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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이야기가 주는 '이끌림(매력)'을 맛본지 얼마 되지 않았다. 정확히 따지자면, 독서지도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부를 하던 시기였다고 본다. 그때서야 비로소 <그림책>의 위대함을 느꼈고, <옛이야기>가 주는 즐거움을 느꼈다. 내 나이 서른즈음에 말이다. 그때부터 닥치는 대로 읽어재꼈다. <그림동화>, <라퐁텐이야기>, <이솝우화> 등등 어린이나 읽는 유치한 책이라 여겨서 거들떠도 보지 않았던 <옛이야기책>과 '데이비드 와이즈너'의 <구름공항>을 시작으로 웬만큼 유명한 그림책은 거의 섭렵했을 정도로 읽어재꼈다.
그런데 한참을 그렇게 읽으면서 온통 외국의 것이구나 싶어서 '그럼, 우리 나라 것은 없나?' 찾아보게 되었다. 있긴 있었다. 그런데 대다수 <전집류>로 묶여서 나온 것이 대부분이고, 그마저도 <순수한 우리네 이야기>를 담은 옛이야기책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다. 더구나 좀 괜찮다 싶어서 읽어본 책들은 수없이 많은 <이본(異本)>과 서로 다른 판형으로 만들어져서 정리가 되지 않은 듯 어수선하기 짝이 없어 보였다. 한마디로 우리만의 <옛이야기>를 오늘날에 맞게 정리하고, 어린이는 물론 청소년이나 어른들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도록 <집대성>할 필요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닐 테다. 더구나 아픈 시대를 겪은 뒷세대인 우리들이니만큼 이런 혼란쯤은 어쩌면 당연할 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꼭 해야할 일이라 생각한다. 더이상 <외국의 것>을 기본으로 삼아 <우리의 것>을 정리하는 <거꾸로 짓>을 그대로 둘 수는 없지 않을까. 이런 토대 위에서는 그 어떤 것도 이룰 수 없다고 보고, 또 <옛이야기>도 같은 이치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위와 같은 의도로 만들어진 책이라 생각한다. 물론 <한겨레아이들> 출판사에서만 시작한 일도 아니고 다른 여러 출판사에서도 같은 의도로 출판되고 있을 테지만 어린이들 뿐만 아닐 청소년이나 어른들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기획한 의도가 다분히 엿보이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마저도 <전집류>와 <시리즈물>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아쉬운 점이 엿보인다. 이는 아직까지 우리 출판시장에서 <옛이야기 단행본>이 잘 팔리지 않을 거라는 시장조사가 한몫 하겠지만 시도는 해봄직하지 않을까 싶다. 왜냐면 <외국의 것>은 의외로 잘 팔리기 때문이다. 지금도 어린 자녀를 둔 집에서는 웬만하면 <전래동화>나 <세계명작>이라는 이름으로 출판된 <전집류>나 <시리즈물>이 책꽂이를 장식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 가운데 <안데르센>, <라퐁텐>, <이솝>이라는 이름으로 출판된 두꺼운 책들도 몇 권쯤은 꽂혀 있기 마련이니 말이다. 여기에 <우리 옛이야기>라는 제목을 달고서 1000쪽이 넘는 책이 나오더라도 구매를 할 분들이 분명 있다고 본다. 위와 같은 책들이 이미 나왔는지도 모른다. 시대를 앞서가서 빛을 보지 못한 책들도 있을 테다. 그렇지만 앞으로는 그런 책들이 <전집류>보다 더 인기를 끌 것이다.
출판사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우리 나라 출판사에서는 우리 국민들이 <두꺼운책>보다는 <얇은책>을 선호한다는 핑계를 대며 '해리포터 시리즈' 같은 책들을 쪼개서 팔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아무리 두꺼워도 이야기의 흐름을 끊기 싫어서 책이 허락하는 한 두꺼운 책을 출판한다고 하는데, 우리는 쪼개는 것도 모자라 조금이라도 인기가 있을라치면 판형을 달리해서 권수를 늘리는 형편이다.
이거 정말 싫다. 나는 해리포터도 나니아연대기도 <양장본>으로 주문해서 소장하고 있다. 다시 말해, 웬만하면 <한권짜리>로 구입한다는 말이다. 이렇게 <우리 옛이야기>나 <우리 전래동화>도 <한권짜리>로 나올 수는 없을까? 단 한 분이 <집대성>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공저'형식으로라도 <우리네 이야기들>을 모아주었으면 좋겠다. 이 책도 책내용은 나름 괜찮은데, <시리즈물>이라서 낱권으로 구매하고픈 마음은 없다. 아니 안 생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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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리즈의 <누군 누구야="" 도깨비지="">와 <울지 마,="" 울산바위야="">를 보고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옛이야기 그 자체인 구수한 입말에 감탄을 했었는데요. 두 작품이 우연히 같은 작가의 책이더군요. 그땐 이 시리즈 책들이 다 그런 줄 알고 어느 정도 당연히 여겼는데 <사마장자 우마장자="">를 읽다보니 실망이 여간 아닙니다. 앞의 두 책에서와 같은, 마치 판소리 한 판 같은 구수한 입담은 실종되었고, 소리내 읽다보면 어색한 부분이 한 둘이 아닌 문어체적인 어투에 (앞의 두 책은 눈으로 읽다가도 절로 소리내어 읽어보고 싶도록 만들 정도로 입말 그 자체였습니다), 단어도 앞의 두 책에선 요즘 우리가 잘 쓰지 않지만 할아버지 세대까지만 해도 널리 쓰이던 우리 고유의 단어들이 넘쳐나 즐거웠는데 이 책에선 그런 순 우리말도 거의 사용되지 않았구요.
