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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MB정부 5년을 돌아보면, 여러 가지 아픔과 고통이 있었지만, 특히 나에게 아프게 다가온 것은 남북관계의 전면적인 단절이었다. 후보 시절, 그리고 당선인 시절 MB는 전임정권들의 대북정책 성과들을 이어나갈 것을 다짐했다. 김대중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도 그는 햇볕정책의 유지를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국민이 알다시피, MB는 행동과 말이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본인 스스로도 자각할 수 없을 정도로 언행일치가 불가능한 뇌 구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물론 북에게도 잘못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MB는 의도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을 정도로, 노골적으로 남북관계를 파탄 내버렸다. 김대중 대통령은 분단 이후 최초로 남과 북의 정상이 만나 통일과 평화를 이야기한 6·15공동선언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그를 이어 노무현 대통령은 늦은 감이 있었지만, 2차정상회담을 통해 10·4선언을 만들었다. 만약 10·4선언의 내용이 그대로 이행되었다면, 연평도 포격, 천안함 사건 등은 일어나지 않았을지 모른다. 아울러 이번 대선에서도 쟁점이 되었던 NLL 분쟁도 더 이상 없었을 것이다. 이미 지난 이야기지만, 이번 대선 과정을 보며 안타까웠던 점은, 통일, 남북문제에 대한 깊은 고민과 철학이 어느 누구에게서도 크게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모두들 빤한 이야기만 했고, 빤한 해법만을 제시했다. 문재인 후보 측이 제시한 플랜들이 신선하기는 했지만, 북의 의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묻지마’ 로드맵이었고, 박근혜 후보 측의 대북정책 역시 빤한 소리였다. MB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단 북이 먼저 고개를 숙이면 그 다음 생각해 보겠다는. 한편 이정희 후보의 코리아연방 제안은 매우 타당하고 설득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언론과 정치계의 노골적인 무시와 배제로 그의 제안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었다. 도대체 분단된 나라에서 대통령을 하겠다는 이들이 왜 가장 중요한 민족적 과제인 통일과 남북화해, 평화를 중요하게 생각지 않았을까. 이렇게 비판하면 곧장 반론이 제기될 것이다. 각자 나름 심사숙고하고, 전문가들을 총동원해 해법을 마련했다고. 지난 민주정부 10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MB정부 5년의 퇴행을 다시 되돌릴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하지만 국민이 선택해 주지 않았다고. 나는 문재인 캠프에서 통일, 외교, 남북관계 정책을 만들고 이끌어나간 이들을 얼추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 안다는 것이 아니라 그 분들이 누구이며, 어떤 분들이라는 점을 안다는 소리다. 모두 존경받을 만한 분들이고, 통일과 남북 화해를 위해 애써 오신 분들이다. 이론의 여지가 없다. 아울러 모두 전문성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그런데 선거가 다가올수록 불안했다. 왜 그랬을까? 이제 생각해보니, 그것은 너무나 많은 사공, 그리고 독단적으로 자신이 무조건 옳다고 믿는 사공, 또한 5년 동안 맺힌 한을 풀겠다는 비장한 각오의 사공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다. 뭐, 지난 이야기 다시 꺼내봐야 가슴만 아프지만, 아무튼 이번 과정을 통해 민주당이나 또한 문재인 캠프에서 일했던 분들이 다시 한 번 성찰할 수 있었기를 바란다. 한풀이나 복수, 독단은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정당이나 정치인, 학자들에겐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면 다음 선거에서도 또 패배할 것이다. 분명 확실하다. 김연철 박사는 대학원 시절, 교재로 사용했던 논문으로 처음 알게 된 분이다. 그 후 기자 생활을 하며 인터뷰를 몇 번 했고, 토론회나 행사 때 만나면 인사를 드리는 정도였다. 참여정부 시절 정동영 통일부장관의 정책보좌관으로써 많은 활동을 한 분이다. 이 책은 일생을 남북의 통일과 평화, 화해를 위해 연구하고, 실무적으로 참여하고, 이제 다시 코리아연구원장으로 통일담론의 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그가 보여주는 남북의 분단사다. 과거 냉전 시기 남과 북이 주고받았던 저주와 증오, 대화와 소통의 역사들이 담겨져 있다. 때로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있었고, 눈물 나게 슬픈 일도 있었다.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도 있었고, 남북이 하나가 되어 기쁨의 눈물을 흘린 적도 있었다. 이 모두가 우리가 만들어온 ‘추억’이 되었다. 그리고 저자는 이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되묻는다. 냉전의 추억을 넘어 평화의 미래를 그려가자고 제안한다. 많은 이들이 분단을 고민하고, 증오대신 공존의 시대를 열어가자고 말한다. 분단을 통해 권력을 유지하고, 개인의 영달을 이어가는 사람들. 