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라 료하면 생각나는 게 탐정 사와자키 시리즈이다. 몇 편의 사와자키 시리즈를 보고는 그에 매료되었다. 얼마전에 본 영화에서도 주인공이 탐정사무소에서 일하는데 일본은 탐정사무소가 합법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심부름센터 혹은 흥신소로 불리는데 주로 하는 일들이 바람피운 배우자 뒷조사를 많이 하는 걸로 알고 있다. 이에 비해 일본은 뒷조사 뿐만 아니라 대신 경비를 서주는 일등 아주 잡다한 일도 하는 반면에 살인 사건을 수사하는 일도 하게 되는 것 같다. 물론 개인의 의뢰가 있어야하겠지만, 경찰과 공조하게 개인적으로 조사하게 되는데, 하라 료의 추리소설 속 주인공 사와자키가 하는 일이 탐정이다.
그는 늘 살인사건에 희말린다. 무엇을 조사하다가 누군가를 죽인 사람을 찾는다던가 해서 탐정식 수사법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데 물론 독자적으로 움직인다. 어느 때보면 경찰관보다 오히려 한발 빠르게 움직이고 사건을 더 깊게 바라보는 일이 많다. 그렇기에 주로 살인사건에 휘말리는 탐정을 하는 거겠지만 말이다.
제목부터 의미심장한 『내가 죽인 소녀』라는 작품에서 사와자키는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바이올린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한 소녀의 유괴사건이다. 전화를 받고 그곳에 도착했지만 사건 의뢰를 한 사람이 아니었다. 다른 누군가가 사와자키에 전화를 걸었고, 유괴된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돈 6천만엔이 든 가방을 주며 제발 딸을 돌려달라고 하는 것이다. 이 사건때문에 사와자키는 인질범으로 몰려 경찰에게 잡히고 유괴범은 다시 전화를 걸어 와 사와자키에게 돈을 운반하게 한다. 경찰은 사와자키를 유괴범들과 한패로 보고 그를 의심하고 사와자키는 답답할 뿐이었다. 유괴된 아이에게 바이올린을 가르쳤던 외삼촌이 사와자키에게 이 사건에 대한 다른 의뢰를 맡기게 되면서 새롭게 조사를 시작한다.
늘 유괴사건에 대한 의심은 주변 사람부터 하게 된다. 무슨 원한을 산 적은 없는지. 아니면 돈이 필요한 누군가가 없는지. 만약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거나 할때 그 사람은 유력한 용의자가 될 수도 있다. 가이 마사요시의 자녀들에게 맨처음 눈을 돌렸던 것처럼.
![]()
그런데 소설속에서 보면 전혀 다른 이유 때문에 유괴를 하기도 하고, 순간적인 잘못때문에 살인을 저지르기도 한다. 아주 작은 이유때문에. 순간의 실수를 무시하고 더 큰 죄를 저지르기도 하다는 것이 문제다. 그러고보면 사람들은 참 비정하다. 조금만 더 대처가 빨랐더라면 살릴 수도 있는데 그걸 무시한다. 어차피 죽을거라며 목을 조르기도 한다는게 더 큰 문제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사라진 소녀의 오빠인 요시히코가 하라 료의 작품에 나와 사와자키의 조수로 나오던데, 이 사건이 요시히코와의 인연이었나 보다. 탐정사무소를 함께 시작했던 와타나베의 안부글이 적힌 종이비행기. 휴대폰이 없어 전화사무소 안내 서비스를 받는 등 지금과는 다른 아날로그적 감정이 물씬 풍겨났다.
결말 부분이 씁쓸하다. 사건을 감추기 위해 탐정과 다른 사람들을 끌여들여 새로운 사건을 계획했던 사람들의 행동을 보면 충격적이다. 어쩌면 이렇게 행동할 수 있다는 말인가. 비정하다 못해 잔인하다. 우리 인간들의 다른 한 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할 뿐이었다.
