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어느 날.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 일러스트 거장전>을 보러갔을 때 특별히 마음에 들었던 작가들의 이름을 한번 꼽아봤다. '거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기엔 매우 젊은 작가들도 꽤 있었지만, 여러모로 흥미로운 전시였다. 정통 미술 전시회의 매력도 무시할 수 없지만, 그래도 포스트모던 아트나 디자인, 일러스트 등을 다루는 전시가 나에겐 좀더 흥미있게 느껴진다. 묵직한 주제의식 같은 것과 무관하게, 뭔가 재기발랄하고 독특한 상상력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자극들은 나에게 또 다른 영감(좀 거창한 표현이지만~)을 불러일으킨다.
<세계 일러스트 거장전>에 걸린 작품들 모두 좋았지만, 위에 언급한 작가들의 그림은 특별히 더 좋았다. 뭐랄까, 작가들의 평범하지 않은 감각-속된 말로 약간의 '똘끼'가 느껴져서 마음에 들었다고나 할까. 착하고 무난하고 따뜻하고 예쁜 그림은, 물론 그 자체의 느낌도 나쁘진 않지만, 왠지 별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내 시선을 끄는 그림들은 조금은 엽기적이거나 튀거나 새롭거나 이질적이거나 불온하거나 이도저도 아니면 뭔가 시비를 거는 것처럼 느껴지는 작품들이다. 이런 그림들은 내 안에 잠자고 있던 어떤 새로운 감각들을 불현듯 각인시켜준다. 무릇 예술이란, 고급이든 저급이든, 0.5%든 95.5%이든간에, 어느 정도는 이런 특별한 느낌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에 드는 몇몇 그림들을 작은 도록으로나마 소장하고 싶어서 책을 샀다. 책속에서 한 번 더 매끈하게 프린트된 질감이 아쉽긴 하지만, 그럭저럭 전시회를 봤을 때의 분위기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어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