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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은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로 17세에 데뷔한 오쓰이치가 두 번째로(문고판 기준 2001년) 발표한 단편집입니다. 원제는 수록작 중 한 편인 ‘천제요호(天帝妖狐)’인데, 한국 독자에겐 좀 어렵고 낯선 제목이라 그런지 수록작들을 관통하는 개념인 ‘베일’이라는 제목을, 그리고 ‘저 너머, 바라보아서는 안 될 그것’이라는 특이한 부제를 붙인 것 같습니다. 각각 100페이지 안팎인 두 개의 단편이 수록됐는데, ‘천제요호’는 오쓰이치가 야마시로 아사코라는 필명으로 낸 ‘이즈미 로안 시리즈’에서 맛봤던 특유의 기괴하면서도 서글픔이 배어있는 호러물이고, ‘A MASKED BALL’은 고등학교 화장실에 적힌 의문의 낙서에서 시작되는 도시괴담에 가까운 미스터리입니다. ①천제요호 친구도 형제도 없이 외롭게 지내던 11살 소년 야기는 홀로 코쿠리상(일종의 초혼술, 한국의 ‘분신사바’와 유사한 놀이)을 하던 중 사나에라는 귀신과 소통하게 됩니다. 어느 날 친구의 죽음을 목격한 야기는 말할 수 없는 공포에 휩싸이는데, 그 순간 사나에는 야기의 귀가 솔깃할 만한 달콤한 제안을 건네옵니다. “그럼 내 아이가 돼. 그러면 영원한 생명을 줄게. 몸을 나에게 넘겨. 대신 더 튼튼한 몸을 줄게. 그러면 너는 나이도 먹지 않고 영원히 살 수 있을 거야.” ②A MASKED BALL 교내 외딴 화장실을 흡연실로 애용하던 우에무라는 어느 날 “낙서하지 말라”는, 정자체로 쓰인 이상한 낙서를 발견합니다. 낙서를 금지하는 그 낙서 옆에 다른 학생들이 댓글처럼 낙서를 적으면서 화장실은 서로 누군지 모르는 학생들끼리 낙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공간으로 변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정자체’는 교칙을 어기거나 무례한 짓을 벌이는 자를 ‘배제’하겠다는 낙서를 남겼고, 실제로 그 ‘배제’는 무자비한 방법으로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이 학교에는 깡통이 너무 많다.” “학교에는 질서를. 그것이 나의 흔들리지 않는 바람.” “새로운 죄가 발각. 나는 OOO를 학교에서 배제할 것이다.” ![]() 오쓰이치가 20대 초반에 발표한 초기작이지만, 두 작품 모두 이후에 출간된 그의 명품들에 깃든 매력과 미덕을 품고 있습니다. 특히 ‘천제요호’는 오쓰이치의 여러 경향 가운데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코드들(한마디로 요약하면 ‘애틋한 호러’)로 채워져 있는데다 영상물에 더없이 잘 어울리는 이야기라 더욱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100여 페이지에 불과한 분량이지만 그 몇 배의 묵직함과 공포와 여운을 맛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도시괴담과 진범 찾기 미스터리가 뒤섞인 ‘A MASKED BALL’은 오쓰이치의 으스스한 장난끼가 잘 배어있어서, 가볍게 읽히면서도 내내 서늘함을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베일’에 대해 더 알아보기 위해 일본 위키피디아를 검색해보니 오쓰이치는 최근까지도 활발하게 작품을 내고 있었습니다. (2024년 9월 ‘大樹館の幻想’ 출간) 하지만 그에 비해 한국 출간소식은 (여러 필명을 통틀어도) 너무 빈약하고 뜸해서 저 같은 팬들에겐 그저 아쉬울 수밖에 없습니다. 개인적인 바람이라면 오쓰이치의 작품이든 야마시로 아사코의 작품이든 2025년에 한 편쯤은 꼭 출간됐으면 하는 건데, 그리 낙관적이진 않지만 그래도 기대를 걸어보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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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츠이치'라는 이 작가는 독특한 이야기를 펼쳐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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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생소하고 익숙하지 않은 문체라 첫번째 이야기는 상당히 긴장하면서 읽었다. 때문에 소설의 재미를 만끽하지 못했는데, 두번째 이야기는 비교적 가벼운 터치로 진행되어서 편하게 즐길수 있었다. 아예 순서를 바꿔서 진행이 되었다면 두편의 이야기 모두 깊이 있게 즐길수 있었을 텐데 아쉽단 생각이 든다. 어찌 되었든 화장실 낙서 이야기로 진행되는 두번째 이야기는 미스터리 느낌이 나서 좋았다. 범임을 중간에 눈치 채서 살짝 김이 새기도 했지만, 주인공의 활약이 눈부셔서 용서하기로 한다. 게다가 범인의 강박적인 행동의 묘사도 인상깊어서 독특한 범인 상으로 기억될 듯 하다. 청결과 법규준수를 이렇게나 엄정하게 지키려들고, 심판하려 드는 인물이 과연 실존할수 있을지......너무도 가혹한 잣대로 매사 들어맞게 재단하려 드는 범임의 폭력적인 모습이 광기어려 보여서 무시무시 했다. 암튼 살짝 불량기가 있는 듯 하면서도, 의외로 영리한 주인공의 활약으로 사건이 해결되고,큰 문제없이 마무리 되어서 깔끔한 결말을 보인 게 맘에 들었다.