|
|
눈높이가 다르면 모든 것이 다르게 보이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눈에 보이는 그 자체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307p) 이 책을 읽기 바로 전 [브레이크 다운]에서는 한 여자가 느끼는 죄책감을 근거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갔다. 자신이 폭우속에서 보았던 여자가 죽음을 당한 것이다. 자신이 그녀에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자신을 자책하는 한 여자의 모습이 이 책을 읽는 내내 스쳐 지나간다. 내가 죽이지는 않았지만 내가 사건에 연계가 되어있다면 나로 인해서 다른 사람이 죽은 것은 아니지만 혹시라도 내가 막을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들. 사와자키 탐정도 분명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 사건을 풀어갔을 것이다. 비록 브레이크 다운의 여자처럼 자기 자신의 생활을 하지 못할만큼 심하게는 아니었어도 말이다. 사건을 의뢰하는 한통의 전화. 사와자키는 여느날과 다름없이 자신의 낡은 블루버드를 몰고 그곳으로 향한다.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자신에게 돌아온 것은 의뢰가 아닌 질문이다. 자신의 딸을 돌려달라는 남자의 울부짖음. 사와자키는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무언가 싶을때쯤 어디선가 나타난 경찰들에 의해서 사와자키는 졸지에 연행되고 만다. 자신은 아무런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것이 범인의 계획인가 하고 느낄 무렵 경찰은 그간의 사정을 말해준다. 작가의 딸이 유괴되었고 몸값을 준비하라는 전화를 받았으며 그 돈이 든 가방을 사와자키에게 맡기라고 했다는 것이다. 아무런 연관도 없던 사와자키는 이렇게 해서 이 유괴사건에 개입을 하게 된다. 십대의 아직 어린 소녀는 누구에게 유괴가 된 것이며 유괴를 한 사람은 돈 6천만엔을 돌려주면 무사히 그 소녀를 풀어줄 생각인 것일까. 전형적인 유괴사건이기는 하지만 하나의 사건으로 말미암아 끊임없는 사건들이 줄기를 엮어가며 이어진다. 사와자키는 어떻게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현금 1억엔과 각성제를 들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와타나베는 여전히 사와자키의 곁을 맴돈다. 그가 왜 그런 짓을 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언급되지 않는다. 단지 하루아침에 자신의 가족을 모두 잃은 충격때문에 생을 버렸을 것이라는 추축만 나올 뿐이다. 알콜중독에 걸려서 술만 의지하는 그이지만 자신이 세운 이 사무실을 떠날 수 없었던 것일까. 광고지에 짧은 글을 적어 사와자키에게 자신이 살아있음을 알린다. 그 종이비행기가 왜 이리도 슬퍼 보이는 것인가. 영화의 장면으로 본다면 분명 종이 비행기에 포커스를 맞추어서 팔랑거리며 날아가면서 장면을 줌으로 당겼을 지도 모르겠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작은 미키마우스가 백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웃음을 짓고 있었다.(131p) 초여름의 하루는 돈을 꾸기 위해 늘어놓는 서론처럼 길어,(387p) 연속으로 하라 료의 사와자키 시리즈를 읽고 있노라니 작가 특유의 담담하면서 세련된 문체들이 눈에 들어온다. 다른 작가들이 흉내낼수 없는 그런 표현들이다. 여름날이 길다는 표현을 돈을 꾸기위해 말하는 서론으로 비유하다니 참으로 신선한 비유법이 아닌가. 진부한 표현보다는 이렇게 새롭고 눈에 익지 않은 표현들을 보는 것은 책을 읽는 하나의 즐거움이다. 푸른빛의 표지에는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은 한 소녀가 바이올린을 켜고 있다. 바이올린을 켜는 소녀. 천재라 불리웠던 그 소녀는 지금 이 가정에서 사라지고 없다. 한창 보호를 받아야 할 시점에 없어진 소녀. 그 소녀를 데려간 인물은 대체 누구인 것인가. 앞으로도 큰 미래가 보장되어 있는 만큼 그 소녀가 돌아오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읽게 된다. 비록 '내가 죽인 소녀'라는 제목이 스포가 될지라도 말이다. 하라 료의 사와자키 시리즈는 이제 [어리석은 자는 죽어야 한다]로 2부를 시작했다. 사와자키 탐정의 또다른 하루를 기대해본다. |
|
중년탐정 사와자키가 재등장하는 이 작품은 전작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을 읽지않아도 충분히 독립적으로 자체충분하다, 대체로 시리즈 작품이 그렇지 않음에도. 그게 장점이 될 수도 있고 (최근 간만에 잡은 한나 스웬슨 시리즈는 등장인물을 다시 기억해내느라...), 아니면 단점이 될 수도 (케이 스카페타 시리즈에선 등장인물들이 자기만의 역사를 가지고 충분히 이유있는 모습으로 변화한다, 본즈시리즈와 달리 ㅡ.ㅡ;) 있겠지만 말이다. 아니 생각해보면 40대의 남자가 더 이상 성격이나 뭐가 변화한다는 사실이 말이 안되긴한다.
p.292에 언급된 '2년전 기누타 공원 근처 영화촬영소..'사건은 이 시리즈의 첫권인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의 이야기이므로, 2탄의 이 작품은 바로 그 이후 2년뒤의 이야기이다.
일련의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는 상황은 다음과 같다. 경찰일에 바빠 소홀했던 가정, 아내가 죽은 빈자리를 10여년만에 화해한 아들가족이 채우는가 싶더니 바로 이은 사고로 소중했던 모든 것을 잃어버린 와타나베는 경찰와 마약조직의 이중스파이로 수사를 하다가 모든 것을 들고 튀어버린다. 그와 탐정사무소의 파트너였을 뿐인데, 졸지에 동기제공자 내지는 공범자가 되어버린 사와자키는 여전히 양쪽의 의심아래에도 배짱좋게 탐정영업을 하고 있다.
