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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낯익은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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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된지 꽤 된 책인데, 왜 이제서야 보게 된 것일까. 나는 몰라서 못 본 것이었지만 다른 분들은 읽고도 리뷰를 안 써 주신 것 뿐이었을까. 책이 너무 좋아 함부로 말 못한 탓인가. 그것도 아니면 만만치 않은 두께(450쪽)와 만만치 않은 책값 때문에 부담을 가진 탓인가. 별 도움도 안 되는 상상으로 이 책을 읽지 못했던 마음을 변명했다.   낙동강이 발원되는 지점에서 낙동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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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된지 꽤 된 책인데, 왜 이제서야 보게 된 것일까. 나는 몰라서 못 본 것이었지만 다른 분들은 읽고도 리뷰를 안 써 주신 것 뿐이었을까. 책이 너무 좋아 함부로 말 못한 탓인가. 그것도 아니면 만만치 않은 두께(450쪽)와 만만치 않은 책값 때문에 부담을 가진 탓인가. 별 도움도 안 되는 상상으로 이 책을 읽지 못했던 마음을 변명했다.

 

낙동강이 발원되는 지점에서 낙동강이 끝나는 남해 바다까지 걸어서 다닌 여정을 글과 사진으로 옮겨 놓은 책이다. 이 책을 읽고 있으니 내가 낙동강과 함께 살아온 것도 알겠다. 남강가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지금도 살고 있으니, 또한 시댁이 낙동강 발원 지점 가까이에 있으니 내 삶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낙동강과 함께 이어지리라.

 

작가가 걸어서 지나온 길 가운데에는 지금도 내가 차를 타고 다니면서 오가는 길이 있었다. 차를 중심으로 닦은 길이니 걷기에는 마땅치 않아도 차를 타고 다니는 데는 불편함이 없다. 자꾸만 대운하 문제가 걸렸다. 대운하 같은 정책 대신에 낙동강을 따라 사람들이 걸어서 혹은 자전거로 다닐 수 있는 길을 닦아 주는 게 훨씬 나은 정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꾸만 내 부족한 머리를 떠나지 않는 것이었다. 

 

낙동강 발원 지점부터 부산 앞바다까지 가족 단위로, 혹은 친구들끼리, 그것도 아니라면 혼자서 걸어서 지나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는 일, 낙동강변의 많은 유적과 자연경관을 감상하면서 우리 국토를 온 몸으로 체험하게 해 주는 일, 동네에 살고 계시는 멋쟁이 할머니와 할아버지들께서 운영하시는 예쁘고 소박한 찻집이나 간이국수집이라도 띄엄띄엄 있으면 더 좋으리라. 기름값도 비싼데 차가 다니는 고속도로만 자꾸 넓힐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걸어서 만날 수 있는 길을 닦는 것이 더 좋겠다고 생각해 주는 힘 있는 사람이 정말 없는 것일까.

 

이 책을 읽으면 작가의 역량에 놀랍다가 감탄하다가 부끄러워졌다가 어쩌면 이렇게도 아는 게 많은지 부러웠다가 하는 마음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게 된다. 역사, 문학, 지리, 문화재, 개인의 사색에 이르기까지 낙동강과 관련된 무수한 배경 지식들을 어떻게 이렇게도 잘 모아 놓았는지. 구비구비 낙동강 곳곳의 사진들은 어찌 그리도 아늑하고 정다운지. 기운만 있다면, 걷기에 조금만 길이 좋다고만 한다면 따라 나서고 싶을 지경이었다.    

 

몸으로 체험하여 얻은 지식이 아니라면 제대로 얻은 지식이 될 수 없다는 책 속 어느 구절이 생각난다. 이 책이 내게 더 절실하게 다가올 수 있었던 것도 어쩌면 내가 낙동강가에서 살아오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내게 낙동강은 한강이나 멀리 두만강이나 미시시피강이나 나일강과는 다른 강인 것이다. 어려서부터 지금까지의 내 삶 어느 지점과 올올이 연결되어 있는 강이다.

