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하면 떠오르는 것은, 문화적인 부분에서의 독특함도 있겠지만, 우선 떠오르는 것은 경제적인 부분에서의 영향력이었던 것 같다. 투자와 거래가 빈번하게 이루어지며, 이를 주도하는 사람들이 모여 보다 높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 뉴욕이라는 느낌이 있어서 가장 경제적이면서 전형적인 도시의 모습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그런데 “세계의 크리에이티브 공장, 뉴욕”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경제적인 혹은 금융과 관련된 산업의 우위 뿐 아니라 문화적인 산업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효율성과 독특함 그리고 이로 인한 파급효과 등에 대해서도 보다 자세하게 알게 되었으며, 뉴욕이라는 도시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함을 조금은 읽을 수 있게 된 듯도 하다. 또한, 그 특별함이 한번쯤은 뉴욕이라는 곳에, 그리고 문화 혹은 예술과 관계 있는 이들이 그곳으로 모여들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처음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솔직히 당황스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모르는 인물들이 많았으며, 여러 용어들이 연이어 등장하고 있었기에 몇몇 문장을 읽으면서는 뭔가 어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물론, 모든 문장이 이런 구성으로 이루어져있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책의 특성상 알고 있는 인물 보다는 모르는 인물들이 그리고 문화, 예술 전반에 이와 연결된 산업들을 설명하기 위한 적합한 용어들이 사용되어 있다보니, 이에 크게 관심이 없었던 관계로 처음의 그 어색함을 끝까지 지울 수는 없었던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의 경우는 뉴욕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인 그리고 예술적인 역량과 이것이 산업으로 이어져 만들어지는 파급효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지나치게 전문적인 설명들이 나열된 책은 아니어서 약간의 어색함은 있었지만, 읽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뉴욕이 가지고 있는 매력과 역량으로 인해 모여드는 전문 인력들과 문화와 예술을 창조하며 이를 발견하고 또 전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는 여러 부분들이 밀집해있음으로 인한 장점들과 이로 인해 거듭되어지는 뉴욕을 향한 시선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과거에서 현재까지의 뉴욕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으며, 이를 통해 문화를 창조하고 이를 상품화 하는 과정의 크리에이티브 산업의 메커니즘에 대한 설명과 이러한 활동을 만들어낼 수 있는 뉴욕의 소셜라이프에 대한 설명을 연이어 하고 있는 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개인적으로 아쉬움이라고 한다면, 내용들이 반복적으로 설명되어 지는 부분들이 있어서 약간 지루한 느낌을 주고 있으며, 아무래도 여러 인물들과 여러 용어들의 사용이 필요했을 것 같지만, 익숙하지 않음으로 인해 조금 흐름이 끊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또한, 뉴욕의 크리에이티브의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역량에 대한 소개와 설명 보다는 이를 상품화하고 소비하는 경제적인 메커니즘의 역량에 보다 초점을 맞추어 설명하고 있는 듯해서, 물론 책의 의도는 이해할 수 있지만, 조금은 기대했던 부분과는 달랐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뉴욕이라는 도시를 통해 모든 도시에 이와 같은 방향을 제시할 수는 없지만, 뉴욕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문화적인 우위의 매력만큼은 한번쯤 충분히 고려해 보아야할 부분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