후기라고 말하지만, 단편에 속하는 작품에서도 사와자키의 매력은 눈부시다.
'수틀리면 그냥 가시던가...난 사건의뢰 받지않아도 되거덩..'하는 까칠함은 어쩌면 작가의 투영인지 모르겠다.
어느날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를 목소리로부터 와달라는 전화를 받은 사와자키, 도착해보니 작가로 유명한 마카베선생이 돈가방을 내밀고 "제발 딸아이를 돌려주시오"라고 말한다.
아니, 잠깐...할새도 없이 체포된 그는 졸지에 초등학교에 다니는 천재바이얼리니스트 여자아이를 유괴한 범인, 내지는 공범으로 몰리게 되지만, 여전히 재빠르게 분석하고 돌아가는 머리로 경찰과 함께 유괴범을 쫓게 (뭐, 경찰의 생각은 조금 다르지만) 된다.
유괴범의 지명에 따라 돈가방을 이동하던중 폭주족 2명의 시비에 휘말린사이 머리를 얻어맞고 쓰러진 그는, 자신이 약속에 도착하지 못해 유괴된 여자아이가 죽게된게 아닐까 하는 쓰라린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이제 사와자키는 어쩌면 그가 죽였을지 모를 소녀에 대한 사건에 뛰어들게 된다.
재차 읽으면서 느낀 이 시리즈는 필립 말로의 일본판이라고 하기엔 일본 추리물, 아니 본격추리물의 색채가 많이 가미되었다. 어디로 튈지 모를 인물들을 수소문하여 얻어낸 정보로 미끼를 던져 사건을 수사하는 하드보일드보다는, 비교적 한정된 공간에서 제한된 옵션의 행동과 말을 던져주는 인물들을 놓고 그 사건의 howdunit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끊임없이 재구성과 실패, 재구성을 하는 과정이 보다 적고, 사와자키가 만나는 인물들은 매우 독자 및 탐정친화적이다.
그러기에 보다 깔끔하게 느껴지며, 보다 더 강한 아우라를 내뿜는 탐정 사와자키에게 집중하게 되는지 모른다. 많은 부분이 사와자키의 말을 빌린 작가의 말로 이뤄져, 고만고만한 엇비슷한 사건들의 추리물 가운데에서도 보다 개성이 강한 모습을 보여준다.
작품에 비치는 작가의 존재감을 들여다본다면 자신이 하는 말과 행동이 다를 수 있어 비판을 받는 소설가들에게도 확연히 반대노선을 걷는 것은 일종의 연기나 설정이나 뚜렷한 목적의식이 있을때 가능할지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는 등장인물을 자유자재로 다룬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사실은 멋대로 움직이려는 그 인물을 따라갈 수 밖에 없는 겁니다...p.57
란 대사에 너무 심취했기에 약간의 반발심이 나는 것을 제외하곤 읽기가 매우 흥미진지했다.
여하간, 다음 부분을 읽으면서 느낀 생각은 적어도 그럴듯하지 않은말을 그럴듯하게 믿게만드는게 가능해야 정말 대단한 소설가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면에서 이 하라 료는 대단하다.
...젊은이들이 반드시 상식있는 행동을 취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상식있는 행동을 하려고 명심하고 노력하고 결심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나이든 사람들의 시간은 약간 빨리 돌아가기 떄문에 그들에겐 늘 시간이 부족하다....p.197
p.s: 2013년 11월 다시 읽었다. 한문장 하나씩 음미하면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않고. 정말 탐정소설을 읽는 재미를 십분 느끼게 해주었다.
사와자키 : 방금 정체물명의 남자로부터 전화가 와서 오늘밤 8시까지 어느 장소에서 만나기로 했어. 니시고리 : 난 네 아빠가 아니야. 너 하고 싶은대로 해. 사와자키 : 그 남자가 마카베 사야카라는 이름을 대더군. 니시고리 : 뭐라고? 그 말을 먼저 해야지! 그 남자하곤 어디서 만나기로 헀지? 사와자키 : 넌 내 아빠가 아니야 (전화 끊는다)
ㅎㅎㅎㅎㅎ
|
|
나 때문에 죽엇다고 생각햇던 사랍탐정 사와자키이야기다. 우연히 마카베의 딸 12살 사야카가 바이올린레슨가던 중 유괴되고 납치범들은 6천만엔을 요구하고 돈의 전달은 우연히 고른 탐정 사와자키에게 맡기고 도중에 습격을 당해 돈은 없어지고 사와자키는 공범으로 몰린다. 납치범의 전화에 사야카가 죽은 채 발견되고 사야카 아버지의 처남 가이교수는 자기아들들과 딸의 조사해 달라고 부탁한다. 아들들은 의심이 없지만 딸 치아키에게서 이상한 구석을 발견하고 내연남 유키와 시모를 미행하면서 범행의 전모를 맑혀 내고 범인은 아주 가까운 곳에...
