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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서설/이븐 할둔/ 감호동/ 까치/2003 언제고 읽어야지 하고 생각했으나 읽어보지 않게 되는 고전 중의 하나인 이븐 할둔의 역사서설입니다. 이슬람에 관한 책 중에서 고전을 고르라고 한다면 절대 이 책이 첫손에 꼽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좋은 부모를 만나 좋은 교육을 받긴 했으나 정쟁에 휘말려 조부와 부에게 안 좋은 일이 닥치게 되고, 이븐 할둔은 권력보다 학문에 천착하게 되지만, 사람이 자기가 뭘 좀 안다 싶으면 참견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그러다 보니 한직도 가고, 높은 직도 가고, 이 나라 저 나라 옮겨도 가고, 쫓겨나기도 하고, 곤욕도 치르고 그래도 나름 천수를 누린 이븐 할둔입니다. 생전에 여러 책을 지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만, 남아 있는 것은 자서전과, 역사서설이 1부로 실린 역사책입니다. 그러나 가장 유명한 것은 바로 이 전체 역사책의 일부에 불과한 역사서설로 무려 7세기가 지난 지금에도 유용할 만한 탁견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아랍의 역사를 짧게 이야기 하자면 저 중동에 여기 저기 군집된 부족 중심 사회의 아랍인들이 다신교를 믿으면서 살고 있었는데 7세기 모하메드가 메카에서 이슬람교를 제창하게 되었고 이전의 다신교 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아랍 사회의 핍박에 쫓겨 메디나로 피신을 갔다가 세력을 키워서 다시 메카로 돌아오면서 기존 세력들도 모두 이슬람의 아래로 들어오게 되고 4대 칼리프 시대를 지나면서 왕조가 생기면서 이른바 이슬람 문명이 탄생하게 되다 정도겠지요. 아랍, 이슬람, 문명은 그 순차대로 쓴 게 아닌가 싶습니다.
책은 6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1부는 인간의 문명 일반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초기에 황야의 부족 중심의 전야 문명이 있고 이 부족들이 하나의 세력으로 규합되면서 왕조를 세우게 되는데 이때 각 부족들간의 연대의식이 아주 중요하게 된다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이 연대 의식은 이븐 할둔이 국가를 이루는 초기에 아주 중요하게 작용하는 원칙이라고 여러번 강조하고 있죠. 사실 어느 세계에나 비슷하게 통용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고려 태조 왕건도 유력한 호족 집안의 여자들과 결혼을 해서 왕조를 세웠죠. 그러나 일단 왕조가 성립되고 왕권이 확립되고 나면 이 호족 세력들이 기어오르지 못하게 철저하게 배격하는 과정을 겪게 됩니다. 왕건 사후에도 그러했고, 이성계에서 그 아들인 이방원으로 내려오면서 자신의 처가까지 내치는 과정 역시 한 예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왕은 이 과정에서 다른 세력들을 키워서 자신의 왕권을 공고하게 하게되는데 그것은 고려시대 과거 제도 도입이라든가, 세종 때 집현전이라든가 하는 것도 그 예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4세기 이슬람 학자가 본 왕조의 성립과 그 이후 왕권의 강화 과정이 거기에서 부터 한참 떨어진 이 한반도에도 통용될 수 있다니 참 놀랍다는 생각이 드네요.
5부는 이윤과 기술 등 다양한 생계수단에 대한 설명 이 5부에서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여기에는 아담 스미쓰와 마르크스와 케언스가(의 생각이) 모두 나옵니다. 수백년 전에 말이죠! 특히 이윤에 대한 부분에서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이미 이븐 할둔은 모든 것을 알고 있었으며, 이후의 사람들은 그것을 되풀이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저도 다시 읽어볼 생각입니다. 6부는 다양한 학문 분야와 교육방법에 대한 것입니다. 논리학, 자연학, 형이상학, 과학 등등의 학문 분야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당시 유행하고 연구했던 그리스 로마 특히 아리스토텔레스 학파의 연구에 대해 상당히 정통하고 쉽게 설명하고 있으며 그리스로마 식의 철학과 과학이 이슬람 신학과 섞이는 부분에 대해서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기도 합니다. 알 수 없는 것에 대해서 궤변을 떨지 말고 신학에 따르라는 말은 지금보아도 상당히 일리가 있습니다. 교육에 대한 언급도 흥미로운데 아이들이 잘 알지도 못하는 것을 무조건 외우게 하지 말고 천천히 이해력을 높이게 한 다음에 외우게 하라는 올바른 코란 교육법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그외 당시 이슬람에 전달된 최신?의학이라 할만한 갈레노스의 학파를 따른다거나, 산파학의 중요성을 강조한 점, 점성술과 연금술이 터무니 없는 혹세무민이니 따르지 말 것을 당부하는 등 매우 합리적인 관점을 견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슬람 이라는 부제가 들어가 있다 보니 그저 이슬람 역사이구나 하는 생각에 묵혀 둔 것이 안타까운 책이었습니다. 원저를 추려놓은 것이기 때문에 알라신을 찬양하는 구절들이 많이 빠졌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그런 언급이 거의 없으며(각 부마다 말미에 신의 가호가 있길! 정도입니다) 매우 객관적이로고 세련되며 현대적인 문명사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슬람과 상관 없이 거시세계사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반드시 읽어볼 책으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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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 이슬람 문명, 이븐 할둔 (1332-1406) 거의 칠백년전에 이런 역사서를 쓰고 남길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게 놀랍다. 이슬람에서 많은 문명이 나왔다는 사실도 그렇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그리고 철학적 깊이나 기술의 수준 다양한 학문 분야와 공부 방법 법과 변증법 꿈 해석 기하학 천문학 논리학 의학 농학 형이상학 마술과 주술 문자 연금술학 시와 산물들 그리고 그것들의 역사서 선입관을 깨게 하는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