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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전에> 나는 작가를 모르고 있었다. 예스에서 새책으로 선전하고 있는 모양새로만 짐작했는데, 책 표지가 그림으로 그려진 것이어서 우선 마음에 들어 구입했다. 그리고 혼자 멋대로 생각했다. 손녀딸의 부엌에서 글을 썼다고? 아항, 할머니가 손녀딸의 부엌에서 글을 쓴 모양이구나, 그러면서 타샤 튜터나 헬렌 니어링과 같은 할머니를 떠올렸다.(이 책 속에 이 분들의 이야기도 나오는 것으로 보아 영 거리가 먼 추측은 아니었다고 혼자 낄낄거렸지.) 처음 몇 쪽을 넘기고 난 뒤에 작가 프로필을 다시 살피면서 느꼈던 황당함이란.
<읽으면서> 1. 요리도 잘하고 그림도 잘 그리고 글도 잘 쓰고 여행도 많이 다니고. 이제는 뭐, 부럽지도 않다. 한 사람이 너무 많은 것을 잘해 버리면 질투도 안 생긴다. 그냥, 그렇게 사는구나, 그런 사람도 있구나, 좋겠구나, 그렇게 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그런 마음이 들었다.
2. 나로서는 도무지 알아먹기 힘든 요리 이름이랑, 요리 재료랑, 요리 방법들. 그렇지 않아도 요리에 대해 관심도 덜하고,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굳이 잘해 보려고 노력도 하지 않는 나인데, 이 책의 요리 부분을 읽고 있자니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 글을 왜 보고 있나, 무슨 말인지 알아먹지도 못하는데. 하다못해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데.(나는 육식과 양식과 후식과 과일을 싫어하는 편이기 때문에 이 책에 나오는 각종 요리법들에 그다지 마음이 끌리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데도 이 책이 재미있어서 며칠 동안 손에서 놓지 못했다는 것, 그게 참 이상하다는 것이다.
3. 그림이 참 예쁘다. 음식 그림도, 요리를 하는 모습도 마냥 예쁘다.(그렇지만 나는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 쪽이다. 그냥 그림만 예쁘다.) 색연필 잘 쓰는 기술이 조금만 있다면 따라 그리고 싶을 지경이더구만.
4. 평소에 읽는 소설들 속에 음식 이야기만 집중해서 읽는 것도 재미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비단 음식만이 아닐 것이다. 패션만 집중해도 재미있을 것이고, 집의 모양에만 집중해도, 길에만 집중해도, 어떤 한 가지에만 집중해서 읽는다면 그 또한 색다른 재미를 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나는 무엇에 집중하며 읽어왔을까?(딸은 내가 작가에게 집중한다고 했었지.)
<읽은 후에> 글의 힘은 참 크다. 요리를 잘 한다는 것, 요리가 좋은 일이라는 것, 요리로 인해 사람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다는 것, 이 모든 것들이 글의 힘으로 전달된다. 글을 잘 쓰는 것은 정말 축복된 일이다. 본인이 사는 동안 얼마만큼 노력을 해 왔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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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입견'이란?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책들중에서 읽고 싶은 책을 고른다는 것도 만만한 일은 아니다. '손녀딸의 부엌에서 글쓰기'를 읽게 된 것도 선입견이 많이 작용했다. 제목이 가져다준 느낌이랄까? 손녀딸의 부엌에서 글을 쓸 정도라면 나이가 지긋한 할머니의 글이란 생각이 들었다. 중간쯤을 읽어보니 글들이 참 맛깔스럽고, 지적인 분위기가 풍긴다. 그래서 집어들고 온 책이 바로 이 책이다. 후회하냐고? 아니다. 정말 흥미롭고 독특한 책이었다. ![]() 이 책의 저자인 차유진은 그녀의 저서인 이 책보다 더 독특한 개성을 지닌 것이다. 미술대학교를 졸업하고, 공연, 음반기획을 하다가 영국으로 유학을 갔다. 미술공부를 위해서? 아니면 공연기획을 연구하기 위해서? 아니다. 요리유학을 떠난 것이다. 도대체 차유진은 못하는 것이 무엇일까? 책 속의 글과 그림, 요리 사진, 그리고 요리까지 모두 직접 다 하였다. 참 잘 할 줄 아는 것도 많다. 그녀는 현재 푸드 칼럼니스트이며 2004년에는 요리책 '푸드러버를 위한 차유진의 테스트키친'을, 2009년에는 여행 에세이 '청춘남미'까지 출간하였으며, 이 책에 실린 내용의 일부는 '웹진 나비'에 이미 실렸던 글들이다.
그동안 책을 읽으면서 책 속에 음식이야기가 나오는 장면들이 있었을 것이다.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는 정말 요리사못지 않은 묘사를 하기도 한다. 바로 차유진이 오랫동안 좋아하는 작가가 바로 '무라카미 하루키'이다. '하루키'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카페에서 활동을 하면서 그의 소설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의 손녀딸에서 빌려온 닉네임이 바로 '손녀딸'이고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탄생한 것이다.