첫번째 작품은 솔직히 언급하기가 좀 두렵다. 손가락 뼈를 하나하나 부수면서 즐길수있는 폭력의 경지를 나는 상상할수조차 없다. 울컥 화가 치밀어 오를때면 죽여 버리고 싶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실질적인 방법에대해서는 막연하기만 할뿐인 나로써는 날것 느낌으로의 폭력을 생생하게 접하면 얼어붙어 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고문에 가까운 인체훼손이 자행되는 폭력은 생각의 범위에서 벗어나 버리고 만다. 주인공이 스스로 인간이 아닌 존재가 되었다고 느껴버릴만큼 무시무시하고, 가혹한 폭력과 그것을 즐길수 있는 마음이란 것이 혹 동물이라고 해서 과연 존재할수 있을지 이런 저런 생각에 빠져 버렸다. 동물도 정글에서 자신의 허기를 채울 요량으로 최소한의 사냥만을 할뿐 그 이상의 살육은 하지 않을 터...... 그것을 유희로 즐길 수는 없다고 본다. 상당히 하드보일드한 작가의 문체에 새삼 충격과 경악과 무서움을 느꼈다. 정말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는 작가란 생각이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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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츠이치 몰라요? 오츠이치를 알았다면 당신의 여름이 조금은 서늘해졌을텐데.
AM 1:24 방에 불을 키고 그것도 모잘라 스탠드를 밝히고 컴퓨터 앞에 앉았음에도 스산함이 몸을 감싸고 내 머리카락 그림자에 흠칫 놀라고 온 몸에 돋는 소름을 쓸어내리지도 못하고 등 뒤만 의식한다. 마치 뒤에 눈이 없어 안타까운 사람처럼 등 뒤에 있을 모든 신경을 세우고 서서히 뒤를 돌아본다.
- 없다.
안심하고 숨을 내쉬는 등을 돌리는 순간. 사람의 손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손이 내 어깨를 건드린다. 이런 상상만으로 또 뒤를 돌아보고 마는 것이다. 아무도 없는 공간을. 아무도 없어서 안심했음에도 아무도 없기에 불안해진다. 거기, 정말 아무도 없어요?
후우- 누군가가 없음에서 오는 안도감과 섬뜩함은 아무리 스스로에게 괜찮다고 말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것은 왜일까? 마치 누군가가 그곳에 있었다면 없음에서 오는 불안에 밤을 떨지 않았을까? 커튼 밖 창문은 깜깜한 어둠이고 내 방은 환한 빛임에도 왜 커튼 사이에는 깜깜함도 밝음도 존재하지 않는 전혀 다른 세계가 있는 듯할까? 아주 아주 깊은 어둠일 것 같은 심연의 색을 닮은 듯한 세계.
당신은 커튼 속, 베일 속 그 속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용기가 있는 편? 혹은 없는 편? 당신이 내린 답에 펼쳐질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나요? 그 이야기를 들려 줄 책이 바로 이 책이죠!
