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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김탁환의 <방각본 살인사건>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책을 소재로한 소설이다. <장미의 이름>은 요한 묵시록을 소재로 벌어지는 중세 수도원에 감쳐진 비밀을 헤쳐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고 <방각본 살인사건>은 조선 정조시대에 문체반정을 불어오게 되는 소설과 관련된 미스테리를 헤어가는 과정을 그리는 책을 소재로 하는 대표적인 국내외 소설이다. 이들 작품들은 각 소설의 소재가 된 책을 통해서 그 책에 기록된 내용대로 현실화 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면에서 보면 <천사의 게임>은 같은 책을 소재로화 소설이지만 그 내용은 상당히 다른 면을 추구하고 있다. 책을 소재로 한 소설이지만 왠지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작중 다비드 마르틴을 통해 괴테의 파우스트와 뱀파이어와 인터뷰의 로이를 떠올리게 된다. 자신의 1년도 채 남지 않는 목숨을 연장하는 조건으로 만나게 되는 코넬리라는 의뢰인을 통해 그와 더불어 영생불멸의 삶을 살아가게되는 마르틴의 설정은 파우스트와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의 두 주인공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하지만 이러한 이미지가 이 소설을 대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는 것을 책의 페이지를 거듭할수록 또다른 책속에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다.
이 소설을 읽고나서 주변에 관심받지 못하고 이러저리로 굴러다니는 책들을 다시금 보게 한다. 마치 그들 책속에 작가의 영혼과 그 책을 읽고 조금씩 자라나는 또 다른 영혼을 느끼면서 이 세상에 활자화된 책은 어떤 책이라도 잊혀져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잠기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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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을 보아하니 저에게는 이 책이 올해 '최악의 책'이 된것 같습니다. -.-;;
뭐, 내용상 별점 셋정도는 줄수 있겠지만, 다른 사람들의 리뷰평과 명성, 판매지수에 비해 제 기대치를 너무 많이 높여 놓았기 때문에, 그 만큼 실망이 컸던것 같아요. 전편에 비해 못하다는 분들도 많았지만, 솔직히 그의 전편도 이제는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초반에 그리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다지 재미를 못 느껴서 후반으로 갈수록 재미있을거야하는 위로를 하면서 읽었는데, 다 읽고 나서는 화가 났어요. 만만치 않았던 분량 때문에 왠지 시간 낭비한 느낌이 들어서인가봅니다.
사실 어째서 사람들이 이 책에 열광하는지 잘 이해못하는 저를 보면서 제가 이상한건가?하는 생각마저 들더군요. 아니면 혹 이 사람들 다 서평도서로 받아서 리뷰를 쓴건가?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그냥 리뷰를 적지 않으려고 했는데, 좀 짜증도 나고 기억에 남겨두려고 끄적여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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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조금은 느슨한 느낌으로 읽었던 1권이었다. 깜박 졸았던 부분도 있다. 그에 비해 2권은 전혀 다른 양상이다. 쉽게 몰입하고 빠르게 읽어나간다. 그것은 아무래도 사전 조사를 하던 1권과 사건의 실마리를 잡고 쫓아가는 2권의 양상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초를 쌓았으니 이제는 그 위에 얹을 일만 남은 것이다. 스릴감도 보다 확실하게 존재한다. 물론 죽음도 빼놓을 수 없다. 옮긴이의 글에 따르면 본문 속에 카탈루나 속담을 번역하게 어려웠다고 했다. 그럴 수 밖에 없다. 속담이라는 것이 전적으로 그들의 문화를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들은 이해할 수 있어도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이 읽으면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것을 얼마나 현지화 시켜서 번역해내는냐가 관건일 것이다. 어려웠다는 글과는 다르게 본문 속에서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그런 속담을 읽는 것도 다른 나라의 책을 읽는 또다른 재미가 될 수 있다. 다비드는 이사벨라가 집안 일을 도와준 덕분에 더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그가 글만 쓰는 것은 아니다. 끊임없이 사람들을 만나고 사건을 파헤친다. 그것이 결국 그가 쓰는 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끊임없이 의심을 가지게 된다. 그가 쓰고자 하는 원고는 완성이 될 수 있을까. 사람들이 죽고 사람들과 싸우고 과거를 쫓아가고 잃어버린 사랑을 쫓아가고 워낙 급박스럽게 이야기가 전개되다 보니 조금의 루즈함도 전혀 찾을 수가 없는 그런 2권이 되고 있다. 이 책은 바람의 그림자의 프리퀄에 속한다고 한다. 바람의 그림자는 세계적으로 찬사를 받은 작품이라고 하고 이 작품 안에 나온 주인공들도 그 작품에 다시 등장을 한다고 하니 또 한번 사폰의 세계로 빠져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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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이 책은 <전설의 고향>의 마지막 장면에서 처럼 위의 메시지가 뜨면서 '이 이야기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전해지는 전설입니다.'로 끝날 것 같다. 뭐랄까? 정서 자체가 낯설지 않다고 해야 하나? '한국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정서와 상통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 보인다(그래서 한국 독자들이 좋아하나?).