그녀의 독서습관은 어릴적부터 지금까지 생활화되어 있는데, 그녀가 읽은 책들속의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바로 이 책의 소 주제들이 되는 것이다. 동화에서부터 우리나라의 현대소설들인 '흙' '운수좋은 날'.... 세계적인 고전인 '비곗덩어리' '오딧세이아' '달과 6펜스' '데카메론'.... 특히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들에 나오는 음식에 관한 내용이 소개된다. 그리고 자신의 경험과 함께 그 음식들을 직접 만들어서 선보여주면서 친절하게도 레시피까지 실어 준다. 이 책을 읽다보면, 차유진의 '독서편력기' 아니면 '요리 편력기'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할 정도로 책에 대한 깊은 지식과 그당시의 상황들까지 살펴볼 정도로 넓은 식견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 책에 실린 음식들은 물론 작품속의 음식만을 재현한 것이다. 거창한 일품요리라기보다는 '무밥' ' 샌드위치' '오믈렛' 같은 간단히 할 수 있는 음식들이 선보여진다. 특히 내 눈길을 끈 것은 '된장 미역죽'이다. 생일날 아침 엄마에게 드시기 위해 선보여주는 '된장 미역죽'. 레시피를 보니 간단하다. 언제 한 번 해 먹어야겠다.
그녀의 어릴적부터의 취미였고, 일상이었던 사람그리기. 이 책의 그림들도 이렇게 수숫한 이미지의 그림이어서 더 정겹게 느껴진다. 책 속의 음식이야기를 찾아서 자신의 경험을 곁들여서 글을 쓰고,그림을 그리고, 그 음식을 만들어보고, 레시피를 실어주고 정말 독특한 발상이지만, 절대 아무나 할 수 없는 재능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재다능한 그녀가 부럽다. 그런데 그림을 보니 저 정도는 나도 그릴 수 있는데하는 생각이 든다. 그녀가 읽은 책들을 보니 나도 저 정도는 읽었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음식들도 별다를 것없는 평범한 그런 음식들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이 그것이 아니다. 어설프게 할 줄 아는데가 아니라, '손녀딸의 부엌엣 글쓰기'의 글처럼 되기 위해서는 그 모든 것이 어울려야 하고, 어설픈 풋 냄새가 나는 것이 아니라, 잘 익은 포도주처럼 빛과 맛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바로 '손녀딸의 부엌에서 글쓰기는 맛깔스러우면서도 깊은 맛이 어우려진 그런 책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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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책아이쇼핑을 갔다가 발견한 책이다 . (요리와 그것에 얽힌 사연 + 책) 이라는 구성을 가진 책이다 . 단순한 요리책인줄 알고 몇장을 넘기다가 손녀딸이라는 작가가 읽은 책중에 요리와 관련된 내용과 그일화를 쓰고 있는 책이었다 우리가 어릴때 많이 읽었던 키다리 아저씨,크리스마스 캐럴 등에 나오는 음식들에 관한 이야기를 보면서 작가눈의 탁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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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음식이 삶에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면.. 좀 오버하는걸까? --a 이 책을 쓰신 분의 블로그에도 예전에 잠깐 들렀었던 기억이 있고, yes채널에 연재했던 글도 한번씩 읽어봤던 기억이 있다. 확실히 뭐랄까. 웹 상에 올라온 글을 모니터를 통해서 보는 것과, 오프라인에 인쇄된 글자를 종이뭉치를 손에 들고서 보는 건 확실히 느낌의 차이가 있다. 그리고 그 느낌은 욱신한 무게감과 함께 찾아오기 마련이다. 읽는다-라는 행위보다는, 스캐닝하는 행위가 더 일상적인 웹 상의 글 읽기는 아무래도 그 글의 단락에 스며들어있는 이야기를 읽어내기에는 미약하다.
내가 이 책을 읽고서 느낀 것은 따뜻함이다. 뭐랄까.. 그 왜, 어릴 때 동네 친구집에 놀러가면 언제나 푸지게 먹을 것을 내주시던 친구 어머님이 생각나는 느낌? (- 난 저런 친구 없었다. 유감이지만 -_-;.. 내 동생 친구들이 찾아오면 나가서 먹을거 사다가 애들한테 뿌려주던 기억은 남아있네.) 음식이라는 건 사실 어떤 걸 먹는지보다는 어떻게 누구와 먹는지가 좀 더 중요한 것 같다. 아무리 맛있는 걸 먹어도 어색한 자리에서 먹으면 그 맛을 느낄 수 없고, 동네 구멍가게에서 파는 불량식품이라도 친구와 함께 깔깔대며 먹으면 싸구려 설탕맛이 짜릿한 달콤함으로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떠오른 건 실내에 있는 튼실하고 커다란 4-8인용 식탁위에 한가득 차려진 따끈하게 김이 올라오는 음식들이었다. 맛있겠다. 먹고싶다. 나는 그런 식탁이 그립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이나마 그런 식탁을 떠올릴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덧. 이 책에 실린 레시피는 단 하나도 탐이 안나는 게 없더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