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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올초까지 나름대로 알아주는 기상 전문가 행세를 했다. 바로 황사 때문이다. 2002년부터 나는 해마다 황사철이 오면 그해 황사에 대한 예측 기사를 썼고, 정말 신비하게 거의 맞추는 이적을 행했다. 때문에 사람들은 ‘황사 전문 기자’라는 모호한 별칭으로 나를 불렀고, 나 역시 조금씩 이상한 기분으로 이 호칭을 수용하곤 했다.
하지만 올 내 황사 예측은 한마디로 ‘개망신’으로 끝났다. 난 올해 초대형의 황사가 올 것으로 예측했다. 그것도 3월말에 하던 예측을 앞당겨 1월말부터 황사가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로 2월초부터 평년보다 한달 이상 빠른 황사가 찾아오면서 내 예측은 올해도 맞는 듯 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었다. 그후로 황사라고 할만한 황사는 찾아오지 않았다. 내 기사를 믿은 사람은 많이 허탈했을 것이다. 물론 나 역시 허탈했다.
내가 황사를 예측하는 가장 큰 기초자료인 황사 근원지의 상태는 사실 황사철이 끝나는 5월초까지도 아주 나빴다. 하지만 황사는 오지 않았다. 다름 아니라 수백년간 그때만 되면 미친듯이 불어오던 편서풍이 불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 기사가 부끄러웠다. 그래서 지인들에게 보내는 편지에 앞으로는 황사를 예측하는 미련한 짓은 하지 않겠노라고 메일을 보냈다. 내가 지금까지 해온 룰이라면 분명히 맞아야 하는데 왜 그럴까를 생각했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이게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 이제 가이아의 분노가 시작되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이아(Gaia)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땅의 여신으로 지구를 하나의 생명체로 봤을 때 부르는 호칭이다. 그녀에게 황사를 불러오는 봄 바람은 위는 춥고, 아래는 더울 때 체온의 균형을 맞추어주는 것 같은 역할을 하던 바람이었다. 이제 그녀는 이런 바람을 포기했다는 것이 말하는 것은 무엇일까.
입으로는 환경을 말하고, 지구의 미래를 말하지만 환경을 생각하는 내 삶의 자세는 형편없다. 나 역시 생활 곳곳에서 에너지를 낭비하는 보통사람들의 생활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를 정말 부끄럽게 하는 한권의 책이 나왔다. 린다 실베르센과 토시 실베르센 모자의 ‘어머니 지구를 살리는 녹색세대’(맥스 간)가 바로 그 책이다. 이들 모자는 뉴멕시코의 시골마을에 살다가 지금은 LA로 이사해 린다는 친환경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고, 토시는 배우로 활동하면서 환경 관련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 가족은 뉴멕시코에 살 때 정말 전기와 수도의 공급이 없어도 살 수 있을 만큼 철저한 친환경적인 삶을 살았다.이런 삶은 전기나 석유를 이용한 문명적 삶에 대한 반역이기도 했지만 자연과 같이하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일로 인해 대도시로 나오지만 그들 가족은 친환경적인 삶에 가장 진지하게 접근하고 실천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은 전반적인 면에서 아주 훌륭한 책이다. ‘지구라는 커다란 녹색 기계’를 통해 지구의 근원적인 체계를 말한 후에는 녹색 식단, 녹색 가정 만들기, 녹색 쇼핑, 녹색 여가, 녹색 교통, 학교와 직업, 실천, 녹색 하루 실천하기 등으로 꾸며져 있다. 책의 내용을 보면 순간순간 나를 부끄럽게 한다.
지구의 환경 문제에서는 화석연료의 고갈이나 사막화 등을 다룬다. 1940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분노의 포도’가 오클라호마 주 농부들의 지나친 방목과 경작 그리고 가뭄으로 표층토를 잃게 되어 하룻밤에 농장이 모두 먼지로 변했다는 대목에서는 호기심과 더불어 공감까지 불러 일으킨다.
녹색 식단 부분에서는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이 오는 과정에서 소모된 에너지까지 체크하라는 말이 인상적이다. 즉 내 밥상에 올라온 음식이 먼 지역에서 온 거라면 가까운 지방에서 온 것보다는 에너지 소모가 많다는 뜻인데, 공감하는 면이 크다. 그녀는 미국 저녁에 올라온 음식은 평균 2400킬로미터 이상을 이동한 것이라고 적었다. 음식은 우리가 접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것인데, 그 특성들도 잘 설명한다. 또 복숭아, 딸기, 사과처럼 농약을 많이 치는 음식에 대한 경계도 지적한다. 생활에서도 목욕하는 숫자를 생각하고, 샤워시의 물 낭비 등도 지적하고, 그 개선 방법들도 제시한다.
또 옷에 숨어 있는 녹색 요소에서 설명하는 유기농 면이나 향균 효과가 있는 대마 등도 좋은 정보들이다. 또 생활에서의 지혜도 많이 전달하는 데 사람들이 물건을 교환하는 ‘공짜 시장’ 등도 역설하는데,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아름다운 가게’ 등을 통해 실현되고 있기 때문에 반갑다.
여행사를 하는 입장에서도 이 책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녹색 해외여행’에서는 에너지 소비가 많은 비행기를 타는 것을 시작해 호텔 등 에너지 낭비가 많은 여행을 좀더 친환경적으로 만드는 노하우를 설명한다. 물론 이런 흐름은 이미 우리나라에도 나온 ‘공정여행’을 통해 구현되고 있기도 하다.
좀 충격적인 이야기도 있다. 187페이지 ‘전기자동차’편에서 저자는 미국이 1990년에 완전 상용화가 가능한 전기자동차가 출시됐지만 정유회사들의 로비에 밀려서 사라졌다는 주장을 폈다. 이게 사실이라면 정유회사의 탐욕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녹색 실천’에서는 나무 심기를 비롯해 타이어 빵빵 채우기(연료 절약) 등 다양한 녹색생활의 실천 요강들이 있다. 다음장인 ‘녹색 하루 실천하기’에는 더 상세하게 친환경적인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설명하는 친절도 보인다.
책은 몇군데서 150년전 헨리 소로우의 “아무리 좋은 집이 있어도 지구가 건강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라는 말을 인용한다. 책의 구성도 독자들에게 편하다. 각 챕터의 끝에는 ‘톱키’라는 공간을 만들어서 그 장에서 역설한 이야기들을 간략하게 보여준다. 또 채식주의자인 배우 ‘다릴 해나’처럼 친환경적인 배우들도 소개하는데, 친근한 느낌이다.
어떻든 나는 이 실천적인 모자를 통해 너무 많은 것을 배웠다. 집으로 돌아가 아내와 아이에게도 책을 읽게 하고, 그들이 제시한 하나하나의 실천해야고 다짐했다. 우선은 내가 책임지는 회사에 ‘공정여행’의 이미지를 강화시킬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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