그러나 롤러코스터의 백미인 수직하강이 끝나면 그 다음은 좋게 말하면 안도하게 되는 거고 나쁘게 말하면 시시해지는 거다. 이 작품 역시 마찬가지이다. 마지막 부분은 기존의 여타 다른 소설들과 큰 차별성을 갖지 못한다. 1권에서 탄탄하고 촘촘하게 쌓아왔던 것들과 거침없이 수직하강했던 긴장감 최고조의 롤러코스터에 비하면 결론은 너무 밋밋하다 못해 싱거울 정도다.
러브 포비아인지 계속 도마뱀처럼 꼬리를 자르고 다니던 크리스티나(나는 도대체 다비드가 크리스티나를 왜 좋아하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 이 책을 지적 스릴러물이라고 하는 데는 동의하지만 사랑 이야기라고 하는데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나 1권에서 나름 통통 매력을 발산하다가 2권에서는 이름만 몇 번 언급되고 마는 이사벨라라는 두 여주인공도 아쉬움이 크다. 흔히 장진을 평가할 때 '천재인 건 알겠는데 여성은 너무 모른다.'라고 하는데,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의 작품 속 여성들은 너무 전형적이다. 2권에서도 이사벨라라는 캐릭터를 좀더 활용했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암튼 그래도 단 한 권의 책만 읽고 작가를 평가할 수는 없는 법이므로 조만간 『바람의 그림자』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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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드가 살고 있는 탑의 집 그 전 주인이었던 변호사이자 작가 디에고 마를라스카 그의 흔적을 쫒아가면서 그에게 일어났던 일이 자신에게도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던 와중에 주변에 있었던 그와 관련된 사람이 하나 둘 죽어가고
다른 영혼을 희생시켜가면서까지 지키고 싶은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책속에 들어있는 그 책의 영혼들 그들을 지키기 위한 다비드의 끝없는 추격
바르셀로나의 정렬이나 뜨거움보다는 웬지 축축한 기분의 음산함 그리고 고색찬연한 옛도시의 음지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과 그 기운들... 그 가운데 오래된 책들이 모여있는 셈페레 서점이 있고 저 비밀스런 곳에는 잊혀진 책들의 묘지가 있다.
결국 다비드는 자신의 작품을 그 묘지속에 가지고가서 보관을 하게 되는데 그가 믿고 있는 책들의 영혼, 잊혀진 책들의 영혼들이 새로운 독자의 손길을 기다리고 그 영혼이 다시 빛을 발하게 되기 기대한다.
책에 관한 책들이 많이 있지만 어떤 형태로 어떤 사건으로 그것들을 부각시키느냐가 작가의 역량일것이다. 현실적인 상황과 비현실의 모호한 선을 넘나들며 과거의 사건과 현재의 사람을 연결시키며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았던 루이스사폰의 이야기가 좋았다.
