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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던 고향은...[마지막 영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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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렸을 때는 어른이 마음대로 하는 일을 부러워했다. 마음대로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사랑을 나누고, 돈을 벌어 마음대로 쓰고... 그런데 어른이 되고 나면 어렸을 때 좋아보이던 것들도 별 것이 아니라고 느낀다. 그냥 살아가면서 해보는 것일 뿐...   어른이 된다는 건 무엇일까? 제 생각 대로, 꿈꾸던 일을 찾아 죽을 때까지 길을 가는 사람이 어른일까? 아랫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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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렸을 때는 어른이 마음대로 하는 일을 부러워했다.

마음대로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사랑을 나누고, 돈을 벌어 마음대로 쓰고...

그런데 어른이 되고 나면 어렸을 때 좋아보이던 것들도 별 것이 아니라고 느낀다.

그냥 살아가면서 해보는 것일 뿐...

 

어른이 된다는 건 무엇일까?

제 생각 대로, 꿈꾸던 일을 찾아 죽을 때까지 길을 가는 사람이 어른일까?

아랫도리가 노는 대로 따라 가지 않고 깊이 생각해서 살아가는 게 어른이 되는 것일까?

 

몸은 어른이 되지만, 마음은 아무나 어른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어른답게 살지 못하는 이들은 어른이 아닐 터이므로.

 

그래서 아이에서 어른이 되려는 때 겪는 일들을 다룬 영화는 새삼 나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피터 보그다노비치 감독이 1971년에 만든 <마지막 영화관 The Last Picture Show>은

아이에서 어른으로 넘어가는 이들이 겪는 일들을 멋부리지 않고 차분하게 풀어놓는다.

 

어찌 보면 두 해 뒤에 조지 루카스 감독이 만든 <청춘 낙서 American Graffiti>와 닮은 듯하지만,

사내와 계집의 애틋한 풋사랑에만 맞추지 않고, 앞으로 삶을 어떻게 꾸려갈지를 생각하여 테두리를 넓혔다.

 

2.

텍사스주의 작은 고을 애너린은 사람들이 더 큰 도시로 떠나는 탓에 나날이 죽어가고 있다.

그래서 어른들이나 아이들은 제 마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작은 고을에서 생기는 일은 그저 늘 일어나는 일 뿐, 화끈하게 즐길 것도 없으니 늘 따분할 수밖에.

 

그런 곳에서 고등학교 3학년을 보내는 아이들도 다를 바가 없다. 

한때 넓은 땅을 갖고 잘 나가던 샘 더 라이언(벤 존슨)이 꾸려가는 당구장과 극장, 카페가 있을 뿐이라,

소니 크로포드(티모시 보텀즈)가 구닥다리 짐차를 몰고 읍내에 나가 봐도 놀거리는 뻔하다.

 

예쁜 제이시 패로우(시빌 쉐퍼드)가 마음에 들지만,

죽이 잘 맞는 동무인 두웨인(제프 브리지스)과 사귀니 그림의 떡이고...

사귀던 샤를린 더즈와는 헤어졌으니,

미식 축구팀의 감독이 제 아내 루스 파퍼(클로리스 리치맨)를 병원에 데려가 달라면 데려다주고,

샘 아저씨 당구장 일이나 돕고... 

 

요즈음 우리네 시골 마을과 같이 사람은 빠져 나가고 일자리는 없어 날이 갈수록 썰렁해지는 곳.

그런 마을에서 지내는 고등학생이 느끼는 답답한 마음은 그 뒤 학교를 마치더라도 바뀔 일이 없을 것이다.

 

3.

사내와 계집이 사랑하는 일을 감독은 영화 속에서 생각보다 넓은 눈으로 바라 본다.

사람이 많지 않은 곳에서는 사랑하는 일도 너비가 좁을 수밖에 없지만,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게 나쁜 일이 아니라는 듯이 보여준다.

 

소니가 루스 파퍼를 병원에 데려주다 가까워지는데, 이들은 스무 해 넘게 나이가 벌어진다.

게다가 소니는 아직 고등학교조차 마치지 않은 햇병아리고, 루스의 옆지기가 가르치는 학생이다.

그런데도 소문이 나든 말든 둘을 엮으려 한다.

 

또 기름밭을 찾아내어 돈을 많이 번 아버지 진 패로우 덕분에 잘 나가는 제이시는 제 마음 대로다.

처음에는 두웨인을 사랑하는 듯하지만, 사내들을 마구 꼬시고, 끝내는 소니마저 엮어내려 한다.