오츠이치, 내 주변의 공기의 온도를 5도 낮출 수 있는 작가. 겁이 많음에도 이불로 꽁꽁 뒤집어 썼음에도 살짝 눈을 떠서 전설의 고향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내게 오츠이치 소설의 서늘함을 알면서도 밤 12시에 책을 피고야 마는 것이다. 한 시간동안 한 자세로 책을 읽어내려갔다. 아니, 책이 나를 읽어내려간다. 내 안에 있는 공포를 찾아내고 내 안에 있는 약한 부분을 찾아내어 서서히 함락시켜 나간다. 책을 덮고 내 방 창문에 쳐져 있는 커튼 속 어둠을 응시하는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 오츠이치, 이번에도 성공! 무더운 여름 날 아주 아주 차가운 얼음물로도 가질 수 없는 가슴 속 깊은 곳까지의 서늘하게 만들고야 마는 작가, 오츠이치! 후우, 오늘 밤 잠은 다 잤다.
책을 덮고 주변을 두리번 두리번, 분명 이 정체모를 공포로 인해 잠을 잘 수 없음을 알기에 컴퓨터 앞에 앉아 책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아니, 짧은 순간만이라도 투명한 공포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이다. 투명해서 보일 것 같아 들여다 본 어둠의 공포를 책에서 본다. 설명할 수 없는 끝없는 투명함이 이어지는 공포 그러다 불현듯......!!
두 가지 단편소설로 이루어진 책의 첫번째 이야기는 어린시절 친구들과 볼펜을 사이에 두고 주문을 외워 귀신을 불러냈던 '분신사마' 놀이를 닮은 '코쿠리 상' 놀이가 등장하면서 진행된다. 한 번쯤 볼펜을 쥐고 주문을 외워봤던 독자라면 이 이야기에 자신을 이입시켜 공포가 배로 커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오츠이치의 소설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이유는 소설 속 소재가 내 경험들과 겹쳐지기 때문일 것이다. 두번째 이야기는 학교가 배경으로 화장실 낙서가 소재가 된다. 낙서의 이어짐. 학교 화장실의 낙서들이 문득 무섭게 다가오기 시작한다.
오츠이치의 전작들에 비해 결말이 예상되었다는 점이 아쉽지만 오츠이치 책의 강점은 결말의 반전이 아니라 이야기 순간 순간마다 소름이 돋는 서늘한 공포에 있음을 아는 독자라면 이번에도 그에게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한 권의 얇은 책 속에 숨겨진 공포 속으로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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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츠이치이라는 이름에는 천재작가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아마도 17세에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라는 소설로 데뷔했던 그의 이력때문에 데뷔 이후 줄곧 그 수식어가 따라다니는듯하다. 나 역시 <Zoo>로 처음 오츠이치를 만났을땐 대단한 작가를 만났음에 가슴이 두근거렸고,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는 17세라는 나이에 압도되어 역시 천재일지도 모른다고 고개를 끄덕였던 기억이 난다. 이 두개의 책이 가장 인상 깊었기에 다른 책이 얼마나 좋고 나쁘고, 취향이고 아니고를 떠나 오츠이치와 천재라는 단어의 결합에 대해서는 그닥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작가에 대해서는 한권이라도 '이거다'싶은 책을 읽고나면 이상할 정도로 너그러워지기에.
<베일>은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기괴한 일을 소재로 한 '천제요호' 그리고 학교를 배경으로 한 'A MASKED BALL' 이 두가지 중편소설을 담고 있다. <Zoo>의 '신의 말'과 <Goth>를 떠올려보면 두가지 소재 모두 오츠이치의 장기임을 알 수 있다. 현실에 있을 법한 이야기와 현실세계에서는 불가능한 이야기 모두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오츠이치의 매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조합이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베일>을 읽기 시작했다.
'천제요호'는 영혼을 불러 질문을 하는 고쿠리상 놀이를 호기심에 해 본 소년이 불리워진 영혼을 친구로 삼으면서 시작된 이야기로, 결국 영혼은 소년에게 몸을 넘기라는 끔찍한 제안을 한다. 그러나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소년은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만다. '천제요호'는 귀신을 부르는 놀이 때문에 인생이 바뀌어버린 안타까운 운명을 편지글의 고백 형식으로 쓰고 있는데 다른 주인공인 교코와의 교차시점으로 이야기를 진행시켜 읽는이의 호기심을 증폭시킨다.
