. 뒤를 돌아 얼른 세어보니 2만 실링이다. 돈을 내밀었다. 아까 받은 1만 5천 실링이 전부인 줄 알았던 그가 다시 내미는 의외의 돈을 내려다보고는 깜짝 놀란다. 머뭇거리는 그의 손을 잡아끌어 꽉 쥐어주었다. 우리 돈으로 2만 원쯤 되는 돈이니 이들에게는 꽤 큰돈이다. 에디의 눈에 또 한 번 눈물이 글썽거린다. 푹 꺼진 작은 눈 속의 까만 눈동자가 반짝거렸다. 배를 탔다. 손을 흔든다. 미끄러지듯 멀어져 가는 여객선을 향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드는 그를 보며 생각한다. 더 줄 걸......, 항상 나중에 후회한다.
p.161 <사파리는 영화가 아니다> 육식 동물들의 공격에 대비해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이런 양육강식의 초원 생활은 특히 기린에게는 고달프기만 하다. 초원의 어디에서도 볼 수 있는 긴 목 때문이다. 키가 커서 가장 눈에 잘 띄는 죄로 기린은 한시도 경계를 늦출 수 없다. 잡아 먹히는 것은 순식간이다. 하지만 신은 기린을 배려했다. 긴 목을 이용하여 가장 먼저 적의 습격을 알아채고 도망갈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단점이 장점이 되는 순간이다. 하지만 이렇게 급박한 상황에서도 기린들은 슬로우 비디오로 뛴다. 느리다. 목이 길어 균형이 맞지 않는 체형 때문이다. 장점이 다시 단점이 되는 순간이다. 장점은 단점이 되고, 단점은 장점이 된다. 신은 모든 것을 주지 않는다...
p.244 이놈의 말은 가파른 산길을 오를라 치면 방귀를 어떻게나 뀌어대는지...엉덩이는 아파 죽겠는데 웃음은 나고 희비가 교차했다. 방귀 뀌는 탄력으로 산을 오르려는 듯이 뿡!뿡!뿌웅! 뿡!뿡!뿌웅! 서슴없이 뀌어 댄다. 방귀뀌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다. 나오는 대로 뀐다. 참을 이유가 없다. 방귀를 마음대로 뀔 수 있느냐 없느냐가 동물과 인간의 차이!
p.259 모로코의 마라케시로 가기 위해서는 우선 요하네스버그로 가야했다. 인터넷으로만 표를 판매하는 저가항공인 '쿨룰라 닷컴 항공'에서 비행기표를 구입했다. 티켓도 없고 지정 좌석도 없어 마치 시골의 시외버스처럼 빨리 온 사람이 좋은 자리를 차지한다. 기내에 오르니 남자 승무원들의 연두색 티셔츠가 신선하다. 가슴 근육과 복근이 툭툭 튀어나온 것처럼 그려진 유머러스한 티셔츠가 남자 승무원들을 전부 몸짱으로 만들고 있다. 젊은 비행기...어디에나 파격이 필요하다.
p.281 카스바에서 웬 소년이 접근했다. <스타워즈>에 출연한 아역 배우란다. 엑스트라로 출연했어도 배우는 배우다! 대사가 무엇이었냐고 묻자 웃기만 하는 걸 보니 대사 없이 연기만 한 모양이다. 그래도 우리 일행들에게 인기 최고다. 서로 한 장씩 찍겠다고 줄을 선다. 찰칵! 촬영에 임하는 소년의 눈매가 보통이 아니다. 세계적 영화에 단 한 컷이라도 출연하면 이런 아우라가 생기나? 집에 가면 비디오를 빌려서 소년이 출연한 장면을 찾아봐야지.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 일행에게 소년이 손을 내민다. 헉, 한 컷 당 1달러를 내놓으란다. 다섯 컷을 찍었으니 5달려 벌었다. 소년의 얼굴을 다시 한번 쳐다보았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와서 빌려 본 <스타워즈>에서 이 소년의 얼굴은 찾아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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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냉장고'와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등 공익 오락프로그램 = 쌀집아저씨 김영희PD.