증오를 통해 생명력을 이어가는 언론들, 기억의 망각을 통해 미래를 어둡게 하는 세력들. 저주의 이분법으로 여전히 대한민국을 1953년에 멈추게 하는 사람들. 이들이 존재하는 한, 진정한 남북의 평화와 화해는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마냥 넋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우리기 무엇을 잘못했고, 무엇을 잘 했으며, 어떻게 해야 남과 북이 더 많이 만나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더 많은 약속을 할 수 있는지 매일 같이 치열하게 고민하고 공부해야 한다. 분단이라는 기형적 상황을 마치 당연한 현실처럼, 상식처럼 받아들이는 사회. 더 이상 이런 정신적 변태의 사회를 계속 이어나가서는 안 된다. 우리는 반세기가 넘도록 허리 잘린 불구로 살아왔다. 그런데 이제는 그 비정상을 정상으로 간주한다. 비극이다. 책은 그동안 남과 북의 만남을 간결하면서도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다. 통일학이나 북한학, 남북관계 및 동북아 정치를 연구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쏠쏠한 참고서 역할을 하고 있다. 아울러 막연히 북한이 싫은 사람, 혹은 막연히 좋은 사람 모두가 읽어도 분명 또 다른 ‘깨달음’을 전해 줄 책이다. 알아야 떠들 수 있다. 알아야 비판할 수 있고, 칭찬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 사회는 잘못알고 떠드는 인간, 모르고 떠드는 인간, 일부러 알려 하지도 않고 떠드는 인간들이 너무 많았다. 거짓말인줄 알면서도 떠드는 인간들이 부와 명예를 얻었다. 이런 병신 같은 구조가 깨지지 않는다면, 이게 나라라고 할 수 있을까. 차근차근 색연필로 밑줄을 쳐가며 읽었다. 알고 있었던 사실은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몰랐던 부분은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쉽고도 재미있게 남북의 대결과 대화의 역사를 소개했다. 흔치 않은 소중한 책이다. 이제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다. 원칙과 균형에 바탕을 둔 ‘신뢰 프로세스’로 남북관계를 개선시키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 그 원칙과 균형이 남과 북 모두에게 해당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혼자만의 생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무모함은 이제 MB정권으로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아울러 반드시 이산가족상봉을 다시 추진해서 오늘도 고향을 그리다 돌아가시는 실향민들의 한을 풀어드려야 한다. 이산가족상봉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만으로도 MB정부는 정부의 자격이 없는 집단이었다. 뉴라이트도 좋고 쌍라이트도 좋다. 이제 새롭게 권력을 잡을 그대들이 행여 부정하게 권력을 차지하고 언론을 더럽히며 민족 간의 증오를 부추기는 추잡한 죄악을 저질러도 난 그것을 막을 아무런 힘도 권력도 없다. 하지만 단 하나, 간절히 바라는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이산가족상봉이다. 금강산을 다시 여는 것이다. 일단 그것만 해도 그대들은 MB보다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뭐 비교 상대가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겠지만. 책의 제목처럼 지난 MB정부 5년은 냉전의 추억을 떠올리며, 새로이 평화를 만들어가야 했던 소중한 시기였다. 하지만 그것을 우린 몽땅 잃어버렸다. 잃어버린 정도가 아니라 거꾸로 간 5년이었다. 이제 다시 5년이 시작된다. 우리를 둘러싼 강대국 모두가 리더십 교체를 이룬 지금, 위기와 기회가 동시에 찾아오고 있다. 자, 어떻게 위기를 기회로 만들 것인가. 어떻게 해야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 50대들이 그토록 간절히 원하는 ‘땅값, 집값’이 안정화될 수 있을까. 방법은 오직 하나밖에 없다. 지금의 세계적 경제위기는 신도 풀 수 없다. 우리 경제도 마찬가지다. 오직 남과 북의 협력만이 이를 극복할 수 있다. 경제전문가이신 MB는 그걸 어설픈 이념과 바꿔, 결국 날려버렸다. 이제 ‘민생 대통령’, ‘15년 동안’ 대통령을 준비했다는 박근혜 당선인은 어떻게 할 것인가.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당선인의 아버지가 7· 4공동성명을 만들어냈다는 사실. 기억해야 한다. 어떤 이유에서였든 7·4공동성명은 커다란 역사적 의미가 있다. 박 당선인도 부디 역사에 남을 대통령이 되었으면 한다. 그를 반대한 이 중 하나로써 두 눈 똑똑히 뜨고 지켜볼 것이다. 긴장하시라. 5년. 부디 박 당선인이 읽어보았으면 하는 책이다. |
인상깊은 구절 해가 지고, 달이 뜨는구나, 그래, 이것이 달빛 정책이구나, 금강산 가는 길이 끊기고, 그 길에는 잡초만 무성하다. 철마는 다시 꿈을 꾸고, 북으로 가는 철로는 녹이 슬겠지, 개성 공단도 문을 닫고 있구나. 그러는 사이 이산의 한을 가슴에 품은 사람들이 세상을 뜬다. -p7(머리말 첫 문단)
『냉전의 추억』은 북한과 관련하여 재계(삼성경제연구소 북한연구팀)에서는 대북사업을 경험했고, 학계(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에서는 사회주의 국가들의 경제정책을 비교하는 연구를 했으며, 정계(통일부 장관 정책보좌관)에서는 북핵문제와 남북관계를 다룬 다양한 경험을 쌓았고, 지금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있는 김연철소장이 쓴 책이다.