'A MASKED BALL'은 장난처럼 시작된 화장실 벽의 낙서가 점차 과격한 사건으로 이어지게 되면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룬 학원 미스테리물이다. 화장실에 하는 낙서라는 흔한 소재가 범죄로 발전하게 된 과정도 흥미롭지만 다섯명의 학생들 사이의 낙서를 읽는 재미와 낙서를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추리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렇지만 범인은 그렇다쳐도 낙서의 주인공인 나머지 세명이 누구인지 밝혀졌을때 의외의 인물이라는 반전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베일>을 읽고난 느낌은 한마디로, 오츠이치스럽다. '오츠이치는 이러이러하다' 라고 정의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소재와 분위기의 소설을 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츠이치만의 느낌은 <베일>에서도 분명히 느낄 수 있다. 오츠이치스럽지만 너무 무겁지도 심하게 잔인하지도 않은 <베일>을 오츠이치의 세계에 빠지기 위한 준비운동쯤이라고 표현하면 어떨까? 오츠이치의 베일을 넘기실 준비가 되셨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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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에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로 화려한 데뷔를 했던 천재작가 오츠 이치. 그의 책이 새로 나올때마다 빠지지 않고 읽었고 물론 경중의 차이는 있겠지만 실망했던 책은 한 권도 없었다. 오츠 이치를 처음 만났던 <ZOO>는 내게 뒤통수를 세게 맞은듯한 충격을 줬고 출판금지 처분이 내려져 19세 미만 구독불가 딱지를 붙이고 재출간되는 헤프닝을 겪은 <GOTH>는 역시 오츠 이치라는 확신을 갖게 만들었다.
오츠 이치의 작품들은 그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풍긴다. 암울한듯 하면서 감동적이고 잔인한듯 하면서 따뜻한... 공존할 수 없을것만 같은 느낌들이 어우러져 오츠 이치만의 향기를 품고 있다. 이 책 <베일>도 역시 오치 이치다웠다. 독특한 상상력으로 현실과 환상이 뒤엉켜있고 오싹하고 으스스한 느낌이 난다. 이 책을 휴가를 떠난 바닷가에서 읽었는데 주위의 소음도 모두 잊고 집중해서 읽다가 발 끝에 닿은 파도에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했다.
이 책은 아주 얇아 200페이지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 글씨도 큰 편이다. 분량이 적어서 그랬기도 하겠지만 이야기에 몰입하다 보니 책을 다 읽는데는 고작 몇 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다. 페이지가 넘어갈 수록 너무 얇은 책이 아쉬워지기만 했다. 이 책에는 <천제요호>와 <A MASKED BALL 그리고 화장실의 '담배'씨, 나타났다 사라지다> 두 편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천제요호>는 야기라는 사람의 편지로 시작된다. 자신이 급히 떠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쿄코라는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야기의 편지와 쿄코의 시선으로 본 사건이 교차로 등장해서 이야기의 비밀이 서서히 드러난다. 병약했던 어린시절 심심풀이로 친구들 사이에 유행했던 초혼술의 일종인 '고쿠리 상'을 혼자서 했던 야기. '사나에'라는 혼령과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고 4년 후 죽게될거란 그녀의 말에 그녀의 아이가 되고 영원한 생명을 약속받는다.
그 후로 야기는 다칠때마다 몸이 조금씩 이상하게 변하고 고향을 떠나 방랑하게 된다. 길에 쓰러져 힘들어 하는 야기를 쿄코가 발견하고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다. 온통 붕대를 감고있는 야기에게선 묘한 악의가 풍기지만 쿄코와 가족들은 그런대로 야기와 잘 지내게 되고 쿄코 오빠의 도움으로 공장에 취직까지 하게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뜻밖의 사건이 벌어지고 야기는 자신의 이야기를 쿄코에게 편지로 남기고 떠난다.
<A MASKED BALL>은 고등학교의 화장실 낙서에 얽힌 이야기다. 우에무라는 담배를 피우기 위해 다른 학생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 화장실을 들락거리다가 깨끗한 화장실 벽에 남겨져 있는 낙서를 발견하게 된다. 첫 낙서였던 정자체, 우에무라, K.E, 2C 갈색머리, V3. 이렇게 다섯 명은 서로의 존재를 모른 상태로 낙서를 통해 대화를 하게 된다.
정자체의 낙서가 하는 말들이 학교 내에서 실제 사건으로 번지게 되고 우에무라가 알고 있는 미야시타란 여학생을 정자체 낙서가 응징의 대상으로 지목하자 그 소녀를 보호하기로 우에무라는 결심한다. 정자체 낙서의 주인공을 유인하기 위해 함정을 만들지만 우에무라와 친구들이 오히려 위험에 빠지게 된다. 광기에 사로잡힌 정자체 낙서의 주인공은 과연 누구일까.
