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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왜 일어나는가? 경제 위기에서 비롯된 정치적 사회적 파열의 순간에 혁명이 시작된다. 서구의 역사에서 근대성의 탄생은 기본적으로 혁명의 탄생과 그 궤를 같이한다. 다시 말해서 혁명은 기본적으로 근대적인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서양의 근대는 1500년을 기점으로 시작되는 것으로 본다.
이 책은 영국의 명예혁명, 프랑스 대혁명, 러시아 혁명, 파시즘의 혁명 등 좌우익을 막론하고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끼친 혁명의 양상을 살피면서 혁명 운동을 가능하게 한 민중의 역동성과 창의성에 주목한다. 역자의 말대로 혁명의 성과는 정치적 차원에서 더 두드러져 보인다.
"1688년의 명예혁명에서는 왕가의 교체가, 1776년의 아메리카에서는 연방공화국의 탄생이 가시적인 성과였다면, 프랑스 혁명에서는 절대주의 체제의 붕괴와 다양한 정치적 실험들이, 그리고 러시아 혁명에서는 사회주의 체제의 등장이 바로 그것이었다. 물론 그 이면에는 민주주의와 공화주의의 확대·강화라는 한층 더 중요한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대표저자 데이비드 파커는 혁명의 핵심적 특징은 폭력이라는 주장, 혁명은 반드시 진정으로 민중적인 성격을 지녀야 한다는 주장, 혁명은 본질적으로 진보를 지향해야 한다는 주장 등 혁명에 관한 기존의 통념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 책에서 '혁명'은 인간 활동의 특정 국면에서 나타나 그 국면과 연결된 사회적 심리적 현실의 광범위한 관계망에 급격한 혁신적 결과를 낳는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변화를 말한다. 이런 규정은 반드시 역사의 진보에 대한 마르크스주의적 또는 자유주의적 도식을 따르지 않더라도 과거와의 단절이 철저하기만 하다면, 어떤 사건을 혁명적인 것으로 볼 수 있음을 뜻한다. 그 논리의 연장에서 이 책은 파시즘을 혁명에 포함시켜 다룬다. 파시즘은 근본적으로 극단적 민족주의의 혁명적 형태이기 때문이다.
혁명이 발전하는 데 이념의 역할이 중요하다. 다시 말해서 혁명의 역사는 이념과 사상의 역사라 할 수 있다. 민주주의, 공화주의, 자유주의, 사회주의, 보수주의, 민족주의, 파시즘과 같은 주요한 정치 이념들이 혁명과 함께 등장했다. 특히 자유와 평등의 계몽사상은 "정치적 재생은 도덕적 재생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믿음을 유산으로 남겼다.
"덕 있는 시민을 만들어낸다는 루소적 희망, 자본주의를 철폐함으로써 인간의 소외를 극복할 수 있다는 마르크스주의의 신념, 국가의 재탄생과 새로운 인간창조를 꿈꾸는 파시즘의 전망은 모두 도덕적 재생에 대한 신념에 기대고 있다.이러한 신념들은 그 지지자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인류 전체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확신을 심어주었고, 동의하지 않는 자들에게는 참담한 결과를 안겨주었다."(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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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 국가 기초, 사회 제도, 경제 제도, 조직 따위를 근본적으로 고치는 일. 이전의 관습이나 제도, 방식 따위를 단번에 깨뜨리고 질적으로 새로운 것을 급격하게 세우는 일이다. 비슷한 말로 혁신, 변혁, 개혁, 의거, 쿠데타 등이 있다.
1500년대 이후, 지구는 혁명의 도가니였다. 정치, 경제, 사회, 종교적인 관습이 점차로 무너지고 사람들은 새로운 시대를 만들기 위해 투쟁해왔다. 투쟁은 새로운 인식으로부터 출발했다. ‘특별한 계층이나 집단 뿐만 아니라 개인에게도 권리가 있다. 이 권리는 타자가 부여하는 권리가 아닌 인간이 인간이기 때문에 갖는 본연의 권리이며 때문에 인간은 모두 평등하다.’ 신과 왕, 사제에게 그 신체 뿐 아니라 사상마저 귀속되어 왔던 사람들에게 이와 같은 인식은 그 자체로 혁명이었다.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옛것이 부서져 사라지고 새것이 들어서자 사람들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어느 순간부터 변화란 발전이며 진보이자 자유가 되었다. 사람들은 옛것을 부수기 위해 투쟁했고 투쟁은 혁명이 되었다.
그런데 이 ‘변화’의 대목에서 우리는 고약한 의문에 빠진다. 대체 개혁과 혁명은 무엇이 다른가? 반란과 혁명의 차이는 또 뭘까? 무엇이 혁명을 혁명으로 완성하는 걸까? 데이비드 파커를 포함한 12명의 저명한 사학 교수들은 이러한 의문에 답하기 위해 근대의 혁명사를 다룬 책을 펴냈다. [혁명의 탄생]은 지난 500년의 세계사(서양사) 속 혁명을 차례차례 살펴보며 혁명에 대한 보다 깊은 탐구와 고찰을 돕는다.
대학생들을 위한 혁명사 강의 교재로 만들어졌다는 이 책은 유럽과 미국 등 서양세계 속에서 나타난 혁명을 사례별로 설명한다. 각 장은 혁명의 원인, 과정, 결과를 기술하면서 사회, 정치적 맥락에서 살펴보거나 그 속에서의 이념의 역할 등 다양한 시각으로 혁명을 담아냈다. ‘혁명’ 자체에 대해 다룬 ‘1장, 혁명이란 무엇인가’에서 출발해 네덜란드, 미국, 프랑스 등을 거쳐 12장에서 소비에트 탈공산주의 혁명까지 다룬다. 그런데 이렇게 친절한 설명의 끝에 달려 있을 법한 결론 챕터는 등장하지 않는다. 핵심 논점들은 책에서 제시하되 결론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었다. 독자의 자유로운 고찰을 배려한 것이기도 하지만 혁명이란 그만큼 무엇이라 규정하거나 정의하기 힘든 논제라는 것을 말없이 보여주는 대목이다.
2000년대, 지구는 여전히 혁명 중이다. 혁명의 근원은 유럽, 주무대 역시 미국을 포함한 서양세계였으나 더 이상 혁명은 어느 지역만의 것이 아니게 되었다. 우리 시대 혁명은 단순히 정치적이고 산업적인 것이 아닌 생활 저변의 개혁, 인식 자체의 혁신 역시 옛것을 깨뜨려 새것을 세우는 변화가 되었다. 이런 의미에서 보자면 최초의 여성대통령이 탄생한 현재의 대한민국도 일종의 혁명 중에 있는 나라 아닐까. 사상 최고의 투표율을 기록한 선거가 낳은 대통령이자 유신정권의 딸이라는 점에서, 대통령 스스로 개혁을 다짐했을 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대통령에게 다각도의 혁명을 청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 한국은 혁명의 불씨를 뜨겁게 품고 있다. 때문에 [혁명의 탄생]의 한국어판 머리말 ‘혁명은 언제 탄생하는가’의 내용은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민중의 사회적 요구들이 혁명 이데올로기의 중심을 차지하게 되면서 인류가 한층 더 평등한 사회를 향해 나아갈 수 있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때로 혁명은 실패하더라도 혁명의 사회적 성과들은 혁명 안에서보다 그 밖에서 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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