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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be a Protester_『철학카페에서 작가를 만나다』 독서후담
"to be a Protester_『철학카페에서 작가를 만나다』 독서후담" 내용보기
https://blog.naver.com/mate3416/222110368833< 책방 하고 싶은 면서기 >    철학자 김용규에게 진 빚이 크다. 이십대 시절 읽은 『철학카페에서 문학읽기』와 『철학카페에서 시 읽기』는 나 살던 곳의 고루와 그 너머의 다른 세상을 보여주었다. 새로이 알게 된 세상은 광활하고 자유로웠으며 섬세하고 유구하였다. 게으른 자에게는 허락되지 않을 것 같은 긴장이 있었으나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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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naver.com/mate3416/222110368833

< 책방 하고 싶은 면서기 >

 

 

  철학자 김용규에게 진 빚이 크다. 이십대 시절 읽은 철학카페에서 문학읽기철학카페에서 시 읽기는 나 살던 곳의 고루와 그 너머의 다른 세상을 보여주었다. 새로이 알게 된 세상은 광활하고 자유로웠으며 섬세하고 유구하였다. 게으른 자에게는 허락되지 않을 것 같은 긴장이 있었으나 그래서 더욱 들어가고 싶었다. 나태하지 말자, 생각이라는 것, 고민이라는 것, 전향이라는 것, 그 멋진 것들을 스스로 선택하자, 폼 나지 않은가!

   당연하게도 몇 권의 대중철학서로 광활한 사유와 섬세한 통찰을 갖출 수는 없었다. 다만 가끔이라도 습관적 판단에 가책을 한다는 것, 비록 여전히 삽질 중이지만 지향하는 곳을 두었다는 것만으로도 (적어도 전보다는) 덜 흔들리는 삶을 살게 되었으니 그에게 갖는 감사함은 오직 진심이다.

   덜 흔들렸어도 꽤 흔들린 삼십대를 횡보하다보니 어느새 그 끝의 즈음에 서있다. 추스를 때가 된 듯하여 철학카페에서 작가를 만나다를 펼쳤으나 맙소사, 어려웠다. 몇몇 작가들의 삶에서 슬그머니 철학하는 법을 보여주겠거니 하였으나 웬걸, 혁명이라니, 이데올로기라니? 폭력성 물씬한 용어와 철 지난 아이템이 아니던가, 혁명과 이데올로기는.

 

   숨기지 말자. 진입장벽 높다. 내놓은 이야기가 세다. 전세계적 위험으로부터 인류를 구해야한단다. 철학론과 인물들은 낯설고, 내가 과연 인류구출의 영웅감일지 주제가 부담스럽다. 저자의 다급함이 절절히 느껴져 (잘 썼다는 얘기겠다) 읽는 마음이 불안하다. 허나 어쩌지, 나도 고집 있는 독자인걸. 이해 못 해도 상관없다. 무엇이라도 내 것이 되리니.

   차차 어랏 싶다. 혁명을 하고 싶다는 난데없는 욕망이 스멀거린다. 내 안에도 있었단 말인가, 이토록 낯설고 먼 그것이 

   아니 그 공을 들여 썼는데 그렇게 읽었단 말입니까, 저자가 탄식한대도 어쩔 수 없다. (원래 그런 것이려니) 으레 살아왔던 것을 멈추고’, (교묘하고도 악착스런) 이데올로기가 내 눈을 가리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살피고’, (다행히 지금이라도) 내 삶을 내가 사는 혁명을 하자는 것. 나는 이렇게 읽었다.

 

   교훈적이네, 언제 기회 되면 읽어보지 뭐, 싶을 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만약 당신이 부당한 처사를 받고 있다면? 어째서, 얼마나 부당한지도 모른 채 수십 년 당신 세월과 노동과 젊음을 착취당했다면? 미안하지만 앞으로는 더욱 영악하고 은밀하게, 집요하고 슬기롭게 부당할 거라면?

