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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이나 루이비통 같은 고가의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가 '명품'이란 단어로 굳어진 것에 대해 반감을 가지면서도 이미 일상용어가 되어버린 탓에 어쩔 수 없이 쓰게 됩니다. 그리고 어느덧 '명품'의 사전적 정의마저 달리 이해하게 돼버린 나 자신을 보면 섬뜩함이 느껴지기도 하지요. 기의가 기표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기표가 기의를 지배하는 것 아닙니까? 뭐 예를 들면 정식매장도 아닌 임시매장에 걸린 현수막은 늘 '유명브랜드 가격파괴'라는 카피를 내세우다 보니, 이젠 '유명브랜드'를 단어뜻과는 달리 '한물간 내리막 브랜드'로 이해하는 것처럼요. 이 책은 <손안의 박물관>을 쓴 이광표씨의 책인데요, 처음에 표지에 박힌 제목을 보고, 미래의창에서 나온 <명품마케팅> 같은 책인가 하고 오해를 했더랬어요. 살펴보니 '명품'이라는 단어에 부응할 만한 미술품 컬렉팅에 관한 책이더군요. 역시 사람의 의식은 입밖으로 내뱉는 단어에 지배되는 것이 맞습니다.ㅎㅎ 미술품이 재테크와 투기의 대상이 된 게 이제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지만 이 책은 사전적 뜻 그대로의 명품의 의미와 컬렉션의 의미를 되짚으며 우직하고 미련하게 소처럼 한발 한발 나아갑니다. 조선시대부터 이어져온 컬렉션의 흐름과 구한말 민족 수난시대에 이 컬렉션을 지켜온 놀라운 감식안의 컬렉터들을 함께 소개하고 있어 간송 선생의 책만으론 아쉬웠던 마음을 다른 컬렉터들을 만나보면서 털어버릴 수 있었어요. 물론 간송 선생의 이야기는 이 책에도 나옵니다. 요즘 <월간옥션> 같은 잡지를 보면 미술품 경매에 대해 알기 쉬운 조언이 나오곤 하던데 미술 경매에 대해서도 책을 좀 찾아 읽어봐야겠네요.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