#1 상황 하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문학동네, 2009년)를 보면 패션 잡지의 편집장 미란다 프리스틀리가 등장한다. 미국 <보그>지 편집장인 안나 윈투어를 모델로 한 그녀의 영향력은 실로 막강하다. 유명 인사들의 스케줄을 쥐락펴락 하고, 몇 마디 코멘트로 무명 디자이너를 세계적인 디자이너로 바꿔놓는다. 그래서 모두가 그녀의 마음에 들기를 원한다. 그녀의 취사선택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그녀의 마음에 들기만 하면 한마디로 대박 나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의 성격은 안하무인이다. #2 상황 둘.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정글 속에서 성공을 위해 달려가는 세 여성의 일상을 그린 <립스팅 정글>(폴라북스, 2007년). 미국 사회를 이끌어가는 일류 패션디자이너 빅토리 포드, 패라도 영화사의 사장 웬디 힐리, <본파이어> 잡지사의 편집장 니코 오닐리의 이야기를 통해 미국 여성들의 성공과 사랑을 그리고 있다. 빅토리 포드의 경우 자신의 성공을 위해 화장품 업계의 거물과 데이트를 하지만 이를 이용하려 하지는 않는다. 아이디어와 도전정신으로 스스로 성공하고자 한다. 결국 그녀는 홀로 일어서지만, 그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뉴욕에서의 성공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두 책의 무대가 모두 뉴욕이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잘 나가는, 성공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들은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는가. 성공하려는 사람들은 그들에게서 무엇을 요구하는가. 정글 같은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는 뛰어난 크리에이티브도 소용이 없을 때가 있다. 크리에이티브는 기본이고 그 이상의 무엇이 있어야 뉴욕에서 잘 나가는 사람들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 그 비결이 과연 무얼까? <세계의 크리에이티브 공장 뉴욕>(쌤앤파커스, 2009년)을 읽기 전에 원초적인 물음을 떠올렸다. 필자가 이 책을 통해 세상에 드러내고자 한 내용이기도 하다. 뉴욕이라는 도시가 갖는 힘, 오랜 기간 크리에이티브 트렌드를 주도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는지. 크리에이티브 공장이라 할 만큼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생산해 문화를 주도하고 있는 크리에이티브 공장의 원동력은 무엇인지를 알리고자 한 것이다. 전 세계에서 뉴욕이 이러한 주도권을 잡은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유럽 중심의 문화에서 뉴욕으로 트렌드의 진앙지가 바뀐 계기는 2차 세계 대전이다. 전쟁으로 인하여 뉴욕으로 잠시 이전됐던 문화의 주도권은 점차 뉴욕으로 옮겨갔고, 뉴욕은 이후 세계 문화산업을 이끌어나가고 있다. 아주 크리에이티브하게! “크리에이티브는 공생적이다. 크리에이티브 생산자들은 서로를 필요로 하고, 공동 작업을 하며, 서로를 평가해준다. 그들은 또 비공식적으로 제품을 평가받는 집결지를 구축함으로써 뉴욕의 크리에이티브 사교 현장이 크리에이티브 경제의 중심지로서 갖는 사회·경제적 의미를 강화시킨다.” (198쪽) 작가는 소셜라이프(social life, 사회생활이라고 번역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일과 일상의 전반을 아우르는 사회적 관계를 일컫는다)라는 단어에 주목한다. 뉴욕은 소셜라이프가 잘 작동하여 컬쳐 이코노미(culture economy) 부분에서 경쟁우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소셜라이프를 유지하는 사회적 관계의 핵심은 사교문화다.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이다. “크리에이티브는 공생적이다. 크리에이티브 생산자들은 서로를 필요로 하고, 공동 작업을 하며, 서로를 평가해준다. 그들은 또 비공식적으로 제품을 평가받는 집결지를 구축함으로써 뉴욕의 크리에이티브 사교 현장이 크리에이티브 경제의 중심지로서 갖는 사회·경제적 의미를 강화시킨다.” (198쪽) 지리적으로 가깝고, 길거리 아트에서부터 고급문화가 공존하며, 네트워크를 통해 크리에이티브를 상호 보완할 수 있고, 입소문만 제대로 나준다면 성공하는 일은 시간문제인 도시 뉴욕. 뉴욕은 바로 이러한 요소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크리에이티브를 창출해내고, 컬쳐 이코노미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었다. 나는 가끔 뉴욕의 소호 거리를 걷는 상상을 하곤 한다. 나름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하고 있지만, 부족함이 많다. 그래서 뉴욕 같은 도시에서 많은 영감을 받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덕분에 이 책을 통해 뉴욕의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었다. by 꽃다지, 2009년 8월 9일 |
|
문화의 메카, 뉴욕의 창조적 진화를 잘 설명한 책