처음 책이 나왔을 때, 덮썩 읽지 않았다. 프로그램 기획을 위한 의도된 아프리카행->귀국 후 책 출간 및 프로그램 기획->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과 나의 곱지않은 평가...
그랬다. 그 후, 도서관에서 읽을 책을 찾으러 갔다가 우연히 이 책이 눈에 띄어, 빌려서 읽다가 마음에 안 들면 그냥 반납하면 그만이라는생각으로 빌려서 읽기 시작했다.
쌀집아저씨는 책의 '오프닝'페이지에서, 뭔가 새로운 자극과 새로운 구상을 위해 아프리카로 가리라고 마음을 먹었다지만, 실제 책 내용은 그냥 평범한 직장인이 떠난 아프리카 여행기, 좌충우돌 아프리카 여행기라고 할 수 있을만한 내용이었다.
이 책에서 볼 수 있었던 특이한 점은, 자신이 여행 도중 직접 그린 그림을 책에 삽입했다는 것과 많은 현지 사진들을 페이지의 절반보다 작은 크기로 책에 넣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림에는 여러 가지 설명까지 친절하게 덧붙여져 있어서, 여느 여행에세이를 읽을때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
흑인들틈에서 여행하면서 느낀 무서운 감정,
이 책을 읽고 나서, 내가 얻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소득은,
그나저나, PD가 되려면, 최소한 쌀집아저씨 정도의 삽화 그리기 능력을 갖고 있어야 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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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에 《헉! 아프리카(2009.6.29. 교보문고)》의 저자가 ‘쌀집아저씨 김PD’라는 문구를 보고 낯설지 않은 느낌이 들어 그가 누구인지 생각해 내느라 책 읽기는 잠시 미루어 둔 채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개그우먼 이경실씨가 ‘쌀집아저씨’를 외치던 프로그램이 한참 후에 생각났고, 과거에 애청했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코너를 맡았던 그 분과 이 책의 저자가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 반가운 마음 그지없었다. 그러고 보니 ‘쌀집아저씨 김PD’를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동안 아프리카에 다녀오느라 많이 바쁘셨던 모양이다. 오랜만에 세상 밖으로 근간의 소식을, 책을 통해, 전해주신다니 감사한 마음으로 읽어볼 요량으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아프리카에 동경의 눈길을 보내는 사람을 여럿 보았다. 그리고 그들 중 나도 포함된다. 뜨거운 태양이 지글지글 땅을 볶아대고 있는 그 곳이 뭐가 그렇게 대단 하겠냐 만은, 자연에 가까워질 수 있는 최후의 방법 그리고 자유로운 자아를 만날 수 있는 최후의 방법을 찾게 되리라는 기대를 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가진 곳이 바로 아프리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십 개국(케냐-우간다-탄자니아, 잠바브웨-보츠와나-잠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모로코-말리-가나)을 돌아다니면서 보고 듣고 느낀 점을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아! 부럽다. 부러워서 미칠 지경이다. 십 개국이라니. 나는 언제 그 곳에 가보나. 이 책은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과 직접 찍은 사진, 그리고 직접 쓴 글로 이루어져 있다. 얼마나 공들여 만든 책인지 알 수 있고, 이 여행으로부터 저자가 얻은 가치가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다. 이 여행은 저자가 아프리카로 다녀온 여정이지만, 한 권의 책을 통해 그의 경험과 지혜는 내 것이 되었다. 