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책 읽은 후 미니 감상평 ♣
그림에 반해 발길이 멈췄고, 아름다운 글에 반해 눈길을 뗄 수 없었던 <새를 기다리는 나무>는 헌책방에서 우연히 나의 손길에 닿아 구입하게 된 도서이다. ‘이런 책이 있었나?’ 할 정도로 마음에 쏙 드는 책이었다.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질정도로 심연을 울리는 책이었다.
나무는 새를 기다리며 발돋움하고 새는 나무의 기다림으로 돌아온다..... 내 코에서 어느덧 어릴 적 맡아보았던 아카시아 향기가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어디가면 다시 그 풍요로운 향기를 맡아볼 수 있을까? 나의 살던 고향에는 그리운 언덕처럼 자연을 품은 곳이었다. 그저 내 기억 속에 아카시아 나무는 향기가 아름답고 꽃이 풍성한 나무였다. 그 아름드리 꽃송이를 피워내기 위해서 고통과 인내를 통해 제 몸을 깎아 나가는 줄은 몰랐다. 아카시아 나무가 성장과 연륜을 거듭할수록 가시는 줄어들고 꽃송이는 풍성해지는 것이다. 왜 이제야 아카시아 향기가 눈물을 머금고 꽃송이를 피워내기 위해 자신을 연단했는지 알 것 같다. 그것은 바로 흰눈썹황금새를 사랑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초록빛깔 가득한 그리운 언덕에는 새들이 노래하고 나무는 꽃 피우고 풀잎은 영롱한 빛깔을 자랑하고 대지는 햇님의 사랑을 받아 생명을 피워냈으며 그곳에는 이 모든 것을 사랑하는 한 시인이 있었다. 시인이 조용히 숲속을 거닐고 있으면 꽃, 새, 풀, 나무 할 것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가슴 아픈 이야기가 바로 흰눈썹황금새를 기다리는 아카시아 나무의 사랑이야기였다. 아직도 아카시아 나무는 흰눈썹황금새가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며 자신의 가지 위에 앉은 그 모습이 눈에 선히 떠올랐다. 그리움에 병이 난 아카시아 나무는 흰눈썹황금새에게 자신과 함께 살지 않겠냐고 수줍은 고백을 했지만, 가시가 많아 둥지를 틀다 찔릴까 두려워 싫다고 거절을 당한다. 지금껏 아카시아 나무는 온몸에 가시를 빳빳이 세우고 으스대면서 자신만만하게 살아왔다. 그런데 흰눈썹황금새는 “전 아름다운 나무를 찾고 있어요. 천년을 하루같이 기다릴 줄 알고, 뜨거운 눈물로 꽃을 피우며, 자신을 태워 남의 거름이 될 줄도 알고, 아름으로 여문 씨앗을 가진 아름다운 나무를 찾고 있답니다.”라며 아카시아 나무를 떠나버렸다.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시인도 유명인이 되어 도시로 떠나버리고, 아카시아 나무만이 묵묵히 그리운 언덕을 지키며 인고의 시간을 승화시켰다. 어느덧 시인의 귀는 도시의 시끄러운 소리에 묻혀 영적 귀머거리가 되고 말았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왕들의 나라이다. 왕들은 모두 자신들이 제일 높은 왕이어서 누가 조금만 귀찮게 하거나 비위를 건드리는 일이 있으면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고, 자신의 최고라는 생각에 오만과 욕심만 가득할 뿐 양보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왕들의 나라에는 모두가 스스로 왕이었기 때문에 농부도, 선생도, 학생도, 기술자까지도 왕이 되어 떠들어 대느라 나라가 항상 시끄러웠다. 시인은 왕들의 사는 나라 이야기를 들으며 내안의 자리한 왕을 발견하게 된다. 지혜롭게 빛나던 이마엔 주름이 고랑을 팠고, 빛나는 눈동자는 과로와 폭음으로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재산을 늘리랴, 명예를 빛내랴 근심 걱정하고, 조바심하고, 가슴 졸이며 사느라 추레해진 얼굴은 그리운 언덕에 살던 시인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는 이제 그곳으로 돌아갔다. 훗날 나 역시도 돌아갈 것이다.
빗물이 떨어 진 곳을 보라..... 한층 더 아름답지 않은가! 새색시 단장한 것 마냥 빛깔이 눈부셔 웃음이 절로 나온다..... 사람의 인생도 눈물이 있어야 아름다운 법...... 아카시아 나무가 자신의 몸을 깎아 아름드리 꽃송이를 피워냈듯 우리의 인생도 인내와 고통으로 더욱 풍성해지리라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