그러면서도 '내 마음에 드는 사내를 고르는 게 뭔 잘못이야' 하는 듯 당당하다.

 

제이시의 엄마인 로이스 패로우(엘렌 버스틴)는 더 하다 못해 화끈하다.

옆지기 일터에 다니는 아빌린한테 "저녁에 뭐 해?" 하며 꼬셔 보려 하는데,

아빌린이 "기름밭에 가야 해요" 하자, "기름 구멍은 잘도 파네..." 하며 나무란다.

 

4.

작은 마을이지만 어른다운 사람은 있다.

그나마 엇길로 가려는 소니를 붙잡는 건 카페에서 일하는 제네비브(에일린 브레넌)다.

소니한테 넌지시 말한다. "남의 손수건에는 코를 풀지 않는 법이야"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묻는 소니에게 못을 박는다. "여긴 작은 마을이라 곧 드러나..."

 

샘도 어른답다. 소니와 두웨인이 따분한 마을을 떠나 멕시코로 가서 놀고 오려고 하자,

"다른 나라에 가면 돈이 들지도 몰라..." 하면서 지갑에서 돈을 보태 준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이 멕시코에 놀러 간다고? 이런 나쁜 놈들이 있나..." 하며

우리네 어른들이라면 혼쭐을 내려고 할 것이다.

 

제 것인데도, 당구장은 소니한테, 극장은 늙은 마지한테, 카페는 제네비브한테

물려줄 생각을 할 수 있는 어른이 몇이나 될까?

 

스스로 재산을 모두 기부하겠다고 해놓고선, 사람들이 왜 그렇게 안 하냐고 따지고 드니까,

기껏 한다는 게 제 이름을 딴 재단에다 다 넣어버리는 우리네 어떤 어른은 어른도 아니다.

제 피붙이나 가까운 사람들이 재단의 이사로 버티고 있으면 그게 어떻게 기부한 것이 되는지...

 

5.

잔잔한 듯하지만 보는 사람의 마음 속을 파고 드는 흑백 영화다. 

사람 사는 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예나지나 동양이나 서양이나 다를 바가 없다고 본다.

사랑과 일을 찾아 떠나는 이들은 어디에나 있는 것이고, 번듯하게 살고픈 마음은 다 갖고 있다.

그렇지만 꾸밈없이 있는대로 살아가려는 이는 좀처럼 보기 어렵고, 그런 이들을 보듬는 감독이 좋아진다.

 

"짜식, 내가 제이시를 사랑하고 있는 줄 알면서 내가 없는 사이에 사귀어...이런 나쁜 놈..." 하며,

병으로 소니의 머리를 내리치는 두웨인을 맡은 제프 브리지스의 젊은 모습은 깜찍하다.

 

"네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잠옷을 입고 있지도 않아...넌 제이시가 부르면 어디든 달려갈 테지..." 하며

마구 성을 내다가도 끝내는 소니를 받아주는 루스 노릇의 클로리스 리치맨은

어린 사내를 사랑하면서 겪는 아픔을 온 몸으로 보여준다. 보기에 참 안쓰럽다.

 

소니와 두웨인이 보는 사람이 줄어들어 문을 닫게 된 영화관을 마지막으로 가서 구경하는데,

극장을 나와 그 길로 두웨인은 남과 북이 총을 들고 싸우는 우리나라에 가게 된단다. 

두웨인이 한국전쟁에서 부디 살아 남았으면 좋겠다. 

 

6.

영화 디브이디는 그런대로 화면이나 소리는 괜찮다.

나온지 마흔 해나 지난 영화라 보너스라곤 예고편밖에 없다.

그런데 값은 15,800원이다. 2,900원짜리 디브이디 같은 껍데기를 끼워서...이렇게 비싸게 팔아야 하는지...

디브이디 껍데기에 보면 아카데미 최우수 남녀 주연상 후보가 되었다고 나오는데, 틀렸다. 고쳐야 한다.

 

열다섯 살만 넘으면 보도록 되어 있는데, 이건 잘못이다.

아가씨들이 벌거벗고 나온 장면이 한둘이 아니다. 그래서 가슴이 드러나 보이고, 말들도 조금 야하다.

이런데 아이들과 같이 보다간 얼굴을 붉히기 딱 좋다. 바꿔야 한다. 어른들만 보도록...

 

 

b******g 2010.09.20. 신고 공감 1 댓글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