살인스릴러의 정통 버전이다. 일본 추리소설의 특징, 1) 살인이 있다 2) 미국 추리소설은 부검과 피해현장으로부터 결정적 단서를 찾는 데 부검/현장에선 단서없다. 주면 인물들을 윽박지르기 수사 3) 범인은 아주 가까운 곳에 잇다.
일단 재미있다. 미우라 시온같은 삼천포로 빠지기, 미야베 미유키의 지나치게 친덜하고 지루한 설명, 용와정살인사건처럼 자기가 지금 뭘 쓰고 있는 지 모른는 작가도 없다. 난 이런게 좋다. 깔끔하고 군더더기없고,물 흐르듯, 억지없고, 미우라 슈스케처럼 기막한 반전이 있어도 좋겠지만 . 그래도 사사키 조보단 덜 HARD하다. 잘난 척이 아니라 난 난 첨 범인이 지아버지관련이라는 걸 알았다. 장황하게 가난한 전업작가, ㅍ르노작가가 처남한테 3천비렷지만 6천만엔 지금도 6억이라처도 이 소설시점과 비교하면 한 20억될텐데 재벌아니구 바로 다음 날 현찰20억 마련했다는 거 보구. |
|
<하드 보일드 hard-boiled> 하라 료를 일본의 레이먼드 챈들러라고 한다는군요. 그리고 레이먼드 챈들러는 하드보일드 문학의 선구자 같은 사람이구요. 제가 좋아하는 이정명 작가를 비롯해 무라카미 하루키 등 수많은 현존 작가들이 동경했다는 레이먼드 챈들러. 하지만 저는 아직 그의 작품을 접해보진 못했습니다. '고전'을 좀 기피하는 경향이 있어서이기도 했고, '하드'라는 단어 때문에 지레 겁부터 먹어서이기도 했기 때문이죠. '하드 보일드'가 정확히 무슨 뜻인지도 몰랐으면서 말입니다. 그래서 '내가 죽인 소녀'를 읽기 전에 워밍업 차원에서 도대체 이 '하드 보일드'라는 것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 이제서야 궁금해져 검색을 해보았더니 "원래 ‘계란을 완숙하다’라는 뜻의 형용사이지만, 계란을 완숙하면 더 단단해진다는 점에서 전의(轉義)하여 ‘비정 ·냉혹’이란 뜻의 문학용어가 되었다. 개괄적으로 자연주의적인, 또는 폭력적인 테마나 사건을 무감정의 냉혹한 자세 또는 도덕적 판단을 전면적으로 거부한 비개인적인 시점에서 묘사하는 수법을 의미한다. 불필요한 수식을 일체 빼버리고, 신속하고 거친 묘사로 사실만을 쌓아 올리는 이 수법은 특히 추리소설에서 추리보다는 행동에 중점을 두는 하나의 유형으로서 ‘하드보일드파’를 낳게 하였고, 코넌 도일(ArthurConanDoyle) 류의 ‘계획된 것’과는 명확하게 구별된다" (두산 백과사전에서 발췌)라고 설명하고 있네요. 그래서 저는 이 설명을 제 나름대로 이해해 보려고 제가 최근에 읽은 작품들에 적용해 이해해 보았는데요. 같은 요네스뵈 작품이지만 '아들'이라는 작품의 경우 서술이나 문장들이 한없이 섬세하고 감성적이라고 느꼈던 반면, '블러드 온 스노우' 같은 경우는 조금 더 차갑고 냉정하고 딱딱하다고 느꼈었는데, 바로 '블러드 온 스노우' 같은 작품이 '하드 보일드'라고 이해하면 되는 거 맞는거겠지요? (잘못 이해한 거면 어쩌지.... 소심 소심;;) 무튼, 저는 '아들' 쪽이 '블러드 온 스노우' 보다 훨씬 더 구미에 맞긴 했지만, '블러드 온 스노우'의 경우에도 상당히 신선하고 재밌었기에 '하드'라는 단어에 지레 먹었던 겁을 조금 내려놓고 책을 펼쳤습니다. <내가 죽인 소녀 - 제목 속에 감추어진 반전> 사건은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소녀의 유괴로 시작됩니다. 우리들의 주인공이자 탐정인 사와자키는 유괴된 딸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고, 의뢰인의 저택에 방문하는데 이는 유괴범의 농간으로, 그는 도리어 유괴범과 한 패로 오인 받아 경찰에 체포됩니다. 그리고 유괴범은 사와자키를 돈 전달책으로 지정하고 우리들의 주인공이자 탐정인 사와자키는 결국 이 유괴 사건에 깊게 관여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실수 아닌 실수를 저지르게 되고...... 속수무책 며칠간의 시간이 흘러버립니다. 이에 소녀의 외삼촌은 유괴범일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르는 그의 자녀들을 조사해 달라고 사와자키에게 의뢰를 하지만.... 사와자키가 조사하는 과정 속에서 유괴된 그 소녀는 결국 주검으로 발견되고 맙니다. 