내용 전개에서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부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사마장자 우마장자"에선 동네사람들이 다 고민상담을 올 정도로 덕있는 우마장자가 제삿상에 올릴 쌀을 꾸러 사마장자에게 간다는 게 이상하고 (그 정도는 상담오는 동네 사람들이 갖다주지 않을까요?), 사마장자가 시주 얻으러 온 스님을 구박해 내쫓을 때 "저 놈을 때려 죽여라, 목을 베어라"라고 하는 것은 무슨 임금님도 아닌데 가능했을 것 같지 않고요, 사마장자의 며느리에게 저승사자를 물리칠 방법을 알려준 우마장자가 그러면 대신 자기가 붙들려 갈 것을 몰랐을지도 의문이 드네요. (며느리 자신이 꾀를 내는 게 더 어울리지 않나요?)
"죽은 아들이 낳은 손자"는 실은 야담이라고 해야 할만큼 굉장히 야한 이야기인데 땅에 묻힌 죽은 아들과 그 위에 얹힌 가마 안에서 오줌을 누던 처녀가 "사랑을 나눈다"는 내용에 대해 아이들을 어떻게 이해시켜야 할 지 의문스럽습니다. 물론 아이들 책인만큼 구체적인 언급은 피하고 넘어갔지만 뒤에 분명 '사랑을 나눴다'는 표현이 나오고, 이야기 자체가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중년 어른들의 술자리에서나 나올 법한 야한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리고 옛날에 가마를 타고 다닐 땐 안에 요강을 구비하고 다녔던 걸로 아는데 가마 밑을 뜯고 오줌을 누었다는 얘기는 원전에 있는 내용인지 궁금합니다. 또한 동일인물에게 "사또"와 "원님"을 혼용하여 사용해서 혼동스러운 점도 지적하고 싶구요.("원님이 나타났어.'사또께서 나오셨습니다.'..사또를 쳐다보았어. 원님의 손엔 보검 한 자루가 들려 있었어.")
마지막으로 "자기 복에 사는 딸"은 그 줄거리가 셰익스피어의 <리어 왕="">을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부자 아버지의 환갑잔칫날 "너흰 누구 덕에 사느냐?"는 아버지의 물음에 "아버지 덕에 삽니다"라고 대답한 두 언니와는 달리 "저는 제 덕에 삽니다"라고 대답한 막내 딸이 아버지의 노염을 사 산골 숯 만드는 총각에게 시집보내진다는 얘기는 <리어 왕="">의 줄거리와 거의 일치하는데 이 이야기가 만들어진 시점이 무척 궁금해집니다. 한편 내용전개에 있어선 결혼전엔 장인댁에 숯을 공급해주는 관계였기에 만난 사위였는데 소식도 모를 정도가 되는 게 이해가 가지 않고 (장터에 숯 팔러 나와서라도 소식을 듣지 않을까요?), 아무리 수수께끼라지만 사위가 "장모님 키가 작은 것도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녀서 그런 것입니까?"라고 묻는 것은 아이들 책에서 너무한다는 생각이 듭니다.(아이들은 그 구체적인 비유를 이해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쓴 것이라면 출판사의 무심함을 질타할 수밖에 없네요. 그럼 예를 들어 갓난아기가 이해 못한다고 포르노를 보여줘도 좋은 걸까요?) 또한 아버지가 "괘씸한 년"이라고 딸을 반복해 욕하는 부분 역시 너무나 비교육적이라는 생각입니다. 알다시피 "년"이라는 욕은 여성들에게 심한 굴욕감을 주는 욕으로 "놈"과는 차원이 다른 욕입니다. 그냥 "괘씸한 것" 정도로 해도 될 것을 자라는 아이들에게 읽히는 책에서 이렇게 심한 표현을 사용해 성차별 의식을 심어주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덧붙여서 그림까지 눈에 거슬리는 부분들이 있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군요. 양반집 며느리나 시집간 딸들의 머리 모양이 쪽진 머리가 아니라 웬 기생머리들을 하고 있고, 인체비율에 있어서도 갓난 아기 머리통이 몸길이의 4분의 3 비율로 커 괴이하고 장가갈 나이에 죽은 아들의 관이 8-9살 소년의 것밖에는 안되어 보이게 작은 등, 결함들이 많아 씁쓸하군요. 아이들 책이라고 아직까지도 대충 만드는 습관을 버리지 못한 건지 출판사는 반성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상깊은구절] "애고 애고, 저 용이 우리 불씨 다 꺼드리네!" 그리고는 앞뒤 생각 없이 황금빛 나는 용에게 덤벼들었어, 불씨를 못 꺼뜨리게 하려고. 그랬더니 용이 문 밖으로 휙 달아나.리어>리어>사마장자>울지>누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