책은 현 MB정권의 대북정책에 대한 우려에서 지나온 분단의 역사를 되돌아 보고 이를 성찰하여 가야 할 길이 무엇이며, 가지 말아야 할 길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자는 취지에서 쓰여진 책이라 느껴진다. 그래서 저자는 책을 통해 대북정책의 잘못이 결국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한다.
모두 스물 네 가지의 이야기를 만남의 기억, 대결의 풍경, 교류의 추억, 협상의 교훈, 협력의 미래 이렇게 다섯 편으로 나누지만 아마도 가장 흥미를 느끼는 부분은 만남의 기억편에 나오는 정상회담을 위해 서로 주고 받았던 밀사의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제일 앞에 배치했는지도 모르겠다.
저자가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시절은 '잃어버린 5년', '공백의 5년'인 김영삼 정부 시절이었다. 서슬 시퍼렇던 박정희 , 전두환, 노태우로 이어지는 군사정권 시절에도 남북대화의 창구는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노태우 정권 시기가 163회로 가장 많다. 김영삼 정부 시절에는 대화가 고작 28회에 불과하다. 그 당시 제대로 된 대북정책을 추진했더라면 아마 한반도에 평화무드는 더 일찍 찾아왔을 것이다.
책에서 눈시울이 붉어지는 부분이 여러곳 있다. 이산가족 상봉에 얽힌 이야기가 그랬고, 남북 단일팀 이야기가 그랬다. 특히 1991년 4월 29일 일본 지바의 니혼 컨벤션 센터에서 세계 탁구 선수권 대회 여자 경기에서 코리아 팀이 우승하면서 올라간 국기는 태극기도 인공기도 아닌 '한반도기'였고 남과 북의 애국가 대신 '아리랑'이 울려퍼졌다는 대목에서 그날의 감격이 느껴졌다. 당시 현정화선수는 1993년 세계 대회 복식에서 다시 한번 더 우승하고 은퇴자고 북녘의 리분희 선수와 다짐했지만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면서 관계가 악화되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훗날 현정화는 "정치하시는 어른들이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습니다."라고 원망했단다.
남북관계는 우리 국민들에게는 안보와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다. 그래서 저자는 책을 통해 지금까지 있었던 남북 분단의 역사를 기억하고 한반도의 미래를 걱정하고 더 많이 고민하기를 바란다. 특히 이 냉혹한 시기에 남북화해의 길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 그리고 평화의 기억으로 공존의 시대를 열 젊은 청춘들에게 말이다.
현 정부의 대북 강경 일변도의 정책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설마 냉전 시대로 돌아가겠어? 라고 반문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냉전의 기억이 다시 현실로 나타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다음 두 글을 인용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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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이 주는 무겁고 딱딱한 이미지와는 전혀 다르게 책의 내용은 누구나 쉽게 읽을수 있을 정도로 쓰여있다.
한반도의 분단이후 남북간의 관계와 관련하여 만남, 대결, 교류, 협상, 협력에 대한 이야기들을 에피소드 중심으로 쉽고 재밌게 설명하였다. 현대사 이후 이어지는 분단의 역사에 대해 기초적인 지식을 쌓기에도 좋은 책이다.