"오늘의 뉴욕이 결코 돈이 많아서 파리, 런던, 도쿄를 밀어 제친 것이 아닙니다. 뉴욕의 문화가 뉴욕의 경제를 만들었습니다. 그 경제는 다시 문화를 살찌우고 있습니다. 그 논리는 철저히 개인에게도 적용됩니다. 현재는 경제자산이 더 많은 사람이 부자이지만 미래는 문화자산이 많은 사람이 더 풍요하게 살 것입니다. 제2의 산업혁명처럼, 지식경제사회가 문화비즈니스 사회로 급속도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재테크 타령만 하고 있다가는 경제적으로도 한참 뒤쳐진 사람으로 낙인이 찍힐 수밖에 없습니다. 뉴욕의 금융회사나 로펌이 고객들과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을 통째로 빌려 그림을 보며 파티를 하는 세상입니다. 문화를 모르면 경제도 모르는 시대입니다. 지금가지 경제적 능력이 문화적 능력을 좌우했다면, 앞으로는 문화적 능력이 경제적 능력을 좌우할 것입니다.“
21세기를 주도할 경제패러다임을 ‘컬처비즈’로 꼽은 유병률은 책 <딜리셔스 샌드위치>에서 컬처비즈의 메카로 ‘뉴욕’을 꼽아 논지를 펼쳤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을 이용해 더 많은 부를 쌓은 미국은 ‘문화적인 상징’을 필요로 하게 되자, 뉴욕을 세계 예술의 중심으로 만들기 위해 전략적인 드라이브를 걸게 된다. 피카소를 뉴욕으로 데려오려 했지만, 그가 거절하자 ‘뉴욕에 피카소가 없다면, 새로 만들면 된다’는 생각으로 ‘추상표현주의’의 대표화가인 잭슨 폴록Paul Jackson Pollock을 국가적 차원으로 후원해 ‘뉴욕의 피카소’로 만들었다. 그 후 뉴욕은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성장하게 된다. 국가가 막대한 자금으로 문화를 후원해 명성을 얻자 전 세계적으로 시선을 모으고 관광객들이 찾아오게 되면서 뉴욕이라는 ‘문화도시’는 다시 미국의 부를 축적시키는데 일조하게 된 것이다. 유병률은 이러한 뉴욕의 예를 들면서 이제 ‘문화가 밥 먹여 주는 시대'가 온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 책은 내게 뉴욕을 단순히 ‘미국의 대표적인 관광지’가 아닌 ‘미래의 부를 창조하는 상징적인 도시’임을 보여줬다. 그 후 지금은 바르셀로나 못지않은 관광명소가 된 스페인의 작은 섬 빌바오가 ‘구겐하임 미술관’의 지점을 유치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게 했다. 그리고 최근 서울시가 서울을 ‘창의문화도시’로 리모델링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짐작이나마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이 모든 것이 오늘날은 ‘문화가 밥 먹여 주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나는 뉴욕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졌다. 그래서 집어든 책이 <세계의 크리에이티브 공장, 뉴욕>이다. 이 책은 세계적인 문화의 도시 뉴욕의 ‘예술경제학’을 집중 조명한 책이다. 문화 트렌드의 관점에서 오늘의 뉴욕이 있기까지의 역사를 살펴보고, 뉴욕의 크리에이티브 경제가 어떤 경로를 거쳐 세계로 뻗어나가는지, 그리고 ‘예술계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뉴욕의 현주소는 어떤지에 대해 밝힌 책이다. 도시계획학 박사이자 정책계획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가 뉴욕의 뒷골목을 직접 발로 뛰며 뉴욕의 하위문화에서 순수예술에 이르기까지 뉴욕 전반을 아우르는 아티스트들과 유명인사들을 인터뷰해 이론과 현장성이 무장된 한편의 보고서였다.
뉴욕은 순수 미술을 포함해 예술의 총체를 ‘크리에이티브 산업’의 모체로 인식했다. 미술은 산업디자인에 모티브를 제공하고, 디자이너가 창조해 낸 상품들은 제품이 아닌 예술로 인식되고 있다. 예술의 경향은 하나의 트렌드로 재인식되면서 이제 예술과 경제는 서로 떨어질 수 없는 동반자적인 길을 걸어가고 있다. 그래서 장르를 불문하고 예술적 경계를 뛰어넘어 서로의 기술과 자원으로 새로운 문제 해결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른바 ‘컬처 이코노미’라는 새로운 역학 구조가 탄생되었다. 예를 들면 이렇다. 산업 디자이너인 A는 어느 미술전시회에서 영감을 받아 새로운 패션의 의상을 창조했다. 또 다른 디자이너나 예술가, 그리고 영화배우와 모델 등 이른바 트렌드셰터들이 그 의상에 매료되어 그것을 입고 공식석상에 나타난다. 그 의상을 모티브로 한 길거리 문화가 생겨나고, 많은 아티스트와 뮤지션들은 그에 맞는 새로운 음악을 창조해 낸다. 이러한 관계는 다시 순환하고 변화하면서 점차 진화해 나가는 것이다. “패션은 사회의 반영물이며, 문화현상이다. 패션은 다른 크리에이티브 업계들과 그 역학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는 어느 디자이너의 말처럼 크리에이티브 업계는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받고 있다.
