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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행서를 꽤 좋아하는 편이지만 요즘엔 여행서가 하도 많이 나와서 어떤 걸 골라 읽을지 고민이 많이 된다. 그 많은 책 중에 ‘내추럴 트래블러’를 골라 든 이유는 단순히 표지가 예뻤고 책의 무게가 부피에 비해 가벼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지은이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니 책의 내용은 가볍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은이가 어렵고 힘든 사람들만 골라서 만난 것도 아닌데,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개인적인 슬픔에서 역사적인 비극까지 있었다. 특히 지은이의 예전 하숙집 주인인 독일인 할머니 얘기가 인상 깊었다. 나치와 2차 대전 때문에 남편과 이별했고 서로의 생사도 모르고 살다가 50년 만에 우연히 재회하게 되었다는 얘기를 읽다보니 자연스레 우리나라의 남북 이산가족이 떠올랐다. 지구 반대편에 있지만 비슷한 아픔을 공유한 사람들. 이처럼 지은이가 만나서 대화를 나눈 사람들의 이야기는 단지 낯선 이들과의 새로운 만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나와 내 주위의 사람들의 삶을, 그리고 그 삶을 둘러싸고 있는 세상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나처럼 낯선 이들에게 쉽사리 말을 걸지 못하는 성격의 사람들에게 지은이의 개방적인 태도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이 사람은 뛰어난 외국어 실력을 바탕으로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너무나도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눈다. 그래서 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으며 더 곰곰이 생각하고 고민해서 자신을 성숙시키는 계기로 만들 수 있었던 것 같다. 여행이란 결국 사람을 만나고 나를 만나면서 나 자신을 성숙시키는 과정이니까. 단순한 이유로 집어든 이 책에서 여행안내서 이상의 의미를 찾게 되어 행운이다. 시간적으로도 금전적으로도 여유가 없는 요즘이지만, 짧게라도 여행을 다녀오고 싶은 생각이 든다. 배낭을 어디에 처박아 뒀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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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권이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 수 있다는 사실은 참 매력적이다. 작년 이맘때쯤 반디서점에서 우연찮게 눈에 띄어 잠시 넘겨보다가 내가 찾는 분위기의 여행산문집이라 구입해서 읽다가 1/8의 분량을 남기고는 사정상 다른 책을 읽게 되어서 내 손을 떠나게 되었는데, 오늘 휴가도 마지막이고 해서 무언가를 정리하는 느낌으로 이 책을 다시 손에 들고 못 다 읽은 분량은 다 읽었다. 1999년에 출간되었던 책을 왜 굳이 10년만인 2009년에 다시 원고를 수정하고 새로운 자료와 사진을 넣어서 개정증보판을 만들었을까? 대체 저자가 어떤 사람이길래? 그 궁금증은 책 겉표지를 보면 풀린다. 저자 최범석씨의 이력을 보니 자유로운 영혼을 소유한 분이었다. 아버지를 따라 어릴 적에 독일로 건너가 중학교를 마치고, 고등학교와 대학교는 미국에서 마치고, 그러면서 자유로운 영혼을 키웠나보다. 그 후의 이력도 너무 다채로와서 전부다 나열하기 힘들 정도이다. 지금은 스포츠 매니지먼트 일을 하고 있다.
그는 홀로 사색하는 여행을 즐기고 있었다. 33일간 기차를 타고 파리를 출발해서 독일, ... , 러시아, 몽고, 중국을 거쳐 인천항으로 돌아왔다. 그러면서 단순히 여행지의 느낌만을 적은 것이 아니라 박식한 지식으로 정치/경제/사회/역사적인 사실을 적절히 곁들이고 있었다. 여행기를 읽으면서 역사공부를 하는 듯 했다. 그가 단순히 33일간 기차로 동유럽에서 아시아를 거치며 경험한 이야기만을 나열했다면 이 책은 그냥 그져그런 여행기속에 묻혀버렸을 지도 모른다. 그의 글은 상당히 지적이어서 나를 빠져들게 만들었다. 단순히 넘겨버릴 책장이 아니었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절절했다. 많은 경험을 통해 성장해오면서 배우고 느끼고 알게 된 모든 것들이 드러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참 친근한 글이었다. 꼭 아는 사람의 이야기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의 사색은 나의 것과 비슷한 점이 있었다.
저자의 홈페이지가 책에 적혀있는데 일부러 책을 읽는 도중에는 들어가보지 않았다. 선입견을 가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드디어 오늘 읽기를 다 마치고 저자의 '학소도'라 불리우는 홈페이지 www.haksodo.com 에 들어가 보았다. 2000년도에 인터넷의 발전으로 한창 유행했던 스타일의 개인홈페이지를 아직도 유지해오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미숙한 구성과 디자인에 오히려 더 정감이 느껴졌다. 그 홈페이지에서 자신에 대해 철저히 오픈하는 그 자세에 솔직히 놀랐다. 그는 정말 남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온 것이다. 67년생으로 나이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온갖 넘치는 이야기와 사진들로 책에서 받은 것 이상으로 어떤 감동을 받았다. 남의 삶에 이렇게 감동을 받기는 쉽지 않은 것인데... 어떤 열정과 희망이 느껴졌다. 그는 진정한 자유를 아는 사람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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