책을 읽는 행위만으로 공유할 수 있는 많은 면이 생긴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사람들 마다 동일한 대상을 보고서도 이미 형성되어 있는 가치관에 따라 시각의 차이가 발생하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쌀집아저씨 김PD’는 나는 하지 못하는 색다른 발상을 하는 독특한 인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무심코 지나칠 만한 사소한 상황 속에서도 긍정적인 의미를 발견해내는 능력, 내가 가지 못한 곳으로의 여행을 다녀왔다는 사실보다 이런 능력을 가졌다는 게 더 부러워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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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느낌표) 아마도 내가 중학생이었을 때였던 것 같다. 토요일 저녁 시간마다 MBC에서 <! (느낌표)>라는 프로그램이 한창 인기를 끌었었다. 물론 재미도 있었지만, 공익적인 내용을 함께 다루면서 사회적으로 실질적인 큰 변화를 이끌어 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고등학교 0교시에 대한 공론화를 비롯하여, 국민 책읽기 열풍, 또 줄넘기 열풍을 주도하였고, 양재천 너구리를 비롯하여 도시화로 살 곳을 잃은 많은 동물들에게 따뜻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기도 하였고, 다문화가정에 대한 인식 변화도 끌어 올렸던 프로그램. 지금은 폐지되어 굉장히 아쉽지만, 내 기억속에 남는 최고의 TV 프로그램들 중 하나임이 확실하다. 이런 완소(!) 프로그램을 연출한 PD, '쌀집 아저씨'로 친숙하게 불리는 김영희 PD가 아프리카에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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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아프리카 '아프리카'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전형적으로 떠오르는 몇 가지 이미지들이 있다. 흑인, 미개척지, 빈곤, 사막, 다이아몬드, 착취, 원주민, 사파리 등등… 다른 대륙에 비해서는 좋은 이미지보다는 나쁜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고, 호기심을 자극하긴 하지만 왠지 돈을 쥐어주면서 가라고 해도 조금은 생각해보아야만 할 것 같은 곳, 아프리카. 머리로는 인종차별에 대해서 굉장히 부정적으로 바라보면서, 나 자신 역시 다른 인종들로부터 차별받기 원하지 않으면서, 가슴으로는 왠지 모르게 꺼림직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동안 내가 아프리카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었던 것도, 그러한 선입견을 일으키지는 않았을까?
3. 헉! (Hug!) 책 이름이 정말 재밌다. '헉! 아프리카', 뭔가 보고 놀라는 것 같기도 하고, 무언가 깨우치는 것 같기도 하다. 또한 제목을 쓰면 Hug(껴안다) Africa라니, 한 편으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제목이기도 하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의외로 무섭기보다는 정감있는 아프리카 사람들, 숨이 막힐듯한 아프리카의 대자연, 정말 살아있는 듯한 그들의 원초적인 삶(!)들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김영희 PD의 따뜻한 마음, 그들과 소통하는 법, 사람을 허울없이 대하는 모습은 (너무나 이기적으로 변해버린) 나 자신을 부끄럽게 하기에 충분했다. 책을 읽으며 가슴이 뛰고, 그들과 함께 나도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물론 나는 아프리카를 책으로만 접하지만, 나는 여기서 생생하고 힘이 넘치는 삶을 배운다. 비록 경제적으로 어려운 곳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그 곳에는 돈을 넘어선 생명이 있음을 확신한다. 이제는 나도 아프리카라는 조금은 낯선 나라가 따뜻하게 느껴진다. 간접적으로나마 기꺼이 아프리카를 접하게 해준 김영희 PD님께 무한한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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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여행기를 읽는 이유는 단순하다.
대리만족!!
쌀집아저씨의 아프리카 여행기는 정말 대 만 족!!!
글 중간에 그림도 재밌고.. 글은 더 재밌고.
나처럼 아프리카 가고 싶어 안달난 사람들에게 뽐뿌질을 마구마구 해주는 책이다.
내가 같이 여행을 다닌 듯한 느낌을 받았다.
두고두고 읽어야지!!
