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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신 선생님의 단편집입니다. 1981년에 발표하신 작품집이시라니까 그땐 김완선이 눈을 치켜뜨고 춤을 추기도 훨씬 전입니다. 오오, 올해로 딱 30년이 된 작품집이네요. 1981년 그러니까 감이 잘 안오더만 30년 된 작품집이라니 뭔가 책을 읽으면서 동백꽃의 점순이가 떠올랐던 것도 무리가 아니었네요. 그렇습니다. 클라식한 냄새가 물씬 풍기는 그런 단편들이었습니다. 360페이지 분량에 총 12편의 단편이 실려있습니다. 한 편의 좀 긴 단편을 제외하고는 모두 단편으로 보기에도 짧은 단편들이었습니다. 그래서 딱히 지루하다거나 한 느낌은 없었습니다만 소설에 익숙하지 않는 분이 읽기엔 다소 무리일 것 같다는 생각은 좀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뭐랄까, 옛날 한국 소설의 전형인 곰팡내 나는 골방, 거지, 곱추, 판자촌, 뭐 이런 것들로 작품이 구성되어있거든요. 어떤 느낌인지 감이 딱 잡히시죠? 아무리 시대상을 반영하는 거라지만 조금 거시기한 거니까요. 과거 어느 한 때에 저 역시 무척이나 싫어했던 소재들로 이루어진 셈이지요. 물론 지금도 당연히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박범신 선생님의 작품들이라 읽을만 했습니다. 그러니까 오로지 문장 읽는 맛 때문이었지요. 그러므로 나는 딱히 문장을 즐기는 타입이 아니라 하시는 분에게는 글쎄올시다.
제가 단편집 리뷰를 쓸 때는 보통 각개전투로 별점을 매기고 평을 쓰는 편이지만 이렇게 12편씩 떼로 덤비면 그러기가 쉽지 않아, 나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리뷰만 쓰고 있을 수는 없다고. 그리하여 간편하게 작품집의 전체적인 느낌만 적고 가겠습니다, 하고 쓰고 보니 그건 이미 윗문단에 다 소개가 되아부렀어요. 긍게 그런 분위기랑게요. 전반적으로 음습하고요, 몇 개는 다소 기묘한 이야기에나 등장할 법한 판타지스러운 이야기였고 중편에 가까웠던 단편은 딱 근대소설 감자라든가 동백꽃의 분위기였고, 대충 다 고만고만 한 느낌의 작품들이었습니다. 결말이 좀 난데없는 허술한 작품도 있었고 은근히 사회파 성향의 단편도 있었고요. 개인적으로는 <내 귀는 낙타 등허리> 라는 작품이 가장 좋았습니다. 그리고 <흉기4 -못과 망치>라는 작품도요. 이 두 작품만은 예외적으로 별 다섯 수준이었다고 생각하고요. 나머지는 별 셋에서 왔다갔다하는 수준이었으므로 총점 별 셋, 이런 게 된 것이와요. 단편을 유독 좋아하신다거나, 30년된 우리나라 단편 중에 문장읽는 맛이 좋은 작품을 원하신다거나, 저처럼 전작을 하는 중이 아니신 분에게는 딱히 권해드리고 싶지 않은 책이었어요. 기회되시면 그냥 서점에서 앞서 말씀드린 별 다섯 단편 두 편만 한 번 읽어보시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듯 싶네요. 아님 도서관에서 빌려보시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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