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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람이 살면서 제 주제를 알아서 그에 맞춰 살기가 쉬울까? 어찌 되었든 제가 가진 것보다 더 잘 살고 싶고, 더 좋은 사람과 같이 살고 싶은데... 어느 누군들 더 높이 날고 싶지 않을까? 그런 자리를 못 잡았을 뿐...
예쁘고 돈 많은 집의 아가씨에게 장가들고 싶고, 멋있고 잘났거나 좋은 자리를 잡은 사내한테 시집가고 싶지 않을까? 어떤 쪽이든 누구나 제가 가진 모습보다 더 높이 날려는 꿈은 갖고 있다.
김기영 감독이 1960년에 만든 흑백 영화 <하녀 The Housemaid>는 제 주제를 모르고 사랑을 바라던 이의 아픔과,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서 끝까지 엉뚱한 모습으로 남게 되는 사내의 모습을 잘 담았다.
게다가 끝무렵의 비틀림은 1960년에 만들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놀랍다.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1999년에 만든 <식스 센스 The Sixth Sense>나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이 2002년에 만든 <팜므 파탈 Femme Fatale>에 뒤지지 않는다.
2. 한 방에서 아내(주증녀)는 재봉틀을 돌리면서 바느질을 하고, 아이들은 판 위에서 공부를 하고, 옆지기인 동식(김진규)은 피아노를 치면서 가르치는 집... 1960년대에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었으리라. 이 집은 피아노가 있다는 것만 다를 뿐...
동식은 방직공장의 음악 동아리들에게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를 가르쳐주는 벌이를 하고, 아내는 바느질로 돈을 번다. 아직 낫지 않아 다리가 아픈 딸 애순이 있어 조금 걸리지만 아들도 있고... 모자란 게 그리 없는 집이다. 이들이 꿈을 꾼다. '돈을 빨리 모아 번듯한 2층 집에서 살아야지...'
방직공장에 다니는 조경희(엄앵란)한테 피아노를 가르쳐 동식이 돈을 더 벌고, 아내는 아이를 가져 몸이 무거운 데도 텔리비전을 사려고 밤낮없이 바느질에 매달린다. 이 집은 단칸 방에서 2층집으로, 텔리비전이 있는 집으로...한 계단씩 올라가려고 애를 쓴다.
공장에는 동식을 좋아하는 아가씨들이 많다. 조경희도 그 가운데 하나다. "선생님의 사랑 한 조각만 얻어도 좋겠어요..." 하며 매달리는 조경희를 동식은 내친다. "직공 하나 때문에 잘못 되어 네 식구가 밥을 굶을 수는 없어..."
동식의 피붙이들이 2층집에 살게 되었을 때는 더 나은 모습을 꿈꾼다. '애순이 다리만 다 나으면 우리가 가장 행복한 집이야...'
3. 아내가 힘들어하는 모습에 동식은 집에 하녀(이은심)를 들인다. 하녀의 꿈은 무엇일까? 일해주고 밥이나 얻어먹으면 끝일까? '누군들 처음부터 이런 2층집에 살았을까, 나도 한 번 안방마님으로 살아봐...'
하녀는 제 꿈을 이루고자 동식을 꼬시고, 동식은 아내가 쉬러 친정에 간 틈을 타서 눈이 멀어버린다. 한 번의 잘못은 쌓아놓은 공든 탑을 무너뜨리기에 모자람이 없다.
부엌데기 하녀를 벗어나 이젠 어엿한 둘째 마님으로 첩살이를 하려는 하녀... 옆지기가 한 짓이 이웃에게 알려질까봐 하녀가 하자는대로 2층 하녀 방에서 옆지기를 자도록 하는 아내... 잘못 놀린 아랫도리 탓에 꼼짝을 못하며 살아야 하는 동식은 한 순간에 무너진다.
괴로운 마음에 술을 마시고 택시를 탄 동식은 묻는 기사한테 말한다."어디든 지구 밖으로 빨리 가..." 쥐를 잡으려고 찬장에 둔 쥐약 때문에 엉뚱한 사람이 죽고, 행복했던 집이 어느듯 몹쓸 집이 되어버렸다.