이에 사와자키는 자신의 실수 때문에 소녀가 죽은 거라는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때문에 더욱 유괴범을 찾는데 주력하게 되고 여러 의심스러운 등장 인물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지요. 그렇게 밝혀지는 사건의 진실과 진범...은 적잖이 충격적이었습니다. 저는 어떤 작품에 '반전'이 존재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책을 읽을 때면 그 '반전'이 무엇인지 엄청 집착하면서 책을 읽어나기에 어느 정도 반전의 윤곽을 짐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대부분의 추리 소설들은 분명 책을 읽어 나가는 중에 마주치게 되는 그 누군가가 범인일 가능성이 높은데다가, 그들 중 가장 의외성이 짙고, 진범이었을 경우 독자에게 가장 충격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 보면 윤곽이 드러나게 마련이니까요. 이 작품의 경우도 이런 논리로 생각을 해 보니 짐작이 가는 인물이 보이더라구요. 그리고 그 인물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 제목을 곱씹어 보니,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내가 죽인 소녀'라는 어쩌면 직설적인 제목에서의 '나'는 물론 사와자키일 수도 있지만(앞서도 말했듯이 사와자키는 자기의 실수 덕에 소녀가 죽은게 아닌가 계속 갈등하거든요.)... 바로 그 인물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재밌는건 이 소설에선 그 반전이 결말에서 2차례 연달아 찾아 옵니다. 제가 짐작했던 진범에 대한 반전은 1차에서 그쳤는데(물론 짐작했던 인물이 범인이어서 충격을 받지 않은 건 아닙니다. 짐작했음에도 꽤 충격적이었어요.) 연달아 2차 반전이 등장을 하더군요. 그리고 그 2차 반전은 정말 너무나 의외였던데다 도저히 이해 불가라 그 충격이 정말이지 컸습니다. 지금도 생각하면 여전히 소름돋아요. (스포일러가 될까봐 에둘러 말하기가 참 힘들군요^^;;) 이 작품은 일본에서 출간된 지 근 30년이 다 되어가는 걸로 아는데, 현대 작품에 견주어도 내용면으로나 문장면으로나 참 근사하고 재밌고 멋진 소설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시 나오키상 수상작은 다르군요. <탐정 사와자키> 역시 주인공 이야기를 빠뜨릴 수 없겠습니다. 제가 사전까지 찾아가며 이해했던 '하드 보일드'라는 개념은 역시 작품 속 주인공인 '사와자키'를 통해 구현되니까요. 그리고 그렇게 '하드 보일드'한 사와자키가 저는 참 매력적이었습니다. 사와자키 탐정에 대한 저의 첫인상은 '옆집 아재'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렸을 적에 조금 무섭기도 하면서, 왠지 친근하기도 하고, 동네 일에 완전 무관심한 것 같기도 하지만, 동네에 큰 일이라도 생길라치면 또 적극 나서기도 하는, 그런 모순된 매력을 발산하는 이웃 '아재'들 말입니다. 그런 아재들은 흔히 늘 담배를 꼬나 물고 다니며, 오토바이나 낡은 자가용을 몰고 다니는데 사와자키가 딱 그렇거든요. 낡디 낡은 블루버드를 몰고 다니며, 신문에서 바둑 기보를 살펴 본다거나, 특정 기업을 비꼰다거나, 경찰에게 꽤나 까칠하다거나 하는 점들도 그렇고요. 그러면서 청년들이나 청소년들에게 은근 잔소리도 심합니다. 하지만 그런 잔소리는 당연 그들에 대한 걱정과 애정에서 나온 것들이지요. 이런 품이 정말 딱 이웃집 아재 같지 않습니까? 그런데 저는 그런 사와자키의 언행을 보고 자꾸 웃음이 새어 나옵니다. 박장대소의 큰 웃음 말고 '피식'이나 '풉' 같은 웃음이 말이죠. 그럴 상황이 아닌 것 같은 상황들에서 문득 문득 던지는 '아재 개그' 비슷한 촌철살인 때문에 자꾸 그런 웃음이 새어나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가 왠지 자꾸만 친근하게 느껴지더군요. 아아, 이 탐정 왠지 사랑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게 바로 '하드 보일드'라면 '하드 보일드'라는 장르도 사랑하게 될 것 같습니다. 