나도 곧 간다!!! 기다려라 아프리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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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목적이 꼭 즐거움일 필요가 있을까? 우린 즐겁고 행복하기 위해 여행한다. 그러나 꼭 그것만이 여행의 목적은 아니다. 알랭 드 보통의 책 <여행의 기술>을 읽다보면,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어디 출신이냐는 질문을 받고, "아테네"라고 하지 않고 "세계"라고 답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도시, 이 나라만이 전부가 아님을 우린 시시때때로 잊어버린다. 세계가 우리의 무대, 우리 생의 공간이란 진실을 잊지 않기 위해서도 우린 때로 배낭의 짐을 꾸려야 한다.
대개 해외여행이라면 초보여행자들은 근사한 여행지를 찾기 마련이다. 프랑스 파리의 어느 뒷골목이나 미국 뉴욕의 한 복판을 걸어보고 싶은 것은 이심전심이다. 내가 발딛고 살아가는 이 현실에서 되도록이면 멀리 떨어지고 색다를수록, 또 누추하지 않고 세련된 세계일수록 제대로된 여행지란 착각을 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런 여행은 대개 수박겉핧기에 그치고 만다. 고달픈 기억들이 여행을 더 의미롭게 한다. `집나가면 개고생'이어야 하는 것이 여행의 본질 아닐까?
그래서 대한민국 방송국 대표 프로듀서로서 그간 참신한 기획으로 코메디 오락물이 가진 고정관념을 깨왔던 김영희 PD가 무작정 배낭짐을 꾸리고 아프리카로 떠났다. 쌀집아저씨란 별명이 왜 붙었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그는 그렇게 불렸다. 그 단어에서 풍기는 소탈한 이미지만큼 그가 연출한 프로그램엔 오락성과 공익성이 잘 배합되곤 했다. 대체 그는 왜 하고많은 나라가운데 세상에서 가장 못사는 나라들이 움집해 있는 대륙 아프리카로 여행을 갈 생각을 했을까? 이 책을 받아들고 생긴 첫번째 궁금증이다.
소감부터 말하면 이렇다. 지금껏 몇 편의 여행기를 읽어보았지만 이 책만큼 참신하고 생동감 넘치는 여행기를 만나보진 못했다. 이 책에서 김PD는 세가지 조리기구를 통해 아프리카를 맛있게 요리해 나간다. 그 세가지는 짧고 감칠맛나는 문장, 헨드폰으로 찍은 듯한 날렵한 스냅사진, 그리고 놀랍도록 정교하게 아프리카를 스케치한 그림들이다. 특히 여행지의 풍광이나 사람들을 묘사하는 그의 그림 실력은 자타가 공인해줄만큼 특출나다. 피디가 이렇게 그림을 잘 그려도 되는건가? 고백하건대, 이 책을 읽는 내내 사진이나 여행기보다 더 재밌었던건, 그의 붓터치를 거쳐 새롭게 탄생하는 아프리카의 표정들이었다.
여정에 따라 쓰고,찍고, 그린 이 여행기를 읽으면서 독자들은 고달프지만 신비스러운 아프리카 여행에 그와 동행하고 있음직한 착각을 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책에서 만난 아프리카는 여행지로서 바라보기엔 토착민의 삶에 먼저 안쓰러운 눈길이 쏠린다. 최고급 식당은 현지인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직 외국 관광객들을 위한 것이다. 관광지마다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들은 외국인들에게 충성을 다짐하며, 자신을 단돈 몇십달러에 써달라고 애원하기 일수다. 아프리카에 더이상 공식적인 노예상은 없다. 그러나 자발적인 노예들은 가는 곳마다 득실대며 당신의 은전을 요구하고 있다.
관광객이 건내는 단 몇 달러의 돈에 자존심을 내팽개칠 수 있는 아프리카인들은 여전히 노예적 삶을 살고 있다. 미국 대통령 오바마는 자서전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에서 자신의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묻혀 있는 케냐의 묘지앞에 서서 하염없는 눈물을 흘렸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이 여행기를 읽으며 그가 눈물을 쏟을 수밖에 없었던 아프리카의 현실이란게 무엇인지 감잡게 된다.