보란듯이 살아보겠다며 엉뚱한 생각을 한 하녀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삶에 몸부림을 치면서 외친다. "남편은 나한테 씨를 뿌리고, 그 아내는 밴 아이를 떼어내려 하고...제 아이는 낳고, 내 아이는 죽이고..."
4. 2층집에 살려고, 텔리비전을 장만하려고 힘든 일을 하면서도 돈을 벌어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나, 제 집이 무너질까 무서워 제 옆지기마저 하녀 방에 넣어주는 아내의 속내를 보여주는 모습 따위는, 1960년대나 이제나 다를 바가 없다. 속이 어떻든 남보란듯이 번듯하게 살고픈 마음은 어느 때나 같다.
침을 질질 흘리며 꾸는 달콤한 꿈도 있지만, 가위에 눌려 괴로워하는 씁쓸하고 무서운 꿈도 있다. 이 영화는 한여름 밤의 꿈이었으면 좋겠지만 내 삶이라면 꾸고 싶지 않은 나쁜 꿈이다.
요즈음 텔리비전에 나오는 모습과 180도 다르게 개미 허리의 날씬한 몸을 보여주는 엄앵란씨의 모습이나, 짖궂게 누이를 골리고 하녀를 막 부리는 아들 창신으로 나온 안성기씨의 어린 모습도 보기에 좋다.
동식을 놓고 아가씨들이 짝사랑하는 모습을 볼 때면 멜로 드래머를 보는 듯하는데, 동식한테 으름장을 놓는 하녀 이야기로 넘어가면서 쥐약이 나오면 어느듯 스릴러로 넘어가면서 가슴을 졸이게 된다. 1층과 2층을 오가면서 벌어지는 일들...어찌 보면 <박쥐>를 보는 듯 하기도 하고...
다른나라 사람들이야 그냥 두고볼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보기에는 마음에 와닿지 않은 구석이 많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인 1960년에 아궁이에 불을 때지 않고 서서 밥을 지을 수 있는 집이 몇이 있었을까? 게다가 방마다 침대가 있고, 2층 집에다, 전기 밥솥, 접시 위에 담은 카레 라이스를 해먹는 집... 이건 우리네 집이 아니라 서양 사람들의 집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다.
5. 불을 보고 제 죽을 줄 모르고 덤벼드는 불나방처럼, 사람들도 앞뒤를 재지 않고 뛰어들다가 불에 덴다. 불에 데더라도 더 오르고 싶은 사람들의 바람을 담아 끝날 때까지 가슴을 졸이게 만드는 감독의 솜씨는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1001편>에 오른 우리나라 영화 두 편 가운데 하나에 뽑히게 만들었다.
오래된 영화를 디지털로 다시 되살린 영화이지만, 곳곳에서 아직 화면이 깨끗하지 못하다. 그나마 이렇게라도 볼만한 영화로 되살린 것만도 고마워 해야 하나... 만든 곳으로 '김기영 푸로덕슌'이라 쓴 것을 보고는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보너스도 들어있다. 새로 되살린 영화와 되살리기 전의 영화를 견주어서 보여주고,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를 만든 봉준호 감독과 김영진 영화평론가가 같이 영화를 보면서 김기영 감독과 영화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어 좋다. 그런데 이왕이면 예고편도 모아서 같이 넣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예고편은 없다.
경북 김천에서 일어났던 하녀와 집 임자의 불장난에서 비롯된 이야기를 신문에서 빌려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관에 걸렸을 때 안방마님들은 하녀를 가리키며 "저년, 죽여라..." 했다고 하며, 하녀들은 같은 처지인 하녀를 감쌌다고 한다. 누구를 탓하랴, 잘못이라면 꿈을 잘못 꾼 것일 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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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김기영 출연 - 김진규, 주증녀, 이은심, 엄앵란, 안성기
포스터를 보자마자 뭔가 스릴러 같다는 기운이 느껴졌다. 거기다 제목은 ‘하녀’! 오오, 설마 이것은 하녀와 주인님 그리고 주인마님의 삼각관계! 잠깐만 그러면 안성기씨는? 엄앵란씨는? 그러면 5각 관계? 설마 1960년대, 그것도 한국에서 그런 구도가? 순간 당황했다. 이런 앞서나가는 영화라니! 그렇지만 실망스럽게도 안성기씨는 통통한 볼을 가진 주인집의 귀여운 어린 아들로 나온다.