이미지 출처: http://stole.tistory.com/tag/%EB%89%B4%EC%9A%95
예술은 창조를 거쳐 문화가 되고 이를 선택해 입소문을 거쳐 유행을 일으키면 트렌드가 되어 세계로 전파되는 시스템, 이것이 오늘날 뉴욕의 예술경제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예술 장르를 불문하고 ‘크리에이티브’한 요소를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은 뉴욕에서 생겨나면 경제적 요소가 된다. 이에 대해 저자는 ‘뉴욕’이기 때문에 ‘예술경제’가 가능한 것이 아니라, 이러한 시스템이 뉴욕에만 존재하기 때문에 그렇게 보일 뿐이라고 말했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사람, 아이디어와 발상을 가진 사람을 만나기 위해 기업들은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 반대로 잠재인력 역시 기업에게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 뉴욕 소셜라이프 네트워크는, 바로 그것을 가장 효율적으로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상상해보라. 골목을 꺾으면 아이디어를 짜내서 만든 작품으로 좌판을 벌이는 젊은이들이 즐비하고, 다시 골목을 꺾으면 전 세계에서 흘러들어온 괴짜들이 자기만의 음악과 악기로 연주한다. 기발한 인테리어와 최첨단의 음향으로 무장한 클럽들에는 스타일리시한 셀러브리티들이 모여든다. 그들은 길거리나 클럽에서, 어떤 목적을 위해서 혹은 그저 놀기 위해서 만나고 충돌하고 다시 흩어진다. 만약 세계 어딘가에 그런 가장 ‘폭발적이고 변화무쌍한’ 곳이 존재한다면, 비즈니스 기회를 잡기 위해 그곳에 가지 않을 이유가 있을 것인가?“
이 책은 뉴욕의 예술경제를 자랑하려고 만든 책이 아니다. 뉴욕이 세계적인 예술문화로 거듭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인지 밝혀내고, 이를 이끌어내는 아티스트들의 노력을 보여줌으로써 ‘컬처비즈’는 인프라 구축에 있는 것 뿐 아니라 크리에이티브 종사자들의 열정이 더해질 때 가능함을 보여주고 있다. 다시 말해 과거에 사람이 뉴욕을 만들었다면, 이젠 뉴욕이 (크리에이티브한) 사람을 만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뉴욕이라는 공간적 본질을 이해하고 싶은 독자들에게는 필요한 책이다. |
|
영화 터미널에서 톰행크스가 공항에 갇히게 된 이유는 그의 조국에서 일어난 정변으로 인해 신분보장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가 왜 뉴욕에 오게 되었는가를 기억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지 모르겠다. 그것은 바로 그의 아버지가 모은 재즈 아티스트의 싸인 중에 딱 한 사람 어느 호텔의 바에서 공연하던 그 한 사람의 싸인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동유럽의 이름없는 작은 나라(물론 가상의 나라이지만) 시골 한 노인네가 사랑한 음악가는 바로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18세기의 비엔나가 서양 고전기 음악의 중심지였음을 모르는 이는 드물 것이다. 19세기 발레공연의 메카는 프랑스 파리였기에 러시아의 디아길레프가 러시아발레단을 끌고 파리에서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무대에 올리지 않았을까. 한국출신의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이 한겨울 추위를 피해 플로리다집에 머문 것 말고는 줄곧 뉴욕에서 활동한 것도 뉴욕이 보장해주는 예술적 활기때문이었을테다.
최근 들어 테러와 금융계의 불안으로 뉴욕의 대외적 이미지는 많이 실추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하더라도 세계의 중심도시는 여전히 뉴욕이라고 말하는데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을 것같다. 크레이티브의 산실, 아니 이 책의 저자가 크레이티브의 공장이라고 말하는 뉴욕은 여전히 예술적 에너지로 넘치는 살아있는 도시다. 크리에이티브란 말은 형용사라고 생각되기 쉽지만 이 책에선 그런 창조적 사고에 의해 창조적인 문화활동을 펼치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여기서 문화의 개념도 아주 광대해서 어떻게 보면 길거리 하위문화에 대한 설명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또한 그 하위문화의 중요성을 부각하고 있다. 책의 초반에는 그래피티에 관해 관심있게 언급되었는데 정작 크리에이티브란 용어의 발생과정에 대해선 책 말미의 전체적인 정리를 겸한 마지막 장에 소개된 것이 특이한 점이다.
공공정책학 교수였던 리처드 플로리다는 사회자본과 인적자본이 경제성장에 차지하는 역할을 심층적으로 분석하면서 발전을 이룬도시들이 공통적으로 크리에이티브 종사자들의 집중화가 높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이후 그는 문화예술계 종사자보다 더 광범위한 부류를 지칭하는 '창조적 계층'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낸다. 이러한 종사자들에 있어서는 그들이 얼마나 많은 교육을 받았나보다 자신의 창조성과 아이디어를 어떻게 사용하는가가 더욱 중요시된다.