이 책이 그가 만들고자하는 시리즈물중 2번째라고 한다. 첫번재가 <바람의 그림자>이고 <천사의 게임>이 그 두번째 작품이라고 한다. 일부 등장인물과 잊혀진 책들의 묘지를 모티브로하고 독자들과 책에 대한 사랑. 글쓰가 기술과 그 사랑등을 함께 나눈다고 한다. 앞으로 또 다른 어떤 이야기가 바르셀로나가 될지 그 어디가 될지는 모르지만 어디에선가 일어나고 있을지 궁금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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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게임...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저자 때문이 아니다. 민음사라는 출판사 때문이었다. 군 복무시절부터 이문열씨 광팬이었던 나는 민음사를 접하게 됐고, 민음사하면 믿음을 주는 회사라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내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사실 사폰의 다른 작품은 읽어본적이 없어서 그의 스타일은 제대로 알지 못하지만 이 책은 매우 시각적이고, 읽는 내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드는 것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결말은 이러한 나의 호기심과 기대가 모두 의미없었음을 증명하듯 허무하게 끝이 난다. '결론은 이것이다'라고 지어지는 것을 선호하는 편은 아니지만 책을 덮고 난 뒤에 남는 아련한 여운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 결과적으로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조차 짐작할 수 없는... 아무튼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기 전까지의 저자의 시각적 묘사는 실제 내 눈앞에서 펼쳐지는 듯 훌륭했고, 수많은 에피소드도 뛰어났지만...서로의 연계성을 통한 결말을 짓는 부분은 다소 미흡하지 않았는가 하는 것이 개인적인 소견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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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게임은 다비드 마르틴이라는 소설가가 써낸 자전적 작품이다. 이 소설에서 그는 어렵게 자란 어린시절부터 갈망해오던 소설가로 성공함과 동시에 문학이라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천재적 탐험가로써 그의 주변에서 벌어지기 시작하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들을 적어낸다.
그리고 천국의 수인을 읽은 사람들이라면 이 모든 일들이 현실과 환상의 중간쯤 어디라는 것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이 작품을 읽다보면 문학 거장들의 여러가지 작품이 떠오른다. 파우스트, 지킬박사와 하이드,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같은 작품들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중간 중간 기시감을 느끼게 하는 장면들은 이밖에도 많이 있다.
스멀스멀 온몸을 감아오는 공포에 푹 젖다보면 소설의 말미에 가서 거침없이 행동하며 폭력을 구사할 수밖에 없는 다비드 마르틴의 처지에 공감하게되고 결국에는 책장을 덮을때까지 이해가 되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머릿속을 맴돈다.
아직 번역되지 않은 4부를 제외하고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이 써낸 잊혀진 책들의 묘지 연작을 3부까지 읽었다. 주인공은 다르지만 3부작은 모두 조금씩 연결되어 있는 이야기이고 이제 4부에서는 다니엘의 복수와 후일담이 남아있지 않을까 싶다. 다비드 마르틴은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가? 그리고 다니엘은 어떤 식으로 인생을 살아갈까를 궁금해 하며 4부를 기다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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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이 작가를 알게 된 것에 대해 감사했다.
전작에서 볼 수 있던 장소와 사람이 등장한 것에 대한 반가움, 그리고 전작을 읽어서 당연하게 느낄 수 있었던 작가에 대한 갈증 등, 모든 것을 이 책으로 해소할 수 있었으나, 또 다시 신작에 대한 갈증이 이어졌다.
전작보다 더 이야기는 미로같고, 읽으며 상상되는 그림(?) 영상(?)은 온통 뿌옇고, 비가 올 것만 같은, 그런 어둠이었다.
너무 짙고 슬펐다.
미로가 너무 견고해서 어떤 이야기가 진짠지 현실인지, 도통 헷깔리는게 아니었고, 이것은 마지막까지 계속되었다. 꿈같기도 하고, 책을 읽은건 맞는 건지조차도 알 수 없었다. 특히 1권과 2권사이의 공백이 커서 더욱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1권보다 2권이 더 몰입이 잘 되서 - 전작도 그랬다!- 너무 빠져 읽어서 그런지, 옮긴이의 말까지도 다 읽었는데도 불구하고 또다시 책장이 이어지며, 이야기가 계속될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마지막 장을 덮는, 생생한 느낌을 오랜만에 만날 수 있었던 책이다.
이 책에도 내 영혼을 담을 수 있어서 참 기쁘고, 소름이 돋았다. 여운이 오래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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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지루함을 색다르게 달래는 방법은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어서 일상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만나는 것이다. 즉, 작가의 상상으로 또 다른 이야기를 만날 수 있기에 영화와 소설 속의 이야기는 즐거움을 안겨준다. 오랜만에 마음에 꼭 드는 책을 만났다. 저자는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작품이었다. 그의 이번 작품 전작이었던 「바람의 그림자」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라서 이번 작품인 「천사의 게임」 역시 기대되는 작품이었고 기대한 만큼 대단한 작품이었다.
