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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른하르트 케겔의
『박테리아』는 매우 흥미롭고, 또 매우 핫(hot)한 소재와
주제를 다루고 있다. 몸 속의 세균이 비만을 비롯해서 많은 만성, 급성
질환 등과 관련이 있다는 내용의 논문은 거의 쏟아진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나오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이용한 probiotics 제품도 쏟아지고 있다(그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또한 세균 군집 이식을 통한 치료법도 실제로 이뤄지고 있다. 바로 그런 내용이다. 그런데 그런 책은 이미 적지 않게 나왔다.
사실 세균의 이야기라
해서 이미 많이 알려진 내용이 아닐까 생각했고, 또 나아가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에 관한 내용이라는 걸 알았을 때도 뭐 특별한 이야기가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이 책은 이전의 책들과는 서술 방식이 좀 다르고(독일에서 나온 것이라 그런가?), 또 다른 책에서는 접하지 못한 내용들을
적지 않게 담고 있다. 한 가지 예로 수염 벌레의 이야기는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것이다. 산호에 관한 내용도 그렇고, 식물과 세균과의 공생에 관한 내용도
논문으로 나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런 교양과학서에서는 잘 다루지 않은 내용이다. 생물을 전생명체로 봐야 한다는 시각은 그리 신선한 생각은 아니지만, 거기까지
다다르는 길은 익히 보아왔던 것만은 아니다. 매우 최신의, 고급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잘 읽히지가 않는다.
내용은 일관된 게
분명한데, 이야기들이 왔다 갔다 한다. 이 이야기하다 저
이야기하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다시 앞을 들춰봐야 할 것 같은데, 정작
색인이 없다. 하지만 더 문제는
번역인 듯 하다. 번역자가 내용을 거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보니 전공이 이쪽 근처가 아니다. 그리고 그 동안 번역해 온 책도
이쪽 분야는 별로 없다. 아마도 독일 쪽의 책이라 그런 것이라 이해하려 해도 아쉬움이 적지 않게 남는데, 다음과 같은 대목은 번역자나 편집자가 내용을 이해하려 애쓰면서 읽는다면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의사는 ‘이 얼마나
축복받은 발견인가!’라고 감탄하며, 예전에는 항생제 때문에
심한 합병증이 일어나는 일이 드물었다고 덧붙인다.” (210쪽) -
이제 항생제가 있다는 게 축복이라는 뜻으로
의사가 말했는데, 예전이라니...
“기본적으로 엄마의 모유에는 요소(尿素)가 들어 있는데, 이 요소는 박테리아를 질소원으로 이용할 수 있다.” (281쪽) -
요소가 박테리아를 질소원으로 이용하는 게
아니라, 박테리아가 요소를 질소원으로 이용할 것.
그런데 그냥 번역자가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번역한 것 같은 느낌 말고도 더 불만인 것은 너무 엉성하고 무성의한 부분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생물의 학명을 이탤릭체로 쓰지 않고 정자체로 쓴 것도
그냥 봐줄 수 있고, 메탄의 화학식을 아래첨자 없이 CH4라
쓴 것까지는 이해하겠으나, 이산화탄소의 화학식을 CO2라고
윗첨자로 쓴 것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또 웃긴 부분들이
있는데, 용어를 앞부분은 독일어로 썼다가 나중에는 영어로 쓴 것은 그나마 넘기겠는데, <Science>지의 논문 제목을 소개하면서, 우리말로
쓴 다음 괄호 안에 독일어로 제목을 쓴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독일어 원제목은 원래 없었을 텐데 말이다. 그냥 독일어 책에 그 제목으로 나와 있으니까 그걸 원제목처럼 넣은 것은 정말 무성의의 극치라 여겨진다. 원래의 형태도 사라지고, 그렇다고 이해를 돕는 것도 아니다.
그런 이러저러한 문제점들이
적지 않아 무척 흥미로운 내용이면서도 그렇게 쉽지 않은 내용이 책 속에서 완전히 엉켜 버렸다. 이 좋은 내용을 누가
다시 썼으면, 또 훌륭한 번역자가 옮겨 줬으면 하는 바램이 절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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