저자는 실제 뉴욕에 거주하는 많은 크리에이티브들(음악, 패션, 미술등을 망라하여)을 인터뷰하여 그들의 견해를 곳곳에 인용하여 현장감을 살리고 있다. 따라서 책의 부제에 있는 예술경제학이라는 용어처럼 독자들은 딱딱한 경제학이론을 배워야하는 부담감을 지지 않는다. 말그대로 뉴욕이라는 크리엥티브 도시에 대한 '보고서'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19세기후반에서 현재에 이르는 뉴욕 문화사를 간략하게나마 훑어 볼 수 있고, 뉴욕의 컬쳐이코노미의 세가지 특성(다양한 크리에티브산업의 공생(공동작업), 문화의 상품화, 다양한 평가프로세스)과 크리에티브의 원동력으로서 소셜 네트워크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시골에 남아있는 젊은이들이 거의 없다고 하지 않나. 나이가 차면 무작정 상경이라도 저질러보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는 보통사람처럼, 뉴욕의 크리에이티브들은 시골에서의 30평아파트의 삶보다 뉴욕에서의 3평아파트의 삶을 선호한다. 저자는 이처럼 뉴욕의 문화창작자들에게있어 뉴욕의 소셜라이프가 갖는 중요성이 얼마나 지대한지 주목했다. 어느 갤러리의 전시회나 패션쇼에서 만난 누군가를 뉴욕의 길거리에서 또다시 만날 수 있다는 사실, 그 도시안에서 자연스레 서로의 사교 네트워크가 형성됨으로써 체계적인 동시에 비체계적으로 이루어지는 크리에이티브산업의 특징을 강조한다.
이와 유사하게 계획과 통제로 만들어지지 않는 크리에이티브산업의 예로 실리콘밸리의 성공과 루트128(보스턴의 외곽순환도로)의 실패를 비교한 도시계획가 애너리 색스니언의 연구를 인용한다. 둘다 하이테크놀로지의 산실이었지만 루트128은 제조업과 유사한 운영방식을 택함으로써 다른기업과의 정보교환을 회피했기때문에 실패의 길을 걸었다는 것이다.
뉴욕이 아니라도 지금의 뉴욕과 같은 폭발력있는 문화예술산업이 가능할까라는 질문에 저자의 답은 분명치 않다. 대신 뉴욕만큼 '약한 유대관계'(협업을 하되 통제하지 않는 또는 아주 가까운 사람보다는 다소간의 거리가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는)를 통한 효과적인 사교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도시도 드물다는 간접적인 표현으로 결론짓는다.
'골목을 꺾으면 아이디어를 짜내 만든 좌판을 벌이는 젊은이들이 즐비하고 다시 골목을 꺾으면 세계에서 모여든 괴짜들이 자기만의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기발한 인테리어와 최첨단의 음향으로 무장한 클럽에는 세련된 유명인사들이 보여들고 길거리에서도 어떤 목적을위해 또는 그저 한번 놀아보기 위해 사람들은 만나고 충돌하고 다시 흩어진다. 세계 어딘가에 가장 폭발적이고 변화무쌍한 그런 곳이 존재한다면 비즈니스의 기회를 잡기위해 그곳에 가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
|
뉴욕...처럼 매력적인 도시가 있을까
저자는 어떻게 뉴욕이 패션의 중심이 된 사회적,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뉴욕은 크리에이티브 생산의 수평적 구조를 통해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공동 작업을 하며,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되는 집결지를 제공한다.” (p195) 뉴욕이 크리에이티브의 공장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뉴욕이기 때문에 가능했기 때문임을 알 수 있다. 한 모퉁이만 돌아도 원하는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 직접적인 교류가 가능한 문화적 집결지며 무엇보다도 예술 대학, 미술관과 갤러리 같은 고급문화와 클럽과 길거리 문화 같은 하위문화의 공유를 통해 뉴욕만의 쇼설 라이프를 만들어 낸다.
도시 경제학자인 에드워드 글래서는 발전을 이룬 도시는 공통적으로 '크레에이티브 종사자들의 집중화가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뉴욕의 밤문화에 대한 언급도 아주 흥미롭다. 단순히 즐기기 위함만이 아니라 나이트 라이프를 통해 형성된 피플 네트웍크를 비즈니스화 하는 크리에이티브 제국의 메커니즘은 부러움으로 다가온다.
여러번 뉴욕을 방문했지만 단순히 여행서에 국한된 정보만을 가지고 뉴욕을 보지 않았는가 싶다. 겉으로만 보이는 모습이 아닌 도시의 이면과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또한 권말에 수록 된 뉴욕 사전을 통해 뉴욕의 인물, 장소, 브랜드, 밴드, 클럽, 매체..등 뉴욕의 이면을 아는 데 좋은 정보를 제공 하고 있다. |
|
우리가 익히 들어온 애디워홀에서 마크 제이콥스까지. 그리고 젊은 천재 바스키아등. 그들이 예술을 펼쳤고 지금은 크게 상업화까지 이룬 뉴욕. 그곳에선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지금의 글로벌 기업들은 크리에이티브를 찾아 다니고 있고 뉴욕이란 도시는 그들이 하나의 네트워크를 강하게 형성하고 있는 도시중 하나임은 틀림이 없다.
뉴욕의 유명 아티스트, 디자이너와 셀러브리티들을 인터뷰하면서 그들 세계에서 어떻게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작업이 이루어지는지에 대해서 과거를 통해 현재를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세계엔 파리, 뉴욕, 밀란 등이 크리에이티브의 집결지라고 하면.. 한국에선 서울이 그러하지 않을까? 클라이언트와 작가와 시장이 집결한 도시는 서울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난 경기도민이지만 말이다. :) |
|
크리에이티브 어렵다 어려워..