책의 문구를 보면 “잊힌 책들의 묘지가 열리고,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던 이야기가 시작된다!”라는 문장을 보면서 어떤 소설일까? 라는 생각했었다. ‘다비드 마르틴’은 소설가를 꿈꾸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가 하는 일은 신문에 가명으로 연재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 일도 그리 오래가지 않았고 결국 신문사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그는 가난했고 아버지의 미움과 매질도 받았다. 그런 그에게 위로하는 ‘셈페레’ 씨가 운영하는 서점에서 ‘다비드 마르틴’에게 선물한 책 한 권은 『위대한 유산』이었다. 신문사도 그만둔 처지에서 그는 돈을 벌지 않으면 안되었기에 필사적으로 글을 쓴다. 그리고 필명으로 『저주받은 사람들의 도시』라는 책을 쓰게 되고 짝사랑하는 ‘크리스티나’의 부탁으로 ‘페드로 비달’의 소설을 대필해준다. 그러던 어느 날 ‘안드레아스 코렐리’라는 프랑스 편집인으로부터 제안을 받게 되고 그의 제안은 ‘모든 이들의 마음과 영혼을 바꾸어 놓을 힘을 지닌 책’을 써주면 거액의 돈을 주겠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평소 눈여겨봤던 ‘탑의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된다. 그리고 그 집에서는 이상한 일들이 하나둘씩 일어나기 시작하고 전에 살았던 주인에게 일어난 미스터리한 일은 ‘다비드 마르틴’에게도 서서히 다가온다.
이 이야기는 마치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파우스트』가 생각나게 한다. 프랑스 편집인인 ‘안드레아스 코렐리’는 천사 혹은 악마일지 모르는 베일에 싸인 인물이다. 그리고 그의 제안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다비드 마르틴’은 그와 계약을 하는 것은 상당히 흡사하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미스터리 하면서도 사건이 하나씩 일어나고 이야기는 재미있게 전개된다. 주인공은 자신의 꿈을 이루지만, 주변에서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일을 파헤치면서 점점 어둠 속으로 한걸음 다가가는 느낌이 들었다. 사랑과 죽음, 삶과 죽음 그리고 비극과 함께 미스터리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기에 그 재미를 더해준다. 책장의 마지막을 덮기 전까지 예상할 수 없는 이야기의 매력을 느끼게 해 준 작품이었다. 그리고 이 작품을 통해서 그의 전 작품인 「바람의 그림자」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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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이다. 이 작품은 총 800쪽에 달하는 분량이다. 그리고 그 800쪽에, 정말이지 이야기가 그득하다. 빈틈없이 꽉찬 이야기. 그 밀도에서 작가의 정성이 여과없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그래서 카를로스가 대머리인지도 모르겠다. 유전학적인 이유로 사라진 까닭도 있겠지만 쥐어뜯어서 그럴 수도 있는 상황이다. (헤이, 까를로스 유노왓? 대신 당신은 멋진 수염이 있잖아.) 세상에 어떤 작가도 작품을 쓰며 머리를 쥐어뜯지 않는 자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마치 풀빠진 잔디처럼 듬성등성한 이야기의 여백을 사념으로 채우느라 머리를 쥐어 뜯는 것과 넘쳐나는 멋진 이야기를 탑을 쌓듯 구성하느라 머리를 쥐어뜯는 건 그 레베루가 다르다. 전자 같은 작품은 독자의 머리도 쥐어뜯게 만든다.
자, 이 소설은 무슨 소설이냐. 참 설명하기 힘든 소설이다. 왜냐하면 완전 복합적이기 때문이다. 1뷰 리뷰에서 말했듯이 베스킨라빈스 써리원의 모든 아이스크림을 한 컵에 담아 머무린듯한 느낌이라서 대표적인 하나를 말하기가 쉽지않다. 그러니까 나열을 해보자면, 1권은 순문학적인 냄새가 물씬 풍긴다. 기가막힌 묘사와 고전적인 풍취가 흐르는 문장. 마치 잘 만들어진 중세 유럽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도 들어서 지적 허영심을 만끽시킨다. 그런데 2권에서는 그러한 분위기에 마치 고양이 새끼처럼 꼬리 하나를 걸쳐놓고 하드 보일드 액션을 추가한다. 당연히 쫓고 쫓기는 추격씬도 등장하고 심리 스릴러 영화처럼 어두운 창고 뒷편에 몸을 숨긴 숨죽인 도망자의 모습도 연상된다. 적막한 스크린에 작중화자 다비드의 숨가쁜 호흡만이 5.1채널을 휘돌아 울리는 것이다. 이봐, 이마에 피 닦어.