때문에 이제 어서 사와자키의 다른 이야기들과 또 사와자키의 롤모델이라는 레이먼드챈들러의 '필립 말로' 시리즈도 읽어봐야 할 것 같네요. <작가 하라 료> 이 책이 이색적인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내가 죽인 소녀'라는 장편이 끝나고, 작가의 후기를 읽고 나면, 뒤에 독특한 단편이 하나 실려 있습니다. 사와자키가 어떤 재즈피아니스트를 조사한다는 내용인데, 작가 소개부터 읽고 작품을 읽은 독자라면 그 피아니스트가 누구인지 금방 눈치를 챌 수 있지요. 그 피아니스트는 바로 이 작품의 작가 '하라 료'였던 겁니다. 작가는 재즈피아니스트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더라구요. 그런데 이 단편이 정말 재미있는 건, 바로 작품의 결말입니다. 무명 피아니스트 '하라 료'는 자신이 '사와자키'라는 탐정에게 조사를 당한(?) 것을 알고 사와자키를 찾아와 복수(?)해 주리라 단언하고 떠나는데 2년 반 뒤에 사와자키에겐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가 도착을 했다는군요. '내가 죽인 소녀'라는 본편 장편도 정말 재밌었지만, 저는 바로 이 단편에 반해버렸습니다. 실상 말이 단편이지 이건 작가가 너무나 재치있게 쓴 자신의 소개이자 또한 첫 소설인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에 대한 소개였으니까요. 그것도 사와자키는 하라료를, 하라료는 사와자키를 소개하는 형식으로 말이지요. 때문에 굉장히 흐뭇한 얼굴로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수 있었습니다. 데뷔한 지 꽤 오래 된 작가임에도 굉장히 더디게 작품을 발표하는 덕에 탐정 사와자키 시리즈는 고작 4편만이 국내에 소개되었다고 하는데, 어서 첫 작품인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부터 정주행을 해야겠습니다. 이제서야 알게 된 작가인지라 조금 억울(?)하지만, 덕분에 아직 앞으로 읽을 작품이 남아있단 것에 설레는군요. 그리고 이건 여담이지만, 혹시 피아니스트 하라 료의 피아노 연주를 들을 수 있을까...하고 검색을 해보았는데... 제가 일본어는 까막눈이라 찾을 길이 없더군요. 정식 앨범이 일본에서는 나온 것도 같던데... 들어볼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요. 그의 피아노 연주는 기법이 굉장히 독특하다던데... 정말이지 궁금합니다. |
|
이 책..왠지 고전스럽다. 작가인 하라 료가 재즈피아니스트로 활동하다 우연히 읽은 레이먼드 챈들러의 히로인 필립말로에 매료되어 미스터리작가로 전향을 했다는 다소 이채로운 그의 경력에서 알수 있듯이 그의 인생을 전환시켜준 챈들러의 작풍의 영향을 많이 받은것 같다. 그의 작품속에 나오는 왠지 어딘가 권태로운듯한 탐정인 사와자키는 챈들러의 작품인 필립말로와 비슷한듯 닮아있다. 속물적인듯하면서도 책임감이 강하고 마초같은 느낌도 들면서 우직한...그리고 경찰들의 협박에도 눈하나 깜작하지않으면서 제 갈길을 간다.. 일본인같지않은 느낌의 이 탐정..그래서 묘하게 친근감도 가고 신뢰가 더 간다. 작가인 하라 료의 특징이 잘 산 이 작품은 그의 작품들처럼 스타일리시하다..그래서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탐정 사와자키..이번엔 엉뚱하게도 소녀의 유괴범으로 몰린다. 단지 의뢰인의 부탁으로 의뢰인의 집을 방문했을뿐인데...기다리던 형사들에게 연행당하고 그의 말을 귀담아 들어주지않는다. 그에겐 오래전 경찰들의 신뢰를 저버리고 엄청난 거금을 챙겨 달아난 동업자의 굴레가 아직도 씌여져있었기에 이번에도 경찰들은 그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않지만 유괴된 아이를 살리기 위해 어쩔수 없이 그에게 돈을 맡기지만 어처구니없이 그 돈을 강탈당하고 그 소녀는 사체로 발견된다. 그 소녀의 사망 추정시간이 그가 돈을 빼앗기고 난 전후의 시간이랑 비슷하기에 소녀의 죽임에 책임을 느끼는 사와자키 그리고 그런 사와자키에게 소녀의 외삼촌이 사건을 의뢰해오는데...
