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로맨스라는 장르문학이 여자들을 위한 것이다 보니 멋진 여자들 보다는, 멋진 남자들이 많이 등장하게 된다. 대부분 남자들은 완벽하고 여자들이 꿈에서 그리던 남자들인데 여자들은 솔직히 '별 볼일'없는 캐릭터인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사랑스러운 멋진 여자 캐릭터 하나가 등장했으니, 바로 이라샤의 '승지'되겠다.
아무리 개인적 취향이라 해도 승지는 단연코 로맨스 소설의 여자주인공 중 베스트 3 안에 드는 멋진 인물인 것을 부인하기 힘들 듯 하다. 대부분의 로맨스 소설의 여자주인공 캐릭터들이 지나치게 연약하거나 착하거나 엽기적이거나 예쁘거나 섹시하거나... 하는 일률적인 모습을 벗어나지 않는데 비해서, 승지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통 사람만큼만 착하고, 심술궂고, 발랄하고, 귀엽다. 그녀가 조금 지나친 것이라고는 술버릇과 솔직함, 유머, 스토커 기질 정도뿐이다. 그 모든 것이 승지의 특징이니 어쩌랴.
이라샤의 승지는 오빠의 학교에서 만난 희원을 좋아한다. 희원도 자신을 기억할지도 모른다고 약간의 착각으로 가수로 데뷰한 희원을 지켜보다가 회사를 관두고 희원을 만날 작정으로 희원의 집 근처에 만화가게를 차렸고 희원의 고양이 이름인 '이라샤'로 가게 이름을 정했었다. 예상대로 희원은 승지의 가게에 우여 곡절 끝에 단골이 되었고 희원과 승지는 친구가 되었다. 그러나 가수인 희원과 승지의 사랑은 가수와 보통사람이라는 것 말고도 인간적으로도 너무나 많은 벽이 있다.
그렇게 엇나가는 희원과 승지의 이야기가 바로 이랴사의 스토리다. 이라샤의 이야기는 전혀 무리가 없다. 억지로 끼어 맞춘 듯 한 이야기도 없고, 가수이기도 하지만 인간이기도 한 희원의 이야기도 참 예쁘기만 하다.
진소라 작가 책의 공통점을 보면, 참 여자 주인공이 밝고 유머러스 하다는 것이다. 물론 가끔 냉소가 있긴 하지만, 누구보다도 인간적인 캐릭터를 창조해 낸다. 물론 그만큼 남자 주인공의 캐릭터도 그렇다.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로맨스 남녀주인공들의 편협한 캐릭터가 아닌, 잘 우는 남자와 되려 씩씩한 여자가 등장하며 전혀 작위적이지 않는 이야기의 흐름, 재벌이나 조폭이 아닌 보통 사람이 살면서 느끼는 감정의 이야기가 부드럽게 흘러간다. 키 크고 근육질의 멋진 몸매에, 쓸데 없이 무게 잡으며 말을 별로 하지 않는 남자 캐릭터 따위는 진소라 작가의 책에는 없다. 불필요하게 소심해 하거나 자신의 감정도 제대로 표현 못하는 여자 주인공도 없다.
사실, 이랴사는 또 하나의 쌍둥이 책이 있다. 바로 ‘내가 사랑한 외계인’ 이다. 이라샤가 승지의 입장에서 써 내려간 책이라면, 내가 사랑한 외계인은 바로 희원의 입장에서 써 내려간 책이다. 이라샤를 읽으면서 대체 왜 희원이 이랬을까? 라고 궁금해 했지만, 모르고 넘어갔던 부분에 대해서, 희원의 입장에서 써 준다. 희원이 놓고 간 비행기표를 갖고 큰 맘 먹고 승지가 영국에 간 사이, 며칠동안 희원을 못 만났는데 그때 사실 희원은 서울에 왔었다. 매니저가 승지에게 큰 실수를 한 것을 알고 급히 한국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독자들은 ‘외계인’을 보지 못했다면 절대 몰랐을 이야기다. 이라샤를 봤던 독자들은 그저 녹음하느라 바쁜 희원과 승지가 길이 어긋났을 거라고만 생각했을 것이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사실, 이라샤와 내가 사랑한 외계인, 두 남매 말고도 ‘도진의 이야기’라는 또 다른 배다른 책이 있긴 한데, 그것은 소장용으로만 제작된다니 신청 못한 것이 아깝기만 하다.
이 외에도 진소라 작가의 책은 정말 많은 매력을 갖고 있다. 유머러스하고 가벼운 것 같아도 그 안에 담겨져 있는 감정의 무제는 절대 가볍지 않다. 진소라 작가가 승지나 희원을 통해 말하는 사랑에 대한 생각도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요즘은 다른 개인적인 일 때문에 바빠서 시작한 글도 진행을 못하는 상황이지만 언젠가 비 오는 날 검은 비닐봉다리를 쓰고 다니는 승지처럼 독자들 앞에 헤헤 웃으며 나타날 진소라 작가의 이야기를 기다리는 수고는 기꺼이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