공장에서 여직원들에게 음악을 가르치고 피아노 레슨이 직업인 선생님. 병약한 부인, 다리가 불편한 딸 그리고 개구쟁이 아들. 이 네 식구가 사는 집에 하녀가 하나 들어온다. 공장에서 추천을 받은 여자로, 몸이 아픈 부인을 대신해서 집안일을 하기 위해 고용한 것이다. 선생님은 무척이나 인기가 많은 남자이다. 공장의 여직원들에게서는 인기 만점으로, 엄앵란도 그를 흠모하는 사람 중의 한 명이다. 그녀가 하녀로 추천한 사람이 바로 이은심.
이미 자신에게 러브레터를 보낸 여직원을 퇴사하게 한 전적이 있는 남주인공. 어느 날 그 여직원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괴로워하다가, 하녀인 이은심과 그만 관계를 갖는다. 그것도 하필 비 오는 날에. 그리고 그 날 이후, 그녀는 그를 ‘여보’ 라고 부르며 부인 행세를 한다. 설상가상으로 남주인공의 아기를 가졌다는 충격적인 고백까지. 그 때부터 적대감과 살기를 품은 사람들의 묘한 동거가 시작되는데……. 영화 내내 나오는 곳은 주인공의 집이다. 1층은 부인의 공간이고 2층은 하녀의 공간, 그리고 그 둘을 연결하는 것은 계단과 피아노 소리였다. 특히 계단은 의미심장한 곳이었다. 이 집에서 사람이 죽어나가는 곳이 바로 계단이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양립할 수 없는 두 세계를 보여주는 1층과 2층의 유일한 통로이다. 양립할 수 없었기에 사고가 생기는 것일까? 보는 내내 부인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식을 위해서라지만, 그녀의 행동은 비굴할 정도였다. ‘머리끄덩이라도 잡고 싸워야지, 이 아줌마야! 한복 곱게 차려입고 재봉질이나 하고 있을 때야? 교양 예의범절 따위는 내팽개치라고! 이런 상황에서 고고해봤자 무슨 소용이야!’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그렇지만 뭐, 1960년대니까 지금의 기준으로 생각하면……. 여자도 경제적인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사람들의 말에 공감했다. 이혼하고 나면 애들과 먹고 살 길이 막막하니, 남편이 첩질을 하건 하녀가 주인마님 행세를 하건 꾹 참아야 하니 말이다. 남주인공도 뭐. 이런 스토리의 영화에서는 당연히 욕을 먹기 마련이다. 부인이 아파서 그동안 쌓인 것이 많았나? 그래서 젊은 여자가 옷 훌렁 벗고 달려드니까 아주 그냥……. 감당하지도 못할 일을 해놓고는, 일처리도 못하고 쩔쩔매는 모습이 참으로 한심했다. 그러니까 사고치기 전에 생각을 다시 해봤어야지. 할 때는 좋았겠지. 욕만 나왔다.
