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학교 때 읽었던 '세계의 명탐정 50인'의 기억을 되살리며 기쁘게 보내고 있는 요즘이다. 이번에 출판된 동서문화사의 미스터리 북스에는 이름만 들었던 탐정들이 등장하는 많은 책들이 있다. 이 책도 그러하다. 별명이 '사고기계'인 주인공은 사고력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인물이다. 첫번째 이야기인 '13호 독방의 문제'에서 그는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스스로 감옥의 독방에 갇힌다. 8일 후에는 감옥 밖으로 나오겠다는 말과 함께. 그리고 8일 후에는?? 이 책은 사고기계라는 별명의 탐정이 등장하는 단편소설들이 실려 있다. 안락의자형 탐정인 그는 이 소설의 와트슨이라고 할 수 있는 해치 기자가 가지고 오는 여러 사건들을 해결한다. 단지 생각으로. 이 책을 읽으면 홈즈가 생각난다. 짧은 단편들의 간략한 분위기도 그렇고 관찰과 사고 만으로 많은 것을 알아내는 탐정도 그렇다.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책상태는...이번에 나온 동서 미스터리 북스가 다 그렇듯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용의 반만큼이라도 책 자체가 좋았다면 금상첨화였을 것이다. |
| ‘사고기계’란 별명의 반 도젠 교수가 등장하는 단편집. 표제작인 <13호 독방의 문제>는 어려서(초등학교 3,4학년쯤?) 갖고 있던 추리단편집에 있던 작품이라 내용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렇기에 뭐랄까, 향수에 젖게 만드는군요. ‘불가능한 일이다’란 말에 도전의식을 불태우고, 얼핏 보기엔 말이 안 되는 것도 모두 논리로 설명된다는 신념의 소유자인 천재. 전반적으로는 재미있게 술술 읽히긴 해도 딱히 기억에 남는 작품은 별로 없는 듯합니다. 가장 아쉬운 점은, 주인공인 반 도젠 교수의 외모에 대한 묘사가 일관성이 없다는 것. <13호 독방의 문제>에선 ‘올려다보아야 할 장신을 앞으로 구부리고’라고 되어 있는데, 기타 다른 단편들에서는 자그마한 체격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원작의 문제인지 번역의 문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쉽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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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길 뿐더러(그 태생의 벙상치 않음과, 지난 이력의 비범함을 암시한다), 그 꿰어찬 주렁주렁 학위와 명함에 들어찬 빼곡한 표식은, 보는 이로 하여금 질리고 물리고 급기야 꼬리를 내리게 만든다. 법학박사, 의학박사, 문학박사, 또 뭐였더라? 여하간, 그런 캐릭터 하나 정도는, 좀 과장이라 해도 한 구석에 있어 줘야 그가 속한 전 세상이 다채롭고 빛이 난다. 근데 설정과 착상만으로 모든 난점이 해결을 보는 건 아니다. 말만 갖고 다 되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으로 그 간판의 내실성을 입증해야 한다. 사고의 기계라! 크, 말은 좋으나, 기계의 정밀성, 예측 가능성이 찬양 받을 미덕이던 지난 시대의 이야기다. 지금은 오히려 퍼지의 시대라, '사고의 기계'는 잘못하다간 기계적 사고의 열등성 노출 지경으로 떨어지기 쉽다. 잭 푸트렐(역자 김우탁은 적절하게도 표기를 '퓨트렐'로 후기에서 바로잡고 있다)은 일단, 매력 있는 캐릭터를, 그 설계도 수준에서 고안하는 일에 성공했다. 그런데 막상 도면을 떠나, 피와 살 까지는 아니더라도 적당한 동력 공급과 윤활유의 제공으로 원활한 동작의 초기에 들어가는 정도로는 성공을 했어야 했는데, 작가 자신이 요절한 탓인지, 아니면 이 컬렉션의 함량이 애당초 부족한 탓인지, 말로만 요란할 뿐 피부와 와 닿는 실감이 부족하다. 번개와 스피드를 겨루는 우사인 볼트가 납셨습니다! 돌직구 돌부처 오승환님입니다! 소개로 다 끝난 게 아니라, 그 눈부신 스프린팅과 피칭의 위력을 관중에게 보여 줘야 했었는데 그게 부족하다는 말이다, 이 작품집은. (아닌 말로 巨漢 기드온 펠 박사와 나란히 놓아도, 이 양반은 뭔가 포스가 떨어지는 느낌 아닌가?) 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리 구석에 치우지 못하는 건, 이가형 선생(윽!)이 무려 '편역'한, '세계의 명탐정 44인', 그 책 상위 파트에 떡하니 실려 있던 그 포스와 휘광을 잊지 못해서이다. 결국 추억이 도둑놈이고 정이 웬수라 이 말이다. |
![]() 최근 영미권에서는 순수 트릭만을 내세운 추리물은 잘 나오지 않는 것 같다. 액션을 중심에 두든지, 아니면 히스토리 팩션을 내세우든지, 호러적 요소를 가미하든지, 어쨌든 좀 퓨전의 형태를 취하는 책들이 많다. 수년 전부터 착실하게 국내에 소개되고 있는 일본 추리물들도 마찬가지여서, 최근에 읽은 것 중에는 <인사이트 밀> 정도가 순수 추리물에 가까운 것일뿐 과문한 탓인지 다른 작품들은 잘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