   진부하지만 인생 한 번 뿐이라는 팩트를 다시 한 번 상기하자. 그 한 번을 뭐가 뭔지도 모르면서 내 인생 내가 살다 간다고 착각하게 두고 싶지 않은 것이다 작가는. 이 거북하고 불편한 주제를 굳이 이해시키려드는 그의 절절함을 이제 당신, 받아들이겠는가?

   간신히 밀레니얼 세대에 포함된 내가 대학에 입학하던 2002, 아빠의 신신당부는 이런 것이었다. “사물놀이패 들어가지 마라. 운동한다.” “혹시 너만 빠져나가기 뭐한 상황이면 행렬 같은 거 할 때 맨 뒤에 서라. 그래야 여차하면 빠진다.” 5공화국 발언인가 싶었지만 대학엘 가보니 학생회가 막걸리 동산이라 불리는 잔디밭에 앉아 사물놀이를 하긴 했다. 하지만 연주나 연습은 성겼고 그냥 앞자리에 꽹과리, 장구, , 징을 놓고 앉아 맥주를 마시며 말보로나 던힐을 피웠다. 다행인지 유실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자리에 사상이라든지 사회구조라든지 행동이라는 것은 없었다. 차라리 누군가 젊은 객기라도 부렸다면 볼거리라도 있었을 텐데 아서라, 내일 아침 토익수업 있다.

 

   정의롭지 않은 것에 분노하지 않으면 젊은이일 수 없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나는 너무 젊을 때에 공무원이 되어버렸다. 알게 모르게 갇혀 살게 되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겠지만 공직은 특히나 암묵적 금기가 많은 조직이고 일반인들이 공직자에게 기대, 요구하는 품행의 기준은 그들의 것과 같지만은 않다. 같은 일을 해도, 설령 법과 절차에 문제가 없다 해도 공무원들의 책임은 조금 더 무겁다. ‘분노하는 젊은이론과 같이 이 점에도 동의한다. ·타칭 젊은꼰대 공직자여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을 달고 살기로 했다면 다소 무겁게 사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한다.

   역시 다행인지 유실인지 모르겠지만, 공직을 택한 이들의 대부분은 소심의 기질을 가지고 태어났다. 기질이 그러해 공무원이 된 것일지도. 나 역시 그렇다. 그리하여 담배 한 대 가져다 달라던 대통령의 분향소를 찾지 않았고, 소고기 때도 세월호 때도 촛불을 들지 않았다. ‘카메라에 잡히면 큰일난다는 5공화국 시나리오로 저항의 자리에 서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혁명하지 않았다. 혁명하지 않아서 무임승차의 끈적한 이물감으로 살았다.

     

   그래 좋다. 한 번 해 보자, 혁명.

 

- 무엇을 혁명할 텐가.

   바르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을 혁명하겠다. 기후위기, 차별, 편향, 생명경시, 전도된 자본주의 같은 것들. 거 참 거창하구만 싶지만 조금만 곰곰 생각해보자. 이것들로부터 독립한 단 하루라도 자신할 수 있겠는가.

 

- 어떻게 혁명할 텐가.

   ‘안 하는 것으로 저항하겠다.

   지구와 인류에 기여하는 것도 없으매 내 한 몸 살면서 이렇게 막대한 양의 오염물질을 쏟아내는 것은 바르지 않다.

   혹 내게서 나간 말이 누군가를 그을 수 있고, 무의식중에라도 나로부터 누군가를 가를지 모르니 어쭙잖은 말도 말아야 한다.

   진짜보다 어엿이 대중을 농락하는 가짜들에 생명을 붙여주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세상 목숨 붙은 것 중 귀하지 않은 것 없고, 나는 당신에게, 당신은 나무에, 나무는 빗방울에 어깨를 대고 있으니 무엇 하나 상처 입으면 우리 모두 주저앉을 수밖에. 까불지 말아야 한다.

   내가 더 값지다는 얼빠진 착각도 하지 말자. 깔끔히 벗어놓은 매미의 죽은 외피마저 나(당신)보다 나을지 모른다. 인생도처유상수다.

