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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가장 왕성한 활동을 보이는 프랑스 철학자 중 한명인 프랑수아 줄리앙 교수의 초기작 중 한권이다.
아직 원문과 번역본을 모두 대조한 것은 아니라 완전한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지만
이미 서문에서 심각한 번역의 오류들이 발견된다.
특히 30쪽의 첫 문단은 원문의 의미를 완전히 벗어난 번역이다.
"또한 세의 논리는 서로 다른 문화들이 지닌 고유한 시각들의 차이를 뛰어넘어 담론에서는 포착하기 어려운 점도 밝혀주게 된다. 이러한 효율성은 인간의 창의성에 그 기원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물의 배열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언제나 실재의 세계에서만 의미를 찾아내려 열망하기보다 이러한 내재성에 눈을 떴을 때 비로소 우리는 그 힘을 파악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원문을 보지 않으면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문장들이다.
두번 째 문장의 "이러한 효율성"이 지시하는 것이 없다.
첫 문장에서 말하는 "어려운 점"이 바로 효율성이다.
따라서 두번째 문장은 다음과 같이 번역해야 한다:
"그 어려운 점은 인간의 창의성에 그 기원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물의 배열로부터 나오는 효율성을 말한다."
그리고 세번째 문장은 사소한 실수를 넘어선 완벽한 오역이다. 줄리앙의 견해 자체를 알 수 없게 만드는 번역이기 때문이다.
정확한 번역은 다음과 같다:
"의미에 대한 우리의 갈망을 항상 실재에 부과(강요)하기보다는 오히려 이러한 내재성의 힘에 우리 자신을 열고 그 힘을 잡아내는 법을 배우도록 하자."
이 문장의 첫 구문은 매우 중요하다. 이 저작에서 줄리앙 교수의 관점은 서양의 효율성과 중국의 효율성을 대조시키고, 중국적 효율성을 특히 강조하는 것이다. 이 첫 구문은 서양의 효율성을 나타내고 있는데, 번역자의 번역에서는 전혀 의미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서양적 효율성은 인간 주체의 계획을 행동을 통해 세계 혹은 실재에 부과하는 데에 있다. 즉, 번역자의 번역처럼, 실재에서 그 의미를 찾는 것이 아니라, 인간 주체가 주도적으로 의도한 의미를 실재에 강요하는 것이다. 반면 중국적 효율성은 실재의 흐름을 파악하고 그것에 올라타는 것이므로, 주체의 역할보다는 실재의 작용에 방점을 두는 것이다. 그리고 "내재성의 힘"이 공통된 목적어인데, 왜 내재성과 힘을 목적어를 분리시켜놨는지 그 이유도 알 수가 없다.
이 저작으로 강의를 진행 중인데, 계속 원문과 대조 확인 작업을 진행해야 할 지 걱정이 된다.
전체적으로 원문과 대조하여 개정판이 나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원문과 계속 대조해보니 번역의 문제가 끊임없이 드러난다.
문법의 오류가 우선 곳곳에 보인다.
게다가 이 책의 핵심적 내용을 서술하는 부분에서 완전한 오역이 난무한다.
그리고 무슨 이유로 원문에 없는 내용을 덕지덕지 덧붙이는지 알 수 없다.
물론 우리말로 자연스럽게 만들기 위해 일종의 "의역"을 하는 것은
좋으나, 그것은 그대로 번역하면 가독성이 현저히 떨어질 때 그렇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번역자를 교체하든가 아니면 재번역하여 재출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책의 가격이 과도하게 비싸다.
다른 출판사에서 줄리앙 교수의 저작 <운행과 창조>가 번역 출간되었는데,
원문으로는 <사물의 성향>과 30쪽 정도 차이가 날 뿐인데, 8-9000원대이다.
한울 출판사의 <사물의 성향>은 2만3천원!
번역은 <운행과 창조>가 비교할 수 없이 더 우수하다.
답답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