왜 인지는 모르지만 뉴욕하면 화려한 이미지가 떠오르고 누구나 한번쯤 가보고 싶은 도시가 아닌가 싶다. 때문에 유명한 체인점 베이커리들이 생겨나기 전에는 빵집이름에서 조차 '뉴욕제과'가 꽤나 많이 찾아볼 수 있었던 것 같다. 회원수가 수천명에 이르는 뉴욕 배낭여행을 다루는 네이버 카페도 존재할 정도다. 이처럼 뉴욕을 유명하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뉴욕이라는 도시는 한마디로 금융과 패션의 중심지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저자는 금융에 있어서는 미국내에서 워싱턴, 샌프란시스코 등 다른 도시의 위협을 받아 예전만 하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뉴욕은 패션과 미술, 음악 같은 분야로 구성된 이른바 크리에이티브 산업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해가고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을 통해 크리에이티브 산업이 뉴욕에서 발전할 수 밖에 없는 역사적, 문화적인 배경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하지만 크리에이티브와 뉴욕을 모두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려웠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뉴욕에 소재한 대학을 가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강요로 다른 지역의 학교로 진학할 수 밖에 없었던 가슴아픈(?) 사연까지 소개해가면서 뉴욕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뉴욕을 너무 사랑한 탓에 욕심이 지나쳤던 것일까? 뒷골목의 디제이가 예술계의 아이콘으로 거듭날 수 있는 도시에 대한 예찬에서 지가해, 1850년부터 시작되는 뉴욕의 컬쳐 히스토리,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크리에이티브 산업의 경제 매커니즘, 크리에이티브를 폭발 시키는 뉴욕의 소셜라이프, 어떻게 크리에이티브의 공장이 되었는지. 이것도 모자라 뉴욕과 관련된 인물, 장소, 브랜드, 밴드, 클럽, 매체, 용어까지 다룬 뉴욕사전으로 이루어져 있다.
뉴욕을 너무 사랑한 저자이기에 뉴욕에 대한 모든 것을 보여주고 함께 느끼고 싶었던 마음은 크게 이해는 가지만 공감하기는 힘든 것 같다. 특히, 개인적으로 크리에이티브 산업에 몸담지 않아 이해하기 어려웠는지 모르지만 생소한 인물, 브랜드의 얘기들에 대해 저자 역시 이해하지 못할 것을 우려해 뉴욕사전을 부록으로 추가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뒷골목의 디제이가 예술계의 아이콘이 될 수 있었던 뉴욕의 미덕은 200년전의 과거로까지 거슬러 올라가 역사를 되짚어 보는 유식함 보다는 모두와의 공감을 통해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하는 씁쓸함이 들었다. |
|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구매해서 소장하려 했더니 절판 상태네요 ㅠ 너무 좋은 책입니다 저자가 뉴욕에 살면서 예술계 문화산업이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지 생생하게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통해 알려줍니다 왜 뉴욕이 세계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해내고 있는지 그 배경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서울 같은 대도시가 어떻게 문화적으로 성장해야 하는지 도시개발 문화산업 예술산업 등 전반의 발전방향을 기획하는데 중요한 지침이 되는 책입니다 왜 이렇게 좋은 책이 절판일까요 절판에서 벗어나길 ^ |
|
뉴욕하면 떠오르는 것은 브로드웨이와 끝없이 줄서있는 고층빌딩, 그리고 얼마 전에 비행기 충돌 때문에 무너진 무역센터다. 물론 횃불을 들고 있는 자연의 여신상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이것들은 내가 뉴욕에 갔을 때, 두 번 정도 간 것 같은데, 본 것들이고 또 며칠 안 있어 싫증난 것들이다. 그저 딱딱하고, 화려하고, 요상한 것들이 계획 없이 엉킨 도시라고 할까. 어쨌든 내 생각에는 그리 좋은 곳은 아니라는 기억뿐이었다. 일단 물가가 비싸 오래 있지 못할 것 같았고, 어디를 가든지 바쁜 사람들 행렬 속에서 한가함을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뉴욕이 잘 나가는 이유를 뉴욕에 사는 바쁜 사람들과 그 사람들을 보고 할 일이 많아 돈 벌 수 있다는 착각으로 이곳으로 몰리는 사람들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 <세계의 크리에이티브 공장 뉴욕>을 읽어보고는 내가 과거에 봤던 뉴욕은 겉으로만 느낄 수 있는, 진정한 뉴욕의 모습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뭐라고 할까. 항공사진 찍듯이 전체적인 모습을 위에서만 바라본 느낌이랄까.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그들 간의 관계, 뉴욕이라는 도시의 실체를 느껴보지 못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이 책에서 말하는 문화도시로서의 뉴욕을 상상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저 잘 나가는 도시, 바쁜 도시, 증권거래의 중심지 정도의 지식만 갖고 뉴욕을 봤다. 문화, 예술 부분은 돈이 많은 도시이기에 그저 흥청거리는데 필요한 도구라는 생각만 갖고 있을 뿐이었고.