하녀는 그냥 무서웠다. 눈만 뜨고 있어도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녀가 진정으로 그를 사랑했는지, 아니면 후처자리라도 꿰차서 팔자 고치려고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그냥 하룻밤 꿈으로 끝내고 싶었는데, 남자 하는 꼬락서니가 괘씸해서 더 그랬을 수도 있을 것이다. 영화에서는 애들만 불쌍했다. 특히 어린 아들.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 예전 영화를 보면 느끼는 것이지만 목소리 톤이 참으로 낯설다. 그래서 진지하게 몰입해서 봐야하는 그런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픽'하고 나올 때가 있어서 참으로 난감하다. 이 영화도 그랬다. 아직 내공이 모자란 듯하다.영화가 좀 길었다. 앞부분과 중간에 조금씩 압축해도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살포시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이 좀……. 이건 뭐지?하는 기분이 들었다. ps. 메이드라는 존재에 대해 이상한 환상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보여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들이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으로 보는 그런 베이글녀에 앞치마한 메이드가 아니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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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 '김기영' 감독의 영화를 많이는 만나보지 못했다. 아니 제목만을 들어서 알고 있고, 워낙 유명한 영화들이라 그 내용들은 '글'로 만나보았지만, 그분의 활 동했던 시기가 나와는 조금은 차이가 있기에, 그리고 우리의 환경이 오래된 영화들 의 보존이 잘 되어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만나기도 어려운 환경이기에 사실 만날 기회조차도 그다지 없었다. 가끔 EBS에서 심야에 하는 우리나라의 예전 영화들을 만날 때면 깜짝 깜짝 놀라게 된다. 그것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고, 훨씬 많은 영화가 만들어지고 흥행을 했었다는 것이다. 어쩌면 지금이 우리나라 영화의 전성기라고 이야기하지만 다시 생각하면 지금만큼, 혹은 더 우리나라 영화의 전성 기는 그 시절이 아니었을까 생각할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김기영' 감 독의 영화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고, 또한 그의 작품 '하녀'는 독특한 매력으로 우 리나라 영화의 또 다른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녀'는 무척이나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사실 오래전에 만들어진 영화를 볼 때면 조금은 지금과는 다른 화면과 약간은 어색하게 느껴지는 연기들까지... 하지만 그 럼에도 고전이라고 부를 수 있는 작품들이 갖고 있는 매력을 '하녀'도 그 속에 가 득 담고 있었다. 조금은 연극처럼 보이는 연기들과 대사들까지도 '하녀'라는 영화 의 메세지를 더욱더 잘 전해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올해 만들어진 전도연 주연의 '하녀'와는 다른 모습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전도 연의 '하녀'는 전도연이 연기하는 '은이'가 돈을 가진 자들이라는 사회적 강자들에 게 일방적으로 당하는 피해자로 등장해 마지막에는 스스로가 할 수 있는 가장 극단 적인 방법으로 그들에게 복수를 하는 이야기라면, 김기영 감독의 이 원작인 '하 녀'에서는 특별히 이름도 불리지 못하는 '하녀'가 모든 사건의 중심에서 사실상 한 가정을 파괴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것은 어쩔 수 없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서 감독이 중심을 두는 방점과 사람들 사이의 폭력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달라지 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렇게 사회적으로 계급이 나누어지고 그 변화 의 가능성이 없어져가는 지금의 상황이기에 가해자였던 '하녀'가 피해자인 '하 녀'가 되어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은 영화의 배경이 부자집이었던 2010 년의 '하녀'와 오랫동안 노력해서 겨우 자기의 집을 갖게 된 1960년의 '하녀'의 가 장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 '하녀'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하 녀'로 나오는 '이은심'이라는 배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첫등장에서부터 이 영 화가 스릴러 물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느끼게 만들어주는 그녀는 이 영 화를 관통하는 모든 것을 가장 매력적으로 모두의 시선을 놓치지 않고 잡아주는 역 할을 너무나도 잘해낸다. 그녀의 작품이 몇작품 없다는 것과 그리고 그녀의 다른 작품을 만나볼 기회가 우리에게는 별로 없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고전은 고전이라고 불리울 수 있는 힘과 매력을 갖고 있다. 그러한 고전의 매력과 힘을 너무나도 분명하게 전해주는 '하녀'는 분명 지금 다시 한 번 만나보아야 할 영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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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정확히 50년전 1960년에 나왔던 故 김기영 감독의 <하녀>.. 내가 태어나기 한참전에 만들어진 이 영화가 지금 2010년 임상수 감독이 연출한 <하녀>때문에 다시 유명해지고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원작이 더 낫대.. 원작이 더 걸작이래.. 에이 그래도 50년전 작품인데 옛날 영화가 재미있겠어.. 대사도 이상하고 연기도 이상할꺼야.. 그런데, 원작은 지금보다 더 그로테스크하고 당시로써도 문제작이었대..' 등 이렇게 21세기형 '하녀'를 만나고서 나오는 원작에 대한 억측과 기대치가 난무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