냉정하게 말하자면 이 책은 내가 읽은 오츠 이치의 책들 중 수작으로 꼽히진 않는다. 하지만 오츠 이치의 책인만큼 기본적으로 재미있고 흥미로우며 그만의 으스스하고 독특한 분위기는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그의 다음 작품이 어떤 책이 될지 모르지만 나는 주저없이 그의 책을 집어들거라 확신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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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에 빠져, 더위를 잊다 무더운 여름, 뜨거운 열기에 두뇌의 움직임도 움추린다. 여름이 다가오면 추리소설을 챙겨 읽는다. 추리소설은 범인의 살인사건들 매개로 하여, 저자와의 치열한 심리와 두뇌싸움을 하는 책이라 생각한다. 두뇌의 움직임을 필요해, 더위과 함께 생각하면 어색하다. 매우 잘 짜여진 이야기에, 마음이 동해 빠져들면, 더위의 감각을 느끼지 못한다. 더위를 잊게 된다. '베일'이라는 제목에 끌렸다. 소설을 읽는 이유 중 하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의 심연을 들여다 보는 기회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소설이 관계의 문제를 해결해 주진 않는다. 다만, 타인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게 하는, '역지사지'의 기회는 제공한다. 상식선에서 일어나기 힘든 일 뒤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존재한다. 더위를 잊고 싶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심연의 어두운 마음과 만났다. 내 안에 베일처럼 숨겨진 본성의 흔적에 고민하였다. 더위가 느껴지지 않는다. # 한 순간의 실수, 치부를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이 불러오는 결과들. 첫 편째 중편 '천제요호'는 한 장의 편지로 시작된다. 사내는 여인에게 편지를 보냈다. 직접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자신의 추악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마음에, 글로 대신하겠다는 편지를 남긴다. 사내는 그가 저질렀던 살인의 경위와 그녀를 만나기 전, 지금의 자신을 만든 사건들을 이야기한다. 사람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감추게 된 원인으로 사내는 어린시절 코쿠리상 게임을 지목한다. 히라가나를 쓴 종이 위에 동전을 올려두어 질문을 하고, 답변을 기다리는 게임에 빠져들게 된 사내는 사나에라는 앞일을 예측하는 귀신과 대화에 빠진다. 친구의 죽음을 예언이 현실로 되자, 죽음이 두렵던 사내 야기는, 사나에와 몸을 바치는 대신, 건강한 생명을 받는 거래를 승낙한다. 몸을 다치게 되자, 상처의 자리를 금속과 이상한 것들이 채운다. 빠른 속도로 건강을 회복하지만, 그의 외모는 타인에게 보여주기 부끄러운 몸으로 변했다. 자신의 모습을 괴로워하던, 야기는 끝없이 방황하며, 목숨을 버릴까도 생각하지만, 사나에와의 거래로 뜻대로 되지 않았다. 교코에 집에 온 후, 2층 방의 어린 아기 히로시와 교코에 의해 삶의 희망을 얻게 된 야기는 집세를 내기 위해, 교코의 오빠의 친구가 경영하는 공장에 취직하게 된다. 교코의 오빠의 친구는 사람들에게 못된 짓을 하기로 유명했고, 야기는 오빠의 친구와의 갈등으로 곤란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미스테리한 일들이 일어나고, 교코의 오빠는 살해된 채 발견된다. 교코에게 야기의 편지가 도착한다. 살인사건을 야기가 저질렀음을 괴로워하며, 자신이 돕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거라고 자책하는 교코에게, 야기는 많은 이야기를 통해 그녀의 생각을 변하게 한다. 보여지는 사실과 사건 뒤에는 여러가지 사정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많은 이야기들이 숨겨있음을 알게되었다. 