그러나 포커스를 아프리카 사람들이 아닌 아프리카 대지에만 놓고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러면 이 대륙은 신비 그 자체다. 단박에 이 세계는 인류가 기원한 태고의 땅이자 거룩한 대륙이다. 세계 최고의 도시 마라케시에서는 수많은 국제 회의가 열린다. 마라케시의 이름을 본딴 국제협약들도 즐비하다.미국 그랜드캐년의 규모를 넘어서며 영화 <반지의 제왕>의 무대가 되었던 드라켄즈버그 협곡은 마치 관광객을 화성이나 달 표면으로 이끌만큼 환상적 풍광을 지녔다. 세계 최대의 사막 사하라와 낭만의 도시 카사블랑카도 빼놓을 수 없다. 또 나이아가라 폭포에 버금가는 빅토리아 폭포의 장엄함은 사진과 글만으로도 그 웅장함이 전해오기에 충분하다. 자동차를 타고 달리며 영화같은 사파리를 즐길 수 있는 곳, 동물도감에서나 나올법한 야생동물을 만날 수 있는 지구상의 유일한 땅이 바로 아프리카다.이곳엔 문명에 익숙하지 않은 원시의 웰빙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드넓은 초원에 불이 꺼지면 그야말로 칠흑 같은 어둠, 도시에서는 그 누구도 경험할 수 없는 밤의 본래 모습이 드러난다. 진정한 밤이 초원을 덮는다. 그래야 비로소 동물들이 잠을 잔다. 그러므로... 인간이라는 동물들의 불면증은 밝은 밤에서 비롯된 것! 진정한 밤을 가질 수 없는 현대인들이 진정한 잠을 경험할 수 없음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전기가 현대인들의 진정한 잠을 방해하고 있다. " <헉! 아프리카>, 김영희 , p.26
김피디는 두달간의 아프리카 여행을 통해, 아프리카의 속살을 속속들이 경험했다. 그것은 세련된 부분들이 아니라 먼지날리는 신작로처럼 누추한 풍광들이다. 후진적인 사회 시스템은 게으르고 비전없는 아프리카인들의 마음에서 시원하고 있단 생각도 든다. 그러나 한꺼풀 더 벗기고 아프리카를 바라보면 우리 사회의 비릿한 풍경들이 겹쳐보이곤 한다. 보다 나을것도, 보다 좋을 것도 없는 그런 세계말이다. 특히 정치인의 마인드는 우열을 가늠하게 힘들지도 모르지.....
아프리카 대륙이 후진적인 것은 그들만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지난 수세기에 걸쳐 아프리카는 자원과 시민을 진보한 유럽 세계에 수탈당했다. 서양인들이 남기고 간 것은 가난과 무기일 뿐이다. 현재 빈곤과 내전의 고통에 휩싸인 아프리카는 기름진 얼굴을 한 유럽인들이 값싼 은전을 베풀러 오는 여행지로 전락했다.
그러나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김피디가 아프리카에서 발견한 것도 이 장엄한 대륙의 가능성이다. 사기꾼, 거지, 도둑, 강도가 득실대는 아프리카 대륙을 거쳐오면서, 언제나 유모와 여유로움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김피디는 여행지 곳곳에서 대한민국 쌀집아저씨의 여유와 인정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언제나 빛을 발하는 것은 못된 사람들 사이에 보석처럼 박힌 성실하고 매너있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그 먼 타국, 온통 검은 피부들 속에서도 인간에 대한 신뢰와 성실함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그 사실. 드넓은 우주의 어느 행성에서 발견한 생명의 흔적만큼 가슴뛰는 그 진실. 독자는 미지와 암흑의 땅에서 가슴이 따뜻해 지는 그 익숙한 사람들에 감동 할 수밖에 없다.
