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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처럼 읽는다. 모르면 모르는 채로 알면 반갑게. 그렇게 시를 읽는다. 읽다 보면 또 읽고 또 읽어도 잘 모르겠다 싶은 글들도 많고 한번 읽었는데도 너무 좋아서 세, 네 번 읽은 시들도 많다.
안도현 작가는 ‘안도현의 노트에 베끼고 싶은 시’ 때문에 엄청 愛정하게 되었는데,
이 ‘안도현의 노트에 베끼고 싶은 시’라는 책은 본인의 시를 포함해 좋았던 시들을 묶어 놓은 시집이다.
일을 그만두고 충분히 자고 먹고 책만 읽어서 그랬던가. 그 때 그 시들이, 그 시집이 왜 이렇게 좋았는지 지금도 확실히 기억은 안 난다.
그저 좋아했다는 느낌만 있을 뿐. 그런데 그 여파가 깊어 안도현 작가의 시집은, 안도현 작가님이 썼던 안 썼던 ‘안도현’만 보이면 집어 든다.
아, '그대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중에서 아쉬웠던게 있는데, 시 옆에 편집자의 글인지 글들이 있는데 차라리 없었으면 했다. 해설도 아닌 것이 누군가의 느낌을 그냥 적어놓은 듯 한데 그게 참 오글오글.
여하튼 2003년에 출판되어 현재는 절판 된 책이라니. 왠지 모를 씁쓸한 맛이-
땅 끝에서 박균수
아직도 너에게선 긴 긴 바람이 불고 꿈자리마다 쉼 없이 나부끼는 해초 같은 머리칼 눈감아 지나버린 그날의 네 손 밀물처럼 다시 잡았다 썰물처럼 놓으며 나는 더 이상 나를 죽이지 않기로 했다 아직 살아 파닥거리는 기억을 물고 날아가는 갈매기 고통의 지층을 파도에게 보이고 선 해안 절벽 바위 틈새엔 다시 잎 푸른 잡초가 한 줌 모래에 의지해 서고 바다와 하늘을 갈라놓는 금을 보며 나는 더 이상 상처 위에 덧난 사랑에 소용돌이치지 않기로 했다
실연을 당한 친구에게 문득 이 문장들만 보내주고 싶어진다. 눈감아 지나버린 그날의 네 손. 밀물처럼 다시 잡았다 썰물처럼 놓으며 나는 더 이상 나를 죽이지 않기로 했다.
목련 안도현
징하다, 목련 만개한 것 바라보는 일
이 세상에 와서 여자들과 나눈 사랑이라는 것 중에 두근거리지 않은 것은 사랑이 아니었으니
두 눈이 퉁퉁 부은 애인을 울지 말아라
절반쯤만, 우리 가진 것 절반쯤만 열어놓고 우리는 여기 머무를 일이다
흐득흐득 세월은 가는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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