이 책은 저자가 그동안 한겨레21에 연재한 글들을 모아서 낸 책이지만, 한겨레21에서 읽을때보다 내용이 많이 풍부해져서 다른 글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 분야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 읽기에도 좋고 관심이 없었던 사람도 이 책을 통하여 쉽게 관심을 가질 수 있을 정도의 책이다.
많은 사람들이 읽고 남북관계의 진실과 방향에 대해 보다 올바른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고.... 특히 현 정부의 대북정책 담당자들이나 이명박 대통령은 꼭 한번 읽고 남북관계를 진전시키지 못할망정 후퇴를 시키지는 말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 책을 읽고 김영삼 정부때의 관계를 교훈삼아 제발 정신좀 차렸으면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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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6월 출간된 <냉전의 추억>(후마니타스 출간, 김연철 한겨레 평화연구소장 지음)은 저자의 분명한 자신의 목소리가 살아 있는 책이다. 만남의 기억, 대결의 풍경, 교류의 추억, 협상의 교훈, 협력의 미래 등으로 구성된 <냉전의 추억>이 현재진행형인 분단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는 시의적절하고 묵직하다. 올해로 우리 민족이 분단된 지 62년이 되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 대한민국의 역사는 냉전과 분단의 역사이다. 과거 남북한의 장구한 냉전의 역사를 주도했던 사람들은 남의 대통령과 북의 주석을 비롯한 정치인들과 密使들이었다. 그렇게 냉전 시대가 우선 떠올리게 하는 것은 우리와 미국의 대통령들이다. 평화통일론을 주장한 진보당 당수를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한 이승만 대통령, 북한과 무한 대결 구도를 형성했던 박정희 대통령, 미국이 병영 국가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한 아이젠하워 대통령, 1986년 평화의 댐이라는 반공 시대의 희극을 연출했던 전두환 대통령, 1994년 한반도를 전쟁 직전의 상황으로까지 몰고 갔던 김영삼 대통령과, 방북 특사로 활약해 1994년 당시의 전쟁을 막아낸 카터 대통령, 아태재단 이사장 시절 카터의 방북을 제안한 김대중 대통령 등등... 냉전의 역사는 더 큰 우리를 위해 북한을 방문했던 사람들의 역사이기도 하다. 김낙중, 서경원, 문익환, 임수경, 황석영, 문규현, 박성희 등등... 냉전의 역사는 또한 한(恨)과 눈물로 얼룩진 離散의 역사이기도 하다. 저자의 돋보이는 시각은 군사력 관련 챕터와 미사일과 위성에 관한 챕터를 통해 드러난다. 저자는 북한의 군사력 우세론이라는 신화에 대해 이런 반론을 편다. 이라크전이 증거 하듯 현대전은 병력수나 무기의 수가 아니라 무기의 질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는 것이다. 그에 의하면 대한민국은 언제나 북한군을 과대평가한다. 단순 개수 비교 방법의 설득력이 떨어지자 새롭게 부상한 논리는 우리 군이 북한군에 비해 사기가 낮다는 지극히 주관적인 논리이다.(153 페이지) 한편 저자는 위성을 실어 나르는 로켓은 기본적으로 탄도미사일이지만 둘 사이에는 분명하고 근본적인 기술적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238, 239 페이지) 저자는 현재 북한이 미국 본토까지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고도의 기술을 보유하지는 못했다고 본다. 저자는 “무능한 자는 전쟁의 공포를 자극한다.”(152 페이지)는 말을 했지만 무능한 자를 강경파로 바꾸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김영삼 대통령은 적어도 남북 관계에 있어서만은 무책임한 强硬 정책으로 일관했다. 묘향산 국제 친선 전람관에 가면 남쪽에서 어떤 선물이 북쪽으로 갔는지를 알 수 있는데 우리는 북쪽에 유독 김영삼 대통령만 선물을 보내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것은 김영삼씨의 재임 시절은 선물을 교환할 만한 기회조차 없을 정도로 梗塞되었던 대북 국면을 보여주는 증거다. 잃어버린 5년이라 불리는 김영삼 대통령 재임 시절은 한 건의 이산가족 상봉도 없었고 변변한 회담 한번 없었던 절망의 시간들이었다. 실무진들과 보수 언론들, 강경파들이 김영삼 정권의 대북 강경 기조 형성에 한 몫 했음은 물론이지만 최종 책임은 결국 대통령에게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저자는 김영삼 정권 시절 우리나라가 구제 금융 사태를 맞은 것은 경제적인 측면 외에도 우리와 사이가 최악이었던 미국이 소극적이었던 점이 함께 작용해 빚어진 사태라 말한다.