그의 책은 현재 단 2권만 번역되어 출간된걸로 아는데..그런 작품수에 비해 그의 다음 작을 기다리는 독자가 많은걸로 알고있다. 그의 작품 단 1권만 읽어도 그의 스타일리시한 작품세계에 매료될수밖에 없는데..영미작가가 그리는 하드보일드와 일본작가인 그가 그리는 하드보일드는 비슷한듯 하면서도 어딘지 조금 다르다. 그의 작품은 일본이라는 나라의 특성상 잔인하게 총기들이 등장하고 피를 흩뿌리지않기에 좀 더 인간적이고 아기자기한 느낌이 든달까...그리고 그가 만들어낸 사와자키라는 인물에도 묘한 매력이 있다. 한마리의 고독한 늑대처럼 늘 혼자다니고 누구에게도 자신의 곁을 허락하지않는 일종의 완벽주의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자신의 잘못이 아니며 유괴사건과 관계가 없음에도 자신이 돈을 제대로 전달하지못한 책임을 강하게 느끼고 어쩌면 자신이 그녀를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자책을 하는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고..하나의 사건에 끝까지 덤벼들어 결국 끝장을 보고야 마는 그의 근성 역시 그에게서 수컷을 향기를 강하게 느끼게 하기에 그의 매력에 푹빠져들게 한다. 책속에 나오는 구절이지만...돈을 노린 유괴사건의 대부분이 가족이나 가족 주변 즉 지인과 연관된 사건일 확률이 가장 높다는 말이 현실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과 맞물려 참으로 씁슬하게 다가온다. 복잡한듯한 사건이었지만 그 사건 속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이 참으로 흥미진진하고...이어서 밝혀지는 사건의 진실은 허무한듯하지만 충분히 납득할만한 내용이었다. 조만간 그의 세번째 작품이자 역시 사와자키의 활약을 담은 `안녕 긴 잠이여`가 나온다고 하니..기대가 크다
|
| 하드 보일드한 스타일을 완전 좋아하는데 전체적인 분위기나 사건을 둘러싸고 있는 바깥 배경이 잘 짜인데 비해 실제 사건이 완전 실망이다. 아직 읽지 않은 분에게 스포일러가 될까봐 자세한 얘기는 피하겠지만 설마 설마 하다가 완전 제대로 당해버린 느낌이랄까. 차라리 제목대로 사건 자체가 '내가 죽인 소녀'였다면 더 좋았을껄.... 그렇게 만들고 싶었는데 꾸며낼 수가 없었던 건지, 하여튼 제목에서의 한 방은 아무리 끝까지 가도 없으니 그건 하드보일드한 스타일을 읽어가는 즐거움으로 만족하시고 사건의 전모는 시시하단 것. |
|
두번째 읽는 하라 료의 탐정 사와자키 시리즈. 이번 편에서 그는 한 소녀 유괴 사건을 둘러싼 이야기를 펼쳐낸다. 바로 몇 일전 레이먼드 챈들러의 작품을 읽어서일까? 그리고 하라 료가 챈들러의 영향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두 탐정이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은 상당히 유사하다. 거침없는 모습으로 사건을 풀어내는 그들의 활약이 인상적이었던 작품.
|
|
하라 료의 <내가 죽인 소녀>를 읽었다. 하라 료는 40살이 넘은 나이에 등단했으며, 이 책은 1989년작으로 오래된 작품이지만 102회 나오키상을 수상한 걸작이다. 처녀작과 이 작품 두 개로 일본 하드보일드 장르의 대표기수로 우뚝 섰다. 이 다음 작품 <지금부터의 내일>은 14년후에나 출간되었지만 낭만마초 탐정 사와자키는 독자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그동안 터프하고 반영웅적인 주인공이 등장하는 일본 하드보일드 소설은 하라 료 등장이후 그 의미가 조금 달라졌다. 젊은 시절 해외 미스터리에 푹 빠진 하라 료는 그중에서 특히 레이먼드 챈들러에 깊이 매료되었다. 세계를 자신의 언어로 바꿔버리는 챈들러의 문장과 그가 탄생시킨 "필립 말로"는 재즈피아니스트였던 하라 료를 모든것을 정리하고 집필에만 매달리게 이끌었다. 중년의 탐정 사와자키는 은퇴한 경찰 동료와 도쿄의 작은 사무실에서 와타나베 탐정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동업자 와타나베는 조직폭력배로부터 대량의 마약을 빼돌려서 도망 중이고 간간히 엽서로 생존소식만을 전하는 상태이다. 어느날 행발불명된 가족에 대해 상의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고 방문하였는데, 의뢰자는 사와자키를 납치범의 공범으로 생각하고 몸값 6천만을 주면서 달을 돌려달라고 애원한다. 이에따라 경찰에게 체포되어 온갖 수사를 받게 되고 오해를 벗기 위해 몸값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게된다. 하지만 몸값 전달 과정중에 불량배에게 폭행을 당하고 돈은 사라지고 만다. 유괴된 천재 바이올린리스트의 행방도 모른채 그녀의 외삼촌으로부터 다른 의뢰를 받게되고, 수사를 하던 중 도쿄 인근의 폐공장 하수구에서 참혹하게 부패된 소녀의 시신을 발견한다. 19년 동안 단 6편의 작품을 출간한 하라 료는 그만큼 단단하고 밀도 높은 문장을 보여준다. 레이먼드 챈들러에 비교될 만큼 독창적인 비유와 하나의 장면을 묘사하는데 오감을 동원하는 수법은 그의 작명을 더욱 드높였다. 하드보일드 장르의 중요한 특징이 리얼리티, 즉 사실감인데 작가는 평범한 탐정이 끈징기게 수사하는 모습과 사건을 대강 마무리하려는 공권력 경찰의 모습을 대비시키면서 우리가 느끼는 괴리감을 잘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진행 할수록 드러나는 사건의 전말은 반전소설의 또다른 대표작이 탄생하게 된다. 장르의 한계를 잘 극복하여 대중소설로서 한단계 높은 수준의 작품을 써내려간 작가의 다른 작품도 기대를 한껏하게 되었다.