 

누구에게나 자신과 연결된 강이 하나는 있을 듯하다. 그게 금강이든지 영산강이든지 섬진강이든지 이름만 다를 뿐, 우리 국토 안에서는. 진정으로 강을 아끼고 보존하는 것이 어떠해야 하는 것인지, 나는 이 책을 대운하 건설을 찬성하는 사람들에게 꼭 권하고 싶다.(물론 그들은 더더욱 안 읽으려고 하겠지만-더 이상 무식하면서 용감한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없어졌으면 좋겠다. 나처럼 모르면 무턱대고 행동하지나 말든지)

YES마니아 : 로얄 j***6 2008.05.29. 신고 공감 0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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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리 낙동강 길을 걸어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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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하면 생각나는 곳이 청량산 앞이다. 청량산에서 낙동강 건너편에 조상들의 묘소가 있어서 자주 간다. 처음에는 온혜리에서 포장이 되지 않아서 차를 가지고 가기는 쉽지 않았다. 가끔은 사람들이 내려야 갈 수 있었다. 사람의 몸무게로 차가 내려앉아 움직이지 못했던 것이다.   이제는 그 길도 포장이 되어 제한속도를 지키지 못할 정도로 빨리 간다. 그러면서 가장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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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하면 생각나는 곳이 청량산 앞이다. 청량산에서 낙동강 건너편에 조상들의 묘소가 있어서 자주 간다. 처음에는 온혜리에서 포장이 되지 않아서 차를 가지고 가기는 쉽지 않았다. 가끔은 사람들이 내려야 갈 수 있었다. 사람의 몸무게로 차가 내려앉아 움직이지 못했던 것이다.

 

이제는 그 길도 포장이 되어 제한속도를 지키지 못할 정도로 빨리 간다. 그러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강을 끼고 가는 길이다. 이 책에서는 청량산 자락을 흘러가는 낙동강이라는 제목으로 되어 있다. 저자가 말하는 사과는 조상들의 묘소 옆에도 많다.

 

그렇게 자주 가도 청량산 정상을 가보지 못했다. 언젠가는 날을 잡아서 올라가 보아야겠다. 낙동강을 다니면서 낙동강을 제대로 모르는 것처럼 청량산 입구에 자주 갔어도 청량산을 제대로 가보지 못했다. 그래도 늘 떠오르는 것은 청량산 입구의 강가에 있는 절벽이다.

 

저자는 태백에서 시작하여 낙동강의 하구까지 걷는다. 그 여정이 1천 3백리다. 어떤 곳에서는 걸을 수가 없어서 물로 들어가고, 산을 넘기도 한다. 그것도 혼자서 걷는다. 아무나 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길이 없어 터널을 지나는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 고행이 좋은 결실을 맺게 한 것이다.

 

누구나 당연히 있는 것으로 보는 자연. 그 중에서도 강을 그 가까이 가서 걷는다. 그러다가 강 옆에 문화재와 같은 것이 있으면 잘 소개하고 있다. 청량산을 소개하듯이 말이다. 배울 것이 많은 책이다.

 

강물

 

무작정

앞만 보고 가지 마라.

절벽에 막힌 강물은

뒤로 돌아 전진한다.

 

조급히

서두르지 마라.

폭포 속의 격류도

소에선 쉴 줄을 안다.

 

무심한 강물이 영원에 이른다.

텅 빈 마음이 충만에 이른다(오세영 시 37-38쪽).

 

낙동강

 

저물녘 나는 낙동강에 나가

보았다. 흰 옷자락 할아버지의 뒷모습을

오래오래 정든 하늘과 물소리도 따라가고 있었다.

그때 강은

눈 앞에만 흐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비로소

내 이마 위로도 소리 없이 흐르는 것을 알았다.

어릴 적의 신열처럼 뜨겁게,

어둠이 강의 끝 부분을 지우면서

내가 서 있는 자리까지 번져오고 있었다.

없는 것이 너무 많아서

아버지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시고

낡은 목선을 손질하다가 어느 날

아버지는 내게 그물 한 장을 주셨다.

 

그러나 그물을 빠져 달아난 한 뼘 미끄러운 힘으로

지느러미 흔들며 헤엄치는 은어떼들

나는 놓치고, 내 살아온 만큼 저물어가는

외로운 세상의 강변에서

문득 피가 따뜻해지는 손을 펼치면

 

빈 손바닥에 살아 출렁이는 강물

아아 나는 아버지가 모랫벌에 찍어놓은

발자국이었다. 홀로 서서 생각했을 때

내 눈물 웅얼웅얼 모두 모여 흐르는 낙동강

그 맑은 마지막 물빛으로 남아 타오르고 싶었다(안도현 시 170-171쪽).

7*****0 2009.03.0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