저자는 뉴욕이 왜 다른 도시에 비해 문화와 예술, 디자인의 중심지가 되었는지를 많은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재미있게 표현했다. 물론 책 내용은 인터뷰한 부분만 따옴표로 만들어 이를 연결시킨 것이 아니고, 그 동안 문화와 예술, 인간네트워크에 대한 다양한 논문들을 소개하면서 자신의 발견 물과 적절하게 연결시킨다. 그러다보니 책 내용 자체가 하나의 논문과 같은 짜임새를 보이면서도 딱딱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이 책의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뉴욕이란 곳이 가진 힘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다. 그는 이 지역이 다른 지역과 다른 이유는 지역경제의 변화가 신속하게 이뤄진다는 점이다. 과거 타 지역과 마찬가지로 제조업을 중심으로 번영했던 뉴욕이 오랜 경기 침체 속에서도 남달리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도시 전체가 자연스럽게 경제활동의 중심테마를 바꿀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변화의 유연성이 어떻게 해서 다른 지역과는 다른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었느냐이다. 저자는 그 이유를 뉴욕으로 모여든 사람들의 전문성이라고 한다. 즉 이 지역의 특징 중 하나는 비전문적인 노동집약적인 사업은 버티기가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에 이들을 대체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필요했고, 그것이 바로 전문 인력에 대한 배려와 이들을 유인하기 위해 지원구조라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손쉽게 일할 수 있는 기본 도시구조, 배송 망, 도시청소, 정리시스템, 그리고 보조원, 웨이터와 같은 사람들 덕분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로 관심을 끄는 내용은 이곳의 산업화 기회다. 나는 이 부분에서 많은 것을 생각해 봤는데 특히 요즘 한창 떠들고 있는 지자체의 자립화 활동이다. 많은 지자체들이 나름대로 원대한 포부를 세워 이를 달성하겠다고 고심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바로 이 부분이 빠져 있는 것 같다. 즉 이 지역에서 생산한 것을 이 지역에서 소비해 낼 수 있는 구조인가 하는 문제다. 뉴욕은, 저자에 의하면, 문화와 상품을 생산하는 지역이자 소비하는 지역이기 때문에 이곳에서의 성공은 바로 수익과 직결된다고 한다. 제 아무리 좋은 상품과 서비스라고 해도 이를 판매하기 어렵다면 누가 그것을 만들려고 하겠는가. 하지만 뉴욕은 그 자체가 거대한 소비시장이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 관심을 끈 것은 뉴욕만의 인적네트워크다. 즉 이곳에는 문화를 창조하고, 기획하고 가공하고 생산, 배송하는 모든 것이 집결되어 있기 때문에 동일한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무척 많이 살고 있다. 그러다보니 길거리에서, 술집에서, 나이트클럽에서도 자신이 필요한 사람을 만날 수 있고, 이것이 자연스럽게 비즈니스로 연결된다고 한다.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갖고 있다 해도 그것을 활용할 사람이 없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 내용은 바로 우리나라의 수도권 집중화의 이유이기도 한 부분이다.
따라서 뉴욕의 가치는 기본적인 인적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한 창의성의 교환이며, 이와 같은 결과가 또 다시 인적네트워크를 더욱 키워주는 선순환고리이고, 이것이 바로 뉴욕만이 갖고 있는 소중한 가치이다. 이는 단순히 돈만으로는, 국가와 지자체의 계획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다.
문화 사업에 관심 있다면, 그리고 혹시 지자체의 업무나 도시계획과 관련된 업종에 종사하는 분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뉴욕이란 특정 도시에 대한 이야기지만 문화사업의 핵심을 정확히 집어주고 있는 책이다. |
|
읽으면서 기운 즉 열정이 솟아나는 책을 가장 좋아한다. 기운이 넘치는 밝고 명랑한 사람을 만나서 신나게 노는 것을 좋아한다.
책을 들고 있는 내내 영감이 떠오르고 삶의 에너지가 충전되는 글이 담겨있는 책, 그런 책을 편애한다. 만나는 동안 맑은 에너지가 교류되고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의욕이 생기는 사람, 그런 사람을 편애한다.