(150 페이지) 저자는 ‘대한민국 국민들은 대북 정책에 대해 다소 보수적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코 전쟁 위기 같은 불안을 원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교착이 길어지고 위기가 고조되고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면 정부의 능력을 문제 삼는다.’는 말을 한다. 우리의 의식이나 대응 자세에도 문제가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저자는 “무능한 자들은 언제나 保守의 옷을 입으려고 한다. 한국에서 색깔은 실력을 감추는 옷이다. 오늘도 실력은 없지만 색깔이 강한 전문가들이 설친다.”(152 페이지), “무모한 용기의 배후에는 언제나 無識이 있다.”(256 페이지)는 말을 한다. 이는 對미국 사대 보수 세력들을 겨냥한 말로 나는 정녕 보수 세력들이 <냉전의 추억> 같은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어떤 책을 읽든 역사로부터 배워야 미국에 대한 일방적 애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이야기 17 ‘엇박자의 추억 - 한미의 대북 정책 갈등사‘는 그들이 꼭 읽어야 할 필요가 있는 부분으로 보인다. ’동맹의 실체, 미국이 이승만을 제거하려 한 이유’ 같은 부분을 읽고 독재자를 힘 안들이고 제거할 수 있는 것은 좋은 일이라 할지 모르겠지만 관건은 우리 스스로 민주를 이루어 내는 것이며 필요한 것은 유연하고 실용적인 접근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저자는 공격적 민주주의가 시행될 계기를 주며, 해당 국가의 집권층이 아니라 취약 계층에 심대한 타격을 준다는 이유를 들어 경제제재가 언제나 효과적인 수단인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나는 유연하고 실용적인 접근을 말했지만 저자는 이데올로기의 포로가 되면 현실은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한다. 인도적 차원의 대북 지원을 퍼주기라 몰아붙이는 현실을 염두에 둔 말이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여기에서 책은 끝나지만 짧은 문장과 속도감 있는 전개가 유쾌하지만은 않은 사실들을 무리 없이 대하게 했다는 점에서 기억할 만한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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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 나이 30대 중반, 과거를 돌이켜 생각해본다. 전두환 정권 말기, 중학교 일학년 때다. 북한이 금강산댐을 방류했을 시, 서울이 얼마나 물에 잠기는지 보여주는 각종 그림 도표들이 학교 게시판에 진열됐다. 국가는 나에게 공포를 주입시켰고, 나는 어머니께 달려가 성금 오백원을 달라고 야단했다. 내가 국민학교 4학년 때 스티븐 스필버그의 ET란 영화가 나왔다. 선생님이 단체 관람하는데 보고 싶은 사람은 4백원을 가져오라고 했다. 그런데 한낱 어린이었던 나는 가난한 살림에 혼자 엔조이하겠다고 4백원 달라는 말을 꺼내지도 못했다. 그랬던 내가 모친에게 당당하게 가서 5백원을 달라고 했던 것! 진정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이었기에 가능했다. 국가로부터 멋지게 사기를 당한 내 첫 경험은 그 후 지금까지 이십년이 지났어도 잊혀지지 않는다. 김연철 선생님의 <냉전의 추억>을 읽으면서 지난 많은 기억들이 떠오른다. 재미있는 기억도 있지만, 이렇게 씁쓸한 기억들도 공존한다. 예전에 브루스커밍스가 쓴 책들을 읽었을 때 느꼈던 충격들이 있었다. 우리가 학교에서 전혀 배우지 못했던 관점들, 북한을 이해가능한 나라로 설명했고 실제로 그의 책을 읽어보면 북한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냉전의 추억>은 분단 후부터 오늘날까지 남북간의 분단상황, 냉전을 둘러싼 24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고 북한에 대해 남한, 즉 ‘대’한민국이 얼마나 잘못한 게 많은지, 우리의 실수들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털어놓고 있다. 양손바닥이 부딪혀야 박수가 나듯, 이 분단상황의 책임 절반은 우리에게도 있는 것이다. 왜 우리는 우리 자신의 잘못을 못 보는지, 우리 눈을 가리게 만드는 이데올로기를 섬세하게 지적하고 있다. 너무나 가깝고 언젠가는 하나가 되어야 할 상대지만, 우리는 북한에 대해 알지 못한다. 화해를 하려면 우리가 잘못한 게 무엇인지 알아야 할 것이다. <냉전의 추억>을 한 번 읽어보는 것도 그 공존의 길을 만드는 첫걸음이 될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