천명관의 중편 중에 드라마와 현실을 혼동하는 인물이 등장하는 작품이 있다. 그게 떠올랐는데 이 작품은 그게 거의 핵심을 이루다시피한다. 혹은 [파이트 클럽]. 혹은 [ 식스센스]. 작중화자 다비드는 소설가인데 그는, 그가 쓴 소설의 내용과 그가 실제로 겪고 있는 현실의 내용을 혼동한다. 그래서 독자도 혼동한다. 그건 분명 다비드의 착각인데, 그 브로치 말이야. 그게 증거잖아. 그러나 분명하지 않다. 우리가 가끔 사용하는 "뽕 맞았냐?" 라는 말을 사용하기에 적합할만큼 몽롱한 기분이랄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다비드의 소설이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다비드의 현실인지 그 경계가 모호하다. 후반부에 가면 대개 그림의 완성도가 그려지기 마련인데 이 작품은 진짜, 끝까지 어떻게 될지를 모른다. 그래서 바로 라틴 소설의 전형적인 특징, "환상적 리얼리즘"의 계보를 굳건히 잇게 되는 것이다. 라우라 에스키벨이나 마르케스, 사라마구의 작품들을 접했을 때 느낄수 있는 몽환적인 스토리라인을 경험할 수 있다. 정말 그럴듯한 구라쟁이인 것이다. 에이, 진짠 줄 알았잖아. 라며 손을 흔들고 웃어보이지만 실은 아직도 어디까지가 뻥인지 잘 모르고 있는 느낌이랄까? 눈만 동그랗게 뜨고 앉았다.
여기에 공포 분위기가 첨가된다. 이 음습함은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고전적인 느낌, 그러니까 브론테의 [폭퐁의 언덕]이나, 헨리의 [나사의 회전] 같은 고전적인 음습함과 스티븐 킹식의 심리적인 두려움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그것이 적절하게 혼합되어 있다. 쥐스킨트의 [향수], 그리고 중세 유럽의 도시. 레베르테의 [검의 대가]. 여기까지가 이 작품을 지배하고 있는 핵심적인 분위기이다. 신간으로는 칼렙카의 [이스트 사이드의 남자]도 유사한 느낌었다고나 할까.
여기에 1권에서 못다한 고전적인 느낌의 로맨스 파트가 보강되고 2권에서 처음 선보이는 장르가 등장한다. 바로 헐리웃 식의 하드보일드 액션이다. 리 차일드식의 치고받는 생동감 넘치는 리얼 액션과 마이클 코넬리식의 치밀한 추적이 첨가되는 것이다. 왜 있잖은가. 누명 쓴 도망자는 습기찬 지하의 낡은 보일러 뒤에 숨어있고 천장의 녹슨 파이프에서는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고 찰박찰박 추격자 신발의 삼투압 떨어지는 소리만 나지막히 울리는 그런 장면. 숨죽이고 지켜보게 되는 그런 거. 그러다가 와장창! 지금 나는 여러가지 소설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게 아니다. 단 한 작품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내가 베스킨라빈스라고 하는 게 이해가 가? 이 작품이 잘 만들어졌다고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게 잡탕 섞어찌게처럼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을 경우, 이도저도 아닌 지루한 작품이 될 확률이 높은데 이 작품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각 파트가 적소에 잘 살아있다. 마치 독자를 위해 줄을 서서 대기하다가 지루해질만하면 순서를 바꾸는 식으로 등장한다. 어이, 비켜보라구, 독자가 지루해할 타임이야. 지금부터는 내가 맡지.
아직도 모호하게 남아있는 한 가지가 있는데 바로 <잊힌 책들의 묘지>이다. 해리포터의 도서관을 연상시키는 이 미스테리한 장소는 이 작품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가 보다. 역자의 말에 따르면 이것은 총 4부작 중에 2부에 해당한다고 한다. 1부는 이미 다른 출판사에서 [바람의 그림자]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그러니까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과 유사한 구성인가 보다.
이거, 영화로 만들어지겠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