세계의 크리에이티브 공장 뉴욕이 그런 책이었다. 내가 만나고 아는 사람들은 거의가 그런 사람들이다. 우중중하거나 인생에 대해서 투덜대거나 불만이 가득한 사람, 우울한 흡혈귀에게 내 삶의 에너지를 빼앗기는 것을 금지한다. (내 삶의 테두리 안에 들어 오게된 당신이 힘든 일이 있어서 내 에너지를 나누어 주어야할 때는 기꺼이 나의 사랑을 당신에게 준다.^^)
소설보다 딱딱한 글이었지만, 바게뜨 같은 글들이어서 씹으면 씹을수록 단 맛이 흘러나오고 당분의 공급으로 기운이 샘 솟는 책이었다.
1970년대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뉴욕의 제조업이 붕괴되면서 뉴욕의 경제도 파국을 맞게 된다. 세상 일이 늘 그렇듯이 '침체기'는 새로운 희망을 품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집값이 싸진 뉴욕에 '기술'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젊은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그들은 클럽과 술집에서 어울려 놀면서 서로의 재능을 뽐내고 공유하고 전시하고 소개한다. 그렇게 점차 뉴욕에 변화가 일어난다.
창의적이고 재능이 풍부한 젊은이들이 음악, 패션, 엔터테인먼트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낮 동안의 공식적인 인간관계와 별도로 술과 춤과 대화로 이루어진 파티등의 밤 문화를 통하여 새로운 인맥을 쌓는다. 일터가 클럽으로 연장이 된 셈이다. 새로운 사람을 소개받고 소개함으로서 그들의 '일'에 필요한 인적자원을 서로에게 공급해준다. 놀이를 통하여!
제조업을 벗어난 뉴욕은 전문 서비스, 경영, 금융, 문화 예술, 엔지니어링, 미디어등 새로운 경제 기반으로 영역을 옮겨 신종 사업을 이끌어 나가는데, 이 책에서는 특히 문화 예술 미디어와 관련하여 뉴욕이라는 지리적 공간이 이러한 산업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풀어 쓰고 분석한다.
책 중간에 나오는 저자의 실제 이야기가 뉴욕이라는 장소가 주는 잇점을 구체적으로 명백하게 보여준다. 저자는 뉴욕에 관한 글을 쓰기 위해 마크 제이콥스와 인터뷰를 계획하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보지만 허사였다. 그러던 어느 날 구두 쇼핑을 위해서 뉴욕의 블리커가에 가게 되고 우연히 중년의 어느 남자에게 길을 묻었는데.. 그가 바로 마크 제이콥스의 친구였다! (물론 이 마술같은 이야기에는 저자가 여자이어야하고 평균이 넘는 외모 그리고 '적극성'이 전제 되어야한다. ^^)
클럽에서 우연하게 만난 사람과 연락처를 주고 받았는데 그가 음반 제작자여서 자신의 재능을 세상에 알릴 기회를 갖게 된 작곡자, 친구의 친구 소개로 사진 일을 잡게 된 사진작가, 서빙 일을 하다가 모델 일을 하게 된 모델 등등 만화같은 일이지만 만화스러운 이 모든 일이 가능한 곳이 바로 뉴욕이다.
현재 뉴욕은 집 값이 너무나 올라서 재능과 창의력은 충만하지만 '가난한' 예술가들이 브루클린으로 멀리 필라델피아 같은 제2외곽도시로 내몰리고 있다고 한다.
뉴욕 침체기의 싼 집 값이 재능있는 아티스트를 불러 들여서 인적자원이라는 풍부한 거름을 제공하였고 그 기름진 토양에서 무럭무럭 자란 나무들이 결실의 열매를 맺고 있는 것이 바로 현재의 뉴욕이다.
일류가 일류를 불러들이고 있는 선순환 구조의 뉴욕, 미술은 첼시, 패션은 소호, 음악과 미술은 로어 이스트 사이드로 문화 클러스터(cluster)*가 만들어진 뉴욕, 서로 함께 어울려 놀면서 영감을 받고 그 힘을 다시 자신의 분야에서 작품으로 만드는 동력으로 삼는 뉴욕 사람들, 그런 인간관계가 가능한 뉴욕, 고급함과 저속함의 어울림, 계층의 구분없는 조화가 가능한 뉴욕, 샌드위치를 손에 들고 우르르 몰려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바쁜 걸음이 떠오르는 뉴욕, 생동감이 넘치는 젊은 도시 뉴욕!
아름다움은 주관적이고 개인적이다. 나에게 아름다운 도시를 꼽으라면 서울 다음으로 뉴욕을 말하겠다. 도시의 외모가 아니라! 팔딱 팔딱 뛰는 젊은 영혼을 가진 뉴욕은 아름답다. 폴짝 폴짝 생의 에너지를 내뿜는 젊은 연인처럼 사랑스럽다.
*클러스터(cluster) ;비슷한 업종의 관련 기관들이 일정 지역에 모여 있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