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늦게까지 텔레비전을 보다보면 정규 방송이 끝나고 애국가까지 듣게되는 경우가 꽤 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어느날인가 '지금까지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멘트와 함께 흘러나오던 클래식 음악의 선율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고, 결국 그 때문에 별 볼 것도 없으면서 그 곡을 듣기 위해 늦게까지 텔레비전을 보는 일이 생겼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클래식 곡의 제목은 도메니코 치마로사의 오보에 협주곡이었다. 지금도 고요한 밤에 흘러나오던 그 고즈넉한 오보에 선율은 정말 잊을 수 없을 정도로 환상적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내가 오보에를 좋아하게 된 것은 바로 그 때부터였다. 이 앨범은 바로크 시대의 오보에 작품들을 모아놓은 것이다. 듣다보면 '어, 이거 어디서 많이 들었던 것인데?'하고 생각될 정도로 우리에게 익숙한 마르첼로의 작품부터 알비노니와 비발디의 오보에 협주곡까지 바로크 시대의 대표적인 음악가들의 곡이 수록되어 있다. 아무래도 가장 익숙하고 많이 들어본 곡은 바로 첫 번째와 두 번째 수록곡인 토마소 알비노니와 알렉산드로 마르첼로의 협주곡일 것이다. 바로크 시대의 대표적인 오보에 작품들을 여럿 남겼던 알비노니의 명성을 반영하듯 이 앨범에는 알비노니의 작품이 두 곡이 수록되어 있다. 그 중 첫 번째 곡인 오보에 협주곡 D단조 op.9 no.2는 서정적인 오보에의 음색을 잘 살린 2악장이 아주 매력적인 곡이다. 마치 사랑하는 연인에게 사랑을 속삭이는 듯 나즈막이 울리는 오보에 선율은 단연 백미라 할 수 있다. 반대로 마르첼로의 오보에 협주곡 D단조는 빠르게 진행되는 1악장이 잘 알려져있는 곡으로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처럼 도입부가 인상적이다. 그 밖에도 마음에 들었던 작품으로는 이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 바흐의 오보에 협주곡이었는데, 이 곡의 2악장은 바흐의 '하프시코드 협주곡 5번 2악장', 그리고 '아리오소'를 통해 잘 알려져있다. 사실 곡 자체가 매우 아름답기 때문에 어떤 악기로 연주해도 잘 어울리지만 오보에의 음색이 곡의 서정성을 더욱 부각시켜 더욱더 매력적이다. Eloquence 시리즈의 특성상 곡에 대한 설명이 없다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하인츠 홀리거나 이 무지치,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더 필즈와 같은 명 연주자, 명 연주단체의 연주, 게다가 기존에 CD로 소개되어 있지 않은 음원을 이처럼 저렴한 가격에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라 하겠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바로크 시대의 유명 오보에 작품들을 한곳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음반의 가장 큰 매력일 것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예전 텔레비전 앞에서 넋을 잃고 음악에 빠져들었던 그 때의 추억을 다시 떠올릴 수 있게 되어 기분이 좋았다. 한마디로 바로크 음악의 아름다움과 함께 오보에의 매력이 듬뿍 담긴 정말 소중한 앨범이라 말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