|
|
첫번째 작품이었던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를 잇는 두번째 작품을 만났다. 이번 작품에서 사와자키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유괴 사건에 휘말리고 용의선상에 오르게 된다. 안그래도 전 파트너가 돈을 들고 튀었던 사건 때문에 공범 혐의로 오랫동안 경찰의 감시를 받았어야 했는데, 이번에도 공범 혐의를 받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노출된 것이다. 사와자키로서는 그야말로 기가막히고 코가 막히는 황당한 상황인셈. 하지만 역시, 사와자키는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한 아이의 목숨이 걸린 일이라며 스스로를 위험에 노출시키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처럼 이번 작품은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사건 의뢰를 받고 의뢰인을 방문했는데, 느닷없이 의뢰인이 돈 가방을 그에게 주며 자신의 딸을 돌려달라고 하니 이 얼마나 황당한 상황인가. 그리고 곧 경찰에 둘러싸여 유치장에 갇혀야 했고. 이런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았으니, 사와자키 그의 심장도 참 단단하다 싶다. 뭐 사실 본인의 잘못이라고는 전화를 받고 의뢰인을 만나러 간 것 뿐이니 당당해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이야기의 시작과 동시에 사건이 시작된 거나 다름이 없다보니 이번 작품은 전작보다 더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공범 혐의는 벗었으나 납치범에게서 지목을 받아 돈 가방을 전달하게 된 사와자키. 다른 일반인이었다면 거절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 그는 작가 마카베 오사무의 정식 의뢰를 받고 사건에 뛰어들게 된다. 그런데 약속된 장소로 가던 중 폭주족을 만나 구타를 당하고 기절한데다 가방까지 분실해 약속된 시간에 약속한 장소에 도착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다. 이에 마카베의 딸 사야카의 행방을 알길이 없게된 상황.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던 중 사와자키는 또 하나의 의뢰를 받게 된다. 마카베 오사무의 처남인 가이 마사요시로부터 자신의 자식들을 조사해달라는 의뢰였다. 그의 네 자식들이 이번 납치 사건에 연루된게 아니라는 확신이 필요하다는 그의 말에 사와자키는 의뢰를 받아들이기로 한다. 가이의 자식들은 하필 현재 돈이 필요한 상황이었고, 가이는 자식들의 도움의 손길을 받아주지 않았던 차였다. 어차피 사야카를 찾기 위해서라도, 용의자에서 가족을 제외하기 위해서라도 조사가 필요했으니 사와자키는 곧장 조사를 시작한다. 그런데.. 이런저런 노력들에도 불구하고 결국 사야카는 시체로 발견되고 만다. 대체 소녀를 납치하고 죽인 범인은 누구일까? 결말에 다다랐을 때 드러난 진짜 진실.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냥 그 상황에서 경찰에 사실대로 신고를 했더라면 일이 더 크게 번지진 않았을테고, 조금의 가능성이나마 사야카는 살아있을 수도 있었다. 빠른 조치를 취했더라면. 그런데.. 그 대신 이 상황을 덮을 범행을 계획하다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그런 인간의 이중적인 면에 소름이 돋는다. 어쩐지 사건을 몰고 다니는 듯한 사와자키. 이번에도 열일을 했다. 덕분에 사건이 해결될 수 있었으니 천만다행이다. 비록 드러난 진실이 아주 씁쓸한 결말이었지만. 아날로그식 수사에 조금 익숙해진건지 전편보다 덜 답답했고, 전작보다 더 재미있었다. 급 궁금해지는건 가장 최근 작품에서 사와자키는 여전히 아날로그식을 고수하고 있을까? 아니면 첨단 기기들을 어느 정도 활용하고 있을까? 궁금증 해결을 위해 빨리 다음 작품을 만나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