   자본주의에 눈 동그랗게 뜨는 것도 빼먹지 말아야 한다. 생산자로 굴리더니 소비자로도 노역하게 만드는 의뭉스런 시스템에 우습게 보여서는 안 된다. 온전히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닌 소비는 거부하겠다.

   좀 더 근사한 혁명법이 궁금하다면 김도훈 편집장의 우리 이제 낭만을 이야기합시다옳은 시위와 틀린 시위를 권한다.

 

- 언제, 어디서 혁명할 텐가.

   매일 해야하지 않겠나. 나의 혁명은 소품의 모습을 띌 것이니 일상이 그 터가 되는 것이 맞지 않겠나. 이를테면 공정한 값을 치르는 커피콩을 주문하고, 고기 대신 두부를 먹고, 800원짜리여도 이미 하나 있다면 사지 않는 식의.

 

- 누구와 혁명할 텐가.

   당신과 하고 싶다.

 

   나의 다짐에 대해 혁명, 그 이름 농락하지 말라며 성낸다면 그것에도 저항해야 할까? 해야 할 것 같다. 그것은 작은 것, 일상의 것으로 시작하고, 모두의 것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읽은 슬라보이 지제크 교수의 글 중 일부로 뒷받침한다.

   ‘우리는 전세계적으로 조율되고 단합된 하나의 거대한 행동이 시작되기를 기다려서는 안 된다. 일단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투쟁들에 온전히 참여한 뒤, 그 투쟁을 다른 투쟁들과 연결시키자. 지구온난화와 투쟁하면서 어산지와 연대하자. 코로나 위기와 투쟁하면서 전지구적 보건의료 체계를 만들어나가자. 인종주의 그리고 성차별주의와 투쟁하면서 경제적인 정의를 이루어나가자.’

 

   가끔 골수 깊은 곳에 공무원의 DNA가 뿌리내린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사무실을 벗어나도 공무원스런 판단을 하고 몸사림을 한다. 자랑스럽기보다 꺼림칙한 이유는 뭘까.

   아무래도 철학자는 내게 지난 책들의 빚 상환 대신 새로운 질문에 대한 답을 원하는 것 같다. 내 업이야 말로 혁명하기 좋은 위치 아니냐고 묻는다. 이라는 혁명 어드밴티지를 손에 쥔지가 언젠데 좀 더 그럴싸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묻는다.

   아직은 기존에서 한 발짝만 비켜서도 못마땅해 하는 공직사회다. 비켜선 한 걸음으로 인류구출의 영웅이 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미안하다. 온갖 감사의 표적이 될 뿐이다. 그러니 일반인으로서도 면서기로서도 소소한 혁명가가 되도록 하겠다. 고도화된 지능범, 부드러운 폭력범인 이데올로기에 맞서 한걸음 투쟁가가 되도록 하겠다.

 

   아, 혁명을 혁명하는 것, 혁명에 저항하는 것 역시 혁명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음을 보탠다.

 

 

아빠에게 덧붙임)

아빠, 나도 이제 어쩔 수 없이 어른이 되어가요. 곧 마흔이니까요. 그러니 사물놀이 걱정은 마세요. 힘 딸려 못해요.

그런데 나 혁명은 앞자리에서 하고 싶어요. 한 번 뿐인 인생 속지 않고 살아가려면 우리는 모두 혁명을 해야만 해요. 매일매일, 있는 그 자리마다. 그러니 저마다 앞자리일 수밖에요. , 가장 앞자리이자 가장 뒷자리이기도 하니 조심해야겠네요. 여차하면 빠져나갈 수 있으니.

여하튼, 이제 나는 앞의 자리에서 나의 아침을 시작하고, 나의 하루를 살피고, 나의 밤을 맞으려 해요. 그러려면 어쩔 수 없이 운동도 해야겠죠. 건강한 사고, 튼튼한 다리, 씩씩한 심장을 위해 운동권이 되어야만 할 거에요. 혁명하는 할머니, 투쟁하는 할머니로 나이 들기 위해서는. 아니, 그렇게 젊기 위해서는.

 

m******6 2020.10.09.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