그들이 아프리카의 희망이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김PD는 왜 아프리카로 떠났나'에 대한 짧지만 가장 명쾌한 답이 될 것 같다.
2009.7.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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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집 아저씨가 돌아왔다. 아, 나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몰랐고, "쌀집 아저씨"란 말도 이번에 처음 들었으니 돌아왔다는 표현은 적절치 않은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기 전 '무릎팍 도사'에 출연한 그를 먼저 만났다. 어쩌면 저렇게 유쾌할 수 있을까. 예능의 세계에 다시 발을 들인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아마도 예능감을 잃지 않았을까 걱정이 되었겠지만 아프리카를 품에 안은 그가 못할 것이 뭐가 있을까.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늘 우리들의 가슴에 감동을 심어준 "쌀집 아저씨", 아프리카 여행기는 출간된 다른 사람들의 글을 통해 그 나라에 가지 않았지만 충분히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생각했지만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 느낌이 또 다르다. 흑인들속에 걸어가는 그의 모습이 보여서일까, 위험한 지역도 당당하게 걸어 들어가는 그의 뒷모습이 듬직해 보인다. 추억을 사진에 모든 것을 담아온 것 보다는 손으로 직접 그린 그림을 보면서 그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에 나의 마음에도 느낌표가 하나 찍힌다.
한 순간을 사진에 담는 것은 쉽다. 하지만 그림을 그리려면 꽤 오랫동안 관찰해야 하고 머릿속에 담아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관심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물론 그림에 대한 소질도 있어야겠지만 말이다. "쌀집 아저씨"의 그림을 보면서 "에이, 실물을 못보니 어느 정도인지 알게 뭐야"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에디와 함께 찍은 사진과 에디를 그려놓은 그의 그림을 보면서 "정말 잘 그리는구나" 감탄을 했더랬다. 이후부터는 그가 그려놓은 모든 것들을 실물과 똑같이 보게 되었음은 당연한 일, 꽤 긴 시간을 들여 그림을 그리는 그의 모습이 눈 앞에 떠오르는 것 같았다. 아프리카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 중 일부만을 그렸겠지만 자신의 얼굴을 담아내는 "쌀집 아저씨"를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있어 한 장의 추억이 또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왜 그는 아프리카로 떠났을까. 사파리에 대한 동경때문인지 나도 아프리카에 대한 열망을 늘 가지고 있다. 언젠가 한 번 가고 싶은 곳이긴 하지만 선뜻 그들속에 섞인다는 것은 감히 상상하기가 쉽지 않다. 여행은 누구나 꿈꿀 수 있지만 그 곳에 발을 들여놓는 사람은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가는 장소마다 느낌표를 찍으며 사람들의 평범한 삶을 보여주는 "쌀집 아저씨", 기억해 두고 싶은 글들이 많아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은 책이 되어 버렸지만 타인의 여행의 느낌이 오롯이 내 것이 될 수 없 듯 그가 담아온 느낌표들이 모두 내 안에 담기지 않는다.
빈곤하게 살아가는 아프리카인들, 그들에게 더 많은 도움을 주지 못해 안타까워 하는 "쌀집 아저씨"를 보면서, 여행이란 기념물들이 가득한 유명한 곳들을 찾아가는 것이 아닌 평범하게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보러 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거대한 폭포의 물줄기를 바라보며 자연의 위대함을 느끼고, 느리게 살아가는 삶의 철학을 되새겨 보기도 하며, 한 문장의 글을 통해 "아, 인생이 이런 것이구나" 깨닫게 된다면 이것으로 여행의 진실한 모습을 제대로 봤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아직도 아프리카에 간 이유를 모른다는 "쌀집 아저씨", 이제는 여행의 기억이 그리움으로 바뀌었다는 그의 글을 보면서 살아가는 모든 것들이 그리움이 될 때 또 훌쩍 떠나고 싶은 것이 삶이라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