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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결말을 안 다음 다시 읽어본다면, 작가가 중간에 진실을 어떻게 흘리고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꼭 두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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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의 사립탐정 루 아처가 이번에는 샌프란시스코로 향한다. 메도 팜스의 부유한 사업가 호머 위철리에게서 실종된 딸 휘비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고 수사를 진행하지만 그녀의 종적은 오리무중일 뿐이다. 열쇠를 쥐고 있는 사람은 이혼 후 혼자 살고 있는 휘비의 엄마 캐서린일 거라 생각한 루 아처가 마주한 건 불안정한 한 여자와 수수께끼의 남자였는데, 대체 휘비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 살아있기는 한 걸까? 추적 중에 벌어지는 살인사건이 위철리 가와 연결되었음을 직감한 루 아처가 도달한 진실은 역시 미국 가정의 비극이었다.
로스 맥도널드의 작품은 주로 현대 가족 간의 갈등과 어긋난 애정 관계, 인간 욕망의 어두운 일면 등을 그리고 있다. 상황만 놓고 본다면 막장 드라마적인 관계도가 그려지지만, 비극으로 치닫고 있을지라도 각자가 안고 있는 절망과 희망과 고민에 공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 단순하게 치부할 스토리는 아니라는 게 루 아처 시리즈의 특징이자 묘미다. 무엇보다 ‘루 아처’라는 사립탐정 자체가 호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독자는 그가 느끼는 대로, 행동하는 대로 그저 따라가게 되는 것이다. 주어진 상황 안에서 남겨진 이들에게 가느다란 한줄기 빛이나마 여지를 남겨주는 루 아처에게서 그를 만들어낸 작가의 친절함이 엿보인다.
“나이는 40살이 넘었고, 조금 천해 보였지만 꽤 잘생겼으며, 머리는 검고 눈은 푸른빛이 도는 잿빛이었답니다. 키는 6피트 1인치나 2인치, 몸은 건강하고 근육이 단단하며 마치 운동선수 같은 데가 있어, 직업 운동선수인가 생각했답니다.”
루 아처 시리즈의 1, 2권을 영화화한 작품에서는 폴 뉴먼이 ‘하퍼’라는 이름으로 바뀐 탐정 역을 맡았다. 꽤 어울리는 캐스팅인 것 같다. [위철리 여자Wycherly Woman]는 로스 맥도널드Ross Macdonald의 사립탐정 ‘루 아처Lew Archer’ 시리즈 중의 아홉 번째 작품으로 1961년 작이다. 첫 작품 [움직이는 표적The Moving Target, 1949]과 11권 [소름The Chill, 1964], 13권 [블랙 머니Black Money, 1966], 16권 [지하인간The Underground Man, 1971] 까지 다섯 권의 번역서가 출간되어 있는데, 어느 작품이나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된다. 폭력이 지나치지 않고, 고뇌하는 탐정이라는 캐릭터의 매력으로 인해 하드보일드에 약한 사람이라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미스터리 소설이다. 다른 작품도 좀 더 번역 출간되었으면 싶을 정도라고나 할까. 위의 다섯 작품 중에서 베스트를 꼽으라면 이번에 읽은 [위철리 여자]를 선택하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