빙산의 일각처럼, 보이는 사실 뒤에 깊게 자리잡고 있는 진실들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나니, 사실만으로 인간을 판단하는 일이 인간에게 가장 잔인한 외면이라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를 이해하는 일은, 그가 이해하기 힘든 일을 저질렀을 때에도, 그의 입장에서 차분하게 생각하고 납득하기 위한 노력의 과정이다. 납득의 결과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납득의 결과를 찾아가는 과정들이 인간 사이의 이해의 폭을 넓혀준다는 사실을 작가의 첫 번째 소설은 들려준다. # 화장실의 5명의 낙서꾼들이 낙서를 통해 서로 소통해간다. 그리고 벌어지는 사건들.. 두 번째, 중편은 독선에 대해 이야기한다. 화장실에 써넣는 낙서를 인터넷 게시판의 리플처럼 다는 놀이처럼, 화장실의 벽이라는 공간에 익명의 이름으로, 5명이 교류한다. 지나치게 바른, 정자의 글씨로 낙서를 해서는 안된다고 쓴 이는, 여러가지 사건을 일으키고, 사건을 짐작하는 일만 가능했던 다른 이들은 각자 자기만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한다. 학창시절에 한 번쯤, 경험해 본 사건들이 작가의 손을 거쳐, 정교한 추리소설로 다시 태어난다. 긴박한 사건들을 해결하는 과정과, 반전, 마지막에 그들의 정체를 밝혀지는 과정에 빠지다 보면, 무더위를 느낄 기운이 없다. 합리적 사실과 이해가능한 상상력이 잘 만난 소설이다. 뜬구름 잡는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닌, 일상속에서 가깝게 느낄 수 있는 과장된 사건들을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들이 만든 사회의 풍경을 돌아보게 된다. 혼자 느낄 때는 외로움과 두려움이지만, 함께 맞서면, 두려움을 잊어내는 힘이 생긴다. 작은 손길하나가 절망에 빠진 누군가에게 희망이 된다. 누군가의 위험을 구해주는 생명을 지키는 든든한 방패가 되기도 한다. 사건들은 참혹하지만, 인간 사이에 발생하는 유대는 따뜻했다. 무섭고 따뜻했던, 상충된 감정들이 만남이 독특했던 소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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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제요호"와 "A Masked Ball - 그리고 화장실의 '담배' 씨 나타났다 사라지다"의 두 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 책입니다.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는 말 처럼, 화자는 몰라도 되는 일에 그냥 모른척 지나갔으면 아무렇지도 않았을 일에 착한 사마리아인 처럼 손을 대고 그로 인해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우선 첫번째 이야기는, 우연히 길거리에 쓰러진 노숙자를 보고 집에 데려온 주인공에게 감동받은 노숙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해 줍니다. 어려서, 우연히 만난 귀신과 구두 계약으로 영혼을 팔아버린 남자는, 영생의 능력을 갖고 있지만, 몸이 다칠 수록 괴물로 바뀝니다. 영원히 죽지 못하고 점점 괴물이 되어가야 하는 운명을 피하려고 하는 남자.. 그래서 사람들과 떨어져 혼자 조용히 살면서 시체처럼 살아가려고 결심했지만, 남자는 그런 자신을 따뜻하게 돌봐주는 주인공에게 감동을 받습니다. "이 사람과 함께라면, 나도 다시금 사람 처럼 살 수 있을 것 같아" 그렇게 희망을 갖지만, 희망은 판도라의 상자에 있던 것이죠. 절망은 희망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찾아가는 법입니다. 남자는 지역 건달에게 걸려서 뺑소니를 가장해 살해당하고 맙니다. 그렇게 죽음을 겪고 부활한 남자는 완전한 괴물이 되어버리지요. 그리고 자신을 죽인 자들에게 복수를 하고, 여자 주인공에게 찾아가 자신의 이야기를 고백합니다. "결국 이렇게 괴물이 되어버렸지만, 천천히 말라 죽어가는 것 보다, 잠시나마 너를 만나 즐거웠던 기억을 갖게 되서 감사해..." 그리고는 어디론가로 사라집니다. 두번째 이야기는 고등학교의 으슥한 화장실에서 몰래 담배를 피는 소심한 날라리의 이야기입니다. 