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분들이 좋은 평가를 주신 책에 조금은 부정적인 코멘트를 덧붙이자니 왠지 모를 주눅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굳이 잘 하지도 않는 책 리뷰를 쓰고자 로그인을 해서 이렇듯 글을 쓰는 건 어딘서 읽어봤음직한 어투와 그리고 결정적으로 중년 아저씨이기에 나올 수 있는 20대 여자인 나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농담들이 줄곧 책에 등장해 에세이 자체의 질은 둘째치고 짜증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마치 40대까지 결혼 못한 오타쿠 아저씨의 질나쁜 농담을 듣는 기분이란. (물론 작가는 결혼하고 아이도 있는 듯 하다. 단지 내가 그렇게 느꼈을 뿐)
여행정보만으로도 찾기 힘든 프로방스, 게다가 한 달이 미쳐 안되는 짧은 여행을 감각적인 미사여구로 포장한 기행기보다는 조금은 더 진솔한 프로방스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나름의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작가는 빌 브라이슨의 어투를 따라하듯 적당히 비아냥거리면서 사물을 비판하고,(난 심지어 이 작가의 말투가 원래 그런건지 아니면 따라한건지 조차 글을 읽으면서 의심이 된다-_-;) 질 나쁜 농담을 키득거린다. 우리나라 감성이야 둘째치고 나의 감성은 이런 식의 농담을 같이 키득거리기에는 너무 구식인건지 이야기에 조금 집중할라치면 그럴 필요없다는 듯이 등장해주는 화장실 유머? 덕에 끝마치는 순간까지 이 책에 애정을 느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한 달짜리 여행기와 100일짜리 체류기가 조금은 다른 감수성이나 본질을 조망하고 있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여전히 정착하지 않은, 이방인의 시선으로 사물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에세이이기에 이 글을 쓴 작가가 글을 쓰는 방식이 옳다 그르다라고 말할 수 있는 권리는 내게는 없다. 하지만 나는 책을 선택한 독자이기에 이 책이 좋다 싫다고 말할 권리는 있다. 그래서 결론은, 이 책,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
|
그 모든 관계를 등진 저곳에서 혼자가 된다는 것, 여행. 혼자가 될 때에만 볼 수 있는 자신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 느낌이 환희에 찬 것들뿐이라고 생각하시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프로방스에서 지내며 순간순간 외로웠고, 순간순간 배고팠고, 순간순간 암담했고, 순간순간 분노했고, 순간순간 서글펐다. 그것을 다 무릅쓰겠다며 달려간 곳이 프로방스였다. 하여 앞으로 펼쳐질 내 현실 속에서 그런 순간들이 다가온다면 프로방스로 저벅저벅 들어가 에너지를 충전해올 것이다. 이런 걸 ‘추억의 힘’이라고 해도 될 듯싶다" 라고 하셨지요. 책을 읽으면서, 저 또한 충만한 위로를 얻었습니다. 그렇기에 "아름다운시절"인 것일까요. |
|
여행을 언젠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서 여행기를 많이 보는 편인데, 책을 읽으면서 여행이 그렇게 좋기만 한 건 아닌가보다 하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정육점같은데서 고생하시는 것을 보니 저도 가서 헤매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되더라구요. 그래도 책을 게속 읽으면서 제가 정말 프랑스에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구요. |
|
4일, 주말까지 끼면 6일의 휴가를 막 끝마친 참에 이 책을 읽었다. 외국을 가기에는 좀 짧고, 휴가의 반 이상은 비도 오고 그간 회사일에 좀 지쳐 있었던 터라 당일 치기로 서울 근교를 갔다온 것을 제외하고는 집에서 푹 쉬었다. 그런데 다시 출근한지 얼마 안되어 프랑스 여행기 책을 읽고 있자니 지나간 휴가가 너무너무 아쉬워 지면서 한 두장을 넘기기도 전에 프랑스 병이 도지고 말았다.