일진은 되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모범생도 아닌 주인공은 가끔 담배피는 일탈 행위로 따분한 일상에서 달아나곤 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담배를 피던 화장실에서 낙서를 발견하지요. 그리고 같이 가벼운 불량스러움으로 허세를 부리는 사람들끼리 낙서를 통해 묘한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화장실 친구들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러던 어느날, 그 친구들 중 하나가 이상한 낙서를 남김니다. 맘에 안드는 학교 구성원이 있으니까, 자기가 정의의 이름으로 처단하겠다는 것이죠. 처음에는 무시하고 넘어갔지만, 다음날 그 예정대로 사건이 일어납니다. 장난이 아니었던 것이죠. 그리고 그 다음 사적 심판의 대상은 주인공의 친구가 됩니다. 친구를 구하기 위해서, 주인공은 이 미친 놈의 뒤를 쫓게 되고, 이 미친 놈은 생각보다 더 심각하게 미쳐있었습니다. 게다가 머리까지 좋지요. 함정을 파고, 미친놈을 잡으려던 주인공은 오히려 범인의 역공작의 걸려 위기에 처하지만, 친구들의 도움으로 위험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그렇게 위험을 겪은 주인공은 다시는 그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지 않게 되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렇게 다시 책의 내용을 정리해보니까,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막상 책을 읽고 있었을 때는 꽤나 재미있게 몰입해서 읽었었습니다. 오츠이치스러운 상상력과 이야기였던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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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와 호러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가 오츠이치 17세라는 나이에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라는..지금 읽어도 상당히 뛰어난 작품을 들고 점프 소설 논픽션대상을 수상하며 등장해 화제를 모은 천재적 작가 나 역시 여름과~를 맨먼저 접하고 이 작품이 불과 17세의 어린 나이에 쓴 작품이란걸 믿기 어려웠던 기억이 있다. 이 후 에 만난 작품이 `암흑 동화`와 `z00`그리고 `평면견`이었는데. 특히 `zoo`라는 작품은 도저히 끝까지 읽어내기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잔혹한가 하면 아름답고 기괴하면서도 공포스럽기 그지없는... 한마디로 나에게 그의 작품은...힘들면서도 묘하게 매력적인 그런 느낌이엇다. 이번 작품 `베일`은 두개의 단편으로 엮은 작품인데..섬뜩하게 시작해서 판타지의 경계를 넘어서다 철학적인 결말을 가진 작품과 일상의 단면을 공포로 엮은 작품으로 되어 있어 마치 서로 다른 작가의 작품같은 느낌이 강했다.
천제 요호는 작품의 제목이 의미하는게 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왜 전제요호라고 지은건지..책에는 불친절하게도 그에 대한 설명도 그 제목을 유추할만한 내용도 없다. 어린시절 누구라도 한번즘 해본 귀신 불러내기 장난 시골에서 아이들을 몇명씩 낳는 다른 집과 달리 외동으로 자란 일명 야기는 부모와 조부모의 과보호속에 자란 아이였다. 그날도 약간의 감기기운으로 학교를 가지않고 집에서 누워있다 문득 심심하여 혼자서 해 본 장난 코쿠리 상- 일명 귀신 불러내기-를 하다 기묘한 기운을 느낀다. 그로부터 달라진 그의 인생은 평생을 따라다니는 저주가 된다. 두번째 단편 가면 무도회 A MAFKED BALL는 화장실의 낙서로부터 시작된다. 처음엔 단순히 깨끗한 화장실에 누군가가 쓴 낙서하지 말라!라는 글귀에 여느 아이들처럼 화답하듯 낙서를 하는 아이들 그리고 그 글로 릴레이하듯 답글을 쓰기 시작하지만 누가 쓴 글인지 아무도 모른다. 그냥 그런 낙서가 어느날 누군가의 잘못을 지적하며 경고하는듯한 글이 써지고 그 경고를 이행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점점 그 강도가 강해지는데...
앞의 작품이 공포와 판타지를 결합한 작품이라면 뒤에 나오는 작품은 일상 미스터리라고 볼수도 있겠다. 특히 앞의 작품`천제 요호`는 눈덮힌 산골마을의 그 고요함속에서 심심하여 우연히 장난을 치던 초등학생 어린아이가 처음으로 만나는 신기하지만 기괴하고 어딘가 두려움을 내포한듯한 그 느낌을 참으로 잘 살려냈다고 할수 있다. 너무나 무섭고 두려우면 어떤 소리도 입밖에 낼수 없는 상태가 되는데 그는 모든 소리가 사라지고 자신은 꼼짝도 할수 없다라는 말로 그 공포를 표현하고 있다..참으로 확 와닿는 표현인것 같다. 별것 아닌 단순한 장난으로 시작하여 영원히 저주받는 신세가 된 소년의 이야기는 확실히 섬뜩하고 기괴하다.무섭다는 느낌보다는 찜찜하다. 마치 해피엔딩이나 권선징악 혹은 나쁜 사람이라 할지라도 반성하고 후회하면 용서해주고 모두가 행복한 결말을 맞아 끝나야할것 같은 동화가 갑자기 잔혹동화가 된 느낌이랄까? 아... 이래서 내게 있어서 오츠이치는... 버리기엔 아깝고 계속 사랑하기엔 힘겨운 작가였다는걸 또다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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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는 참으로 많은 금기 속에서 살아갑니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려서는 안되고, 물건을 훔쳐서도 안 된다는 사회적 질서 확립을 위한 법규적 금기도 존재하지만, 혼자서 귀신을 불러서는 안 된다, 사람이 죽어 무덤을 팔때 자리를 여러개 파면 그 자리수만큼 사람이 죽어나가기에 무덤자리는 하나만 파야한다는 비이성적인 금기도 존재합니다. 전자의 경우에는 체제 유지를 위한 수단의 목적으로 이해가 되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쉽게 이해할 수 없습니다. 과학이 발달한 최첨단 시대에 이런 비이성적인 금기는 우리에게 호기심과 공포를 동시에 불러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금기들을 과연 얼마나 잘 지키고 있을까요? 저는 종종 신호등에서 무단횡단을 하기도 하며, 아무데나 침을 뱉기도 합니다. 이러한 사소한 행동들은 보통 별 악의 없이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아무도 보지 않는다는 생각에 무심코 금기를 어긴 그 순간. 세상은 내 생각과 전혀 다르게 바뀌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무단횡단을 하다 빠르게 달려오는 차에 치일수도 있을 것이며, 바닥에 침을 뱉는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결벽증 환자에 의해 살해당할수도 있습니다. 지나친 과장일지도 모르지만 금기라는 것은 빈번하게 발생되었던 사건을 근거로 만들어진것이 대부분 입니다.
일본의 호러소설 작가로 잘 알려진 '오츠이치'의 <베일>은 이러한 금기에 관한 중.단편분량의 이야기들 입니다. 책에 실린 두 편의 이야기는 각기 비이성적인 금기와, 현대의 법규적 금기를 어긴 이들이 겪는 끔찍한 사건들을 다루고 있는데요. 어둡지만, 차갑지만은 않았던 이야기들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였습니다.
2.
주위에 도움을 청할 사람이 아무도 없는 혼자 남은 시각. 어둠과 위험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찾아옵니다. 베일은 이렇게 혼자된 이가 금기를 어겨 생기는 기이하고, 끔찍한 사건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첫번째 이야기 <천제요호>는 사건이 끝난 시점. 야기의 고백이 담긴 편지 한통으로 시작됩니다. 남달리 허약한 몸을 타고난 어린 야기는, 집 안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호기심에 ‘코쿠리 상’ 놀이를 시작하게 됩니다. 처음엔 그냥 장난이였습니다. 학교 친구들이 하는 비이성적인 행위에 관심없는 척 했지만, 어느순간 혼자남은 야기는 코쿠리상에 손을 올려 놓습니다. 영혼을 불러 질문을 하는 초혼술인 이 놀이의 절대적인 룰은 반드시 두 명 이상이 같이 해야만 하며, 한 번 부른 귀신은 돌려보내야 한다는 것 입니다. 하지만 룰을 자세히 알지 못한 소년은 혼자서 귀신을 부르게 되고, 그의 엇나간 소원은 끔찍한 비극을 불러일으킵니다.
3.
두 이야기의 색깔은 전혀 다릅니다. 과연 같은 작가의 작품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다른 매력의 이야기가 펼쳐지지요. 첫번째 작품이 비극적인 운명에 초점을 맞춘 초자연적 존재의 이야기라면, 두번째 이야기는 추리물에 가까운, 좀 더 현실적인 이야기 입니다. 하지만 그 마무리에 있어서 두 작품은 비슷한 느낌을 풍깁니다. 어둡지만, 결코 차갑지만은 않은 그런 모순적인 느낌 말이죠.
인간이 금기를 어겨 발생한 사건들은 되돌릴 수 없는 과오가 되어, 인간을 속박하는 덫이 되기도 하지만 '오츠이치'가 그것을 바라보는 시각은 두렵지만은 않습니다. 결국 그 어둠역시 함께라는 조건에서는 큰 힘을 발하지 못하거든요. 전에 읽었던 <암흑동화>의 색깔 역시 또 다른 맛이지만, 그 끝이 차갑지만은 않았다는데 그 공통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짧기만 강한 '오츠이치'느낌의 소설집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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