![]() <Provence, from Google>
유럽 단체 여행으로 프랑스는 두번 정도 갔다왔었지만 남들 다가는 상제리제 거리, 루브르 박물관, 에펠탑 등이 전부였던 것 같다. 배낭여행, 호텔팩 등의 상품은 비록 패키지 관광이 아닐지라도 많은 사람들이 가는 관광지에만 집중되어 있는 탓에 프랑스는 항상 아직 다 가보지 못한 곳이라는 미지의 공간으로 나에게 남아 있다. 특히 프로방스는 더 그렇다. 오랜 직장 생활을 때려치고 홀가분하게 여행을 다녀온 아저씨의 여행기를 읽고 있자니 20년 직장 생활에는 못 미치지만 대략 3년간의 직장생활도 잠시 놓아버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어쨌든 이러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책을 끝까지 다 읽었다. 에세이 형식인데다 글도 참 재미있게 써져 있어 술술 잘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언제쯤 내가 제대로 프랑스 여행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난 다음이 되지는 않았음 좋겠다. 서른살 이전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긴 세월 동안 나는 어쩌면 파란불보다 빨간불에 충실하게 반응하며 살아왔는지 모르겠다. 해도 된다는 사인은 무시하고, 하면 안 된다는 이유만 수도 없이 나열하며 교차로에 머물러 있던 삶은 아니었을까? 그런 내게 프로방스는 무차별적으로 파란 신호등을 켜주었다. 이 순간을 놓치지마. 하고 말하듯이 p194 |
|
직장생활을 벗어 던지고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로 날아가 아무 목적없이 생활한 내용을 글로 엮었다는 말은, 무거운 물지게를 지고 좁은 산동네를 오르는 것처럼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으면 현실의 무게를 감당하기 힘들어지게되는 생활을 하는 대부분의 생활인에게는 얼마나 배짱있고 부러운 일인가. 그것도 따스한 햇살 내리쬐는 한가롭기 짝이 없어 보이는 들판들과 사람좋은 이국 시골농부들만 있을 것 같이 상상되는, 누구나 한번쯤은 가보기를 꿈꾸어보는 지중해를 가깝게 두고 있는 프로방스를.
글 사이사이에는 분명 저자가 직장생활에서 느꼈을 생활에 대한 갈등과 회의를 어떻게 풀어가고 헤쳐갔는가가 있을 것이라는 당연한 기대, 내지르기에는 기회비용이 적잖을 것 같아 한쪽발만 들었다 놓았다 하며 한발짝을 내딛지 못하는 소심함을 비웃을 만한 의식의 배경이 어느 글엔가에는 깔려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이런류 서적들의 내용이 고만고만하지 않을 까하는 회의를 누르고 구매하고는 처음부터 끝날때까지 쉬지 않고 읽었다.
저자가 직장을 떠난 결단에 대한 부러움은 있으나 절박함을 극복한 내용은 별다르지 않고, 100일 동안 프로방스로 잠시나마 훌훌털어버리고 떠난 것도 같고 아닌것도 같기도 하고. 100일 동안 지낸 생활에서 느낀 무언가가 스멀거리거나 아니면 폭발적으로 분출해서 펴낸 책이 아니라 이미 독자를 염두에 두고 책을 쓰기 위해 생활을 한 것이 분명한, 결국 고만고만한 젊은 사람들이 써내려간 주변 이야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글들이었다. 직장을 내동댕이 치고 끝없는 자유를 쟁취한 저자에 대한 부러움은 작아지고 생활을 위한 새로운 방편으로 책을 쓰거나(때로는 강연을 하게 되겠지) 새로운 직장을 찾아 또 다른 고민을 할 것 같다는 예감때문에 오히려 100일 동안의 생활이 오히려 불편하게 읽히게 되다니. 부러움에서 시작한 감정이 저자가 느끼는 자유이외의 감정에 더 동조하게 되었으니 구매의도와는 멀어졌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역설적이지만 이러한 갈등이 현재의 나의 생활을 걷어차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한 조각이나마 좋은 조언으로도 역할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게 한다. 프로방스에서의 100일이 아름다운 시절이라기 보다는 힘든 삶의 또 다른 방편이라는 것 때문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